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구룡환성 ~ EX01 잠람서일 사이의 이야기


[BBS-1 월동준비]

난전의 끝, 오가는 밀담.

 


자밀라

철두철미하게 실패했네요.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와타나베

승격자 자체가 너무 강한 탓이다. ‘화서’는 빼앗겼지만… 적어도 이 도시를 지킬 수는 있었어.

 

구룡에서의 싸움을 끝낸 아딜레와 망각자는 각자의 거점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부하들을 쉬게 하면서, 양측의 리더가 향후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밀라

그렇다고 해도, 감사 받지는 못하겠지요. 구룡환성의 대부분이 폐허가 되어 버렸으니… 앞으로 엄청난 부흥 작업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커넥트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와타나베

공중정원을 이탈한 멤버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지휘관과의 원격 링크를 가능하게 하는 기계지… 그게 어쨌다는 건가?

 

자밀라

아무래도 공중정원은 그 장치의 소형화에 성공한 것 같아요.

 

와타나베

소형화… 설마 그 놈들, 또 대규모 작전 같은 걸 꾸미고 있는 건가?

 

자밀라

아마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중정원이 다음으로의 한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는 사실에는 틀림없습니다.

 

와타나베

그래서 따로 부대를 파견해서 구룡의 재건을 돕고있는 건가…

 

자밀라

이쪽의 정보는 이 정도예요… 그쪽은 어떻죠? 망각자의 리더님?

 

와타나베

착각하지 마라. 정보교환에 응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자밀라

어머, 내 열차에 무임승차를 하실 생각이신 걸까?

 

자밀라의 말에 와타나베는 항복한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와타나베

…내가 졌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쪽의 정보에 지금 와서 대단한 ‘상품가치’는 없어.

 

자밀라

그건 이쪽에서 결정할 일이에요.

 

와타나베는 자밀라에게 단말을 건넸다. 스크린에는 좌표와 거대한 붉은색 가위표가 표시되어 있다.

 

자밀라

이건?

 

와타나베

…승격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다. 녀석들의 다음 목표라는 듯하다.

 

자밀라

붉은색 가위표도 승격자를 가리키고 있어… 승격자가 승격자를 목표로?

 

와타나베

구룡환성의 주인도 보아하니 승격자 같았다. 승격자끼리 그다지 단결되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

 

자밀라

확실히 그럴 가능성은 있어요.

 


창유

만약 승격자가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거라면 바라던 바잖아.

 

차량의 정비를 마친 창유가 끼어들었다. 뒤쪽에는 공구를 안은 소피아도 있다.

 

창유

그나저나 다음 정차역 말인데… 워터파크로 하는 건 어때?

 

자밀라

워터파크?

 

창유

응, 그 뭐였더라… 이름, 이름이…

 


소피아

‘신성(晨星) 스튜디오 리조트.’ 황금시대의 기록에 따르면 영화를 테마로 한 개인 워터파크야.

 

창유

맞아, 그거 그거! 얼마 전에 소피아와 데이터베이스에서 봤거든! 그래서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얘기해서 말이지!

 

소피아

…가고 싶다고 말한 건 창유.

 

창유

소피아! 너도 안 갈거라고는 안 했잖아!

 

소피아

…전에도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신성 스튜디오 리조트’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선로가 놓여있지 않아.

 

자밀라

이상한 장소네… 와타나베, 그밖에 아는 건 없나요?

 

와타나베

이게 전부다. 승격자는 흔적조차 숨기지 않고 있으니 공중정원의 눈이 옹이구멍이 아닌 이상에야 조만간 알아채겠지…

 

자밀라

그래서 ‘상품’이 안 될 거라고 말한 거군요?

 

와타나베

그래… 승차 시간을 생각하면 슬슬 역에 도착할 시간이군.

 

자밀라

네, 다음 폐역에서 하차하는 것으로 괜찮으실까요?

이대로 쭉 열차에 머무르셔도 딱히 상관없답니다? 정리하면 빈 차량도 있는 걸요… 어떠세요, 여러분도 아딜레에 들어오시는 건?

 

와타나베

…농담도 참. 망각자는 독립된 조직이다. 타자에게 예속될 일은 없어.

 

자밀라

공중정원과 여러가지 일이 있었던 건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게 손을 잡지 않을 이유는 되지 못하죠.

 

와타나베

그게 문제인 게 아니야. 망각자는… 결코 집념과 복수를 위한 조직이 아니다.

 

 




[BBS-2 조각상]

화서를 손에 넣은 승격자는 다음 단계의 작전을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다.

 


세레나

……

 


롤랑

……


가브리엘

롤랑, 이 여성에게 흥미가 있는 듯하군.

 

롤랑

그야 재밌지 않아? 확실히 죽지는 않았지만 살아 있다고도 할 수 없어. 그녀는, 이런 상태로…

…자신이나 세계에 대한 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아주 흥미로워.

 


가브리엘

관찰은 나중에 해라. 루나님께서 부르신다.

 

롤랑

얼마 전 일 때문인가… 마침 잘 됐네, 나도 ‘신성 스튜디오 리조트’의 정보를 보고하고 싶었거든.

 


라미아

게슈탈트… 그 ‘화서’는 어떻게 할 거야? 기껏 손에 넣었는데 뒤로 미루게?

 

가브리엘

모든 것은 루나님의 뜻에 달려있다.

 

롤랑

화서에 대한 건 마음에 걸리지만… 루나님이 말하는 대로 하자.

라미아.

 

라미아

엣, 네, 뭐…뭐야!?

 

롤랑

들었잖아? 나와 가브리엘은 먼저 갈 테니 이후의 준비는 맡길게.

 

라미아

준비…?

 

롤랑

게슈탈트 이야기야. 우리가 손에 넣은 건 단순한 ‘열쇠.’ 중요한 건 본체가 있는 곳이잖아.

 

라미아

그럼, 루나님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는 거 아냐…?

 

롤랑

대답을 기다리기만 해서야 죽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는 꼴이 되겠지. 너도 ‘그 아이’처럼 되고 싶지는 않잖아?

 

라미아

……

 

가브리엘

그럼 부탁한다, 라미아.

 

가브리엘은 모자에 손을 얹고 정중히 머리를 숙이고는 롤랑을 따라 출구로 향했다. 두 쌍의 발소리가 멀어져 사라져간다…

 

세레나

……

 

라미아

쳇…

 




 

[BBS-3 승격의 의무]

 


가브리엘

롤랑. 바깥은 승격을 청하는 침식체로 넘치고 있다.

 

롤랑

정말이지. 개나 소나 승격할 수 있는 거면… 우리도 매번 쓸모없는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대도 그러네.

가브리엘, 항상 하던 대로 부탁해.

 

(전투 시작)

 

가브리엘

섬멸, 완료…


 

롤랑

응, 싹 깨끗해졌네. 갈까.

 

가브리엘

음, 루나님께서 이 앞에서 기다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