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old Naraka]

형언불가의 나락가



1. [NieR:Automata] 형언불가의 나락가 #1 여명의 구멍 (1)

2. [NieR:Automata] 형언불가의 나락가 #1 여명의 구멍 (2)

3. [NieR:Automata] 형언불가의 나락가 #2 영원한 전쟁의 거리 (1)

4. [NieR:Automata] 형언불가의 나락가 #2 영원한 전쟁의 거리 (2)




#2 영원한 전쟁의 거리 (2)






움푹 패인 곳에 엎드려 있던 작은 기체는 철판을 밀어낼 수 없었고, 철판의 그림자 안에 몸을 숨길 뿐이었다.


얼마 후, 멀리서 애매하게 들리는, 하지만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수용체에 전달되었다.


---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목소리였다.

 


???

“전쟁”이! 온다!

 

기계

너는, 대장이 아니다! 아니, 이번엔! 또, 누구냐!

 

???

너는, “전쟁”을, 원한다! 나는, 너와, “전쟁”! 

 


날카로운 칼 싸움 소리가 났다.

 


그런 다음, 무거운 물체가 땅에서 들어올려지는 소리에 이어 다른 소리가 났다.


그 후에는 반대편에서 다른 무거운 물체가 들어올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정적이 흘렀다.


무거운 물체가 철판에 던져지면서 큰 소리를 내기 전까진.


철판이 강하게 밀려나, 작은 기체 앞에 나타났다.






???

괜찮아?

 

???

없다, 없다…

 

???

가자, 빨리.

여기, 안전하지 않다.

 

???

대체, 어디로, 가는거야?

 

???

묻지 마, 가자!

 


두 기체는 질질 끌고 머뭇거리다가, 쓰러진 기체가 가리키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그 곳은 도시 구역의 더 깊은 부분으로, 길 끝자락에 또 다른 거대한 건물이 희미하게 보였다.

 

두 기체는 한 쪽이 설득하기라도 한 듯이, 서로 도와가며 끌고 당기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들은 길 모퉁이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루시아

이런 거대한 지하도시가 있다니…

 

리브

위를 봐요. 하늘 아닌가요?

 

빛과 친근감을 주기 위한 인공 하늘일 뿐이야.

 

관제실

이 곳에 오래 머물면 안 됩니다. 임무를 속행하십시오.

 

루시아

맞는 말이야. 정문을 통해서 도심으로 갈 수 있을 거야. 그 쪽으로 가자.

 




루시아

정문이… 잠겨있어





… 왜 핵분열 원충이 여기 있는거지?

 

리브

실수로 땅에 떨어진 게 아닐까요?

 

루시아

잠긴 문… 핵분열 원충…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핵분열 원충을 문 쪽으로 유인해 폭파시키면…





리브

이 핵분열 원충의 행동은 규칙적인 것으로 보여요.

만약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잔해에서 미끼를 모아볼게요.

성공했습니다, 지휘관. 핵분열 원충들이 문을 향해 돌진하도록 유도했어요.








<문이 폭파되었습니다. 계속 탐색하세요>







<적 출현. 적을 섬멸하세요>



이건 자기들이 ‘불량품’이라고 말하던 기체들이랑은 달라… 이 쪽은 빨간 색이야.

 

리브

이 기체들은 자기들을 ‘불량품’이라고 말하지도 않네요.

 

루시아

전진하자, 이 방향이 맞는 것 같아.


 

 

 




하산

세리카

 

세리카

무슨 일이죠?

 

하산

“사파인 학파”… 기억하나?

 

세리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면역시대 중반 이전에 대한 거라면 저한테는 너무 오래 전 얘기예요.

 

하산

… 생각해보니, 면역시대 초창기에 그들은 정말로 종적을 감췄군.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학파가 갑자기 대중 매체에 ‘인류는 죽었다. 우리는 지구라는 이름의 방주를 타고, 모든 일이 끝나자마자 떠날 것이다.’라고 발표했지.

