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폭발이 일으킨 여파가 지면의 자갈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단말기에서 쉴 새 없이 깜박거리더니, 마지막 감염체 신호가 완전히 꺼졌다.

시스템: C구역의 감염체 신호가 완전히 소멸되었음을 확인하였으며, 이번 공동 청소 작업은 완료되었습니다.

시스템: 사상자 상황을 점검 중이니, 수송기는 20분 후에 도착할 예정이며, 제자리에서 회항 준비를 잘 해 주십시오.

루시아: 이쪽에서 맞이하러 온 수송기가 이미 도착하였는데, 지휘관, 당신 쪽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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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 돌아갈꺼야.

>나는 같은 무리의 지휘관과 함께 귀항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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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가 보죠,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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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나중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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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을 마치자, 줄곧 팽팽하던 신경이 마침내 좀 풀려서 벽에 기대어 가볍게 숨을 내쉬자, 전투 중에 쌓인 피로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이번 임무에 참여했던 다른 지휘관들도 속속 임시 지휘부로 복귀해 각자의 원거리 통신선과 소대를 통해 임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바로 이때 모든 사람의 단말기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시스템: 긴급 상황.

시스템: C구역에서 임무 수행 중인 지휘관에게 긴급 지원을 요청한다. BPH-22 구조체인 의식의바다가 임계치에 달해 지휘관들의 접속이 시급하다.

시스템: 다시 한번, 일련번호 BPH-22....

>(이 번호는....)

지휘관A: 구조체가 통제가 안 된다고?

지휘관B: 어떻게 이럴 때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지…...책임질 지휘관있어?

지휘관C: 이 일련번호는 인상적이었는데, 케르베로스 소대의 그 백색구조체였나....뭐였지....

지휘관A: 케르베로스...의식 링크 작전 실험 소대죠, 그 '광견 소대'는 땅으로 내려와 작전할 수 없는 놈은 모든 지휘를 원격 링크에 의해 수행하죠. 듣자니 그들의 지휘관이 있다고 하던데.

지휘관B: 원격 링크? 만약 그런 링크가 불시에 끊기면 큰 하중이 발생하고, 교정 재개에 시간이 오래 걸릴텐데, 어쩐지 지상에 긴급히 도움을 요청하더니.

지휘관C: 나는 일찍이 케르베로스와 같은 지역에서 수복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의 전투 방식은.....

갈색 단발머리를 한 지휘관은 어깨를 떨며 고개를 저으며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케르베로스의 하얀 구조체'.......

>......21호다.

지휘관C: … 보기만 해도 통제하기 힘들고, 그 링크와 연결되면 스트레스가 심하겠죠. 그리고 의식의바다 과부하 위험도 있습니다.

지휘관B: 내가 있는 이곳에는 아직 마무리 작업이 좀 있어서, 아직 내 팀원들과 연결을 끊을 수 없어.

전술 단말기의 경고음이 멈추지 않자 지난번 21호와 연결했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파손된 상처, 떨리는 턱, 회색 렌즈에는 흉포함과 경계만이 있을 뿐이였다.

>내가 지금 시간이 있으니 나에게 맡겨줘.

망설임 없이 지원 확인 신호를 보낸 뒤 곧바로 지도에 표시된 21호 자리를 향해 나아갔다.

이번 임무는 원격 링크 장치 없이 궁중 정원의 협조를 얻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빨리 링크를 지원하는 정리에 도달했다.

21호의 신호가 갑자기 단말기에 나타나자 그녀는 바로 자신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흩날리는 흙먼지와 포연 사이로 살의를 머금은 하얀 그림자가 보였다.

지칠 줄 모르며, 모든 감정을 뒤로한 듯, 구조체는 주변 협력기를 지휘하면서, 이미 원형을 알 수 없는 감염체의 잔해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이것이 결코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고, 만일 그녀를 빨리 현실로부터 냉정하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녀는 힘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의식의 과부하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계속 앞으로 간다)

(링크 시도)

진정제가 장전된 총을 허리춤에서 빼고 손을 들어 21호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린 21호는 상처 입은 짐승처럼 몸을 조이며 목에서 윽박지르는 낮은 소리를 냈다.

>나는 적이 아니야.

