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화로운 세상을 일단 받아들인다면, 사계절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게 된다. 


세상의 톱니바퀴의 일원이 되어 다양한 도시의 골목을 뛰어다키며 노동자와 기계의 재건 작업을 돕고, 끊임없이 건설 지역을 확대한다. 


전투의 기교는 점점 마음 속에만 간직되는 대신, 다른 사소한 것들로 채워져간다. 


예를 들어 식량과 채소의 가격, 각종 식물에 알맞는 물과 비료의 종류들이라던가, 


동료와의 "이번 봄비는 충분하지 않네..."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소녀도 뙤약볕 밑에서 누렇게 시든 꽃들을 보며 슬퍼하기 시작했고, 꽃잎에 깃든 햇살을 기뻐했다. 


그녀는 평화 이후에도 생명과 통하는 감정을 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더 세심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거리의 균열을 메우고, 몸을 돌려 도시를 돌아보았다. 


나날이 평온해지는 가운데, 눈 깜짝할 새에 또다른 수확의 계절이 왔다. 


일렬로 늘어선 기계들 사이로 황금빛 보리밭을 걸으면, 열매를 수놓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녀와 사람들의 기대대로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옛날의 생기를 되찾았다. 


여러 꽃이 만발한 정원, 잔디밭에 떨어진 열매, 웃고 떠드는 사람들, 함께 놀러 다니는 양떼보다 더 황홀한 것이 있을까? 


가을의 열매들이 모두 따졌을 때, 바람의 낮은 읊조림이 오솔길을 가로질러 파수꾼들에게 눈의 위로를 전했다. 


겹겹이 쌓인 눈을 헤치고 짜는 융단은 또 새해의 봄이다. 


여기서는 평온한 삶과 일들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선택) "악몽은 끝났어." 


맞아, 원래 이랬어야 하는 거야.













어느 평범한 날의 밤에, 뒤늦은 악몽이 다시 잠든 사람을 덮쳤다. 


????: 이대로 가다간 늦어버리겠어. 


??????: 강제적인 수단을 강구해야만 해. 


????: 하지만 [kuroname]의 뇌에 영구적인 손상이 가해질거야. 


??????: 내가 직접 조작해서 두 사람의 일부 데이터만 차단할 수 있다면, [kuroname]이 이질감을 발견할 수 있을거야. 


????: 뭘 차단할거지? 


??????: '가장 알아차리기 쉬운 사람들' 부터 손을 댈거야. 


????: 루시아와 리? 


??????: 맞아. 


(선택) .....? 


????: 위험도가 너무 높고, 효과는 제한적이야. 


??????: 뭐 그럼, 너는 다른 방법 있어? 


????: ..... 


????: 차단을 시작하자. 


(선택) 루시아!(V) / 리! 


악몽에서 깨어나자 시간은 이미 정오에 가까워졌고 방은 소름끼치도록 조용했다. 


(선택) 루시아? / 리? / 리브?(V) 


방문 옆에서 동료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 


(선택) ...... 


(선택) 루시아! / 리! / 리브!(V) 


다시 크게 말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선택) 분명히 휴일이었을 건데. 


아까 그 더할 나위없이 진짜같던 악몽을 생각하니, 불길한 예감이 솟아올라 한편으로는 동료를 부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집 전체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리와 루시아의 생활용품도 모조리 사라졌다. 


(선택) ....... 


통신기에 기록된 두 사람의 통신번호의 자리 역시 비어 있었다. 


기억나는 대로 통신번호를 입력해도 없는 번호라는 안내음만 들렸다. 


(선택) 어떻게.... 


평화로운 시대의 방법대로라면, 여기서는 경찰에 연락해야 한다. 


다시 한 번 통신기를 켜 동네 경찰에게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헛웃음을 쳤다. 


경관 A: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여기에 그런 두 사람은 없어요. 


(선택) 그럴 리가 없어요! 


경관 A: 데이터베이스에 그들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내 기억에도 없는걸요. 


경관 A: 만약에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같은 소대의 동료들이었다면, 제가 전에 당신의 집을 방문했을 때 반드시 만났겠죠? 


(선택) 맞아요. 지난 번에 오셨을 때에도 전부 있었어요. 


경관 A: 에? 그 때는 당신과 다른 처녀 한 명밖에 없었잖아요. 


경관 A: 일단 저는 바쁜 일이 있으니 다음에 다시 얘기하죠. 


상대방은 급히 통신을 끊었다. 


(선택) ....... 


밝고 넓은 방이 텅텅 비어있었다. 


작은 새: 짹짹짹... 


리브에 의해 구조되었던 그 조그만 새는 산책을 마치고 창문으로 날아들어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택) 리브.... 


적어도 리브의 방은 변한 게 없었으니, 연락이 닿을 것이다. 


단말에 있는 그녀의 통신번호를 누르니 금방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브: 좋은 아침이에요, [kuroname], 아침밥은 제가 냉장고에 넣어 뒀는데, 찾으셨나요? 


(선택) (루시아와 리에 대해 물어본다) 


리브: .....................둘이 사라졌다고요? 


(선택) ........ 


