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오역 지적 감사히 받음




#1 당신의 이름

이것이 나 ㅡㅡ 루시아와 그 사람의 만남.

 


과학연구부원

의식 모델 로딩, 60%......

 

긴장한 모습으로 숫자를 읽는 연구자의 옆에는, 엄숙한 표정을 띤 니콜라가 서 있다.

 

과학연구부원

장관님, 정말로 계속 하시겠습니까? 이건 위반인 것이…

 

니콜라

잃은 것을 되돌리려는 것뿐이다. 게다가, 이 상황에서 그것을 공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학연구부원

그렇습니다만, 한 번 전례를 만들어버리면, 이후 다른 구조체도…

 

니콜라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의식 모델의 로드를 계속 해라!

 

과학연구부원

80%......

 

니콜라에게 재촉되어 숫자를 계속 읽어나가는 연구자는, 눈 앞의 단말을 조작하면서 투명한 수정체 너머에 있는 기체를 살짝 바라본다.

휴면 캡슐에 누워 있는, 적과 흑의 소녀. 척추에서 무수히 많은 코드가 늘어뜨려져 있다. 기계로 된 소녀는, 자신이 지금 막 얻으려 하는 혼의 주인을 모른다.

 

과학연구부원

미안하구나……

 

옆에 선 니콜라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연구자는 이를 악물고는 다시금 작업에 집중했다.

 

니콜라

이건 귀중한 관찰 대상이다. 자매 모두 승격자의 자질을 가진 개체… 어쩌면 퍼니싱 해명의 열쇠가 될 지도 모른다.

 

과학연구부원

90%에 도달. 장관님, 권한 인증을 부탁드립니다.

 

니콜라

권한 레벨 A로써 신 구조체의 기동 프로그램을 승인. 기체명은 ㅡㅡ 홍련.

 

과학연구부원

100% 도달, 기동하겠습니다.

 

날카로운 시스템음과 동시에, 기체가 기동하기 시작했다. 최후의 순환액이 체내에 도달하여, 소녀의 몸은 가볍게 떨리기 시작한다.

 

니콜라

루시아, 부디 인류를 위해 계속해서 싸워다오.

 

 


ㅡㅡ 그곳은 넓은 홀이었다.

주변에는 지구를 탈환하기 위한 인간 병기ㅡㅡ 자신과 같은, 군용 구조체가 늘어서있다.

군용 구조체가 되기 전의 기억 데이터는 애매하지만, 군용 구조체로서 받은 전투 훈련에 대한 것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훈련의 결과에 기초하여 게슈탈트 시스템이 여러가지 수배를 진행하는데, 그것은 배속처가 결정될 때까지 계속된다. 배속 후 실전에 투입되면 비로소 정식으로 복역을 개시한 것이 된다.

나는 루시아… 그레이레이븐 소대의 일원.

그레이레이븐ㅡㅡ 명칭의 유래는 불명. 관련된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내고 싶지는 않다.

 

지휘관A

어때, 눈에 띄는 부대는 있었어?

 

제복을 입은 집단이 다가왔다. 매칭 테스트를 하러 온 지휘관이다. 오늘 여기에 모인 구조체들의 소속이 정해진다.

 

지휘관B

괜찮아 보이는 건 몇몇 있었는데, 이상적인 편성이라고는 할 수 없겠어…

 

지휘관A

그런가… 여러가지로 생각이 너무 많은 것 아니야? 본부의 기본방침은 전력의 균등화고, 우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존재면 되는 거니까.

 

지휘관B

그건 알아. 그래도, 좀 더 ‘보장’이 필요해. 이제부터 실제로 전장에 나가는 거니까.

 

지휘관A

하하,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타입인가. 어쩔 수 없지, 조금만 더 둘러 볼까.

 

연달아서 각양각색의 인간이 지나쳐간다. 개중에는 이 장소를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구조체

경력은 잘 받아 보았습니다. 저희 부대의 지휘관으로 맞이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태평스러운 지휘관

당치도 않아. 내 전술에 가장 잘 맞다고 생각해서 지명한 것뿐이야.

그런데, 시스템에서 확인한 바로는 주작 소대에는 여성 구조체가 한 기 더 있을 텐데…

 

구조체

티파는 조금 낯을 가려서요… 죄송합니다, 나중에 인사하러 보내드리겠습니다.

