[Untold Naraka] 형언불가의 나락가





#1 여명의 구멍





…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 ‘우리’가 논할 주제는 아니다.


… 우리… 즉, 우리에겐… 논할 만한 생명이 없으니까...


… 불청객인 우리, 버림받은 우리, 불량품인 우리…


… 살아있는 우리, 상호의존적인 우리, 혼란스러운 우리…



------- 무의식적으로 생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 무의식적으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 그러나 우리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 ‘죽은 것’은 절대 아니다.


… ‘생명’으로 분류될 수 없다.


… ‘죽은 것’으로 정의될 수도 없다.



------- 우리는 누구지?


------- 우리, 뭘 원하는거지?



… 우리, 왜 우리는 “불량품”이 걸어야만 하는 길을 택하지 않은 거지?



------- 그냥 걸어나와, 한 걸음만.


-------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한계를 부숴버려.



… 그런데, 왜 포기하지 않은거야?


… 왜? 불량품이라는 자각이 없어?



------- 아아


… ‘살아있고 싶어’


… 의미를 찾고 싶어.


------- ‘무의미’하더라도



------- 우리는 무언가 잡으려고 애쓰고 있어.


…………………. 누군가 우리 곁을 지나간다면


…………………. 아무나 우리에게 답을 줄 수 있다면



------- 포기해. 포기해.

------- 던져버려, 발로 차버려.



… 우리는 아직 이 곳에 있다.





세리카

무설탕 만델링 커피 나왔습니다.


하산

아, 고마워.


하산이 세리카로부터 따뜻한 머그잔을 받아들었다.


하산

당장 사용할 수 없는 자료들을 보관해두는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세리카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예정대로 마무리될 거예요.


하산

기밀 유지에 신경 써주게.


세리카

두 말하면 잔소리죠.


하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오늘 함교는 매우 조용하군.


세리카

오늘이 일요일이기 때문이죠. 일. 요. 일이요.

이 자료들이랑 연관된 일, 근무일에는 못 하잖아요.


하산

고생 많았네


세리카 

고생이라뇨. 초과수당 청구할 거에요.

게다가, 그 자료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하산

지구 상륙작전 계획을 수행할 집행부대의 파견이 위험해지겠지. 나도 알아. 


세리카 

그러니까 초과근무해야 될 때 성실하게 초과근무해야죠.


 단말기로 돌아가서 세리카는 보관할 자료와 문서를 계속 정리했다.


세리카

<<문서번호 990134: 와일즈 박사가 제안한 실험적 역원장치로 인한 의식의 바다 편차 상태에 대한 보고서>>

<<문서번호 980592: 복원 수술 환자 “카무”의 의식 안정성에 대한 보고서>>

………………

<<문서번호 XXX061A: 세계정부예술협회에 의한 X-51 시설의 복원 활동에 대한 보고서>>

이상 14개의 사본을 ‘차선’ 수준에 보관해도 될까요, 의장님?


하산

X등급 시설은 뭐지?


세리카 

시설 코드명 지정 기준 한번 찾아볼게요.

… 어? L까지밖에 없어?


하산

나도 그렇게 기억하고 있네. 시설 코드명의 문자 분류는 L까지야.

그 자료를 내 단말기로 보내주게.


세리카 

네.


세리카에게 수신 프롬프트를 받은 하산은 단말기에서 “수신하고 재생하기”를 선택했다.






???

테스트, 테스트, 녹화되고 있나?


시야가 잠깐 흔들렸다. 누군가가 카메라를 흔들고 있는 듯했다. 잠시 후에 화면이 깨끗해졌다






구조체

여기는 공중정원의 예술협회 제2 지상 탐사대, 식별 코드…가 뭐더라?

그 앨런 녀석… 항상 우리한테 규칙에 따라 기록을 남겨두라고 시키고… 됐어, 잊어버려, 신경 안 써.

어쨌든, 우리 이전의 대발견이 가장 중요한거지!


구조체가 렌즈에 손을 뻗자, 렌즈는 그리 멀지 않은 구멍 하나를 가리켰다.


구조체

이 장소는 세계정부의 건물로 표시되어 있는데, 목록에는 존재하지 않아.

만약 여기가 누군가의 비밀수집창고라면… 헤헤, 그런 귀중한 예술작품들이 지하에 묻혀버리게 둘 수 없어!


예술협회 구조체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흥분했고, 멈춰있던 화면에 약간의 떨림이 느껴졌다.


구조체

그래서 계획에 따르면, 코드명 X-51라고 하는 이 시설의 탐험 준비는 36시간 안에 끝내야 해.



영상 끊김.





