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수작전

수송정이 공중정원에 도착할 때까지, 인류의 ‘미래’는 자네들에게 달려있다.

 

6월 3일 08:20

공중정원 지상주둔 지구탈환전선, 제28공군기지, 작전준비실

 


와타나베

……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현재 전국(戰局)은…


???

아무래도 이번 일은 독점하긴 그른 것 같군


와타나베

(누구지!?)



???

그렇게 경계하지 마라. 너랑 똑같이 긴급 파견되어 왔으니

 

와타나베

…그런가



하산

인사는 끝났나?

설마 내 험담이라도 신나게 하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와타나베

공중정원 집행부대, 전투기대응형 장갑, 코드 BPO-29 와타나베입니다.

 

시릴

동25군 633전술항공대, 제3중대 대장, ‘호크 비크’ 시릴이다.

 

와타나베

당신이 ‘아이레 섬의 호크 비크’!?

 

시릴

설마 나를 아는 애송이가 있을 줄이야

 

와타나베

……

 

하산

우선은 이번 아카디아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두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시릴 대위… 다시금 경의를 표한다. 당신은 구조체 이외는 불가능하다는 우주-천공 양용기 ‘펜리르’의 조종을 잘 해냈다.

…그리고 매번 하늘에서의 전투에 목숨을 걸어주었지.

 

시릴

개조를 받아들이는 쪽이 어려웠을 뿐이다. 나는 이미 충분히 살았어. 최후는 하늘에서 맞이하고 싶네.

 

하산

과연 시릴 대위로군. 실력도 그렇고 경험도 그렇고 당신과 와타나베야말로 본 작전의 적임자야.


시릴

…BPO-29, 기대받는 신인. 적기 7기를 격파했다는 화려한 전적은 들었네. 후생가외(後生可畏)로군.

 

와타나베

그거 참 황송합니다.

 

하산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이번에 자네들은 긴급임무를 위해 소집된 것이네만

‘아카디아’ 계획 ㅡㅡ 지상에서 공중정원으로의 설비 및 보급물자 수송을 위한 철수작전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와타나베

 

시릴

물론이다

 

하산

반년에 걸쳐 총 5회의 수송을 이행하였고, 이 인류사상 최대 규모의 철수 작전도 드디어 종반을 맞이했다.

이번이 최후의 수송 임무다. 우리는 2기 체제로 수송 전체 프로세스의 호위를 맡기로 했다.

본 작전은 인류의 존속에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공중정원은 자네들을 본 작전의 핵심에 앉혀 어떻게 해서든 물자를 무사하게 전달받고자 하는 바이다.

작전은 금일 13:45부터 개시. ‘아카디아’ 계획 최후의 보급수송정 “파랑새 2호”는 14:00에 이륙 예정이다.

11:05, 다른 전투 부대가 계획에 따라 발사 포인트 주변구역을 소탕한다.

와타나베, 시릴

 

와타나베&시릴

옛!

 

하산

본 작전의 사령부 코드는 ‘로드’. 아카디아 제6차 철수호위소대, 코드는 대거. 와타나베를 대장으로 하고, 시릴 대위는 요기(wingman)로 호위를 담당한다.

수송기가 공중정원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인류의 ‘미래’는 자네들의 수중에 있다.

 

와타나베

알겠습니다.

 

시릴

라저

 

하산

행운을 빌지

그럼, 가보게

 

와타나베

……


……



와타나베

네 아버지가 ‘아이레 섬의 호크 비크’라고!?

 

브루스

몇 번째냐. 이미 세 번은 말했거든.

 

와타나베

너 진짜 뭘 모르네. 만약 내 아버지가 그 이름 높은 군인이었다면, 자랑스러워서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녔을거야

 


와타나베

시릴 대위…

당신은 혹시… 브루스의…

 

시릴

어떻게 내…

……

…아들을 알고 있나?

 


 

#2 지난 날의 기억

브루스는 나와 다르다.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내면,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겠지.

 

6월 3일 10:19

공중정원 지상주둔 지구탈환전선, 제28공군기지, 작전준비실

 


와타나베

…이것이, 내가 아는 브루스의 최후다.

 

시릴

……

 

와타나베

…미안하다. 더 빨리 도착했다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몰라.

 

시릴

……

퍼니싱이 만연하기 시작한 건… 딱 내가 아이레 섬을 떠난 즈음이었다.