 

태평스러운 지휘관

더 좋은 방법이 있어.

 

구조체

좋은, 방법…?

 

태평스러운 지휘관

너희들의 기지를 습격하는 거야. 티파도 거기에 있지?

 

구조체

엇, 그… 그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아닌지…

 

태평스러운 지휘관

이제부터는 ‘나쁜 아이는 놀래킨다’가 부대 규칙이다. 전원 정렬, 출격!

 

구조체

놀래켜…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주작 소대, 출격합니다!

 

지휘관A

저건 B반의 얼간이들인가. 이젠 더 이상 학생이 아닌데도 복도를 뛰어다니기는…

 

소대의 만남은 실로 제각기다. 그러나, 누구 하나 전장에 나간다는 불안함으로 얼굴을 흐리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나가, 어느 모로 보나 기쁨에 찬 표정을 띠고 있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이렇다 할 목적도 없고, 어떠한 기대도 품고있지 않다… 불안하고, 공허하고, 이곳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은 그저 그릇이다ㅡㅡ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눈치 채이지 않도록, 살짝 벽가로 물러났다. 태양처럼 강렬한 형광등의 빛이 불쾌해서 숨이 막힌다.

 

지휘관C

어이, 저 녀석…

 

지휘관D

온 건가! 전용 소대로 배치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한 인물이 방으로 들어왔다.

웅성거림에 섞여 ‘수석 졸업생…’이라는 소곤거림이 귀에 들어왔다. 수석 지휘관이, 오늘 여기에서 매칭을 하는 걸까?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자신은 그저 어제와도, 그저께와도 다름없이 여기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그저 기다리면 된다.

 


루시아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문다. 한 손으로 다른 한 쪽 팔을 잡고, 떨릴 것만 같은 신체를 억누르려 했다.

기계로 된 몸인데도, 인간과 똑같은 반응을 하다니.

상층부가 말하기를, 구조체의 의식 모델이 인간이라는 증거라는 듯하다. 이런 공포가 늘어날 뿐인 시스템, 가능하면 차라리...

 

???

그레이레이븐 소대

 

루시아

에?

 

자대의 이름을 불려서 놀란 나머지 고개를 든다. 눈앞에는, 똑같은 제복을 입었음에도 확연히 다른 사람들과 이질적인 기운을 풍기는 지휘관이 서있었다.

 

???

흠흠……

 


그 사람은 그레이레이븐 소대의 데이터를 얼추 훑어보고서 나를 바라봤다.

 

???

너 혼자뿐이야?

 

루시아

앗……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말이 ‘목’에 걸린 것만 같다. 긴 시간동안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않은 것으로 인한 시스템 에러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눈앞의 지휘관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계속 조용히 서 있다.

 

루시아

저…

저 혼자입니다.

 

소용돌이치는 불안, 그리고 기대. 간신히 뱉어낸 말에, 수 초간의 침묵이 이어진다.

 

???

…이거 우연이네, 이쪽도 혼자거든. 네 이름은?

 

루시아

루시아

 

내민 손을 잡자, 시스템 이력에 지휘관의 항목이 추가되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이름 ㅡㅡ (지휘관 닉네임)






#2 몽롱

지휘관에게서 배운, 많은 것들…

 


그 후로 나와 지휘관은 공중정원의 훈련 시설에서 여러 훈련을 했다.

전장에 나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대원이 부족한 지금 상황으로서는 공중정원에게 인정받을 수 없겠지.

 

지휘관A

어이, 저거 그 수석 아니야?

 

지휘관B

(지휘관 닉네임)인가. 태평하기는.

 

지휘관A

뭐라 하든 수석님이시니까 말이지. 저 구조체도 표면상으로는 적당히 맞춰주는 것뿐이고, 그대로 단숨에 사령부 소속이 되는 거 아냐?

 

지휘관B

다 차려진 밥상이란 건가. 한 명으로 구성된 소대를 고른 것도 출격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거군. 부럽기 짝이 없어.

  


사실무근의 중상모략. 그러나, 정작 그 지휘관이 반론하지 않는 이상, 대원인 나도 경솔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애초에 저런 말을 듣는 건, 지휘관이 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험담을 들을 때마다, 왜 다른 소대를 선택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어진다.

 

지휘관은 우수하다. 전장에 나간다면, 누구나 그 실력에 감탄할 것이다.