21호: 임무.....소멸.....죽음......

>임무는 이미 끝났어.

21호: 끝났다고.....?

>주위에는 이미 감염체 신호가 없어.

폭주로 혼란 속에서 정신을 찾은 듯 21호는 기계적으로 몸부림치는 동작을 멈췄다.

그녀는 땅에 너덜너덜 쓰러져 있는 감염체를 천천히 보고 나서 눈길을 이쪽으로 돌렸다.

21호: ......(name)?

>나야.

>계속 이렇게 한다면, 너의 의식의 바다는 과부하가 생길 꺼야.

>지금 나는 너와 의식 링크를 할거야.

21호: .....

지금 그녀는 처음처럼 혼란스러워 보이거나 자신의 링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시스템: 링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의식의바다 교정)

시스템: 구조체 BPH-22, 의식의바다 안정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신이 지휘센터로 보고서를 보내는 동안 21호는 갑자기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 침묵으로 서 있었다. 통제 불능의 극치인 광기와는 전혀 달리 움직임과 정신의 대비가 너무 선명해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귓가에 쾅쾅거리는 바람 소리와 고동치는 심장 박동이 점차 평온해졌다.

시스템: 지휘센터에서는 위협이 해제된 것을 확인하였으니, 접수된 수송기는 20분 이내에 도착하며, 제자리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전투 후 포연이 뜨거운 바람을 타고 21호 머리를 스치고 수송기를 기다리는 동안 두 사람 곁에는 이상한 정적이 흘렸다.

>너 방금.....

>왜 통제가 안된거야?

21호: 21호 이곳에 도착했을 때 모두 바닥에 누워 있었어.

21호: 왜 그런지 21호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만약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이 대장과 녹티라면.....

21호: 그러자 대장과 녹티…. 바닥에 누워 있었어.

21호: 그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시각 모듈이 방해를 받았으니까 21호 알았거든.

21호: 21호는 단지 임무를 완수하고 싶었을 뿐인데, 전투 하면서....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어.

21호: (name)이 올때까지 계속.

>.......

그녀는 빠르게 대답하고 나서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코를 살짝 들이마시고는 웅크렸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형체를 알 수 없는 감염체한테 파손된 명패 하나가 떨어져 겨우 위쪽에 새겨진 공중정원 수행부대의 표시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건.....

21호: 대장도 아니고 녹티도 아니야.

21호: .....인간 냄새가 나.

>인류의 명패야?

21호는 고개를 저었다.

21호: 구조체인데 이미 살아 있는 냄새는 맡을 수가 없어.

>.......

비록 희생이 사병에게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마음으로 알았지만, 이때는 슬픔을 금할 수 없었다.

몇 번을 겪어도 여전히 이런 일에 익숙해질 수 없고, 익숙해져서도 안 된다.

>(눈을 감는다)

21호: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전장에서 희생된 병사들을 위해 애도할 것이야.

21호: 애도....

21호: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을 그들도 모를꺼 같아.

21호: 왜 이러는거야?

>이것도 일종의 작별 인사야.

>그들은 자신의 사명을 위해 목숨을 바쳤어.

>우리는 그들의 의지를 이어받아 계속 싸워나가야 해.

>이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싸워 온 이유 중의 하나지.

21호: ......21호, 그런 '이유' 몰라.

21호: 21호, 전투 밖에 몰라.

>베라와 녹티가 바닥에 누워있을 때를 생각하면.....

>너는 어떤 느낌이야?

21호: 21호....힘들어. 통제력을 잃을 거야.

21호: 보기싫어, 그런 장면.

21호: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그래서, 싸워야 해.

>이 명패의 주인도 마찬가지야.

한차례 바람이 지면의 황사를 일으키자 멀지 않은 곳의 하늘에서 수송기가 점점 다가오는 굉음이 들려왔다.

21호는 순환액과 진흙 속에 파묻힌 명패를 주시하며, 충동이 그녀에게 어떤 일을 하게 했는지, 그녀 자신도 이러한 충동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모르는 말을 하는 인간의 심정이 링크를 통해 전달된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인간의 태도에서 본능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수송기를 타고 떠나기 전에, 그녀는 그 파손된 명패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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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작업 다했는데 거미 잡는다고 늦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