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구룡환성 ▶ 잠람서일 예고편 스토리 좌초 ▶ 이벤트 시나리오 한 여름밤의 꿈 ▶ EX01 잠람서일(그랑블루) ▶ EX01 히든



히든 EX01-1 쇼우메이

 


시설 안쪽의 연구실에서 초조한 듯한 발소리가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다.

 

쇼우메이

너무 늦어…

 

방 안은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어둑어둑하지만, 승격자인 쇼우메이에게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연구실은 아인형의 골조나 사지가 없는 것, 머리만 있는 것 등 불완전한 상태임에도 여전히 꿈틀거리는 기계의 잔해로 가득했다.

그 몸의 표면에서는 기게의 오일이나 순환액, 원료불명의 액체가 스며나오고 있었다.

잔해에는 여러 튜브가 연결되어, 그 체내로 활성제가 계속해서 주입되고 있다.

억지로 연명당하고 있다… 병적이고 미쳐버린 상태다.

기계의 잔해는 남은 관절을 움직여서 필사적으로 쇼우메이의 곁으로 기어가려 하지만, 기계에 연결된 케이블이나 튜브 탓에 도달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연구실의 벽 너머로 침식체의 포효나 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벽을 두들긴 침식체는 벽에 흐르는 전류로 사지가 불타고 있을 것이다.

완전히 불탄 사지의 붕괴와 재생을 반복하며 침식체는 벽을 계속해서 두들긴다. 어떻게 해서든 이 벽을 돌파하여 연구실로 들어가ㅡㅡ

ㅡㅡ연구실의 중앙에 선 쇼우메이, 그리고 그 손에 있는 붉은 전류를 휘감은 퍼니싱의 주사제를 손에 넣어야만 한다.

그런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 속에서, 쇼우메이는 어떠한 불안을 품고 있었다.

 

쇼우메이

이제 72시간이다.... 이런 실수는 처음이군…

……

만일을 위해서.

쇼우메이는 발길을 돌려 콘솔로 향해, 재빠르게 무언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쇼우메이

제70412차 실험기록:

70411회에 이른 실험은 모두 수격 실패. 승격 네트워크의 첫 선별에 의한 데미지는 최신식 설비와 개조 프로그램을 가졌더라도 버틸 수 없는 것이었다.

 

혼잣말을 하면서 쇼우메이는 주사제를 살짝 옆쪽에 두었다.

 

쇼우메이

뭐, 예상했던 바이기는 하지만…

실험체의 초기반응으로 추측해보면, 내 이론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

퍼니싱을 숙주에게 침식시킨 후, 적절한 환경 하에서 개조 데이터를 미세조정하면… 분명히 그걸 재현할 수 있어.

됐다, 최후의 기록 완료. 데이터 추출 개시.

 

시스템

익스포트 커맨드를 수신했습니다.

신분 증명: Dr. 쇼우메이

권한 레벨: EX+

익스포트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콘솔의 작동음을 들으면서, 쇼우메이는 연구실의 잔해의 옆을 지나쳐간다.

 

쇼우메이

실험체 No.65018, 너는 첫 선별을 오랫동안 버텼었지. 좋은 데이터를 제공해줬다.

실험체 No.63901, 같은 소대의 여러 구조체를 사용해서 만든 아인형. 우수한 기체를 결합했으나 그럼에도 첫 선별에 버티지 못했지.

 

쇼우메이는 마치 훈장을 자랑스럽게 세어 보는 군인처럼, 자신이 해체해서 승격 네트워크 접속을 시도한 실험체를 떠올리고 있었다.

 

시스템

데이터 익스포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스템 음성을 들은 쇼우메이는 콘솔 앞으로 돌아가 콘솔 상에 나타난 검은 입방체를 품에 넣었다.

기계의 작동음이 가슴에서 울린다. 소리가 멎자 쇼우메이는 옷을 정돈하고 신체의 이곳저곳을 움직여 기체의 작동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쇼우메이

모든 아름다운 것에는 끝이 있다. 이곳에도 작별을 고할 때가 온 것 같군.

 

쇼우메이가 최후의 커맨드를 입력하자 벽에서 몇 개의 기계 암이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에 연구실 안에 있는 모든 잔해를 더욱 산산조각으로 분쇄했다.

가까스로 살아있었던 기계의 잔해들은 완전히 단순한 쇳조각이 되었다.

 

시스템

지이잉…

 

한동안 계속 전자음이 났지만, 머지않아 콘솔과 모든 기계 암은 완전히 침묵에 잠겼다.

쇼우메이는 모든 활동이 정지한 것을 확인하고는 안경테를 가볍게 밀어올리며 연구실을 떠났다.

 

-


그대로 연구시설의 메인 복도를 걸어가던 쇼우메이는 갑자기 막다른 곳에서 멈춰섰다.

 

???

오랜만이네, 쇼우메이.

 

쇼우메이

여기에 오다니 별 일이군. 내 연구를 깔보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

후후후, 넌 정말 변함이 없구나.

 


막다른 곳의 오른편에서 나타난 남자는 거대한 체인 블레이드를 옆쪽에 놓고는 귀찮다는 듯이 벽에 기댔다.

 

쇼우메이

넌 변한 것 같군.

 

롤랑

뭐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니까.

 

쇼우메이

구룡전쟁의 보고서에서는 예상 밖의 사태는 미미했으며 거의 우리의 전면 승리라고 되어있었을 텐데.

 

롤랑

네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이니? 계속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연구만 하고있는 주제에.

아아, 그러고보니 너도 ‘승격자’였었나?

 

쇼우메이

…네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한마디 해 두지.

나는 루나 님에게 선별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승격 네트워크를 위해 움직인다는 입장은 일치할 터.

 

롤랑

흐음~ 꼬박꼬박 트집 잡는 점 같은게 점점 가브리엘 씨를 닮아가는 것 같아.

 

말을 계속하려던 쇼우메이를 막으려는 듯이 롤랑은 크게 혼잣말을 했다.

쇼우메이는 고개를 젓고는 아랑곳 않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쇼우메이

불평은 돌아가서 천천히 듣지. 지금은 새로운 연구로 바쁘거든.

 

그 말에 롤랑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들어 쇼우메이를 바라보았다.

 

롤랑

즉, 다음 임무에도 동행할 수 없다고?

 

쇼우메이

그래. 나는 실험 연구를 위해서야말로 자격을 부여받고 선별되었을 텐데?

 

롤랑

호오, 그런 거였어? 흐음.

 

쇼우메이

…뭐 됐다. 그러고보니 이전에 나한테서 빼앗아 간 장치는 어떻게 됐지? 다른 사람 앞에선 꺼내지 않은 것 같은데, 사용했다면 데이터를 넘기도록.

어차피 나는 연구자다. 이렇다 할 작전 능력도 없어. 치고 받는 건 너희들 같은 그런 쪽의 프로한테 맡기는 편이 좋을 테지.

 

쇼우메이는 롤랑의 앞을 지나쳐 모퉁이에서 왼쪽으로 돌아갔다.

 

롤랑

그렇구나~ 별다른 작전 능력도 없는 연구자 같은 게, 등에 총구를 들이밀어도 여유롭게 주위의 벙커를 원격조작해서 나를 노릴 수 있었단 거구나.

 

쇼우메이

…네가 그럴 마음만 먹었다면 난 벙커에서 노릴 새도 없이 죽었을 거다.

 

롤랑

…정말이지 방심할 수 없는 남자야.