 

상층부에 지휘관의 매칭을 다시 하도록 신청하는 것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지휘관은 항상 같은 말을 한다. 마치 내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듯이.

 

지금 이대로가 좋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 속에 ‘감정’과 비슷한 것이 싹튼다.

 

‘어리광’이라고 일컫는 축의 감정을 감지한 나는, 반론을 삼갔다.

 

그렇다. 지휘관과 지내는 것으로, 나는 여러가지 ‘감정’을 배웠다.

 

구조체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었으니 ‘감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그래도, 지휘관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감정이라는 것을 배웠다. 모두가 말하는 ‘리셋’과 비슷한 것이다.

 

이따끔 지휘관에게서 받는 선물로 ‘기쁨’을 배웠다. 처음에는 임무의 보수라고 생각해, 개의치 않았지만…

 

곧 그것이 결코 포상 같은 것이 아닌, 지휘관으로부터의 ‘선물’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지휘관이 나에게 나누어 주는 것에, 마음이 설렌다.

 

이것이 ‘기쁨’이라는 감정이다. 지휘관에게 답례를 하고 싶었지만, 늘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냥 계속 웃어주면 돼.

 

…무척 어려운 명령이다.

 

‘슬픔’이라는 감정도 배웠다. 지휘관에게 향하는 중상모략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나는 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스렸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귀에 들리고 말아서, 내 의식의 바다는 심하게 술렁인다.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닌, 타인을 위해서 느끼는… 이것이 ‘슬픔’. 지휘관의 옆에 서는 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비방과 중상.

 

그래서 나는, 언젠가 지휘관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다.

 

그리고, 지휘관의 사고방식을 배워, 지휘관의 행동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인간과 구조체. 그래도 나는 좀 더 지휘관에게 다가가, 지휘관에게 가장 우수한 대원이고 싶다.

 

ㅡㅡ그래서 나는, ‘분노’도 배웠다.

 


구조체

루시아, 도전을 받아들이겠지?

 

루시아

이건… 무슨 뜻이죠?

 

그 날, 지휘관은 비번이었다. 나는 매칭을 기다리는 소대로부터 트레이닝 룸으로 불려 나갔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지휘관을 걸고 싸운다’고 말하는 것이다.

 

루시아

제가 진다면 지휘관을 당신들에게 양보한다…란 의미군요?

 

구조체

우리라면 언제든 전장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너 혼자인 부대로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

 

루시아

하앗!

 

구조체

설마!?

 

나는 망설임 없이 공격을 가했다. 양측이 무기를 손에 든 순간부터, 전투는 시작된 것이다.

 

구조체

이기기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는 건가!?

 

한 명을 쓰러뜨리자, 남은 구조체는 대열을 형성해서 일제히 무기를 들고 자세를 취한다.

 

루시아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은 그쪽이 아닌가요? 중과부적(衆寡不敵)… 이게 제대로 된 전투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구조체B

닥쳐! 이게 소대 전투의 기본 전술이다. 전원, 공격!

 

구조체C

알겠습니다!

 

나를 패배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상대따위 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그러나 지휘관이 관련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휘관이 나에게서 떨어지는 날을 맞이하는 것은 싫고, 다른 사람이 지휘관을 내기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싫다.

아까 쓰러뜨린 구조체의 검을 주워 대열로 파고 든다.

 

루시아

몇 명이 있든 상대가 안 됩니다. 지휘관은… 저의 지휘관입니다!

 




 

#3 그레이레이븐

나, 리, 리브, 그리고 지휘관. 그것이 ‘그레이레이븐’

 


니콜라

다소 상정 외의 일도 있었지만 구조체 루시아는 심사를 통과했다.

 

과학연구부원

장관님, 그건 즉, 그녀를 실전에 투입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니콜라

그렇네만

 

과학연구부원

리스크가 너무 높습니다. 조금 더 경과 관찰을 하는 편이…

 

니콜라

실제로 운용하지 않으면, 정확한 데이터는 얻을 수 없지 않나. 게다가… 청소부대가 있다.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과학연구부원은 조용히 끄덕이고, 수중의 단말에서 군용 구조체의 데이터를 읽어 들이기 시작했다.