리브: 어떻게 데이터베이스도 못 찾는거죠? 분명히 둘은 어제까지도 함께 있었는데, 경관님이 부주의해서 실수한 것 아닌가요? 


(선택) 아니...말투가 장난같지는 않아...나... 


갑자기 격렬한 두통이 몰려와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휘관! 일어나십시오!" 


....루시아의 목소리? 


"이대로는 안 됩니다. 다른 방법을 빨리 생각해 보십시오." 


리? 


어디에 있는거야? 


??????: ㅡㅡ절대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 분명 한 걸음 차이였어. 


(선택) 차이....뭐? 


??????: 지금 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걸로 일단은 두 사람을 보호하는 데에 성공했어. 


??????: 리브가 아니었다면 [kuroname]은 아마 공포감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을거야. 


(선택) .....? 


????: [kuroname]의 마인드 표식이 오염되고 있어. 이대로는 낭패다. 


??: [kuroname] 조차 버틸 수 없는건가? 


(선택) 하산 의장님? 당신은 왜... 


??????: 강제 차단! 


....의식은 다시 끝없는 어둠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리브: [kuroname]......[kuroname]...! 


밝은 불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울먹이는 소녀의 표정이 시야에 들어왔다. 


(선택) ......리브....? 


물어보려 하자 이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택) 이 기체는... 


리브: 식암 기체로 아무리 검사해도 특이점이 없어서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려 했어요. 


리브: 백야 기체로도 특이사항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검사를 끝내니 당신이 깨어났어요. 


짧은 기쁨 후에 리브는 다시 한 번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리브: 저도 루시아와 리 씨를 찾지 못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죠? 


(선택) (그녀에게 혼수상태 전의 일을 알려준다.) 


리브: 데이터 차단이... 그리고 둘의 목소리가 꿈속에서 들린 건가요? 


(선택) 그들은 정말 꿈에 있는건가? 


리브: 말하시는 건 혹시... 


(선택) 가능성이 있는 건지... 


우리는 꿈 속에 있는 건가. 


리브: .......... 


아무도 그런 추측을 하지 않았다. 


평온한 일상이 10년이나 유지되었는데도, 하루하루가 소중해 밤하늘의 빛나는 별과 같았다. 


이런 아름답고 진실된 날들을 돌아보면, 어떻게 한순간의 악몽 때문에 이를 부정하겠는가? 


(선택) 둘을 찾자. 


리브: 네. 


리브: 둘은 분명히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소녀는 주저하지 않고 제안을 수락했다. 


리브: 지상수색의 속도는 너무 느리니, 공중으로 이동하죠. 


(선택) 공중? 


리브: 네, 가죠. 


리브는 빠른 걸음으로 창턱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선택) (그녀의 손을 잡는다) 


다음 순간, 인간의 몸은 어느 새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고, 소녀는 창턱에서 뛰쳐나와 하늘로 날아올랐다. 


리브: [kuroname], 저에게 지시를 내려주세요. 


호칭이 바뀌어도 서로간의 신뢰는 변하지 않았다. 


(선택) 좋아. 


터미널에서 지도를 꺼내 대략적인 경로를 계획했고, 두 사람은 따뜻한 여름밤의 바람 속에서 전진하기 시작했다. 


(선택) ...... 


기억 속에 있는 리브는 늘 온순하고 부드러운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진지하고 냉정한 표정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그녀의 성격이 유연하게 바뀌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녀 자신의 소망을 지키기 위해서, 리브는 반드시.... 


"제 몸도 녹아내리겠죠." 


(선택) ??? 


(선택) 방금 그건 뭐지...? 


깊이 잠들어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선택) 백야기체.... 


(선택) 최후에는 어떻게 되었더라? 


공중정원에 돌아오고, 아시모프와 히포크라테스 교수... 


아시모프: 그녀의 의식 파편이 오염된 데이터의 난류 속에 뒤섞여 있어. 


(선택) 그 뒤에 난 성공했어? 


(선택) 리브? 


리브: ...... 


파편화된 기억이 계속 밀려들어온다. 


(선택) 기억나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10년의 세월에 안기기 전, 이해할 수 없는, 형언하기도 힘든 오염된 데이터의 속에서 파편을 찾던 나날들. 


(선택) 나는 지금... 


(선택)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리브: .....지휘관..... 


거꾸로 뒤엉킨 풍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컷신)



리브: 저는 더 이상... 까마귀 소대에 남아 있을 수 없겠죠... 


(선택) ....리브.... 


모든 것이 무너진 이후, 어둠 속에서 잡다한 소리들만 들려왔다. 


????: 링크의 영향이 너무 깊어. 우리는 반드시 [kuroname]의 감지를 차단해야 해. 


??????: 만약, [ㅡㅡ지지직ㅡㅡ] 하면 어쩌지? 


????: 다른 선택은 없어. 만약 [kuroname]이 기억을 찾는다면, 전환점이 생길 거야... 


(선택) ..... 


메아리가 멀어지자, 이곳에 있던 나의 의식도 누군가에 이끌려 심연 속으로 떨어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히포크라테스 슨상님의 '진짜' 충격요법을 보니 베라의 죽빵마취는 선녀같노 ㅋㅋ

이게...생명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