 

쇼우메이

미안하지만 날 때부터 이렇게 생겨먹어서 말이지.

 

이 이상 롤랑과 얽히고 싶은 마음이 없는 쇼우메이는 안경테를 가볍게 올리고 그대로 걸어갔다.

본의 아니게 대화를 마친 롤랑은 체인 블레이드를 거두고 쇼우메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

 


가브리엘

아무래도 생쥐가 소굴에서 나온 모양이군.

 

롤랑

그러게. 근데 왜 이렇게 번거로운 짓을 하는 거야? 빨리 그냥 죽여버리면 될 텐데.

 

가브리엘

그래서는 녀석의 거점을 근절할 수가 없을 테니까.

 

롤랑

네 네, 알았어 알았다고.

 

정말이지 진절머리가 났다는 듯이 손을 저은 롤랑의 앞에 가브리엘은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롤랑

가브리엘 씨만 없었다면 아까 해치워버렸을 텐데.

 

가브리엘

그런 짓을 하면 넌 끝이다.

 

롤랑

흠… 그래서? 다른 애들은?

 

가브리엘

알파는 이미 떠났다. 나도 준비는 끝났다.

 

롤랑

아~아, 드디어 때가 왔어.

 

롤랑은 기지개를 펴면서 가브리엘의 옆을 지나간다. 가브리엘은 연구시설 건물을 바라보고는 머리에 쓴 모자를 벗고, 가슴에 대었다. 그리고 다시 모자를 쓰고는 롤랑의 뒤를 따라간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폭발음이 울렸다. 연구시설은 순식간에 붕괴했고, 불어닥치는 폭풍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펄럭이고 있다.

 

롤랑

그럼, 게임 시작.

 

 



히든 EX01-2 분골쇄신

 


롤랑

루나 님, ‘신성 스튜디오 리조트’의 조사가 끝났습니다.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에 의하면, 쇼우메이의 최종 목적지라는 것 같습니다. 단지…

 

루나

걱정할 필요 없어. 그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데다 어중간하게 배신할 의미도 없어.

 

롤랑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를…

 

루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롤랑의 이야기를 막았다.

 


루나

그 전에,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아.

 

루나가 의자 옆의 스크린을 몇 번인가 가볍게 터치하자, 통신이 연결되었다.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쇼우메이의 현재 위치 좌표입니다. 부디 좋은 사냥 되시기를.

 

중년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스크린의 화면이 변화했다. 커다란 붉은 마크가 북아메리카의 사막을 가리키고 있다.

그 장소의 전원이 좌표를 확인하는 것을 지켜본 후, 루나는 통신을 끊었다.

 

롤랑

루나 님은 무엇을 원하고 계십니까?

 

루나

…쇼우메이는 사라져 줘야겠어. 그래도 없애버리기 전에, 그가 가진 모든 비장의 수단과 연구자료를 확실하게 처분할 필요가 있어.

분에 넘치는 것을 손에 넣기를 바라면 무사히 지낼 수는 없는 법.

 

롤랑은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는 듯 체인 블레이드를 치켜 올려, 의자에 앉은 루나를 바라보았다.

 

루나

그러니, 가브리엘과 함께 쥐를 쥐구멍에서 쫓아내줬으면 좋겠어.

 

롤랑

네?

 

루나

편안하게 죽게 두지 않을 거야. 우리가 선택한 장소, 선택한 타이밍에 최후를 맞이하게 해주겠어.

그러면 너도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잖니?

물론, 그 전에 목적부터 달성해야 해. 알겠지?

 

산뜻하게 쏘아진 루나의 말에는 반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승격자들은 엉겁결에 순순히 따르겠다는 뜻을 표했다.

 

롤랑&가브리엘

알겠습니다.

 

루나

좋은 대답이야. 도중에 방해받지 않도록 알파가 쇼우메이를 현장까지 유도할 거야.

그 때까지 사냥터를 준비해서 조용히 기다리자.

라미아.

 

루나의 말이 거점의 휑한 공간에 울린다. 수 초 후, 롤랑과 가브리엘의 뒤쪽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라미아

네, 네…

 

루나

이걸로 전부 모였네. 각자 출발하자. 그럼, ‘신성 스튜디오 리조트’에서 봐.

 

롤랑

그리운 추억으로 가득한 땅에서 인생의 막을 내려 줄게, 쇼우메이.

 

-

 


가브리엘

목적지인 섬이다, 저기 보이는군.

 

롤랑

이거이거, 드디어 도착했나.

 

가브리엘의 말에 롤랑은 회상을 마치고 현실로 되돌아왔다. 멍하니 수면을 향하고 있었던 시선을, 자신이 탄 ‘보트’로 옮긴다.

 

롤랑

가브리엘 씨가 개조한 거였나? 꽤 빠른데. 디자인은 끔찍하지만.

 

가브리엘

외견보다는 성능이 중요하다. 애초에 이건 배가 아니라 이동하는 화약고니 말이지.

여기를 누르면 현재의 진로를 유지하면서 전진한다. 그대로 목표에 접촉하면 자폭하는 것도 가능하지.

 

롤랑

됐어, 됐다고! 가브리엘 씨랑 동반 자살이라니 절대 사양할래…

 

가브리엘

동반 자살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어느 서적에서는…

 

롤랑

…진짜로 재미라곤 없는 사람이네.

이제 됐어. 빨리 상륙하자. 최고의 무대를 공들여서 세팅해야지.

 

 

 



히든 EX01-3 잊혀진 땅

 

황야에 휘몰아치는 광풍이 모래먼지를 말아 올린다.

1km 앞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악천후 속, 모래 폭풍 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엔진 소리가 울리고 있다.

엔진 소리가 서서히 커지며, 커다란 검은 바이크가 모래 폭풍 속에서 튀어나왔다. 하늘 높이 도약하는 바이크에 탄 것은 붉은 옷과 백발의 소녀ㅡㅡ

바이크는 공중에서 호를 그리고는 착지하여, 급브레이크로 인해 대량의 불티가 흩뿌려진다. 지면에는 검게 탄 타이어 자국이 남았다.

이윽고 바이크는 폐허의 앞에서 완전히 정지했다. 바이크에서 내린 소녀는 검을 손에 쥐고, 폐허를 향해서 걸어나갔다.

 


알파

여기는…

 

폐허의 중심지에 선 알파는 빙 둘러서 주변을 관찰했다. 바이오닉 동물의 잔해가 대량으로 쌓여있다. 지면에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있고, 주변의 건조물에도 폭격된 흔적이 있었다.

 

알파

…인간끼리의 내분인가? 그런데 이런 화력이 지금의 지상에 존재한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어.

 

알파는 아직 손상 정도가 경미한 건물 앞에 서서 벽의 일부를 손으로 털고는 먼지에 파묻혀 있던 문자를 읽었다.

 

알파

제5차 아카디아 작전, 북미 발사기지

…내 기억이 맞다면…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 알파는 바이오닉 동물의 잔해더미로 향했다.

알파가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난잡하게 쌓여있던 잔해는 순식간에 산산이 흩어졌다. 잔해에 파묻혀 있었던 것은 구식의 수송기였다.

수송기는 포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캐빈의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다. 탑승자의 운명따윈 생각할 것도 없다.

수송기의 기체에는 동양의 가문의 문장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마치 과시라도 하는 듯 수송기 주인의 이름이 쓰여있다.

 

알파

슌스케… 그 녀석의 숙부, 였었나? …흥, 역시 그런 거구나.