 

과학연구부원

…그럼, 그레이레이븐 소대에 새로운 대원을 배속하겠습니다… …장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니콜라

보조형은 필수다. 거기에 장갑형도… 아니, 이 뒤는 쿠로노(黑野)의 상층부에 맡기지.

 

과학연구부원

쿠로노? 어째서죠?

 

니콜라

우리의 판단만으로는 공평성을 잃는다. 루시아에게 붙일 대원에 관해서는 그쪽에서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지도 모르니.

 

과학연구부원

알겠습니다. 대원을 확인한 후, 전 데이터를 장관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니콜라

음, 서두르도록.

 


모일, 공중정원 통로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다. 나는 긴장한 나머지, 기름이 다 떨어진 기계처럼 뻣뻣하게 굳어있다. 걸을 때마다 좌우의 손발이 같이 나오는 꼴이다.

모든 것은 수일 전에 지휘관이 받은 자료 탓이다.

 

사령부

사령부는, 여러 검토로부터 그레이레이븐 소대에 신규 대원의 보충을 결정했다. 또, 대원 보충 후에는 작전 임무에 배치하는 것으로 한다.

 

자료에는 그 외에도 여러가지 써 있었지만, 나는 제일 처음의 통지문에 못이 박혀있었다.

보충되는 대원은 2명. 나와 마찬가지로 지상에서의 작전 경험이 있는, 명백하게 바로 투입가능한 전력이다.

기쁜 한편으로, 그레이레이븐 소대의 앞날에 불안을 느낀다.

ㅡㅡ적어도, 기억 속의… 그런 일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만 하고 있어도 별 수 없다. 지휘관에게 불려, 나는 오피스의 문을 열었다.

 

???

앗…

 


오피스에는, 처음보는 구조체 2기가 있었다. 푸른색 남성, 분홍색 여성.

너무 단순한 말이지만, 그게 두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남성은 이쪽을 눈치챘지만 아무 반응없이, 조용히 오피스를 둘러보고 있다.

여성은 조금 진정되지 못한 모습으로 실내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따금 눈이 마주쳐도 바로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아래로 향해버린다.

개성이 넘치는 두 사람… 나와는 다른 타입이다.

지휘관도 그들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침묵을 누군가가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레이레이븐은 날개를 펼칠 수 없고, 우리들의 이야기도 시작되지 않는다.

그러니ㅡㅡ

 


루시아

여러분 처음뵙겠습니다, 루시아라고 합니다. 기종번호 BPL-01, 홍련. 그레이레이븐의 대장입니다ㅡㅡ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말을 하고 있는 동안, 의식의 바다의 상태가 크게 흐트러졌다.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부끄럽다’는 감정이 샘솟는다. 그래도, 어떻게든 끝까지 말했다.

다소 형식적인 인사를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자 문 앞에 서있던 지휘관이 박수를 쳐서,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해했다.

신 대원인 두 사람도, 그 분위기에 휩쓸린 모양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남성 쪽이었다.

 

기종번호 BPN-06, 이화. 리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뭐, 지금은 이제 그레이레이븐 소대의 일원이니, 넘어가겠습니다. 무기는 쌍권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투도 전술도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리, 이화. 데이터에 의하면, 나와 똑같은 진공형인 듯하다.

 

리브

다음은 저네요… 저기, 리브라고 합니다. 보조형입니다.

이전에는 화이트스완 소대에 있었습니다… 사용 무기는 부유포입니다. 여러분, 잘부탁드립니다.

 

번호는?

 

앗… 죄송합니다. 기종번호 BPN-08, 기체명은 식암입니다.

 

조금 주뼛대는 모습이었지만, 리브도 자기소개를 마쳤다.

 

화이트스완… 과연, 전략적으로 유명한 소대군요…

 

마치 정보를 분석하는 듯이, 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리브

으…

 

그로 인해 리브는 한층 더 불안해진 모양이다.


루시아, 리, 리브

우리들의 이름


홍련, 이화, 식암

우리들의 기체명


검, 쌍권총, 부유포

우리들의 무기


이것이ㅡㅡ 새로운 그레이레이븐이다.

 




 

#4 α(알파)

가끔… ‘루시아’를 떠올린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 기억은 결여되어 있다.

이전의 그레이레이븐 소대의 최후에 대한 기억이 없다. 떠올릴 수 있는 범위로는, 어느 날 갑자기 그레이레이븐 소대는 나 혼자가 되어 있었다.

