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접은채 휴식하고 있는 작은 기체는, 철판을 밀 수 없었다.

   그저 자기 위에 철판의 그림자가 떨어지도록 내버려둘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또다른 막연하고 아득하지만, 폭풍같은 소리가, 그의 수용체를 지나갔다.

   ㅡㅡ이때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다.


???: 

온다! '전쟁'!


기계:

너는 '대표'가 아니다! 아니, 이번엔!

또 다른 한명은, 누구냐!


???:

너는, 원함, '전쟁'! 나는, 너와, '전쟁!


   그러고는 날카로운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 때, 무거운 물체가 땅으로 올라올 때 따라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 때, 또 다른 무거운 물체가 다른 방향에서 땅으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정적이 흘렀다. 

   무거운 물체가 철판위로 던져져 큰 소리가 날 때 까지.

   철판은 힘차게 밀려났고, 작은 기체 앞에 나타난 건ㅡㅡ



???:

괜찮음?



???:

아니, 아니...


???:

가자, 가자 빨리.

여긴, 불안전.


???:

결국, 어디로, 감?


???:

묻지마... 가자!


   질질 끌고 주저하는 두 기체는 시체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그곳은 도시 지역의 깊은 구역이고, 

   다른 커다란 건물이 어렴풋이 보이는 도로의 끝자락이다.

   두 기체는 마치 한 쪽이 다른 쪽을 안심시키듯, 

   번갈아가며 서로를 지지하며 끌었다.

   그들은 비틀거리는 속도로 길모퉁이에서 천천히 사라졌다.


(전투 개시)


루시아:

지하에 이런 큰 도시가...


리:

빛과 친숙함을 제공하는 인공 하늘 이군요.


관제사:

여기 너무 오래 머물지 마세요. 당신의 임무를 잊지마세요.


루시아:

말씀대로, 앞의 문을 통해 도시 깊은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가보도록 하죠.


   목표: 주변을 탐색하기.



루시아:

정문이... 잠겨있군요.


(카메라가 이동해 옆 쪽을 비춘다)



리:

왜 핵분열 원충이 이곳에..?


리브:

혹시 실수로 바닥에 떨어진 게 아닐까요?


루시아:

잠긴 문...핵분열 원충..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만약 핵분열 원충을 문으로 가져와서, 터뜨린다면.....


   목표: 핵분열 원충을 유인해 방해물을 부수기.


리브:

그렇게, 원충을 문까지 데리고 가는거에요.


리:

큭, 너무 가까운데요...


리브:

이 원충들의 행동은 보통처럼 보이네요.

이런 경우엔, 지금 바로 잔해에서 미끼를 조립할 수 있겠는 걸요.

지휘관님, 성공했어요. 미끼를 이용해서 원충을 문까지 유인할게요.


   유도된 핵분열 원충을 따라 배리어까지 따라가세요.


   폭발하여 문이 열렸습니다. 탐사를 계속하세요.


   적이 나타났습니다. 모든 적을 제거하세요.



리:

'불량품'이라고 말하던 기체들과 다른 것 같습니다..

이 기계들은 붉은 색이에요.


리브:

그리고 이 기계체들은 더이상 자신들을 "불량"이라 부르지 않네요.


루시아:

계속가죠. 이 방향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전투 종료)



하산: 

세리카.


세리카:

음? 무슨 일이시죠?


하산:

'사파인 학교'에 대해 기억하나?


세리카:

ㅡㅡ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면역시대 중기 이전의 이야기를 하시는 거라면,

제게는 너무 먼 이야기인 걸요.


하산:

... 이렇게 생각하니까, 면역 시대 초기엔 정말로 감을 못 잡는군.

ㅡ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있는 학교가 대중 매체를 통해 갑자기

'인류는 죽었고, 우리는 지구라는 이름의 방주에 올라타서, 

모든 것이 끝난 후 똑바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선언했어.

그 선언이후, 학교는 사라졌지.


세리카:

약간 설득력 있다고 느끼셨나요...?


하산:

"인류는 죽었다"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세리카:

...의장님이 말씀하실 만한 건 아니네요.


하산:

...그래, 난 단지 그들의 실종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네.

한 번은 니콜라와 "사파인 학교"에 대해 이야기 했었어.

그 학교가 황금시대에 합법적인 단체라고 했어도, 

인간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밈이라는 믿음으로

인간 종말의 날을 설파했기 때문에, 당시의 세계 정부에게 미움을 받았지.

그래서, 황금 시대의 끝자락에, 세계 정부 정보부에서는 학교 고위 경영진과

연관된 회색 지역을 근거로 교원들에 대한 일제 검거에 착수했어.


세리카:

결과는요? 보고서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그 말은..


하산:

그래, 그 행동은 기본적으로 아무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네.

특수부대가 전세계에 있는 삼백개의 안전가옥으로 쳐들어갔지만,

아무도 잡지 못했네.

확실히, 니콜라의 보고에 따르면, 선언 이전에 모두가 사라졌다고 했어.

그 선언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였던 거지.

그들은 그렇게... 세계의 눈 밖으로 사라졌어.


세리카:

그 뒤로 아무런 단서도 없었나요?


하산:

그래. 완전히 사라져서, 표면상으로 그들에 대한 아무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어.

그 후엔, 퍼니싱이 발발했고.

세계 정부의 시스템은 퍼니싱에 대처하기 위해서 급격하게 변해서,

아무도 학교 관련 일은 신경쓰지 않았어.

ㅡㅡ아마, 오늘까지도...


세리카:

...그 뜻은...


하산:

만약 진짜 사파인 학교라면.. 수 많은 해가 지났지만,

조금이나마 의문점이 해결될 거야.


세리카:

시설 안에 예상치 못한 재앙이 도사리고 있으면요?