쇼우메이의 복수수단은 평가해줄 만하지만, 선택을 그르친 건… 유감이야.

똥개를 에워싸고 있어봤자 먹이가 쓸모없어질 뿐인걸.

 

알파가 바이크로 돌아갈 쯤에는 모래폭풍이 가라앉고 있었다.

 

-

 


알파

여기에도 왔었구나. 그 발사기지의 관제 센터인가?

 

기지를 떠나 쭉 이동한 알파는 사막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의 건조물에 도달했다.

 

알파

생각한 것보다 추적이 편한데… 그 녀석, 제자한테 추격자를 따돌리는 방법도 안 가르친 걸까.

 

바이크를 멈추고 건물의 메인 게이트를 빠져나가려던 알파는 직전에 움직임을 멈췄다.

 

알파

벽과 문의 부식정도가 명백하게 달라… 문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어. 아무래도 쇼우메이가 방금 전에 열었단 것도 아닌 것 같네.

 

알파는 건물의 측면으로 돌아가서 건물의 그림자에 있는 말라 비틀어진 관목의 수풀에 숨겨진 여러 보급 상자를 발견했다.

 

알파

인간의 예비식량… 후후, 정성스레 이런 함정까지 준비하다니.

 

알파는 시선 높이로 검을 들어 올렸다. 검신에 반사된 빛으로 인해 공중에 거의 투명한 선이 떠오른다.

 

알파

구형 군용 트립 마인… 여기도 벌레들한테 점거되었단 소리구나.

?

 

그 순간, 메인 게이트 안에서 복수의 발소리가 울렸다. 알파는 검을 벽에 꽂아 도신을 이용해서 날아올라, 건물 정상에 몸을 숨겼다.

 


망각자A

안쪽은 어땠지?

 

“치마키”

침입한 승격자는 제압했다.

 

망각자A

왜 또 갑자기 승격자가…

 

“치마키”

나도 몰라. 안에서 아직 심문하는 중이다. 와타나베 씨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주변의 거점에 소집명령을 내리도록 지시하셨다.

 

망각자A

알았어, 안쪽을 보고 올게. 20-441소대의 생존자도 이쪽으로 향하고 있대.

 

“치마키”

알았다. 그런데, 이 바이크는 네 건가?

 

망각자A

바이크?

 

망각자 두 명이 문 앞에 있는 바이크에 의심을 품은 순간, 알파가 뛰어내려 두 사람을 칼등으로 쳤다.

 

알파

주인공을 빼앗길 순 없지.

 

알파는 검을 넣고, 관제 센터 안으로 침입했다.

 

-

 


건물 내에는 가는 곳마다 망각자가 있다. 알파는 그들을 피하면서 마스터 컨트롤룸을 찾아내서 슬쩍 안의 상황을 살핀다.

어둑어둑한 방안에서는 와타나베가 쇼우메이의 목에 단검을 들이밀고 있었다.

와타나베의 옆에는 몇 명인가의 망각자가 있다. 복장이나 장갑으로 봤을 때, 상당한 실력자임을 엿볼 수 있다.

그 중 한 명… 베소니다스는 한쪽 눈과 귀와 두피의 절반이 없었다.

19중대의 뼈대인 그 남자는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서 알려져 있었다.

카람, 16세. 올해 들어서 망각자에 들어온 신입이다. 와타나베가 장갑째로 거점 K-44에서 회수해왔다.

와타나베는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2km 떨어진 지점에서 쏜 단 한 발의 탄환으로 그의 뜻을 뒤집었다.

…아직 햇병아리지만 그녀라면 천국에 있는 아버지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일은 없겠지.

클라크. 노련한 병사. 역전의 병사이자 온갖 것들을 알고 있다.

그 식견과 인맥 덕에, 그가 있으면 어느 세력과도 우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쇼우메이

이봐, 진정하고 얘기를 나누자고. 우선은 그 위험한 총이며 칼을 내려주지 않겠나.

 

와타나베

승격자와 할 이야기 따윈 없어.

 

쇼우메이

정말이지 놀랄 일이야… 이 관제 센터는 아무한테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와타나베

이 세계는 너희들이 놀랄 만한 것들로 넘친다. 말해, 여기엔 뭐하러 왔지?

 

와타나베는 무기를 쇼우메이의 머리에 더욱 가까이 들이댔다.

 

쇼우메이

관제 센터 뒤쪽의 공항에 있는 비행기를 빌려쓰기 위해서…라고 말한다면 믿겠나?

 


베소니다스

이 자식, 우릴 깔보는 거냐!

 

말을 마치기도 전에 베소니다스는 순식간에 총을 재장전해서 쇼우메이의 관자놀이에 들이밀었다.

 

쇼우메이

…뭐 이러는 것도 당연하겠지…

 

와타나베

우리는 인내심이 강하지 않아. 목적을 밝히지 않을 거라면 이대로 방아쇠를 당길 뿐이다. 승격자 하나 죽인다 해도 디메리트는 없어.

 

쇼우메이

그런가… 역시 말로는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 거군.

 

쇼우메이가 말을 끝내자마자 돌연히 곳곳에 불꽃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원형의 로봇이 불꽃을 두른 것처럼 보인다.

 

와타나베

뭣… 엎드려!

 

와타나베는 쇼우메이에게 들이민 단검을 떼고, 옆에 있는 베소니다스를 밀쳐냈다.

각각의 불꽃이 연결되어 쇼우메이의 주위에서 격렬하게 폭발이 일어난다. 컨트롤룸이 자욱한 연기로 가득찼다.

 

와타나베

총원, 암시 고글 장착. 서로의 위치를 확인해서 3인 1조로 요격태세를 취하라.

 


클라크

그 자식, 도망쳤습니다! 감시 영상으로 봤을 때… 목표는 아마 관제 센터 후방의 공항입니다!

 

와타나베

쫓아간다.

 

망각자

알겠습니다!

 


기세가 오른 망각자가 건물에서 뛰쳐나왔을 때, 쇼우메이가 조종한 전투기는 이미 공중으로 뜬 후였다. 전투기는 담청색의 구름을 내뿜으며 더욱 상공을 향해 사라져가고 있었다.

 

와타나베

주기중인 전투기에 탑승해라. 추적한다.

 

망각자

알겠습니다!

 

???

…기다려.

 

망각자가 전투기에 올라타려던 바로 그때, 그 옆을 붉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림자가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곳에 있는 것들이 베여 나간다. 모든 전투기를 파괴한 그림자가 움직임을 멈췄을 때, 지면에는 부상당한 망각자들이 겹겹이 쓰러져 있었다.

 


알파

미안하지만, 저 녀석을 쫓아가게 둘 수는 없어.

 

와타나베

너는…

 

알파

오랜만이네.

 

와타나베

조금도 기쁘지 않은 재회로군.

 

알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와타나베

특수요격태세 전개. 이 녀석은 다른 승격자들과는 다르다.

 

알파

또 덤비려고? 환성 때의 일을 잊어버리신 걸까?

 

와타나베

그 반대다. 기억에 새겨졌기에 비로소투지가 들끓는 것이지.

그 전투로 인해 바뀐 것은 너희들만이 아니야.

 

알파

그래? 그럼, 그 솜씨를 한번 보도록 하겠어.

 

-------------------------전투 진입-------------------------

 


망각자A

방위진형 B19 전개.

 

망각자B

알았다.