이전의 지휘관도, 대원의 데이터도 발견되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나 밖에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그건 아니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전의 부대에서 그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지휘관이 선호했던 전술도ㅡㅡ

그 중에서도, 연계 작전은 예전 그레이레이븐 소대가 가장 자신있어 했고ㅡㅡ

 


침식체

ㅡㅡㅡㅡ!

 

???

어이, 여기라니까. 너네 어디가냐!

 

침식체

끼긱!

 

침식체를 유인하는 것이 특기인 히이로.

단거리 비행이 가능한 히이로는, 속도를 살려 적을 견제하면서 함정까지 유인할 수 있었다.

 

???

적은 저게 전부다! 남은 건 라이엇뿐이야!

 

루시아

네. 히이로가 돌아오기 전에 라이엇을 격파해 전 침식체를 소탕하겠습니다.

 

???

좋아, 맡겨줘! 가자, 무레나르!

그럼, 나는 왼쪽에서 갈게! 진은 오른쪽으로 돌아!

 

왼쪽은 무레나르, 오른쪽은 진. 두 사람은 진공형과 보조형의 장점을 겸비한 복합 구조체로, 전술에 맞춰 자유롭게 장비를 바꾸는 것이 가능했다.

 


라이엇

ㅡㅡ!!!

 

라이엇은 두 사람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후퇴했으나, 라이엇 단기만이 남은 시점에서 전투는 결착이 난 것과 다름없다.

 

무레나르의 기체에서 방출된 전자 로프가 라이엇의 뒷면을 돈다. 곧바로 진이 로켓포의 반동으로 가속해서, 로프의 끝자락을 힘껏 당겼다.

거대한 ‘트랩’은 수 초만에 완성되었다. 거대한 몸체 탓에 움직임이 둔하여, 순간적으로 회피할 수 없었던 라이엇은 그대로 전자 로프 위에 쓰러졌다.

 

라이엇

!!!!

 

라이엇의 전신에 전류가 달렸다. 아픔은 느끼지 못해도, 내부 파츠가 쇼트되면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어진다.

 

지휘관

루시아, 마무리를.

 

지휘관으로부터의 원격 통신이다.

지휘관이라고는 해도 인간이다. 위험을 수반한 작전 시에는, 안전한 관측 포인트를 확보한 후에 원격 지휘를 하는 것이 일반적.

 


루시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러한 작전에 익숙해져있다.

 

라이엇

ㅡㅡ!!!!

 

무레나르

잠깐, 왜 아직 움직이는 거야!?

 

퍼니싱인가. 전에도 퍼니싱이 숙주를 수복시킨 케이스가 있었지.

 

루시아

즉, 아까 전의 공격은 통했다는 소리입니다.

 

나는 검을 쥐어, 무레나르와 진에게 전자 로프를 놓치지 않도록 지시했다.

 

루시아

…이걸로 끝입니다!

 

--------------------전투 진입--------------------

 


히이로

루시아, 들립니까?

 

루시아

들립니다. 그쪽 상황은?

 

히이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라이엇과 싸우려는 듯하길래, 레이저 방출을 조심하라고 전해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루시아

레이저 방출, 말입니까?

 

히이로

금방 알게 될 겁니다. 아무튼 조심하시길. 저는 이대로 계속 도주하겠습니다.

 

루시아

알겠습니다.

 


(라이엇 토벌 개시, 레이저에 주의하라)

 


루시아

하아… 하아… ‘레이저’라는 게, 저거였습니까…

 

무레나르

뭐, 우리의 승리에는 틀림없겠지. 지휘관, 히이로에게 침식체 무리를 데려오게 합시다.

 

ㅡㅡ

 

루시아

지휘관?

 

--------------------전투 종료--------------------

 


라이엇

ㅡㅡ

 

눈 앞에는 잔해… 가까스로 동작하고 있는 시스템이 불길하게 빛을 발하고 있으나, 이미 라이엇은 철덩어리와 다름없다.

 


루시아

지휘관이 응답하지 않는 건 이상하네요. 무레나르, 진, 지금 바로 안전 포인트까지 철수합시다.

 

두사람에게 긴급 지령을 내려, 검을 수습하고 달려나간다. 그러나, 형언할 수 없는 위화감이 덮쳐,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루시아

무레나르, 진?