알고 있나? 위스키는 아이레 섬의 토탄을 사용한 게 가장 맛있지. 아아, 다시 마시고 싶어졌어…

마누라도 있었는데, 뭐 다리가 안좋아서 매일 정원을 가꾸는 정도 외에는 나돌아다니는 일은 없었다만…

 

와타나베

…부인 분은…?

 

시릴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그 재해로 죽었어.

 

와타나베

……

 

시릴

‘아이레 섬의 호크 비크’, 대단한 이름이지? 군인으로서는 훌륭해… 하지만 사실은 자기 가족조차 지키지 못했어!

그렇게 나는 무력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는데, 내 자식놈은 뭐 하나 아는 게 없었지. 내가 온갖 수단을 다해 군에 들어오는 걸 방해했더니, 그 자식, 나 몰래 용병 같은 걸…

녀석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된 건... 3개월 후였다! 3개월이라고… 제대로 된 통지도 없었어…

콜록, 콜록!

 

와타나베

너무 흥분했어

 

시릴은 손을 저어 와타나베가 건네려 한 물을 거절했다. 데스크의 가장자리에 한 손을 짚고 가슴을 크게 들썩이고 있다. 어느 정도 지난 후, 천천히 와타나베를 돌아보았다.

 


시릴

그래서… 너는 어떻지? 구조체 개조 수술이란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 ㅡㅡ공중정원으로부터 보수를 잔뜩 받았나?

 

와타나베

……

솔직히 말해서, 애초에 용병부대에 들어온 건 돈 때문이었다.

 

시릴

명예든 돈이든 젊은 혈기의 극치든, 군대란건 애송이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사태평한 곳이 아니야

 

와타나베

대위. 제발 들어줘. 브루스는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군대에 들어온 게 아니야. 확고한 신념을 품고 있었어…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돼.

그 당시 브루스가 그 장소에 머물러 수색을 계속한 이유를,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수없이 많은 비극을 목격하고, 수많은 사람을 잃었어…

시체투성이의 설원을 10km 행군했다. 토막난 몸뚱이가 나무마다 마치 주발처럼 늘여있었지.

 

시릴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람의 목숨 따윈 대단한 가치도 없으니 말이다.

 

와타나베

……

그래도,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어. 브루스가 그 때 왜 머물렀었는지를.

구조체라면… 한 기로도 많은 침식체를 쓰러뜨릴 수 있고, 혼자서도 많은 사람을 지킬 수 있다. 그저 멍하니 세월을 보내고 있던 나도 구조체가 된 그 순간부터 신념을 품게 되었어.

전부 브루스가 알려준 거야.

훌륭한 친구였어.

 

시릴은 입을 다문 채 시선을 돌려 데스크 위의 파일을 집어 들었다.

 

시릴

너, 이번 수송정이 뭘 옮기는 지 알고 있나?

 

와타나베

설비와 보급물자 아닌가?

 

시릴

표면상으로는 공중정원으로의 보급물자라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높으신 분과 그 재산이다. 그것들을 우주로 옮기는거야.

 

와타나베

……

 

시릴은 파일을 와타나베에게 던져 넘겼다.

 

시릴

봐라. 탑승자와 적화 목록이다.

 

와타나베

지구정부 행정대신(大), 금융청(庁) 장관, 제50구부터 72구의 관리관…

도시박물관 일급소장품 272점, 이급소장품 360점, 사설 화랑의 콜렉션과 그 오너… 거기다 지구정부이민성(省) 주임대신(大)? *

*행정조직관련 용어는 그냥 일본 한자어를 직역하였음

 

시릴

인류존망의 위기 속에서 아직 그런 여유가 있을 줄은. 과연 공중정원이 아니신가.

 

와타나베

…공중정원의 입장은 미묘해. 혹시나 좋지 않은 계략을 꾸미는 자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 기밀 정보를 손에 넣었지?

 

시릴

잊었나? 나는 네 몇 배는 되는 시간을 군에서 보냈다고.

애송이. 이 놈들의 본성을 잘 알겠어?

자신이 목숨 걸고 따른 정부가 구세주인지, 아니면 꼬리 말고 도망칠 뿐인 겁쟁이인지… 잘 지켜봐라

 

와타나베

…충고 고맙군, 시릴 대위

그러나 나는 지구탈환전선의 군인이다.

군인인 이상, 명령에는 따라야만 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는 것뿐이다.

 

시릴

……

하하! 그건 그렇군, 애송이

 

 

#3 공항으로

등 뒤를 맡긴다, 시릴 대위.

 


하산

각처, 위치로 가라. 지금부터 시각 동기화에 들어간다.