 

#전투 페이즈 시작#

 

(계속해서 와타나베를 추격하라)

(와타나베를 격파하라)

 

#전투 페이즈 시작#

 


와타나베

지금이다!!

 

-------------------------전투 종료-------------------------

 

알파

나쁘지 않은걸. 계속 해봐.

 

알파는 재차 와타나베를 향해 돌진했다. 그에 맞서는 와타나베는 양손의 단검을 교차해, 알파가 내찌른 예리한 공격을 막아낸다.

 

와타나베

이번엔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지?

 

알파

딱히, 그냥 ‘사냥’하려는 거야.

 

와타나베

사냥…?

 

알파

그래. 사냥하던 중에 당신들에게 방해를 받은 것뿐.

 

알파의 힘이 풀어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와타나베는 단검을 쥔 손을 뒤집어 알파의 칼끝을 지면으로 내린 후, 칼자루를 딛고 위로 도약했다.

 

와타나베

그건 미안하게 됐군.

 

와타나베는 공중에서 몸을 돌려, 낙하하는 힘을 실어 알파에게 다음 일격을 가한다.

알파는 여유롭게 검을 들어올리면서 등뒤를 가드하는 자세를 취했다.

 

칼날과 칼날이 충돌하여 눈부신 불꽃이 튀었다. 힘이 길항하는 것을 느낀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알파의 팔에는 단검에 의한 열상이 생겨, 붉은 순환액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와타나베

왜 그러지, 사냥은 이제 끝인가?

 

알파

사냥감은 당신들이 아니야. 방해를 받았으니 그 김에 놀아준 것뿐… 아직 더 놀고 싶니?

그럼… 거래하지 않을래?

 

알파는 칼끝으로 겹겹이 쓰러진 망각자를 가리켰다.

 

알파

지금 바로 데리고 돌아가서 치료하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 지도 몰라. 놀이를 포기해준다면, 놓아 줄게.

 

망각자

까… 깔보지 마!

 

쓰러져있는 망각자 중 한 명이 기염을 토하며 알파를 향해 발포한다. 그러나 탄환은 그녀에게 닿기 직전, 단칼에 튕겨 나가버렸다.

 

와타나베

……

클라크, 부상자를 데리고 돌아가 치료해라.

 

알파

현명한 판단이야.

그럼 먼저 실례할게. 사냥감이 제대로 사냥터로 들어갔는지 확인해야 하거든.

 

와타나베

그 남자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알파는 등을 돌리고는 검을 집어넣고, 바이크를 향해 걸어간다.

 

알파

………거짓된 진실 같은 걸 좇기 때문이야.

 

망각자의 경계를 개의치 않고 여유롭게 바이크에 올라탄 알파는 와타나베에게 시선을 보냈다.

 

알파

‘놀이’, 덕분에 재밌게 놀았어.

 

와타나베

기억해 둬라. 이 다음에 망각자의 거점에 발을 들였다간 놀이로는 끝나지 않을 거다.

 

알파

후후, 기대할 게 늘어났네.


 

 


히든 EX01-4 신성 리조트

 


라미아

…여기가 쇼우메이의 목적지…?

 

가브리엘

그렇다. 이곳은 쇼우메이의 조부가 세운 프라이빗 워터파크 ‘신성 스튜디오 리조트’

 

롤랑은 가브리엘의 옆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파크 내부는 낡기는 했지만 보존 상태가 좋았다. 서비스용 로봇이 무인 상태인 원내를 방황하는 광경은 어쩐지 쓸쓸해 보이지만…

섬은 몇 년 동안이나 이 상태 그대로, 카리브해의 한구석에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창건 당시부터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장소. 유원지의 상공에 있는 전망대가 환상과 현실을 단절시키고 있다…

세계로부터 동떨어진 듯한 불안과 고독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그런 장소다.

섬 내부에 가득히 줄지어 선 시설들은 한때의 아름다운 기억의 실마리로써, 또한 문명의 역사의 한 조각으로써, 그곳에 무료하게 서있었다.

‘신성 스튜디오 리조트’는 변화해가는 인류의 시대의 증인으로서, 지금도 조용하게 주인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롤랑

완성된 후로 한 번도 사용된 흔적이 없네… 정말이지 유치하고 진부한 장소야.

쳐부수는 보람이 있을 것 같은데.

후후, 그럼 시작해볼까?

 


루나

이 워터파크는 보기보다 단순하지 않아.

 

롤랑 일행의 뒤쪽에서 루나의 목소리가 났다. 루나는 세 사람의 경례에 가볍게 손을 흔들어 답하고, 곧바로 다음 임무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루나

가브리엘.

 

가브리엘

예.

 

루나

지하에 가서 유원지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에너지 중추를 파괴해. 그곳에 쇼우메이의 목표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가브리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루나

롤랑, 너는 원내에 트랩을 설치해.

 

롤랑

맡겨 주시길. 이 게임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을 약속드리지요.

 

지시를 마친 루나는 공중의 거대한 전망대를 올려다보았다.

 

루나

라미아. 상공을 부탁해도 되겠니?

 

라미아

…노, 노력하겠습니다, 루나 님.

 

루나

이 건으로 주변 세력의 긴장은 더욱 강화될 거야. 그래도 우리의 계획은 결코 누구에게도 방해하게 둘 수 없어.

이곳은, 쇼우메이가 꿈에서 깨어나 영원히 잠들 장소…

그와 이 땅의 소멸은 배신자에게 간과할 수 없는 경고가 될 거야.

 

-

 

그렇게 말을 마친 루나는 유원지의 안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롤랑

쇼우메이의 모든 카드를 1장씩 내놓게 해서, 차례차례 파괴한다니… 루나 님도 꽤나 심보가 고약하시네.

 

라미아

그러게…

…그렇지, 저쪽에 전망대의 엘리베이터가…

 

가브리엘

우선은 가장 중요한 임무를 잊지 않도록 해라.

 

라미아

알고 있어… 전망대의 꼭대기에 도착하면, 착실하게 퍼니싱 농도를 컨트롤할 테니까…

 

가브리엘

그럼 나는 먼저 가겠다. 아까 전, 지하의 에너지 중추를 스캔했는데…

생각보다 꽤나 거대하군.

 

롤랑

그래도 가브리엘 씨라면 누워서 떡먹기잖아?

 

가브리엘

그렇지. 환성에서 입수한 그걸 쓴다면, 이 정도의 기계 개조 따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30분만 있으면 인간들이 말하는 ‘중재해구역’으로 변하겠지.

 

라미아

…실은, 오면서도 퍼니싱 농도를 높이면서 왔거든…

슬슬 바다의 침식체가 이곳으로 도착할 거야…

 

롤랑

오, 꽤 하는데?

 

가브리엘

멍하게 서있는 것 같더니, 벌써 일거리를 하나 처리하고 온 건가.

 

롤랑

비꼬는 거야? 난 아무것도 안하고 서있는 게 아니라 최고의 무대 세팅을 숙고하는 중이야…

…방금 건 농담.

 

가브리엘

뭐, 좋다. 지상은 맡기마.

 

롤랑

알고 있다고, 안심하고 지하로 가시길.

 

가브리엘은 지하의 에너지 중추로 향했다. 롤랑은 조금 짜증이 난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유원지의 안쪽으로 향한다.

 

-------------------------전투 진입-------------------------

 


롤랑

그렇지… 우선은 통로를 조성해볼까.

 

롤랑

우리 안의 생쥐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영 탐탁치 않으니까.

