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2장

3장

4장


의역, 오역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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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아이리스가 고요한 어둠 속으로 계속 가라앉았다.


오랫동안 하늘에 붕 떠있는 것을 느낀 끝에 세레나는 발끝이 땅에 닿는 것을 느꼈다.


그곳은 공중정원 오페라하우스의 나무바닥이었고, 너무나 익숙한 촉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곳에 수없이 많이 발을 들여놓았고, 기쁨과 동경, 방황을 이곳에서 함께했었다.




익숙한 풍경이 둘로 나뉘었다.


왼쪽 눈에는 망가진 오페라하우스의 모습이 보였고 오른쪽 눈에는 휘황찬란한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폐허가 된 벽들 사이에서 혼자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 공중정원의 오페라하우스는 전쟁의 불길에 휩싸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렇게 불타버린 폐허가 되었을 리가 없다.


어디선가 끈적끈적한 물소리가 들린다,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그러나 잘 들리지 않는다.


이곳은......도대체 어디일까요.


그녀의 물음에 답하듯 왼쪽의 풍경이 확 바뀌었다.


무너진 기둥이 다시 일어섰고, 벽의 균열이 없어지고, 벗겨진 벽화에 다시 색이 생겨났고, 돔에서 쏟아지는 빛이 그녀 앞에 떨어졌다.


그녀는 주저하며 그 빛 속으로 들어갔다.




공연시간, 귀를 막았던 두 손이 갑자기 치워지듯 광활한 박수갈채의 소리가 오페라하우스의 로비에 가득 찼다.


그녀는 으리으리한 무대 위에 서서 끊이지 않는 박수 소리와 칭찬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관객들 속을 둘러보았지만, 자신이 찾으려는 사람이 그 안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비록  그 사람의 얼굴을 알지 못하지만, 어떤 사람의 얼굴을 찾고 있었고, 자신이 찾는 사람이 그 안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손을 흔드는 사람도, 입을 여는 사람도 없었지만, 어디에서 오는지도 모르는 박수갈채는 그녀의 마음에 회초리를 치며 마음속 깊은 곳의 부러움과 회한을 벗겨내고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도망갈 곳이 없었다.


세레나


싫어요.....그러지 마세요.....


제가 어디에 있는 건가요? 이곳이 어디죠?


누군가.....


누가 와서.....살려주세요.....


지나가는 구름과 연기가 그녀의 의식을 망령처럼 사로잡아 끝없는 생각의 굴레에 빠지게 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자신이 꾸민 꿈속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성난 파도 한가운데 외딴 섬에서 약한 제방을 쌓고, 모든 적막과 슬픔에서 벗어나서, 마치 이것만으로도 잠깐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과거의 인생을 반복하며 결말을 바꾸었다.


자신의 단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미래를 위해 악전고투하는 모든 동료를 구하고, 진실을 알리는 노래를 계속 써 나가고, 지키지 못한 모든 약속들을 이행하고, 그 못다 한 걸음을 뛰어넘는다.


다시 선택하고 싶고, 아쉬움을 달래고 싶고, 속죄하고 싶다.


이 환상들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과연 괴로움으로 꾸밀 필요가 있었을까?


이 상처투성이의 영혼에 기대어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흘린 이 몸은 진정한 악장을 써내기에 충분할까?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그녀의 환상으로, 그녀는 다시 한번 끌어올려진 채 잔혹한 진실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누구도 구하지 못했고, 심지어 이종중합체의 파편조차 아이라의 손에 건네지 못했다.


그 후에.....무슨 일이 있었을까.




몸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선홍빛 바다가 그녀를 감싸고, 삼키고, 분해하고, 찢고, 융합하고, 구축한다.


의식이 마치 몸과 분리된 것 같았고, 몸은 고통으로 인해 비명을 지르며 재앙과도 같은 소리가 대지에 울려퍼지는 것 같았고, 그녀의 영혼은 머리 위의 별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지구상에서 바라본 별들은 밤마다 잠들기 전 추억 속에서 보았던 '별들' 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그녀의 모든 상상을 초월했다.




황금시대의 사람들은 매일 이런 경치를 볼 수 있었을까요?


이 아름다운 광경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잉크와 편지지들이 있어야 그녀의 생각을 온전하고 또렷하게 담을 수 있을까?


아주 먼 옛날, 아이리스와도 같은 소녀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 같다.


그때 그녀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괜찮아. 편지에서 나누지 못한 이야기는 만나서 계속하면 돼.


이렇게 말하면, 영원히 서로가 만날 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우리에게는 많은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녀의 의식은 영겁의 아픔 속에서 해매고 있었다.


그 기나긴 시간.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세레나" 라고 말했다.


그 외침이 광풍과 폭우를 뚫고 지나갔고, 모든 허황되고 무질서한 기억들을 지나갔는데, 마치 한 줄기 하늘의 빛이 가슴을 파고든 것 같았다.


목소리에 담긴 감정이 그 어떤 환상보다 더 절실해서 눈물짓고 싶었다.


끝이 없을 만큼 기나긴 영겁 끝에 이렇게 진솔한 부름을 들었는데, 그것은 나이팅게일의 읊조림보다 더 듣기 좋았고, 청고래의 읊조림보다 더욱 길었다.


이것은 그녀가 줄곧 듣고 싶어하는 소리였다. 이것은 그녀의 꿈속에서 다시 한번 재구성된 소리였다.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이다.


꿈에 그리던 그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드디어 진짜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몸의 주도권을 되찼았다.


이 외침은 일종의 부름이였다. 단지 잠깐의 눈빛만 주고받았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의 해야 할 모든 것을 알았다. 모든 소명을 기억해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 사람이 건네준 물건을 받아들고, 자신의 파손된 팔로 마지막 함을 다해 그 사람을 밀어냈다.


그들은 태양을 향해 나아기면서 잠시 멈추었지만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고,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등에 점차 빛이 합쳐져서 그녀에게 차가운 희망을 남겼다.


그녀는 에우리디케가 아니었고, 건내받은 물건을 자신의 동력원으로 찔렀다.


그녀는 하늘에서 빛이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고통도, 모든 열망도, 길을 따라 사라져가는 꿈도 지금 이곳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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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토리는 영탄회성 10장,11장 과 같이 보면 좋음

똑같은 사건이지만 한쪽은 지휘관의 입장에서, 한쪽은 세레나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