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실로 가는 문이 열렸을 때,

베라는 안으로 들어가려는 21호의 팔을 잡았다.




베라

(누군가 여기에 있어.)




베라는 입술만 움직여 말했다. 그녀는 손에든 손전등으로 땅을 가리켰고,

21호는 문턱에서 방 깊숙한 곳까지 순환액으로 얼룩진 지저분한 발자국들을 볼 수 있었다.




21호

...........




21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물러섰다. 

베라는 손전등을 끈 뒤, 앞장서 안으로 들어갔다.


희미한 빛이 방 깊은 곳에서 나왔고, 쥐가 책을 갉아먹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났다.


그들이 그쪽으로 다가갔을 때, 21호는 사람의 속삭임을 들었다.




???

..........어디, 어디에......

..........결국......여기......




베라는 칼을 뽑아 손에 쥐었고, 21호에게 오른쪽으로 진입하라는 신호로 윙크했다.

신호등에서 희미한 파란 빛이 방출 됐을 때,

데이터베이스에서 무언가를 찾고있는 하얀 코트를 입은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 옆에, 종이 문서와 많은 양의 빈 패스트푸드 캔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

........이것도 아니고......




그 순간, 남자의 얼굴의 큰 안경에서 빛이 반사되고, 칼날이 그의 목을 스쳤다.




???

으, 으악!!




화들짝 놀란 남자는 바닥에 엎어졌다. 동시에, 방의 불이 반응해 켜졌다.

인공적인 빛에 노출된 남자는 안경을 쓰고, 수염이 빳빳하고, 손톱이 안 다듬어져있고,

얼룩덜룩한 핏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

주, 죽..이지마..!


베라

다이달로스의 그물에서 빠져 나온 물고기인가?

꽤 오래됐을 텐데..왜 여기 계속 있지?




숨을 거칠게 쉬고 있는 남자는 얼굴에 비치는 빛을 손으로 가리려고 했고,

그의 입술의 양 끝은 계속해서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극도의 압박 속에 있는 것 같았고, 그들은 그가 패닉상태인지 흥분상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영혼은 더이상 정상이 아니었다.




???

너..쿠로노 수뇌부에서 왔나......


베라

내 질문에 대답해!


???

나..나...나는.. 여기서..


베라

남아있는 데이터, 갖고 있어?


???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난 못 찾았는데, 넌 찾았어? 어디있는지 알아?

말해줄 수 있어? 매우, 매우 중요해.... 난 필요해...


베라

....미쳤군.




21호는 불빛의 스위치를 켜고 베라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 남자를 경계하며 쳐다봤다.





베라

21호, 이 사람 알아?


21호

본 적 있어요.




그 남자는 부들부들 떨면서 손과 발로 그녀에게 기어가며 태연하게 중얼거렸다.

'21호'라는 단어를 들은 남자는 갑자기 큰 충격을 받은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머리를 들어 21호를 봤다. 그 남자의 입술은 더 강렬하게 떨렸다.




다이달로스 연구원?

21호.....21호, 너 21호야?

아가, 내 아가ㅡ




그 남자는 기름진 손을 뻗어 21호의 다리를 잡으려했다. 

그 전에, 협력 기체와 베라의 검이 그의 발 바로 앞을 막았다.


21호는 뒤로 물러섰고, 사나운 표정을 짓고 낮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냈다.




다이달로스 연구원?

나 기억 안나? 나 몰라? 난 네 아빠야!



21호

.........아빠........?


베라

뭐?




베라의 눈썹이 올라갔고 놀란듯이 21호를 쳐다봤다.




베라

너, 저런 미친 아빠가 있었니?


21호

몰라요...난...




21호의 감정은 다시 혼란스러워졌고, 강한 감정이 그녀의 가슴을 때렸다.

그녀는 호흡 곤란을 다시 느꼈으며, 입을 열고 말했다.




21호

......나는 저 사람 몰라요.



다이달로스 연구원?

21호, 21호. 네 엄마랑 내가 널 여기 보냈어! 너는 이 연구소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열악한 건강상태를 가졌었지.

그래, 그래서, 너는 살 수가 없어서... 네 엄마와 나는 여기로 보낸 거야...


21호

엄마...정말? 나는...


다이달로스 연구원?

당연히 정말이지! 네 엄마랑 나는 네가 자라는 걸 봤고,

수술로 인해서 네가 건강해지는 걸 봤어...

네 엄마가 가버리고 나서, 나만 남았을 때, 다른 방법이 없었어.

아빠를 죽이지마, 죽이지마, 알겠지?


21호

가버려? 가버리다, 죽었다는 거야?




이 메세지를 들은 21호는 무심하게 반복했다.

21호는 그녀 앞의 낯선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몰랐다.




베라

칫.....


다이달로스 연구원?

그리고, 내가 네 개조 수술을 했어! 나는 수술하는 걸 바랬고,

네가 완전히 건강해지는 걸 보는 걸 바랬어.

내 아가, 21호, 나는......



건강 해지다... 내 스스로의 손으로... 개조 수술...



베라

그만.




참을 수 없었던 베라는, 그 남자의 계속되는 초라한 태평을 방해했다.




베라

그녀가 네 아가라면서, 이름조차 주지 않은거야?


다이달로스 연구원?

이름? 그래... 그래, 네 이름... 네가 태어났을 때, 너에게... 오로라라는 이름을 줬어...




베라의 표정이 한 순간 일그러졌다.




다이달로스 연구원?

넌 믿지 못하겠지... 믿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네 아빠라는 걸 증명해줄 데이터가 있어.

쿠로노 수뇌부에 들어갔니? 

날 내버려둬. 쿠로노 수뇌부의 눈에 더이상 띄고 싶지 않아.

지금 네게 증명해줄 데이터를 찾아 줄게...


21호

필요 없어.




21호는 말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그녀의 심장을 막고 있는 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없애려했다.

이건 21호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21호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21호가 상상해본 적도 없는 것이다.




21호

내 이름은 그냥 숫자야.

21호가 내 이름이야.


베라

.....들었지? 내 팀원이 그딴 건 필요 없다는데.




베라의 검이 다시 그 남자에게 향했다.




베라

지금 꺼질래, 아님 내 칼이 피를 보길 원해?


다이달로스 연구원?

...내, 내가 나갈게.




그 남자는 서둘러 바닥에서 일어났고, 책상의 자료 더미를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자료실을 후다닥 빠져나갔다.




베라

흠, 쥐새끼. 시간 낭비했어.




베라는 무기를 다시 넣었고 21호를 힐긋 쳐다봤다.




베라

울고 싶진 않지?




21호는 고개를 저었다.




21호

21호는 가족 없어요. 21호, 안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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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넌 왜 그렇게 무심해... 너같은 사람은, 너는 정말로 다른 실험체들과 똑같아,

감정없는 괴물이야!

너 같은 살육 기계는... 여기서 나가도, 전혀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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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21호, 단지 주어진 일을 완수 하고 싶어요.




베라는 21호를 복잡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광고 용지 속의

'유니버셜 완구에서 만든 오로라 III 유니버셜 장난감'의 컬러풀한 문구로 휙 넘어갔다.


그 남자가 21호의 이름을 말했을 때, 그의 눈은 그곳을 보고 있었다.


그 사실이 정말로 베라를 역겹게 만들었다.



베라

가자, 아합이 준 정보에 따르면, 진짜 정보는 이곳에 있을 거야.

우리가 또다른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