 

시스템 음성

13시 52분 22초

13시 52분 23초…

유닛간 동기화 완료

 

하산

두 사람 다 준비는 됐나?

 

와타나베

등 뒤를 맡긴다, 할아범

 

시릴

훗, 시시하다고 졸지나 마라

 

하산

전원, 시각 동기화 완료. 그럼, 7분 후에…

 

(진동)



와타나베

!?

뭐지!?

 


구조체 병사

습격이다!!! 전원 경계!!

발사 구역에 침입자! 사령부, 명령을!!

 


당황한 인간 병사

적습이라고!? 경보는 안울렸는데!?

 

시스템 음성

경고. 본 작전 준비 구역에 침식체가 대량 출현. 제1게이트의 통신두절

즉각 방어 태세로 이행, 각 통로의 격리 게이트를 폐쇄. 각 유닛은 그 장소에 대기, 방위전에 대비하라

 

와타나베

작전은 어떻게 되지!?

 

당황한 인간 병사

바이탈 사인 미검출… 침식체다!!

 


시릴

얼빠진 자식이! 적이 코앞에 있는데 심장이 뛰고 있는지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

 

당황한 인간 병사

시, 시릴 대위!

 

구조체 병사

적은 수송정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하산

사령부, 자동 방어 시스템을 강제 종료해라

 

시릴

호오, 우리 의장께서는 무슨 생각이 있으신 모양이군

 

하산

수송정의 발진을 앞당긴다. 모든 전투원은 출격, 이륙 경로 주변의 적을 일소하라. 어떻게 해서든 ‘대거’를 띄워라!

 


시릴

애송이, 들었나?

 

와타나베

물론이지. 할아범, 정도껏 부탁해. 전투기와 달리 이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자칫하면 육탄전이 될 지도 몰라.

 

시릴

흥, 이쪽은 네가 아직 똥오줌도 못 가리던 시절부터 참호를 파고 있었어!

 

와타나베

지당한 말씀을. …그럼 솜씨 좀 보실까!

 

시릴

바라는 바다!

 

------------------ 전투 진입 ------------------

 


인간 병사

우와아아아!

 

와타나베

침식체는 벌써 내부까지 침입한 건가!?

강경돌파 하는 수밖에 없어!

 

------------------------------------------------

 


시릴

애송이, 꽤 하는데

 

와타나베

구조체는 원래부터 전투력이 높다. 나한테는 거기에 파일럿 기능이 추가되었단 것뿐이야.

 

------------------------------------------------

 


(침식체가 증식!)



와타나베

탑승할 수 있어! 시릴, 먼저 가라!

나는 활주로의 적을 정리하겠다!

 

------------------------------------------------

 


와타나베

이륙 준비!

 

------------------ 전투 종료 ------------------

 

 

#4 갑작스러운 습격

사령부! 왜 미사일 공격이!?

 


와타나베

핫ㅡ

죽어라!

 

시스템 음성

파랑새 2호, 곧 이륙 궤도로 진입

 


시릴

애송이, 꽤 하는군

 

와타나베

하앗… 하아… 당신 덕분이지

 

시스템 음성

에너지 체크, 그린. 스테이터스 체크, 그린.

 

시릴

뒤쪽은 나한테 맡겨라


 

AWACS

경고! ……지직ㅡㅡ…… 록온 되었다!

 

시스템 음성

파랑새 2호, 발진까지 10초. 9ㅡㅡ

 

와타나베

대체 어떻게 된 거지?

 

AWACS

가속 궤도… 명중! 손상 레벨… 지직… 80ㅡㅡ

 

시스템 음성

파랑새 2호, 궤도 이탈. 상승 단계로 이행

 

와타나베

미사일!?

 

시릴

빨리 가라!

 

와타나베

왜 미사일이!?

 

시릴

우선은 수송정을 쫓아가!

임무를 잊지 마라, 지상의 싸움은 육지 놈들한테 맡겨!

 

와타나베

…알았다!

 

AWACS

……지직……거리, 경고…!

 

와타나베

왜 이런 순간에만 고장나는 거냐!

할아범, 그쪽은 어때?

 

시릴

ㅡㅡ너랑 똑같다

 

AWACS

……지지직……그극…… 경고, 경고, 록온, 록온되고 있다!

 

통신기에서 울리는 총성이나 비명에 섞여서, 희미하게 무선 소리가 들린다.

 

AWACS

긴급 액세스, 5분 전에 가속 궤도를 격파한 미사일은, 대거 2호기가 발사! 로그에서 확인!