그 선언 이후에, 정말로 사라졌어.

 

세리카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하산

“인류는 죽었다”라는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세리카

…의장님이 그런 말씀을 다 하시네요.

 

하산

…아니, 나는 단지 그들의 실종이 수상쩍다고 생각할 뿐이야.

언젠가 니콜라와 “사파인 학파”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지.

황금시대의 합법 조직이긴 했지만, “사파인 학파”는 인류의 종말을 전도했기 때문에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유전자가 아닌 밈(비유전적 문화요소, 문화의 전달단위)이라고 믿었네. 그 당시에 세계정부가 썩 좋아하지 않을만 했지.

그래서 황금시대 종반에 세계정부 정보부에서 학파 고위 관리층과 관련이 있는 ‘회색 영역’을 구실로 해서 학파 구성원들을 모으기 시작했어.

 

세리카

결과는요? 그와 관련된 보고서 같은 건 보지 못했는데요… 그렇다는 건…

 

하산

그래,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지.

특수부대가 전세계 300개의 은신처와 학파 모임을 뒤졌는데, 아무도 잡지 못했어.

니콜라에게 나중에 들었는데, 그들 전부가 선언 이전에 이미 사라졌던 거였어.

그 선언은 ‘진행 중’이었던 게 아니라, ‘완성’이었던 거야.

그들은 그렇게 세상의 눈으로부터 사라졌지.

 

세리카

그 후에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나요?

 

하산

그래, 그들은 완전히 사라져서 지구상 어떤 흔적도 찾아낼 수가 없었네.

그 후에, 퍼니싱이 발생했지.

세계정부의 시스템은 퍼니싱에 대처하기 위해 빠르게 변화했고, 덕분에 아무도 더 이상 학파에 신경쓰지 않았어.

아마… 지금까지도…

 

세리카

… 무슨 뜻인가요…

 

하산

정말 사파인 학파가 맞다면…

많은 시간이 지났어. 의문들도 어느정도 풀렸지.

 

세리카

시설에 예기치 않은 위험이 발생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하산

집행부대는 후퇴할만한 능력이 있어.

그 후에 대한 질문이라면… 학파가 어떤 목적을 갖고 지상으로 도망갔느냐에 달려있지.






루시아

됐다!


 

루시아가 손을 번쩍 들어 그녀 앞에 서있던 마지막 기계를 파괴했다. 그리고는 동료들에게 “구역안전” 신호를 발송했다.

 


리브 &

이 쪽도 마무리 됐습니다.
 

지휘관

그럼 다들 이 쪽으로 모여 봐.

 


당장의 위협을 처리한 후, 구역을 소탕하기 위해 잠시 흩어져있던 까마귀 소대가 다시 모였다.


 

루시아

확실히, 아까 떠난 무리와 비교했을 때 기체의 수가 현저히 적었어.

 

만약 우리가 들어온 쪽으로 갔으면 지금쯤 돌아왔을텐데.

 

리브

저희에게 적대적이긴 하지만, 이 기체들의 퍼니싱 농도는 높지 않아요. 이전과 같이, 이 기체들도 감염되지 않았어요.

 

루시아

식별할 만한 정보가 있나? 모델명, 제조사, 일련번호는?

 

유일하게 식별 가능한 부분은 관절의 숨겨진 부분에 인쇄된 로고 뿐이야.

 

루시아

…? 이건…?

 

들어오면서부터 건물에 걸려있는 옷가지나 작은 조각들의 동그란 표시가 눈에 띄었어.

물론, 이 기체들이 이 지하도시와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지만.

… 그리고 사실 추측할 가치도 없지.

 

루시아

…점점 의문만 쌓여가는 느낌이군.

 

조심해! 다수의 움직임 신호가 접근 중이다!

 

루시아

모두 숨어!


 

리와 리브는 빠르게 벽을 타고 올라갔다.


리가 낡고 뿌연 창문을 팔꿈치로 부수고 둘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등반 로프를 밖으로 떨어뜨렸다.