하산

36시간 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세리카

활동은 중단되었고 제2 지상 탐사대는 대원 수가 30% 줄어든 채로 철수했습니다.


하산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큰 사상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묻히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세리카

네. 그래서 그 당시 규칙에 따르면, 그 일와 관련된 모두가 자신이 그 일을 수행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도록 2급 기억말소를 당했다고 합니다.


하산

혹시 여기 그런 절차가 아직까지 있나…?


세리카

의장님이 그 이후에 해당 절차를 영구 배제하라고 지시하셨잖아요. 까먹으셨나 보네요.


하산

의회에서 지구를 되찾아 오는 데에 방해가 되는 ‘블랙 필드’와 모든 세력들을 가라앉히기 위해, 구조체에게 비인간적이고 무의미한 많은 절차를 배제했지… 어차피 그런 절차들은 없어져야 했으니까… 내가 깜빡했나 보군.

어쨌든, 그 후에 어떤 일이 있었지?


세리카

X-51 시설의 입구가 플랜B를 위해 설치된 원격제어폭탄에 의해 폭파되면서, 모두 항공기를 타고 대피했습니다.


하산

… 이야기가 거기서 끝난 것 같진 않군


세리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까요, 정보부가 “중요하지 않음”으로 표시한 감시기록에서 이걸 찾아냈습니다.


세리카가 손을 뻗어 하산의 단말기 화면을 누르자, 단말기에서 소리가 나왔다.


그것은, 남성의 목소리에 여성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고, 기계와 인간의 목소리가 불분명한, 모호한 휘파람 소리였다.





???

Sapien, Wake up, My dear Sapien ------

It’s time. Time to wake up. Time to take back our home -----


하산

이게 뭐지?


세리카

음원을 알 수 없는 다중 세그먼트 소리 신호가 인간과 생체공학적 성대의 소리 특징들로 구성된 겁니다.


하산

누구 것이지?


세리카

신호의 소유자는… 확실한 사망 기록이 없습니다. 면역 시대가 시작되기 전에 실종된 것로 보고되었습니다.

… 황금시대 당시의 호러 영화처럼 들리시겠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근처의 감시 팀이 이걸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세리카가 단말기에서 또 다른 기록을 클릭했다.





CODENAME: N15R-Replicant


괴로워, 괴로워, 괴로워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에 의해 괴로운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아아, 이건 기계인가?


나는 만족감도, 피곤함도, 자비에 대한 구걸도, 용서도, 반항도 모른다.


아아, 사파인(Safain)의 길은, 여기서, 끝나려한다.


아아, 얼마나 슬픈가. 얼마나 괴로운가.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능가하는 자식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우리는 지구 땅 속 깊은 곳과 기계 두뇌의 홈에 무언가 남겨두었다.


아아, 얼마나 기쁜가. 얼마나 기쁜가.


우리는 영원히 살 것이다.






하산

이게 뭐지?


세리카

아직 불분명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파인이 기록에서의 ‘Sapien(인간)’과 같다는 것밖에 모르겠네요.

아마 일종의 개념이거나, 이름일 수도 있고…


하산

잠깐, 이거 혹시…


세리카

지하 사람들 말씀이시죠? 과학공상에서나 나올 법한 -틀-한 농담이네요.


하산

들켰노


세리카

최근, 예술협회가 황금시대의 영화들을 개봉했거든요.


하산

그래서… 뭘 봤는데?


세리카

132분짜리 흑백 무성영화요.

… 기억나는 건 영화 속 악당의 긴 얼굴만 기억나요. 나무 막대기에 돼지 머리를 매달고 있는 얼굴이요.


하산

… 하던 얘기나 마저 하지.


세리카

이 시설의 발굴을 재조명하는 게 가능할까요?


하산

무슨 소린가…


세리카

이게 지금 의장님이 생각하고 계신 것 아닌가요?


하산

…맞아.


세리카

이 기회에 ‘집행부대’를 내려보내서 의회의 나머지 사람들을 납득시키도록 해요.

… 제대로 기억하신다면, 의장님 한동안 그 사람들한테 이유 댄다고 짜증났었잖아요


하산

……


세리카

결정하고 계세요. 커피 한 잔 더 타올게요.


세리카가 커피잔을 집어들고 함교를 떠났다.


하산은 잠깐 자리에 몸을 파묻고, 손을 뻗어 내부링크로 전화를 걸었다.

 


하산

까마귀 소대, 준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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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부터 내용이 쥰내 많아서 1번은 두개정도로 나눠서 올릴예정.

맥락을 위해 필요한 의역과 멍청해서 나오는 오역 있을 수 있음

번역 태클받고, 가독성 관해서 피드백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