(지정 위치에 장애물을 배치하라)

 

롤랑

문은 닫았고

입구는 완전히 봉쇄시켰어.

 

롤랑

좋아, 이걸로 생쥐는 아래쪽으로만 갈 수 있겠네.

 


Mr. 화이트

침입자는 쫓아낼 것!

 

롤랑

아, 그렇지. 너희들을 잊을 뻔했네.

 

#전투 페이즈 시작# x2

 


롤랑

그럼 개조할 시간이야.

됐다, 개조 완료. 그럼…

 

롤랑

응, 조망은 괜찮네. 생쥐야 빨리 오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전투 종료-------------------------

 


루나는 광장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광장에는 거대한 상어 캐릭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의 좌대에는 동양풍의 가문의 문양이, 그리고 금색으로 ‘샥스삐’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루나는 벤치의 옆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본다. 샥스삐가 머리를 싸쥐고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익살스러운 구도다.

건조물의 장식으로 쓰이거나, 기념품 캐릭터로 쓰이거나, 워터파크 안에도 이 상어가 있었다.

 

루나

…너는 너를 귀여워해줬던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는 거구나.

 

루나는 샥스삐의 동상을 올려다보았다. 동상은 BGM으로 설정된 캐릭터송을 반복해서 재생하고 있다.

 


샥스삐

같이 놀자!

진저 브레드맨 정말 좋아~!

 

루나는 샥스삐의 노래를 왠지 모르게 그저 들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동상의 앞에 섰다. 동상에 손을 뻗어 가볍게 대자, 동상 전체에 붉은 전류가 달린다.

 

시스템

통신요청ㅡㅡ

 

루나의 팔찌가 전자음을 울렸다. 팔치에서 투영된 통신화면에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루나는 가볍게 터치해서 통신을 수락했다.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구룡환성의 뒷정리가 끝났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공중정원은 북극항로연합과 공동전선을 펼쳐 새로운 작전을 전개하려는 것 같습니다.

 

루나

지금은 멋대로 하게 두면 돼.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알겠습니다… 이렇게까지 수고를 들인 사냥이니, 부디 사냥감이 루나 님에게 만족스럽기를 바랍니다.

 

루나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죄송합니다, 주제넘은 발언이었습니다.

 

루나

네 정보원과 그 정보는 신뢰할 수 있어. 나머지는 그걸 써먹을 상대를 분간할 수 있게 되면 완벽하겠네.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그리 말씀하시니 송구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승격 네트워크를 위해 몸을 바쳐 임하겠습니다.

 

루나

흥…

 

루나는 통신을 끊었다.

발 아래쪽에서 울려오는 에너지 중추의 굉음, 그리고 점차 높아지는 퍼니싱 농도로 인한 공기의 떨림이, 쇼의 개막이 다가왔음을 전해왔다.

 

 



히든 EX01-5 입장

 

그 때, 롤랑은 관람차의 곤돌라에 누워 따분하다는 듯이 체인 블레이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손의 움직임을 멈추나 싶더니 벌떡 일어나 상공을 응시했다.

 


롤랑

미끼를 물었구나, 회색 까마귀 친구들.

 

한편 쇼우메이는 해변에 착륙한 전투기에서 내려 발빠르게 유원지로 오고있는 것 같다.

자초지종을 지켜보고 있었던 롤랑은 허리를 펴고 곤돌라에서 내려 쇼우메이 쪽으로 걸어나갔다.

 

롤랑

드디어 왔구나,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어.

 

-

 

롤랑과 카무의 전투 후

 

롤랑

그렇게 짖을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야.

 

롤랑은 몸을 돌려, 움직일 수 없게 된 카무를 곁눈질하며 우아하게 떠나갔다.

남겨진 카무는 대검을 지지대 삼아 서 있는 게 고작인 모양이다.

 

롤랑

그렇지, 이건 작별 선물이야. 아아, 답례는 필요 없어.

 

롤랑은 빙글 돌아보며 갑자기 카무를 공격했다. 방아쇠를 당긴 순간, 롤랑의 예상대로 카무는 아주 간단하게 탄을 피했다.

그러나, 그 한 발은 몸을 꿰뚫기 위한 탄환이 아니라 단단한 체인의 끄트머리였다. 빗나간 체인헤드가 카무의 뒤에 있는 벽에 박힌다.

 

롤랑

잘 있으렴, 시끄러운 아가야.

 

롤랑은 벽에 박힌 체인의 한 쪽 끝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체인은 순식간에 수축해서 그 반동으로 몸을 띄운 롤랑은 카무의 사정거리로부터 벗어난다.

공중에 떠오른 롤랑이 품에서 꺼낸 리모컨을 조작하자,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

 


롤랑

후우

 

롤랑은 체인을 손에서 놓고, 유원지 내에 착지했다. 그 얼굴에는 평소와 같이 재밌어하는 듯한 미소는 사라지고,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인해 신체가 떨리고 있었다.

 

롤랑

나머지는 맡길게, 거한 양반.

 

-

 

무시무시한 진동이 지면으로부터 전해져온다. 그 격렬한 폭발음조차도, 에너지 중추가 무한히 증식하는 이 굉음을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가브리엘

아무래도 롤랑이 목표와 접촉한 것 같군.

그렇다면 이제 곧 오겠지…

 

가브리엘은 몸을 감추며 숨을 죽여 쇼우메이를 기다린다.

 

-

 


쇼우메이

롤랑이 나타났다는 것은… 역시 들킨 건가.

그래도 공중정원이 롤랑의 발을 묶어주겠지.

따라잡히기 전에 실험을 끝낸다면 형성을 역전시킬 수 있어.

 

안경에 가볍게 손을 대며 혼잣말을 하는 쇼우메이는 에너지 중추의 제어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바로 양손으로 제어 패널을 조작하기 시작했으나, 다시 바로 손을 멈췄다.

 

쇼우메이

생산라인은 바로 기동할 텐데… 젠장, 긴 시간동안 사용되지 않아서 어딘가가 막힌 건가?

제기랄, 이대로라면 제 시간에 맞출 수 없어.

 

가브리엘

…미안하군. 네놈의 조부의 유산에 조금 손을 대었다.

 

그렇게 말하며 가브리엘이 쇼우메이의 눈앞에 몸을 드러낸다.

 

쇼우메이

누구냐!?

 

놀란 쇼우메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가브리엘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가브리엘

왜, 이곳에 왔지?

 

쇼우메이

……

 

쇼우메이는 시선을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가브리엘은 개의치 않는다. 가브리엘의 거구가 제어실의 출구를 막고 있어, 더는 도망칠 길이 없는 것이다.

 

쇼우메이

이유를 말하면 도와줄 건가?

 

가브리엘

…우문이로군.

 

쇼우메이

그냥 물어봤을 뿐이다.

…중재해구역으로 개조해준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가브리엘

그러는 편이 제어하기 쉬운데다, 관계없는 놈들의 침입도 막을 수 있으니.

 

쇼우메이

중재해구역에서 무한증식하는 기계는 우리에게 막대한 데이터를 제공해주었다. 아직 조정이 필요하지만 적당히 손을 대면 이곳은 세계 최대의 생산력을 자랑하는 기계공장이 되겠지.

기계개조에는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군? 너도 나도, 한계를 돌파할 힘을 추구하고 있지. 네 실행력과 나의 연구 데이터가 있다면, 실험의 속도가 60% 정도는 올라갈 것이다.