지휘관이 리와 리브를 따라 등반 로프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루시아도 건물 내부로 따라 들어갔다.





루시아

루시아, 건물에 진입했다… 무슨 일이지?

 

직접 봐 봐.

 


어둠 속에서 모두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텅 비어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방이었다.

 

그들이 진입한 창문 하나를 제외하고는 사방에 벽 뿐이었다.


이 방에는 문도 없고, 콘센트나 전등이나 벽에 설치되어 있을 법한 다른 것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휘관

… 이 방은 대체 뭐야?


여기, 실제 마을이 아니라 “마을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던 것 같군.

아무런 기능도 없고, 심지어 외관상 보이는 것도 아무것도 없잖아.

 

리브

(밑 층에서 움직임 신호 발견)

 

루시아

(일단 숨어)

 

(이번엔 또 어떤 놈들이야?)





루시아와 리는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길 양쪽을 바라보았다.

 


(저기, 길 끝에서 오고 있어)


 

두 종대로 줄을 선 수십대의 기체가 길 끝자락에 나타났다. 시끄러운 발걸음과 함께 이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기계

미래는, 허무에, 속한다!

우리는, 똑같기만 한 지휘관, 필요없다!

필요없다! 필요없다!

허무! 질서! 중앙집권! 실수!

전쟁! 전쟁!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

 


--- 기계가 이러한 단어들을 반복하면서 빠르게 앞으로 이동했다.






루시아

(수상해, 이 무리의 기체들은… 뭔가 달라보여.)

 

(…무슨 소리야?)

 

루시아

(봐… 우리가 상대했던 기체들은 빨간 색이었지)

(이들은… 파란 색이야.)

 

(다른 무리인가?)

 

루시아

(확실하지 않아. 일단 지금은… 지나가게 두자)

 

(역시 가만히 있는 게 좋겠어)

 

루시아

(리브, 괜찮아?)

 

리브

(문제없어요. 면역 전쟁 때의 전투보다는 훨씬 나은 걸요.)

 

루시아

(정말이지… 너무 무리하지 마.)

 

리브

(네… 네!)


 

모두가 창문 쪽 벽에 쪼그리고 앉아 수십 대의 기체가 시야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수시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루시아

(갔어)





소대는 두 조로 나누어 로프를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루시아

기체는 방금 전 대량의 기체들이 떠난 곳을 향해 이동하는 것 같아.

 

리브

그들은 뭐였을까요… 무엇을 하고 있던 걸까요…?

 

앞 쪽을 수색하자.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해.

 

지휘관

그래.





나는 태초이자 종말이다.


나는 지배자이며, 나는 모든 것이다.
 

나는 현명한 여우고, 기민한 사자다.


나는 아버지를 몰락시켰고 아버지의 도시를 건설했으며, 피와 하늘의 짐승을 풀었고, 나는 승자의 왕관을 썼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승리를 고대한다. 나는 멸망을 고대한다. 나는 대관식을 고대한다.

  

나는 도시를 재건하고, 짐승을 풀고, 명령을 내리며, 전쟁을 일으킨다.

 

나는 모든 것을 본다. 나는 모든 것을 굽어본다.

  

나는 집결을 본다. 나는 긴 행진을 본다. 나는 대립을 본다. 나는 전쟁을 본다.


나는 살해를 보았다. 나는 죽음을 보았다. 나는 생존을 보았다. 나는 환생을 보았다.

 

나는 모든 것을 본다.

 

나는 종말을 본다. 나는 종말을 반긴다.

 

나는 승자의 왕관을 썼다.

 

수천번의 환생. 수만번의 소멸.


우리는 땅에서 아버지를 파 낼 것이다. 우리는 종말을 선언할 것이다.

 

아버지는 일어설 것이다. 아버지는 석권할 것이다. 아버지는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사파인’이 영원히 지상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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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하 부대 언제나옴 씨발

스토리상에 나오긴 하나?

의역 다수, 오역 있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