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아직 사격술이 죽지 않으셨네요. 


리는 선물로 준 로봇을 자신의 공구함에 챙겼다. 


(선택) 내 감은 역시 그대로라니까.(V) / 모두 리가 잘 가르쳐준 덕분이지. 


리: ....... 


루시아: 여기 일이 조금 남았는데, 계속 주변을 돌아보실 건가요? 


리브: 그냥 여기 남아서 도와드릴게요. 


(선택) 맞아. 이제 더 가볼 곳도 없어. 


루시아: 그러면, 저기 E3 구역에 심지 않은 곳이 있는데 가 볼까요? 


(선택) 가자. 


리브: 네, 저도 같이 갈게요. 


운반차를 몰고 E3 구역으로 가니 이곳의 흙은 정원사 로봇이 이미 뒤집어둔 상태였다. 


(선택) 작업을 시작하자. 


리브: 네. 


운반차의 화물칸을 열고 시동을 걸면 정원사 로봇이 예정된 절차에 따라 식물을 심기 시작한다. 


루시아가 말한 것처럼 업무량은 별로 없고, 다만 돌발 상황에 대비할 뿐이었다.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2시간 정도 있다가, 석양이 하늘을 뒤덮고 할 일 없이 지내던 두 사람이 화제를 찾기 시작했다. 


리브: 이 화단의 흙에는 아직 식물의 뿌리가 남아 있네요. 


(선택) 원래 야생 식물이 살고 있었지. 


리브: 네. 식물은 생명력이 강해서 점점 땅의 상태가 좋아지는 몇 년동안 대부분의 폐허에 야생 식물이 자랐었죠. 


리브: 하지만 놀이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식물들은 아름답지도 않고, 관리도 어렵겠죠. 


리브: 그러니 누군가는 다시 식물을 심어야 해요... 


소녀는 멀리서 떠드는 사람들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리브: 이렇게나 재미없는 일인데, 지루하지 않으신가요? 


(선택) 나쁘지 않아. / 모두가 함께니까 괜찮아.(V) 


리브: 음... 


리브: 기억하세요? 최초의 인원 분배는 이렇지 않았었죠. 


리브: 만약 그 때의 배정대로 됐었다면 당신과 루시아는 먼 곳으로 가서 아직도 문제가 있는 곳을 조사해야 했을 거에요. 


리브: 리 씨도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쳤을 것이고, 저도 병원에 가서 일해야 했겠죠. 


(선택) ...아마도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겠지. 


리브: 그래도, 다른 작업이라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버텼어요. 


리브: 그래서 처음 몇 년동안 위험한 고비들을 넘기며 다시 모였어요. 


리브: 하지만 그 대신, 재건축 정도에 따라 계속 이사를 다녀야 하고, 매번 작업이 바뀌어요. 


(선택) 다음엔 어디로 가게 될까? 


리브: 아직 정해진 곳은 없어요. 


(선택) 재건을 도와야 하니까... 


(선택) 좀 참을 수밖에 없지. 


리브: 사실 저는 참기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기뻐요. 


(선택) 이사를 좋아하는 편이니? 


리브: 그건 아니에요.... 저는 도시가 재건되어 황금시대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워요. 


소녀는 두 손을 들어 액자의 풍경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처럼 했다. 


리브: 폐허에서 완전한 건물로 변하며, 아무도 없던 곳에 사람들이 한데 모여 웃음짓기까지. 


리브: 더 많은 곳에 가서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선택) 언젠가 재건축이 모두 끝난다면? 


리브: 제가 꼭 해야할 일이 있겠죠? 


(선택) 네가 혼자 하고 싶은 거? 


리브: 제가....? 


(선택) 응, 필요해서가 아니라 너의 소원이야. 


리브: ....나의 소원. 


리브: ........ 


리브: 제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선택) 그래? 


리브: 까마귀 소대와 당신은 제가 원하는, 돌아갈 곳을 주었어요. 


리브: 평화의 시대 또한 왔어요. 


리브: 아무도 퍼니싱에 상처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저는 이미 매우 만족했을거에요. 그게 바로 제 소망이니까. 


그녀의 눈은 몹시 맑고 꿋꿋해 마치 시냇물의 보석같았다. 


리브: 이대로만 간다면 저는 충분히 행복할 거에요. 


(선택) 그렇다면 좋겠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해.(V) 


리브: 네.... 이 소원이 당신과 모두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갑자기 멀리서 정원사 로봇이 경보를 보내왔다. 


리브: ......! 


(선택) 가 보자. 


경보를 울리는 정원사 로봇 옆으로 달려가 보니 식물을 심어야 할 구덩이에 상처입은 하얀 새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날개를 다쳤고, 사람을 보면 무서워서 움푹 패인 땅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리브는 별 말없이 재빨리 새를 들어 검사했다. 