 

가브리엘은 한 손을 뻗어 제어실의 벽에 일격을 가했다. 묵직한 충격으로 인해 방 전체가 흔들린다.

 

가브리엘

약자여… 치졸한 시간끌기는 그만 두는 게 어떤가.

 

쇼우메이는 가브리엘의 말에 입꼬리를 무리하게 올려, 안경에 손을 대었다.

 

쇼우메이

아직, 누가 강자인지는 알 수 없지.

 

가브리엘

?!

 

그 순간, 갑자기 제어실의 바닥이 붕괴했다. 가브리엘은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못하여 부서진 바닥과 함께 에너지 중추의 바닥 깊숙한 곳까지 떨어져간다.

 

낙하하는 가브리엘의 눈에, 제어 패널 앞에 아주 조금 남아있는 바닥이 보였다. 쇼우메이는 그 공간에 서서 떨어져가는 가브리엘을 내려다보고 있다.

 

쇼우메이

조부께서 나에게 남겨준 유원지다. 비밀 장치가 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지.

그럼 이만.

 

떨어져가면서 가브리엘은 몸을 뒤집어, 칠흑의 강철 날개를 펼쳤다. 날갯짓을 시작하자 낙하속도는 서서히 느려져, 이윽고 완전히 공중에 부유했다.

그리고 팔을 들어올려, 지팡이를 위쪽으로 있는 힘껏 던졌다.

 

쇼우메이

…제기랄.

 

가브리엘이 던진 지팡이는 쇼우메이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뒤쪽의 벽에 꽂혔다. 강한 마찰풍으로 인해 쇼우메이의 인공피부가 찢어져 그곳에서 순환액이 점점 배어나온다.

 

쇼우메이

진정하고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방해꾼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가브리엘을 언뜻 본 쇼우메이는 재빠르게 제어 패널을 조작해, 콘솔에서 하늘색의 장방형 칩을 꺼냈다.

 

쇼우메이

그녀에게 맡기자.

 

쇼우메이는 가까스로 남아있는 바닥의 일부를 지나 제어실에서 나간 후 달리기 시작했다.

가브리엘은 떨어지는 바닥 타일을 피하면서 제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외투의 먼지를 털어 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곧바로 쇼우메이를 쫓는다.

 

-

 


쇼우메이

젠장, 폭발로 대부분의 출구가 막혔나…

 

쇼우메이는 달리면서 안경의 렌즈에 투영된 에너지 중추의 맵을 확인한다. 뒤쪽에서 나는 굉음이 설치해둔 트랩이 전혀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쇼우메이

아직 엘리베이터를 쓸 수 있어 다행이군.

 

가브리엘

……

 

쇼우메이

제기랄, 아까보다 더 가까워지고 있어.

포격 모듈 기동, 경비 시큐리티 해제. 빨리 저 괴물의 발을 묶어라.

 


침식체

ㅡㅡ!

 

쇼우메이가 지나간 복도에서 대량의 침식체가 나타나 가브리엘을 향해 일제히 공격을 가한다.

 

가브리엘

쓸데없는 저항이다.

 

가브리엘은 가볍게 몸을 틀어 덤벼드는 침식체의 공격을 피한다. 움직임을 멈춘 침식체를 복도의 벽에 내던져 숨통을 끊었다.

거듭해서 다른 1체의 침식체를 끌어올리고는 구체형태가 될 때까지 으스러뜨려 덤벼오는 침식체 무리를 향해 던졌다. 그 충격으로 대부분의 침식체가 쓰러졌다.

그 다음으로는 복도의 벽에서 대량의 기관총이 나타났다.

 

가브리엘

코스모스제 9735형 중기관총인가. 이 구경의 탄환으로는 나를 꿰뚫을 수 없다.

 

가브리엘에게 탄환의 비가 쏟아진다. 고속사격으로 인한 불꽃과 흰 연기가 좁은 복도를 가득 메웠다. 연기가 사라지자 벽에서 기관총은 사라지고, 파괴되어 방전되는 기관총의 좌대만이 남겨져 있었다.

가브리엘은 복도에 여유롭게 서서 쇼우메이가 도망친 방향을 쳐다본다.

 

가브리엘

현란한 해일에 의해, 모든 것이 끝나리라.

 

가브리엘은 잡아 뜯은 기관총을 버리고 복도의 끝으로 향했다.

 

-

 


쇼우메이

허억, 허억, 허억

 

쇼우메이는 서둘러 엘리베이터에서 뛰쳐나와 엘리베이터의 제어 패널에 필사적으로 커맨드를 입력한다.

 

시스템

데드록 프로그램 기동중, 데드록 완료.

 

조작을 마치고 엘리베이터가 사용 불가 상태가 된 것을 확인한 쇼우메이는 제어 패널에 기대어 주저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광장을 둘러본다. 광장의 모든 것은, 한때 조부께서 보여주었던 설계도와 일치했다. 중앙의 샥스삐 동상이 재생시키고 있는 노래가 들려왔다.

 


샥스삐

같이 놀자!

진저 브레드맨 정말 좋아~!

 

쇼우메이

허억, 허억…

 

몇 번의 심호흡으로 기분이 진정된 쇼우메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의 거대한 동상 앞으로 걸어갔다.

 

쇼우메이

제때 맞춘 것 같군. 남은 건 동상을 기동시켜서 도망칠 시간을 벌면…

 

???

도망치는 거야?

 

쇼우메이

뭣!?!?

 

엄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동상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쇼우메이가 잘 알고 있는, 두려운 목소리…

작은 땀방울이 인공피부에서 흘러나와, 신체 전체가 공포로 인해 떨린다. 생각할 새도 없이 쇼우메이는 몸을 틀어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롤랑과 가브리엘을 만났을 때 항상 역전의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었던 쇼우메이도 지금은 그저 도망치는 것 ㅡㅡ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가브리엘

왜 루나 님의 물음에 답하지 않는 것이지?

 

쇼우메이의 앞에는 어느샌가 가브리엘이 서 있었다. 쇼우메이는 아무런 반응도 못하는 사이, 배에 가브리엘의 묵직한 일격을 받았다.

쇼우메이는 힘껏 날려져서 지면에 널부러진다. 귓가에 들리는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것은, 종말을 알리는 발소리다.


 



 

히든 EX01-6 승격 네트워크

 


칭찬하고 있는 건지, 놀리고 있는 건지, 루나는 손을 뻗어 라미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라미아

루, 루, 루나 님…

 

루나

수고했어, 잘 했어. 물러나서 대기하고 있어줘. 전부 끝날 때까지 기다려.

 

-

 


루나

네 차례야. 이제 손에 쥔 패는 다 써버렸니?

 

쇼우메이

윽… 너희들에게 붙잡혀버린 이상 어떠한 패도 의미가 없겠지.

 

가브리엘

이 날이 올 것이란 건 알고 있었을 터.

 

쇼우메이

그래, 알고 있었고말고. 그러나, 당신이 숨기고 있던 진실에 닿기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엔 가치가 있었지.

 

그 말을 들은 루나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가브리엘은 무표정인 채로 쇼우메이의 머리를 들어 올린 후, 그대로 지면에 강하게 내던졌다. 충격으로 인해 지면에 균열이 생겼다.

 

쇼우메이

ㅡㅡ!

 

쇼우메이의 기체는 얼핏 보기에도 한계로 보인다. 끊임없이 튀는 불꽃은 기체의 수명이 다했음을 가리키고 있다.