대거 2호기의 IFF피아식별정보를 긴급 변경! 대거 2호기는 적성 기체로 확인! 반복한다! 대거 2호기는 적성 기체로 확인!

반복한다! 대거 2호기는 적성 기체로 확인!

경고! 경고! 수송정이 록온 되었다! 반복한다! 수송정이 록온 되었다!

 

뚝ㅡㅡ

통신이 끊기자, 주위는 정적에 싸였다.

 

와타나베

대거 2호기… 할아범…?

 

 


#5 얼음과 불의 협주

브루스를 위해서라도, 나는 이 땅에서 계속 싸우겠어!

 


와타나베

???

 


시릴

언젠가는 자기 소개를 할 셈이었다만… 그게 예의란 거잖아?

 

와타나베

어째서지…!?

 

시릴

진실을 세상에 전하고 싶을 뿐이다.

 

와타나베

진실?

 

시스템 음성

경고, 레이더를 검출

 

와타나베

기다려!!!

 

시릴

그래! 거짓투성이에, 고리타분하고, 더러운 진실을ㅡㅡ

 

시스템 음성

경고, 경고, 주 날개 손상, 연료 유출!

 

와타나베

시릴! 당신 대체 뭘 하고싶은 거야!

(젠장! 공격하지 않고서는 멈출 수 없어!)

 

시릴

와타나베, 정말로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와타나베

뭣…



시릴

너는 내 아들 놈의 죽음을 눈 앞에서 봤잖아? 친구였잖아? 그 녀석을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냐? 이 자식들을 용서할 수 있어!?

그 목록을 봤잖아? ㅡㅡ계속해서 싸우는 병사를 버려 두고 우주의 저편으로 도망치려 했다! 남겨진 병사에게는 명예는커녕, 무덤조차 없어!

병사를 업신여기고, 새빨간 거짓말을 늘여 놓으며 이용할 만큼 이용하지! 저 녀석들을! 너는 용서할 수 있나!!

저 자식들의 썩어빠진 정체를 폭로하고, 세상에 진실을 밝히겠다! 비켜!!

 

와타나베

……

…나는, 용서한다.

 

와타나베가 쥐어 짜낸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번져있었다.

 

와타나베

소중한 사람을 잃은 건 당신만이 아니야!

단 한 번도 브루스를 잊은 적이 없다!! 전우들 또한 그렇다!!! 누구 한 사람도 잊어버릴까 보냐!!!

 

시릴

2161년 1월 22일. 당시 주둔군의 과실로 인해, 북쪽 방위선이 침식체에게 돌파되었다. 현지의 전력 부족을 메꾸기 위해 당시의 용병부대 ‘오아시스’가 조직되었다.

오아시스 소대는 설원에서 1주일간 주둔하여, 교회에서 피난중인 민간인을 구출, 52명이 전사했다.

이게 공중정원의 시스템에 남은 오아시스 소대의 기록, 그 전부다.

 


와타나베

알버트. 동료들 사이에서 ‘녹발’이라 불렸었다. 언제나 민트 잎을 가지고 다녔던 가자. 그리고, 코츠. 코츠는 브루스와, 당신과 똑같이 아이레 섬 출신이었어.

저 목록은 말이지,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뭐, 나도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공중정원으로 피난하는 자 중에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퍼니싱 기술의 연구자이고,

그 다음은 저들인거야… 당신에게는 뭐든 변명처럼 들릴 지도 모르지만

저건, 언젠가 전쟁이 끝났을 때, 사회의 질서를 회복하고 인간의 문화를 계승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인재이고, 필요한 자원이다.

이 암흑의 시대에도, 우리에게는 미래를 바라보는 인간이 필요해.

그것이야 말로 ‘희망의 새’의 의의다.

 

시릴

……

…내 희망은…? 나처럼 내버려진 병사나, 지구에 남겨진 인간의 희망은?

네가 말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결정한 일이야.

 

와타나베

시릴 대위

브루스가 당신의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어

 

시릴

…뭐라고?

 

와타나베

우수한 공군병으로, 동경의 대상인 아버지라고. 브루스가 군인이 된 건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가까워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쟁으로 가족을 빼앗겨도, 브루스는 결코 누군가를 증오하진 않았어

브루스를 지키지 못한 건, 내… 인생에서 최대의 후회다.

브루스는 더 이상 없어. 그렇지만 그 의지를 영원히 계승하는 것은 할 수 있다. 나는 브루스를 위해서라도, 이 땅에서 계속 싸울 거야.