 

라이엇

ㅡㅡ

 

그곳에 있던 것은 라이엇뿐.

라이엇의 몸뚱이에는 변함없이 전자 로프가 감겨있다. 그러나, 로프를 잡고 있었을 터인 두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루시아

장난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서 나오십시오!

 

술렁거리는 마음을 지우려는 듯이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루시아

무레나르! 진!

 

설치한 장비 주변을 뒤엎어봐도, 두사람의 흔적은 없다.

 

루시아

그렇지, 히이로… 히이로의 채널은…

 

ㅡㅡㅡㅡ

 

루시아

…없어?

 

접속 에러라는 글자조차 표시되지 않는다. 그 주파수의 통화 채널에 접속하는 자도, 사용하는 자도 전무하다고…

 

루시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루시아

으…

 


니콜라

듣고 있는 건가? 리, 리브, 이상 2명의 대원에 대한 의견은?

이외에도 후보는 있다. 네 실력을 생각하면, 이상적인 편성이 실현될 때까지 대원을 계속 선발해도 상관없다.

 

눈 앞에 있는 것은 니콜라 사령관이다. 파일을 한 손에 들고 성가시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며, 대원에 대해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루시아

아니요… 그 두사람은 반드시 그레이레이븐 소대의 중요한 전력이 될 것입니다.

변경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적절한 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니콜라

…흥, 괜찮겠지. 그럼, 그들을 오늘부터 정식으로 그레이레이븐 소속으로 하겠다.

 

사령관이 떠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의식의 바다의 혼란으로 인한 답답함을 누그러뜨리려, 벽에 기대었다.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데이터에 혼란이 일어, 그 이상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다. 그대로 계속해도 지휘관을 만나기 수일 전으로 기억이 날아갈 뿐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추측은 가능하다…

기억 속의 루나가, 이전의 대원이, 지휘관이

…그들이 아는 루시아는ㅡㅡ

결코 내가 아니다.




 

 

#5 쌍검에 깃든 의지

모든 것이 후회로 젖어 있습니다만… 그렇기에 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시스템

의식 모델 정합화 진행중, 기체 각 프로그램에 접속

 

격렬한 전투음과 파괴음이 울리고 있다. 앞길을 막는 침식체를 피하면서 나는 의식 모델의 정합화에 집중했다.

‘이 기체는 최종 조정을 끝내지 않았다.’

‘나중에 이 데이터들을 읽어 들인다 해도, 너에게는 다른 인격이나 마찬가지 일거다.’

즉, 이 싸움의 끝에는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떠올리고 싶다.

 


지휘관이나 모두와 함께하며… 정말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자아에 눈을 뜬 스프레이 머신. 분명 기계 시스템의 변이였던 거겠지.

인간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침식되어, 제정신을 잃어버린 주작 소대의 티파. 나도 리브와 마찬가지로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다면 원래대로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지휘관을 잃은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지금의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일격은, 최선의 전별이 되었겠지.



승격자에게 조종당한 장원의 기계들. 어느 기계든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쭉 그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지난날을 되찾을 그날만을,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안녕을 파괴한 승격자를 절대로 용서 못한다.

 

시스템

프로그램, 시그널 전술 모델ㅡㅡ 레드.

 


사막을 빠져나가며, 와타나베가 이끄는 망각자와 만났다.

그도 또한, 내 기억에서 누락된 존재였다. 대체 나와 어떠한 관계였는지는 모른다.

와타나베의 작전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그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휘관이 공중정원의 인간이기 때문에.

단지 그뿐이다.

 


지하 도시에서, 한때 나와 루나를 돌봐주었던 수녀와 만났다. 퍼니싱으로 인해 뒤틀려 있었지만, 그래도 그 때 그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나’의 기억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그 사람이 없었다면, 나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시스템

프로그램, 시그널 전술 모델ㅡㅡ 옐로우.

 


카무이가 줄곧 숨기고 있었던 비밀ㅡㅡ 또 하나의 인격 ‘카무’에 대한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카무이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그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지휘관이 나에게 가르쳐온 것.

혼자서는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 나는 모두와, 지휘관과 함께 카무이의 곁으로 다가가, 그 양손을 꽉 움켜잡았다.

 


극지에서는, 또 하나의 나… 아니, 원래의 나와 재회했다. 그것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 아직 무서웠지만, 그 이상으로, 왜 그녀가 그렇게 되어버렸는지를 알고 싶었다…

우리는 대체 무엇이 다른 건지, 이해하고 싶었다.

