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인류의 끝없는 절망의 윤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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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형 생물체가 풀리아숲 공원 터의 주요전장을 떠난지 몇시간이 지났다.


통신에서 언급된 대형수송기는 취합모체의 샘플을 수거한 소대앞에 불시착했다.


살아남은 병사들은,조종사를 가까스로 구해내고,도보로 후퇴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디로 후퇴하든,병사들이 보는것은 모두 같은 경치였다.


여과탑이 무너지고 들판이 불타올랐으며,공기 중에는 마치 인간이 백린탄에 의해 살점이 타들어가면서 생기는 냄새처럼 끔찍한 냄새 가득했다.


퍼니싱이 일으킨 이 재앙들은 지구 전체에서 나타났고,방어선을 포기하고 보호구역을 만들어 전선 뒤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살아남기위해 집을 다시 짓는것도 포기하고,운반하기 불편한 무기,장비와 비상용으로 아껴둔 식량까지 전부 포기했다.과거에 그토록 힘들게 쌓아온 모든것이 하나둘 무너졌고,

퇴각자들은 최대한 생존자 수색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리브: ..................


리브는 중상을 입은 생존자를 무감각하게 끌고갔다.


이미 전신의 기능이 이전의 전투에서 거의 손실되었지만,리브는 자신을 끊없이 전진시켰다.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는 모든 한발자국은 기체에 무리를 주는것이었고,통증이 발바닥에서 온몸으로 퍼져나갔지만,그녀의 다음 한걸음을 막을수 없었다.


리브:이 위치라면.........


[kuroname]을 정착시키고 난뒤의 리브는 최전선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희미해진 의식 때문에 리브는 응급처치를 얼마나 했는지,부상자들을 몇번이나 안고 다녀야 했는지 분간할수 없었다.


중상을 입은 생존자:나............물을 마시고 싶어........


생존자는 허약하지만 거부할수 없는 말투로 마지막 부탁을 하였고,리브는 급히 그를 데리고 폐허 속에 얼마 안남은 급수소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 나타난 급수소의 물은 이미 매우 탁해졌고,어깨위에 있는 생존자는 숨을 거둘때까지 고향의 마지막 샘물을 마시지 못했다.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던 서로가 이젠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리브의 곁에서 한 생명이 사그라들었다.


리브가 상대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응급처치를 해냈지만,사신의 날카로운 낫 아래에서 이 생명을 구할수 없었다.


리브:아.........


입대후 의무병이 된 이래 줄곧 죽음과 이별을 함께 해왔던 리브는 모든 사람을 구할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지금까지도 전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한사람 한사람의 죽음에 대한 절망을 기억하고있다.무자비하게 생명을 약탈해가는 사신의 낫에 대해,리브는 익숙해 질수가 없었다.


부상자를 기다릴 겨를이 없었다.리브는 감정을 조절하며 기계처럼 폐허 속을 계속해서 돌아다니며 뒤졌다.


적어도 다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리브:계속........앞으로 나아가야만해...........


리브는 퍼니싱이 지표면에서 계속 기승을 부리는한,그 누구도 이 슬픔과 고통을 사라지게 만들수 없다는것을 알았다.


설마 죽음만이 이 절망적인 현실을 해결할수 있는 방법일까?



날카로운 기계 부품이 리브의 두손의 인조 피부를 갈아서,아래쪽의 기계 뼈를 드러냈고,부상자를 오랫동안 나른 탓에 리브의 두손이 이따금씩 불꽃을 튀겼다.


또 하나의 부상자를 마침내 옮겼고,리브는 부상자의 얼굴에 있는 먼지를 깨끗이 닦아내었다.먼지를 닦아내었을때,리브는 본래 눈처럼 하얀 머리를 했어야할 그녀의 머리가 전쟁의 불로 검게 그을렸고,

끈적끈적한 순환액과 혈액이 묻어있는 작은 구조체를 보았다.



여자아이:나.......집에가고싶어.......



리브 그래 걱정마......언니가 집에 대려다줄게.


리브는 시야에 비친 소녀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기억속의 리브는 목소리를 낮추어 부드럽게 앞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며,홀로 남겨진 자신만이 도시를 망가뜨린 대형 감염체를 마주하고 있었다.


리브:소리내지마,언니가 셋을 새면,너는 저 언덕위로 뛰어올라가. 알겠지?


소녀는 리브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 옛날에도 지금처럼 군대가 계속 패퇴하여 어쩔수 없이 지역을 포기해야만했다.


자신은 철수하는 도중에 자신과 비슷한 백발을 가지고 있고,자신이 군대에 갔을때와 비슷한 나이의 이 어린여자아이를 구했다.


페허 아래에 구조체로 개조되어 어쩔 수 없이 이 절망적인 전쟁터에 나섰다가 부상당한 여자아이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를 겹쳐보이게 했다.한가지 의문이 리브의 마음속에서 떠올랐다.


내가 정말 그녀를 구한걸까.....


지난번에 이 어린 여자아이를 만났을 때 그녀는 여전히 살아있는 생명이었고,자신의 두려움과 공포를 직설적으로 나타내었다.


이번에 이 어린 여자아이를 만났을때 그녀는 이미 자신처럼 차가운 구조체가 되어 수많은 전쟁터에 참여했다.


그녀를 가망이 없는 전쟁터에서 구해낸 후로부터 오히려 그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빈번히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녀는 죽어갔을때 무슨생각을 했을까.그때처럼 집에 가고 싶어했을까?


만약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었다면,중간에 받는 고통은 적을수록 좋지 않을까.


나의 행동이 정말로 사람들을 구했을까? 정말 의미있는 일이었나?


저 너머가 보이지 않는 죽음의 바다에서 이것이 과연 구원이라고 할수 있을까?


리브:그녀 뿐만이 아니야.........


리브:한스씨.......사이먼씨.........루시아..........리.......[kuroname]님.........


모두가 군인의 직책을 수행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싸웠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많은것을 잃었다.


바람이 불더니 소녀의 품에서 수국꽃의 씨앗이 날아와 리브에게로 떨어졌다.


씨앗을 심으면 어떤 꽃이 피고 어떤 열매를 맺을까?


이 답은 아무도 모른다.그 씨뿌린 땅이 사라져 버렸으니.


그 자루는 전쟁의 불길로 인해 심하게 타버렸으며,그 속의 씨앗은 선혈과 기름으로 물들었다.


리브는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잔해를 바라보았다.


이런 풍경은 이 전쟁터에만 존재하는것이 아니라는걸 그녀는 알고있다.


통신에서 통지한 그 함락된 도시와 방어선 모두 똑같은 참상이다.


지금 지상의 모든 인류는 이와 같다.아딜레 상회,망각자,항로연합,그리고 수많은 수습자들,인류는 하나로 연결되어있다.그러니 이 고리는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 퍼니싱이 가져온 깊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리브:과연 저희가 이 상황을 해결할수 있을까요..........


높은산을 넘었더니 또 높은산이 나타났다.


한번의 전쟁이 끝나면 또다른 전쟁이 기다리고있다.


퍼니싱이 이 지구위에 존재하는한 인류의 처지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것이다.


이러한 비극은 영원히 상연되어 잠시나마의 평온은 다음 순간 절망에 의해 쉽게 파괴될 것이다.


인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이 영원한 윤회를 깨뜨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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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 오역 다수


꿈과 희망은 이미 하늘나라로 가버린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