나는 브루스의 의지를 이어받는다.

그러니… 미안하다. 이번 작전을 방해하게 둘 수는 없어!

 

시릴

공중전에서 진 적이 없는 이 나에게 도전하는 건가… 좋아ㅡㅡ 와라, 애송이!!

 

와타나베

브루스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나도 간단하게는 지지 않는다!!

 

------------------ 전투 진입 ------------------

 


와타나베

시릴… 아군으로서는 든든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 방어 필드를 전개해둘까

분명… 우선 기동 버튼을…

다음으로 커맨드를 입력. 커맨드 코드: Contra

입력 완료 후에 확인을 다시 누르면…

적을 따라잡았다! 전투 모드로 들어간다!

쳇, 침착하게 커맨드 입력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나!

 


적전투기

시릴 대위! 지원하러 왔다!

 

시릴

너희들…

 

와타나베

동료가 있을 줄은…!

 

시릴

좋아, 진짜 군인과 풋내기의 차이를 보여줘라!



(시릴을 쫓아라!)


*히든 조건 만족 시

(패스워드 인증 성공!)

(장벽 에너지 전개!)

 

------------------------------------------------

 


적전투기

시릴 대위를 지켜라! 따라잡게 놔둘까 보냐!

비겁자들에게 심판을!!


(시릴의 공범자를 격파하라!)

 

------------------------------------------------

 

적전투기

젠장! 탄에 맞았다!

 

시릴

이제 됐다. 너희는 철수해라

 

적전투기

시릴 대위…

 

시릴

너희로는 상대가 안 된다.

 

적전투기

면목 없군…

 

시릴

와타나베! 이건 너와 나와 브루스의 싸움이다!!!



(시릴을 격파하라!)

 

------------------ 전투 종료 ------------------

 


AWACS

대거 1호기, 공중정원은 제28공군기지 발사센터의 제어권을 탈환했습니다. 응답해주십시오. 반복합니다. 응답해주십시오.

 


와타나베와 시릴의 전투기가 정면에서 교차하고… 떨어져간다

에이스끼리의 싸움은 잔꾀도 속임수도 통하지 않는다. 군청색 하늘에, 항로가 교차한다. 생사의 결착은 한순간에 난다.

찰나, 시릴은 배후에서 파열음을 들었다. 기체가 미사일 파편에 꿰뚫린 징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끝을 깨닫기에는 충분했다.

 


시릴

하하하…

 

와타나베

…!

 

시릴

브루스는, 군에서 제대로 잘 했나?

 

와타나베

…브루스는 항상 가장 우수했어.

 

시릴

너보다 우수했던건가. 그거 훌륭하군.

 

와타나베

시릴! 어서 탈출을… 아니ㅡㅡ

 

시릴

너는 자신이 믿는 것을 믿으면 돼. 네 정의를 관철해라.

 

와타나베

시릴!!



시릴

나는 용서할 수가 없어… 아니, 가장 용서할 수 없었던 건 나 자신이었는지도 몰라…

돌아가라, 애송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전하지 않으면…

우리가 싸웠다는 사실을… 부디 이 땅에 새겨다오…

 

 

#6 최후의 선택

와타나베. 공중정원을 대표해서 자네의 전인류에 대한 공헌에 감사를 표한다.

 


와타나베

부르셨습니까?

 

하산

뭐, 거기에 앉게. 일전의 철수작전에 관해서, 너에게는 전말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와타나베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하산

너에게는 알 권리가 있다.

 

와타나베

꽤나 신용 받고 있군요.

 

하산

…조사 결과, 시릴은 그날 나타난 항(抗) 퍼니싱 조직을 통솔하고 있었던 듯하다. 조직의 수장인지, 혹은 몇 있는 통솔자 중 한 명인지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

허나 그가 그 습격을 위해서 철수 작전에 파고 들어온 것은 틀림없어.

조직으로서는 아직 공중정원을 위협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자원부족 상황 하에 단기간에 저 정도의 전력을 모아서 습격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 줄은…

ㅡㅡ파랑새 2호가 무사했던 건, 자네 덕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네.

그 조직의 구성원은 대부분이 구정부의 병사다. 현 체제의 지휘계통에 대한 불신감을 품은데다, 시릴로부터 정보를 전해 듣고는 군에서 이탈했다.

이전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병력의 일부는 붙잡았지만 도주한 자는 아직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언젠가는 간과할 수 없는 위협이 될 지도 모르지.