 

루나

당신이란 사람은, 분수를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미지에의 공포와 경외심도 결여되어 있구나.

 

루나의 손가락 끝에서 붉은 전류가 내뿜어지며 쇼우메이의 신체를 덮친다. 격렬하게 경련하는 신체를 가브리엘에게 끊임없이 파괴되면서, 정신은 루나에 의해 강제적으로 고양되고 있다.

 

쇼우메이

허억, 허억, 허억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어렸을 적, 조부께서 정원에 벚나무를 심어서…

가족 모두가… 그 아름다움을 칭송했지.

 

가브리엘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쇼우메이는 고개를 숙여, 숨이 끊어질 듯한 와중에도 그저 계속해서 중얼거린다.

 

쇼우메이

그러나 나는 그걸 단 한 번도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지… 내 머릿속에선… 파괴하고 싶다ㅡㅡ 그 생각뿐이었다…

아름다운 정원에, 아름다운 꽃잎이 흩날려… 그렇게 나는 갈기갈기 찢기고…

결과가 어떻든, 모두 스스로 선택한 것…

내 행동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대가에 지나지 않는다…

 

루나

후후, 그래서 무엇을 찾았니?

 

쇼우메이

…승격 네트워크의……본질

힘을 받기 위해 단자를 개방한다… 접속의 기본은 그렇지… 그러나, 승격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선별되어, 승격자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야만…

승격자는 네트워크로부터 힘을 얻으면서… 그 고통을 계속 견디고 있지… 한 번이라도 선별로부터 누락된다면… 지성없는 침식체가 되어 버린다…

 

루나

그런 건 누구나 알고 있어. 네 연구는 그 정도밖에 안 되니?

 

쇼우메이

그럼, 승격자가… 네트워크나… 당신에게 선별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건 어떻지…?

 

가브리엘

?!

 

루나

‘자장가’

 

쇼우메이

그래… 그 실험에서 처음으로 인공적인 승격자가 탄생했지. 첫 선별에서 살아남아… 승격 네트워크에 접속한 승격자…

네트워크 접속 후에도 선별을 계속해서 버텨내… 다른 방법으로 탄생한 승격자와는 능력에서 현저한 차이가 발생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진실된… 승격자.

승격자ㅡㅡ 쇼우메이다.

 

가브리엘

허나, 그 실험은…

 

가브리엘이 루나의 귓가에서 속삭이자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가브리엘은 아무 말없이, 모자를 가슴 앞에 안은 채로 자세를 바로잡고 쇼우메이를 바라보았다.

 

쇼우메이

내 노력으로 인해... 드디어 당시의 실험 프로그램이 복원된다…

그 프로그램과 유원지를 이용하면… 더 많은 승격자를 만들 수 있어… 그렇게 되면, 그 끔찍한 첫 선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루나… 대량으로 탄생한 승격자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는… 알고 있겠지?

 

쇼우메이는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멈춤없이 말을 이어가는 그는, 루나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쇼우메이

양적인 변화는… 질적인 변화를 낳고… 양산된 승격자는 지상 최대의 세력이 되어… 거스르는 자는 모두 제거, 되겠지…

우리는… 힘을 합쳐야만 한다… 그래, 힘을 합치지 않겠나…

 

루나

이제 됐어!

 

쇼우메이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으려 했으나, 루나에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루나

정말 멍청하구나. 당신이 추구하는 진실 따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데도.

 

쇼우메이

그럴, 리는 없다… 난 분명히… 승격 네트워크로부터 은혜를 입었으니… 힘이 있어도, 쓸 수 없는 그… 수격자와는 달라…

 

루나

불쌍하구나.

 

루나는 쇼우메이의 앞으로 나와, 그 머리에 손을 대었다. 쇼우메이의 표정은 공포에서 흥분으로, 그리고 미혹으로 변했다. 최후에는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루나를 응시했다.

 

루나

봤지. 그 사람이 그곳에서,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쇼우메이

그 때는… 그래… 그렇다면, 그… 이상함도 이해가 돼…

 

루나

모든 건 어리석은 망상이야. 당신이 지금까지 한 실험은, 신기루 같은 것. 무저갱에 자신의 모든 걸 던져넣었을 뿐.

생각해본 적은 있어? 어째서 당신이 첫 선별에 통과했는지. 그건 말이지, 당신의 이상한 집착이 있었기 때문이야.

 

루나는 손을 떼고, 경멸의 눈빛을 쇼우메이에게 던졌다.

 

루나

인공승격… 흥, 자기만 즐거워하는 익살꾼 같은 거네.

 

그 말만을 하고는, 루나는 몸을 돌려 멀리 있는 공중정원 일행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상어 동상 앞에는 빈사상태의 쇼우메이만이 남겨졌다.

 

 



히든 EX01-7 근심

 

신성 스튜디오 리조트의 입구. 홀로 해변을 바라보고 있던 루나가 입을 열었다.

 

루나

무슨 일이야?

 


옆 건물로부터 롤랑이 뛰어내렸다. 부상을 입었던 기체는 간단한 수복 처치를 받은 모양이었다.

 

롤랑

공중정원 녀석들, 정리하러 갈까요? 제 쪽은 준비 끝났는데요.

 

루나

필요없어. 이번 목적은 달성했는걸.

 

롤랑

……

 

루나

공중정원이 ‘원흉’을 해결해준 덕에, 의식의 뒷정리도 끝났어.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웃음이 나는걸. 한동안 익살떠는 걸 보기 위해서라도 저들은 그대로 내버려 두자.

 

롤랑

하아… 알겠습니다.

 

이야기 도중, 알파로부터 통신이 왔다.

 


알파

곧 도착해.

 

롤랑

예정보다 좀 늦었네?

 

롤랑의 말에, 알파는 희미하게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파

도중에 조금 방해를 받았을 뿐이야.

 

루나

딱히 상관없어. 해변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알파

그래…

 

알파의 보고가 끝나자, 루나는 통신을 끄고 롤랑을 바라보았다.

 

루나

가브리엘 쪽도 슬슬 끝날 때쯤일지도 모르겠네. 배웅하러 가줘.

 

롤랑

알겠습니다.

 

그 후 루나는 알파와 약속한 장소를 향해 걸어갔다. 롤랑은 지시를 곧바로 이행할 생각이 없는 지, 그 장소에 멈춰선 채이다.

 

롤랑

루나 님의 그 표정… 내가 잘못 본 건가?

오늘 좀 이상하시네.

 


 


 

히든 EX01-8 잠시

 


알파

결과는?

 

루나

순조로워. 배신자는 세계에 배신당해, 어린 날의 꿈 속에서 죽었어.

쇼우메이의 결말은 좋은 경고가 될 거야.

 

알파

우리들은 모든 걸 장악하고 있다는 경고네.

…왜, 그다지 기뻐보이지 않는 거니?

 

루나

어?

 

허를 찔린 루나는 곧바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루나

아무것도 아니야.

 

알파

그래. 얘기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들어 줄게.

 

루나

…응.

 

알파

이번 목적은 무사히 달성… 다음은 어떻게 할 거니?

 

루나

……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루나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했다. 알파는 그대로 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여름의 바닷바람이 불어와, 해변의 코코넛 나무가 쏴아하는 소리를 냈다.

 

알파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여기서 잠시 쉬는 건 어때?

 


라미아

좋아…! 찬성…!

 

갑자기 라미아가 바다에서 기어나와 기쁜 듯이 박수를 쳤지만, 알파의 검이 목에 들어오자 곧바로 멈췄다.