 

시스템

프로그램, 시그널 전술 모델ㅡㅡ 그린.

 


극지에서 임무를 마치고 로제타의 기체를 회수하자, 다음은 우주 정거장의 작전으로 보내졌다. 우리가 진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퍼니싱도 진보하고 있다.

그리고 지상에 떨어진 이종중합체(異重合體)를 추적하여, 아딜레라고 불리는 조직과 만났다.

아딜레 사람들의 생활상, 그리고 그들 밖에는 할 수 없는 선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구룡의 배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가 똑같이 이 세계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자신을 위한 싸움, 상인, 구룡 사람들, 그리고 배를 지배하는 시스템…

모두, 스스로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으로 스스로 길을 선택했습니다.

 


시스템

기체 정합화 에러… 다시 시행해주십시오.

 

루시아

고치고 있을 시간은 없어!

이동하면서 의식의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ㅡㅡ 더는 망설이지 않겠어요!

 

시스템

심층잠행을 개시합니다.

 

--------------------전투 진입--------------------

 


루시아

방금 뭔가가 스쳐 지나간 느낌이…

그렇다 하더라도, 빠져나가지는 못하겠지요…

 

루시아

의식의 바다의 정합화를 위해 맞서지 않으면…

카무이, 크롬, 와타나베…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전투 돌입! 기억의 심층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라!)

(체력을 유지한 채 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루시아

청소부대, 비앙카, 카레니나… 기억 속에는 아직 그 밖에도 있어.

한때 대립한 적도 있었지만…

나는 지금, 당신들을 ‘동료’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또 하나, 계속 말하고 싶었던 게 있어.

카레니나. 당신은 나보다 훨씬 강해.

 

(전투 돌입! 기억의 심층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라!)

(체력을 유지한 채 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루시아

아이라, 소피아, 나나미… 즐거운 사람들…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고, 그리고 가르쳐주었어.

당신들에게 받은 것들을 지금, 힘으로 바꾸게 해줘!

 

(전투 돌입! 기억의 심층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라!)

(체력을 유지한 채 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루시아

리. 너무 생각이 많은 나머지 늘 시기를 놓쳐. 리브. 너무 상대를 배려한 나머지 걱정만 거듭하고…

당신 두사람은, 나와 똑같아.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해.

닮은 사람끼리이기에 비로소, 우리는 그레이레이븐이었어.

당신들을 뛰어 넘어, 저는 더욱 높은 곳으로 날아가겠습니다!

 

========== 히든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경우 ==========

 


알파

……

 

루시아

알파…

그렇네. 이건 당신의 기억이기도 해. 그러니…!

내 의식의 바다에서 사라져!

 

(알파와 전투)

 

========== 히든 조건 충족 시 ==========

 


루시아

그래, 아우… 당신이 내 최후의 망설임.

지금까지 쌓아온, 가장 소중한 것…

가능하다면, 나도 이 ‘기억’을 이후로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

그래도… 이 싸움에, 나는 전력으로 달려들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니……… 루시아. 부디 지휘관을 위해, 이 세계에서 사라져 주세요!

 

(아우와 전투)

 

--------------------전투 종료--------------------

 


시스템 인스톨 중…

 

정합화 성공

기체 상태: 안정

기억 데이터 확인 중…

 





기억 데이터 확인 완료

초기화 준비 중…

 

로딩 개시

 




 

#6 각오

아우, 내 칼날이 되어 주세요.

 


세리카

무사히 끝났습니다!

기체의 특수 모드도 문제없이 해방되었습니다. 시그널도 전부 정상 운용 가능합니다!

 


아시모프

설마, 이 정도로 잘 될 줄이야…

 


하산

그럼 바로, 신 전술 모드의 정보를 그레이레이븐 소대 지휘관에게 송신해주게. 최우선회선을 쓰도록!

 

세리카

알겠습니다!

 

아시모프

이 싱크로율이라면 기체의 작전능력에는 아무런 불안함도 없지만, 걱정되는 것은…

 

하산

나머지 기억의 소실률인가?

 

아시모프

데이터가 완전히 소실되는 순간에 기체는 다운됩니다. 서버 다운은 회피할 수 없는 데다 돌이킬 수 없어요. 즉, 그 때 적을 격파하지 못한다면…

완전한 실패로 끝납니다.