 

와타나베

……

 

하산

그래서, 네 처우말인데. 파랑새를 무사히 호송한 공적으로 자네에게는 공중정원으로의 이적자격을 부여하게 되었다.

자네는 공중정원의 호위부대로 이전하여 다른 발사 기지에…

 

와타나베

저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산

뭔가?

 

와타나베

저는, 공중정원을 이탈하겠습니다.

 

하산

군법회의감이라는 걸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와타나베

이미 결정했습니다. 제 결단은 누구도 못 뒤집습니다. 의장님이야말로, 알고 계시지요?

 

하산

음, 그건 알지만…

어째서지? 시릴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와타나베

돌려 말하는 건 됐습니다. 조직에서 이탈한 지상 군사기지와 접촉할 계획입니다. 당신의 관심도 거기에 있지 않습니까?

 

하산

…나도 군인이다. 무슨 마음인지는 이해하네.

 

와타나베

그럼, 여러모로 편의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하산

구조체는 공중정원에게 지극히 중요한 전력이란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건가?

 

와타나베

……

금일, ‘폐기’ 기체를 지상으로 옮기는 수송정이 뜨는 듯하더군요.

여러분의 귀중한 ‘전력’은… 돌려드리죠.

제 초기 기체에 대해서는 알고 계실 터입니다.

 

하산

…확실히 자네의 초기 기체라면, 수송정에 잠입하는 것도 용이하겠지

…그런데 말이다, ‘귀중한 전력’이란 건 결코 의식이 없는 기체를 가리키는 게 아니거든.

뭐 됐다. 잘 알겠어. 허나, 마지막으로…

와타나베. 나는 공중정원을 대표해서, 자네의 다년에 걸친 수고에 감사를 전한다.

공중정원, 그리고 전 인류에 대한 이타적인 공헌에 진심으로 감사를.

 

와타나베

……

 

하산

그럼.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서로 살아 있다면.

 

 

#히든 오아시스를 찾아서

그는 황사에 발을 휘청이면서도, ‘오아시스’로 향한다.



6월의 태양은 사막의 오지에서 나타난 탈옥수처럼, 미친 듯한 열기와 메마른 모래폭풍을 휘감고 있다.

와타나베는 사막을 건너고 있다. 여름의 바람은 돌연 이성을 잃은 듯 모래를 말아 올려서, 어딘가의 바다에서 끌어온 짠내나는 바람과 폐공장의 가솔린 냄새를 휩쓸고는 모습을 감췄다.

와타나베는 희미한 화약 연기의 냄새를 느꼈으나, 그것도 다시 곧 메마른 여름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끝없이 계속되는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사막에, 와타나베는 서 있다.

역원장치는 공기 중의 퍼니싱 농도가 극히 높음을 미친 듯이 알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반대로 와타나베는 전에 없을 정도로 잔잔한 기분이었다.

 

와타나베

흥… 귀중한 오후의 휴식을 즐기겠다는데. 이 이상 방해하지 마라

 

와타나베는 손을 뻗어 머리의 역원장치를 건드렸다. 손에 닿은 날카로운 뿔은 심해생물이나 짐승의 뼈처럼 차갑고 딱딱하고, 그리고 쉽게 부서질 것만 같았다.

와타나베는 뿔을 꽉 잡고는 이를 악물고, 혼신의 힘을 다해 꺾었다.

 

와타나베

끄윽… 아…

 

공중정원의 관제 네트워크에서 강제이탈 했으므로, 와타나베에게는 통각 시스템을 차단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어차피 통각을 차단하려 한 적따위 한 번도 없었다. 공중정원에 있었을 때도, 자기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해준 것은 고통뿐이었던 것이다.

고통으로 인해 와타나베는 많은 것을 배웠다. 이것도 교관의 가르침이다.



와타나베

윽…

 

고통을 견디며 그대로 역원장치를 억지로 뜯어 내고서, 와타나베는 이마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순환액을 닦았다.

 

와타나베

흥…

이딴 목줄은 이제 필요없어

 

손바닥 위의 역원장치는 순환액투성이다. 와타나베는 손을 있는 힘껏 쥐고서 다시 펼쳤다. 손가락 사이로 조각조각난 역원장치가 떨어져간다.

와타나베는 그것을 돌아보는 일 없이, 조용하게, 확고한 발걸음으로 ‘오아시스’를 향해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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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면 와타나베 야인 스토리 보고 오시면 됨. 챈에 번역된거 있음

하산, 허슨 고민하다가 하산이 친숙해서 하산으로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