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도망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퍼니싱은 그 어떤 상처보다도 고통스럽습니다.


로이드

하지만 어째서인지, 전 여전히 살고 싶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흉측해진다 한들, 죽고 싶지 않습니다.


로이드는 유니폼을 찢어 오른손을 묶었는데, 그는 이미 감염으로 인해 떨리고 있었고, 깃창을 잡을 수 없었다.


로이드

정말 흉측하군요... 분명 저는 너무나도 나약하고 소심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싸우길 원하다니.


베라

살기 위해 싸운다는 건, 부끄러운게 아니야... 네가 잘못한 건 없지만, 난 널 죽여야 해.


베라는 로이드에게 시선을 보내며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었고, 

그다음, 날카로운 칼날과 창끝이 몇 번이고 부딫치고, 베라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베라

덤벼봐, 싸움으로 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나한테 보여주라고!


로이드

베라 아가씨!!


로이드가 포효를 하고는 깃창으로 베라의 다리를 찔렀다, 하지만 베라는 발을 들어 창을 밟았다,

온몸의 무게로 짓누른 깃창은 로이드의 힘으로도 쉽게 빠지지 않았다.


베라

죽어!


로이드가 머뭇거리는 순간, 베라는 그의 머리를 베었다.


로이드는 깃창을 둘로 쪼개, 쥐고 있지 않은 부분으로 베라의 공격을 막고는,

베라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비록 발길질이 제때 돌아온 검에 의해 막혔지만,

충격의 힘으로 인해 베라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베라

한 달 넘게 부지런히 연습한 것처럼 보이는데...


저번에 로이드가 베라에게 훈련을 요청했을 때부터, 로이드는 시간 날 때마다 베라에게 전투 기술을 지도해 달라고 요청을 했고,

지나친 훈련이 있다 한들, 로이드는 인내심을 가지고 훈련에 임했다.


베라

보조형 기체였으면... 어쩌면 너한테 으스러졌을 수도 있겠는걸.


베라의 손은 발길질로 인해 금이 간 타치(검)의 상태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였다,

하지만 로이드 역시 무기 절반을 잃어버렸다.


로이드

뭐... 어쨌든, 전 노력했습니다...


감염이 심해지면서 숨을 헐떡이던 로이드는 깃창으로 몸을 지탱했다, 

그 둘은 다음 타격이 두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둘은 암묵적으로 서로 이해한 듯 서로를 향해 돌진했고, 꽃비와 차가운 빛이 번쩍이자 둘은 다시 한 번 가만히 서 있었다.


로이드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검은 로이드의 가슴을 관통한 뒤, 맡은 일을 다 했는지 두 동강 나 버렸고, 중심을 잃은 로이드는 땅에 쓰러졌다.


로이드

이번에는 마지막까지 싸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베라 아가씨?



베라는 미소를 지으며, 로이드 옆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는, 살며시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베라

그럼...


로이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 있는 수첩을 꺼냈다.


로이드

베라 아가씨, 제가 비밀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베라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고, 지평선으로 점점 내려가는 석양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베라

흠...



로이드

사실, 저는 과거의 모든 '로이드' 이야기를 대본에 몰래 써서, 익명으로 예술 협회의 극장에 제출했습니다.


로이드

비록 '로이드'의 실체는 공개할 순 없지만, 언젠가는 이 연극을 통해 모두가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베라

정말이야?


로이드는 쑥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로이드

펜과 종이를 집어 들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드는게, 어쩌면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보다 저한테 적합할지는 모르겠지만, 

영웅의 운명으로 태어난 '로이드'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로이드는 심하게 감염된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이 팔은 그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일그러지고 변형되어 있었다.



로이드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 여전히 모두의 마지막 희망... 영웅이 되지 못했습니다.


베라

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지... 넌 저 구조체들을 구했어, 충분한 시간을 벌었고,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어,


로이드

정말... 사실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 수첩에 제 이야기를 남겨도 되는 건가요?


로이드의 동공은 빛을 잃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뚫려있었고, 순환액을 천천히 돌리던 에너지마저 마침내 소모되었다.


로이드

하지만, 아직 제 이야기는 최종 결말과는 거리가 멉니다.


로이드는 무기를 잃어버린 베라에게 깃창을 건넸다.



로이드

"불멸의 영웅 로이드는 강력한 적을 물리치고 전우들을 구했으며, 누구도 죽지 않았다."


베라

진부하고 비현실적인 결말이잖아...


로이드

하지만 만약에 이게 베라 아가씨였다면, 틀림없이 할 수 있습니다, 모두를 구하고, 살아남게 해주며 승리로 이끌어 주실 겁니다.



베라

어째서 내가 동의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일을 하면서 말이야...



...반응 없음.



베라

참나, 모두들 이렇게 혼잣말이나 하고, 묻지도 않고는 나한테 모든 기대를 걸잖아.


...반응 없음


베라

이 창 받아들이겠어, 타치(검)보다 이 기체에 적합한 무기니깐...



베라

하지만 나도 모르게 네 말을 받아들였으니, 내가 너의 의무를 이행하겠어, 그러니 넌 여기서 낮잠이나 자 둬.


.....


무인 수송기가 다시 이륙했다, 불어오는 바람은 다시 한번 방대한 양의 꽃잎을 말아 올렸고. 그 꽃잎은 로이드의 몸에 떨어졌다.

그리고 수첩의 최신 페이지에도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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