 


루시아

저는 지지 않습니다.

 

아시모프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루시아

여기가 어디인지, 그리고 당신께서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제가 지는 일은 없습니다.

 


세리카

루시아…

 

아시모프

………그러냐.

 


몸이 가볍다.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기체의 힘을 빌려, 동료가 열어준 구멍으로 파고 든다. 탑의 최상부를 향해서, 나는 날고 있다.

지휘관은 그곳에 있다. 모두가 그곳에 있다.

저 꼭대기에, 내가 갈망하는 모든 것이 있다.

 

루시아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지휘관 닉네임).

 




 

#히든 소중한 기억 (#5에서 이어짐)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숨겨진, 지휘관과의 대화.

 


(지휘관 닉네임)

너 혼자뿐이야?

 


루시아

저…

저 혼자입니다.

 

처음부터 줄곧 나 혼자였다.

고독이란, 이 세계에서 가장 흔해 빠진 것. 여태까지 말을 걸어온 모든 사람들을, 나는 똑같이 거절해왔다.

 

(지휘관 닉네임)

…이거 우연이네, 이쪽도 혼자거든.

 

루시아

에?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처음부터 그랬었는지, 아니면 내가 고개를 든 타이밍을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람은 웃고 있었다.

조금 부끄러워하는 듯한, 포근하게 웃는 얼굴.

그런 웃는 얼굴을 보여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루시아

당신은 수석이었죠? 그런 사람이 혼자일 리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내 기분 같은 걸 알 리가 없어!

 

(지휘관 닉네임)

알아.

 

루시아

무슨 의미…

 

(지휘관 닉네임)

같이 가자.

꿈이 있거든. 그렇지만 그건, 혼자서는 이룰 수 없어.

 

루시아

그럼, 다른 부대를 지명해주세요.

 

(지휘관 닉네임)

네가 아니면 안 돼, 고독을 이해할 수 있는 네가 아니면.

고독하기에, 사람은 사람과의 유대를 추구하는 거니까.

루시아, 협력해주지 않을래?

 

그렇게 말하고는, 그 사람은 손을 내밀어왔다. 악수를 청하는 것이겠지. 그러나…

 

루시아

이 부대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대원이 부족한 소대를 공중정원이 출격시키는 일은 없겠지요.

 

(지휘관 닉네임)

그럼 대원을 모으면 되는 것 아니야? 뭐가 됐든지 처음에는 하나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루시아

하나부터 시작…

 

(지휘관 닉네임)

그래,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야. 수석이라는 간판도, 경력도, 전부 다 버리고서

이제부터 시작될 지금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니까.

 

루시아

무엇보다도, 소중한…… 저도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나요?

 

(지휘관 닉네임)

물론이지. 약속할게.

 

루시아

당신은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건가요?

 


>> 퍼니싱을 소멸시키고 싶어.

>> 모두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 그걸 지금부터 생각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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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니싱을 소멸시키고 싶어 선택 시

 

  루시아

  퍼니싱을 소멸시켜…? 아직 그 본질조차 파악하지 못한 우리에게, 정말로 가능한 걸까요…

  …아닙니다. 당신을 따라 간다면, 분명…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눈앞에 있는 인간의 말에는, 자신이 흘러넘치고 있다.

  그리고, 그 말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결의 또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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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선택 시

 

  루시아

  모두의 웃는 얼굴…? 정말 이상한 분이시네요… 아니요, 실례했습니다.

  정말로 실현할 수만 있다면, 저도 모두가 웃는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모두가 웃고 있다니… 분명, 무척 멋진 세계겠지요.

 

  (지휘관 닉네임)이 말하는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그리고, 그곳에 있는 자신은 대체 어떤 존재인 것일까…

  그 때는 분명 나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닐 것이다. 혼자냐고 물어본다면ㅡㅡ

  ‘아니요, 모두가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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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걸 지금부터 생각할 거야 선택 시

 

  루시아

  지금부터…?

 

  잘난 듯이 말해 놓고서, 아직 아무것도 생각해두지 않았다니.

  내가 혼자서 서 있는 것을 보고서, 다가왔다. 그뿐인 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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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내밀어진 그 손을 잡았다.

그 손만은 절대,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