리브: 날개가 부러진 것 같아요. 


(선택) 발찌도 달려 있어. 


리브: 네, 집에서 길러지던 새인 것 같아요. 이런 새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들죠. 


리브: 제가 가서 치료해도 될까요? 


(선택) 당연하지. 


리브: 네, 여기의 의무실을 좀 빌려 쓰러 가 볼게요. 


(선택) 나도 함께 갈게.(V) / 난 남아서 작업을 마칠게. 


리브: 하지만 아직 남은 작업이 있어요... 


(선택) 이젠 얼마 남지 않았어.(V) / 정원사 로봇에게 맡기면 돼. 


리브: 음... 그렇다면 함께 가요. 


의무실에서 떠났을 때, 하늘은 이미 달빛으로 뒤덮였다. 


이어서 일을 마친 동료들은 각자 구역에서 철수해 놀이공원 입구로 모이고 있었다. 


리브: 놀이공원의 방송 담당자분이 분실 방송을 해 준다고 했고, 원래 주인이 나타나면 돌려주겠다고 했어요. 


리브: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어요... 


리브는 상자 속에서 쉬고 있는 작은 새를 보며 우울한 눈빛을 보였다. 


(선택) 그럼 우리가 키우고 있을까? 


리브: 괜찮나요? 


(선택) 당연하지. 


리브: 네...! 


그녀는 기쁜 표정으로 끄덕이며 상자를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리브: 루시아와 리 씨는요? 


(선택) 곧 도착할거야. 


그녀는 인간의 눈을 마라보며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리브: 그런데... 


(선택) 무슨 걱정이라도 하고 있어? 


리브: 오늘도 당신을 쉬게 하지 못했네요... 


(선택) 난 괜찮아. 


리브: ......... 


분명히 그녀는 이 말을 믿지 않고 있다. 


(선택) 나한테 또 무슨 말 안한거 아니야? 


리브: 음...아무것도....역시 [kuroname]은 속일 수 없다니까요. 


(선택) 그럼 나에게 알려줘. 


리브: 사실 저도....계속 실감이 안 나서 계속 걱정하고 있어요. 


리브: 정말 재앙은 지나간 걸까? 나 지금....사실은 꿈 속인거 아닐까? 하고요. 


(선택) ...... 


그 긴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나도 그런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었다. 


평화와 행복은 꿈 속의 거품처럼 아름답다.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리브: 다음 초에는 이 꿈이 깨져버릴 것만 같아요... 


그녀의 걱정을 부인할 수 없어 어떠한 위로의 말도 찾지 못했다. 


리브: [kuroname], 우리가..... 


그녀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눈부신 섬광이 그녀의 뒤에서 터졌다! 


리브: 지휘관! 조심하세요! 


(선택) 리브! 


급하게 리브의 팔을 잡고 아래쪽으로 포복을 했는데, 하면서도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둘 다 머리를 감싸고 쪼그려 방어에 들어갔지만 등에 통증은 오지 않았다. 


(선택) ...... 


보호하던 두 손을 풀고, 폭발음이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악의가 전혀 없는 불꽃이 하늘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리브: ....... 


(선택) ....... 


리브: 분명 불꽃놀이가 처음도 아니었을 건데... 


(선택) 아마도... 정신적으로 대비가 안 돼있었나 보네.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상자 속의 조그만 새는 그것이 무해한 불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필사적으로 버텼다. 


(선택) 우리도 저 아이와 같네. 


리브: 궁지에 몰린 새...? 


(선택) ...... 


루시아의 말처럼 많은 퇴역 군인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간다. 


(선택) 그런데 네가 말했었지. 


(선택) "악몽은 끝났다." 


리브: 네...악몽은 끝났어요. 다음은 평화의 시대에요. 


(선택) 리브. 


리브: 네, 저는 바로 여기에 있어요. 


(선택) 더 이상 걱정하지 마.(V) / 코에 모래가 들어갔어. 


리브: 네! 당신이 여기에 있는 한, 저는 걱정하지 않을 거에요. 


루시아: 지휘관! 왜 이렇게 모래사장에 앉아 있나요? 


리: 집으로 돌아가죠. 


불꽃의 밝은 빛을 뒤로하고 루시아와 리가 돌아왔다. 


리브: 돌아가요. 새가 무서워하고 있어요. 


(선택) .....그래. 


많은 사람들을 따라 떠나기 전, 하늘의 불꽃을 다시 돌아보며 평화의 진실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선택) 글쎄.... 


(선택) .....'악몽은 끝났다.'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