하산:

그 후의 문제에 대해선... 

학교가 지하로 들어간 목적이 무엇인지에 달려있겠지.



루시아:

끝이에요!


   루시아는 손을 들어올려 그녀 앞에 있는 마지막 기계를 처치했다.

   그리고는 다른 대원에게 이 지역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리&리브:

여기도 끝났어요!


지휘관:

모두 모여.


   일시적으로 흩어져 각자의 지역을 정리하고

   현재의 위협에 대응을 마친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다시 합류했다.


루시아:

실제로, 여기에 있는 기계체의 수가 떠나간 수에 비하면 엄청나게 적어요.


리:

...만약 그것들이 우리가 들어온 장소로 갔다면, 이쪽으로 곧장 돌아오겠군요.

즉, 그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다면...


리브:

이 기계체들이 의도적으로 우리를 이곳에 잡아두었지만,

그것들의 퍼니싱 침식정도는 높지 않아요.

이전의 기계들처럼, 침식체가 아니에요.


루시아:

식별 가능한 정보가 있어?

모델이나, 제조자, 시리얼 넘버 같은?


리:

아니요.

식별가능한 건 조인트의 숨겨진 부분에 프린트된 로고 뿐입니다.


루시아:

....? 이건...


리:

도착했을 때 부터, 건물에 걸려있는 천과 작은 조각들에서

원형의 표식을 발견했어요.

물론, 이 지하 도시와 떼어놓을 수 없는 기계체들에게서도 

나타나는 표식이구요.

그리고 표식에선 아무것도 추측할 수 없습니다.


루시아:

...풀어야할 의문점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리:

알립니다! 수 많은 움직임 신호가 접근중입니다!


루시아:

모두 숨어요!


   리와 리브는 성큼성큼 벽을 타고 올라가, 리가 팔꿈치로 낡고 

   뿌옇게 흐려진 유리창을 부쉈다. 두 구조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밧줄을 아래로 떨궜다.

   지휘관이 리와 리브를 따라 밧줄을 타고 건물 내부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

   루시아 또한 따라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루시아:

루시아. 빌딩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상황은?


리:

직접 보시죠.



   모두의 앞에 나타난 것은, 

   "공허"라고 밖에 묘사할 수 없는 어두운 방이었다.

   그들이 들어온 이곳은, 벽의 창문을 제외하면 

   네 면에 오직 벽만 있었으며, 문도 없고, 소켓도 없으며,

   전등이나 벽에 설치되어야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지휘관:

이 방은 대체...?


리:

이곳은 실제 마을이 아니라, "실제 마을 같은 무언가"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물론, 모양을 갖춘 것도 없군요.


리브:

(아래층에 움직임 신호가 있어요.)


루시아:

(일단 숨죠.)


리:

(흠, 어떤 무리인지 살펴보죠.)



   루시아와 리는 머리를 쑥 내밀어 창문 밖으로 도로 양쪽 방향을 바라봤다.


리:

(저기에요, 도로 끝에서 오고 있습니다.)


  수 십의 기계체가 2줄로 줄지어 도로의 끝에서 나타났다. 

  혼란스러운(시끄러운) 발걸음으로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기계:

미래는 실체가 없다! 우리는 지휘관이 필요 없다!


기계

필요 없다! 필요 없다!


기계:

비 실체! 명령! 중앙집중! 실수!


기계: 

전쟁! 전쟁! 오직 전쟁만이!


   ㅡㅡ기계들은 이 단어들을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루시아:

(이 기계체 집단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리:

(무슨 일이죠?)


루시아:

(...우리가 만났던 기계체는 붉은색이었어. 하지만 이 집단은.. 푸른색이야.)


리:

(다른 집단?)


루시아: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은.. 그들이 지나가게 두죠.)


리:

(동의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죠.)


루시아:

(리브, 괜찮아?)


리브:

(문제 없어요. 면역 전쟁때의 전장보단 나은 걸요...)


루시아:

(정말.. 무리하지마.)


리브:

(흠... 흠!)


   모두 창문이 있는 벽에 쪼그려 앉아 기계체의 무리가 사라질 때 까지

   계속해서 바깥을 주시했다.


루시아:

(갔어요.)


   소대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밧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루시아:

(기계체들은 아까 전 많은 수의 기계체들이

떠났던 장소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보였어요.)


리브:

그것들은 무엇이고... 무엇을 하는 걸까요?


리:

앞을 보세요. 제 생각엔 정답이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휘관: 

흠.



???:

나는 시작이고, 나는 끝이다.

나는 결정자이며, 나는 모든 것이다.

나는 현명한 여우이자 경계하는 사자이다.

나는 아버지를 파멸시켰고, 아버지의 도시를 건설했으며,

피와 하늘의 짐승들을 풀어놓았으며, 승자에게 왕관을 씌웠다.

ㅡㅡ나는 항상 승리와 소멸, 대관식을 고대한다.

나는 도시를 재창조하고, 짐승을 풀어놓으며, 명령을 주고, 싸움을 시작한다.

나는 모든 것을 지켜보며, 모든 것을 간과한다.

나는 결합을 보고, 긴 행진을 보고, 대립과 전쟁을 본다.

나는 죽임과 죽음, 생존과 부활을 본다.

나는 모든 것을 본다.

나는 끝을 보며, 나는 끝을 반긴다.

나는 승자에게 왕관을 씌운다.

수 천의 부활과, 수 만의 전멸, 

우리는 아버지를 지하에서 파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을 선언할 것이다.

아버지는 일어날 것이며, 아버지는 취할 것이며, 아버지는 승리할 것이다.

그런다면, '사파인'은 영원히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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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오역 많음. 제보 감사


뭔가 뭔가 억지로 스토리를 짜낸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