 

라미아

히이이익!

 

알파

너한테 말한 적 없어.

몇 번이나 경고했었지? 내 주위에서 모습을 숨기지 말 것, 분위기 파악 못하고 갑자기 나타나지 말 것.

 

라미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이젠 안 할게요!

 

알파

그 말도 질리도록 들었어. 다리를 몇 개정도 베어내면 기억해 줄 거니?

 

라미아

꺄아아아악!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라미아는 루나에게 눈빛으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를 보고 있던 루나는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내어 웃어버렸다.

 

루나

후후후후

 

그 웃음 소리에 알파와 라미아의 움직임이 멈춘다. 루나는 고개를 좌우로 젓고는 말했다.

 

루나

언니의 제안이니 그렇게 할게.

공중정원의 증원이 올 때까지, 느긋하게 쉬자.

 

-

 

찔 듯이 더운 여름 밤. 바닷바람이 열을 띠어 해변에 있는 자들의 열기를 더욱 부채질한다.

공중정원은 해변에서 성대한 연회를 펼치고 있다. 그에 비해, 반대쪽의 산책로는 어쩐지 쓸쓸하다.

산책로를 걸어 가는 발소리가, 쓸쓸한 거리에 약간의 색채를 더한다.

 


라미아

드디어 긴장이 풀리네…

 

알파

그래? 평소랑 전혀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라미아

펴… 평소랑 다르게, 임무 같은 걸 생각 안 해도 되니까… 정신적으로 릴랙스하고 있는 거야!

그래도, 또 바로 다음 임무라 생각하니… 절망적이야…

 

알파

너, 감정 모듈이 고장난 거 아냐?

 

라미아

정상이거든!

…대체 왜 우리들은 저 포스터처럼 수영복을 입고 음식을 가지고… 해변에 누워 빈둥거리지 못하는 걸까…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절망 같은 건 하지 않을 텐데…

……

 

알파

뭐니?

 

라미아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눈 앞의 루나와 알파를 빤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라미아

둘이서 수영복을 입고 해변에 누워있는 모습을 상상해봤는데… 너무 무서워서 관뒀어.

 

알파

……

 

라미아

아아… 그렇게 생각하니, 수영복은 우리한텐 의미가 없지… 역시 수영복은 귀여운 인간이 입는 게 어울려…

 

알파

불꽃놀이라도 하든지?

 

라미아

…그것도 딱히 의미 없지만, 하자.

 

부정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 같은 라미아에게, 알파가 어디선가 주워온 불꽃놀이 도구를 건넸다. 라미아는 그것을 받아들고, 해변가로 달려간다.

 

알파

우리도 저 가게를 보러 갈까?

 

루나

뭐 원하는 거라도 있어?

 

알파

응.

 

알파는 끄덕이고는 루나를 데리고 산책로의 옆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점내의 선반에는 여러 사이즈의 샥스삐 인형이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샥스삐의 광고나 포스터가 붙어있고, 카운터 앞에는 ‘개점 기념 70% 세일!’라는 커다란 간판이 올려져 있다.

 

루나

상어 굿즈 판매점인가?

 


알파

상어만 있는 게 아니야, 봐.

 

알파는 샥스삐의 산 뒤쪽에서 개구리 인형을 찾아내, 루나에게 건냈다.

 

루나

얘는 대체 왜 어디에나 있는 거야?

 

알파

아무래도 괜찮지 않니?

 

루나

그건 그렇지만… 나도 언니에게 뭔가 골라줄게.

 

알파

딱히 필요 없… 아니, 알았어.

 

-

 


루나

이건 어때?

 

알파

어떻고 자시고, 그냥 옷이잖아.

 

루나

꽤 괜찮아 보여.

 

알파

루나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걸로 됐어.

 

루나

……

 


루나

언니. 만약 단순한 구조체로 돌아간다면,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알파

지금이랑 다를 거 없어. 뭐가 어떻게 되든지, 난 계속 네 곁에 있을 거야. 그저 그뿐.

애초에 그런 ‘만약’의 일은 있을 수 없어.

 

알파는 즉답으로 응했지만, 루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알파가 돌아보자, 루나는 발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언니를 바라보고 있다.

 

루나

그 ‘만약’이 이루어진다면?

 

알파

…쇼우메이의 연구?

 

루나

…그래.

쇼우메이는 연구의 일면밖에 보지 못했어. 그치만 그 연구에는 아직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또 다른 면이 있어.

그 끝에, 진정한 ‘근원’이 있어.

 

알파

……

 

밤은 깊어지고, 바닷바람은 피부를 찌르는 듯한 냉기를 품어 완전히 바뀌었다. 루나는 고개를 들어 옆에 있는 알파에게 말을 걸었다.

 

루나

언니. 나, 조금 지쳐버렸어.

 

알파

저기서 잠시 쉬자.

 

알파는 루나의 손을 잡고 산책로의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루나는 알파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는다.

저 멀리 해변가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해변가에서 여러 침식체들이 악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 같다.

 

알파

쇼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준비가 시작되는구나.

…조금 시끄럽네.

잠시 다녀올게.

 

알파는 칼집에서 검을 뽑아, 해변가로 향했다.

 

-------------------------전투 진입-------------------------

 


알파

…라미아한테 이 귀찮은 녀석들을 데리고 가라고 할 걸 그랬어.

후우, 어서 정리하고 돌아가자.

소리는 분명 이 근처에서 났을 거야.

 


Mr. 화이트

곧이어 쇼의 개막입니다! 꽃다발과 야광봉을 준비하는 걸 잊지 마시길!

없다고요? 그럼 나중에 비싸게 치겠습니다!

 

알파

어머, 너희들. 모처럼 휴가중인데, 조금 놀지 않을래?

 

#전투 페이즈 시작#

 


알파

거기 누구야!?

읏… 루나.

홀로그래프? …알았어.

우선은 눈앞에 있는 이것저것들을 정리 좀 할게.

 

#전투 페이즈 시작#

 


-------------------------전투 종료-------------------------

 

알파

미안, 시끄러웠니?

 

전투를 마친 알파가 벤치로 돌아오자, 루나는 잠에서 깨어 있었다. 알파의 염려에, 루나는 고개를 흔들어 대답한다.

 

루나

아니, 괜찮아.

 


알파

………뭐야?

 

루나

후후… 역시 어울리는 것 같아서.

 

알파

뭐, 질감은 나쁘지 않네. 검을 휘두르는 데 방해되지도 않고. 황금시대의 유명한 브랜드인 모양이야.

 

루나

그런 말이 아니야.

 

루나의 말에 알파는 조금 생각에 잠긴다. 곧바로 무언가에 생각이 미친 모양이다.

 

알파

…사진을 찍고 싶다면, 그렇게 말하면 되잖니. 몰래 찍을 필요는 없어.

 

루나

미리 말해버리면 이런 모습은 찍을 수 없는걸.

 

알파

그건… 그렇지만…

 

루나

시간도 늦었으니 돌아갈까?

 

루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의를 알파의 어깨에 걸쳐주고 왔던 길로 돌아간다.

 

알파

그래.

 

알파는 끄덕이고 상의를 입고는 루나의 뒤를 쫓았다.

 

-

 

루나와 알파가 떠난 후의 산책로에, 그늘에서 사람 한 명이 나타났다.

그는 두 사람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겨있다.

 


롤랑

……




그랑블루 히든 끝


숏스토리는 아마도 주말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