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사 고독하고 비통하네~


왕래하며 넘나드는 형세는 그 규모가 춤추며 달리는구나~


물고기가 용으로 변하네~




야항선에 밤이 찾아오자, 야시장엔 광희가 넘쳐 흘렀다. 과거에 비할 정도로 붐비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조각된 난간과 옥으로 만든 계단, 산해진미에 곳곳마다 볼거리가 많아 눈이 모자랄 지경이다. 경매하고, 값을 흥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어둠의 엄호 하에, 은밀한 교역이 이루어진다.




손님

형씨, 이 부품 하나에 얼마요?


상인

200전입니다.


손님

아니 씨[삐ㅡㅡ], 스프레이로 금칠이라도 했어? 아니면 진짜 금으로 요 톱니바퀴 만든거라도 되는거야?


상인

헤헤, 특별한 경로로 입수했으니 손님들이 좀 이해해 주세요. 결국 소규모 사업이니 제가 무릅쓴 리스크값은 받아야 되거든요.


손님

누가 훔쳐서 팔아먹는 걸지도 모르는 부품사서 맘편히 쓰라고? 안돼안돼, 깎아줘!


상인

아니, 장사꾼의 일더러 도둑질이라고 하시다뇨, 이게 도둑질이죠. 좋습니다. 3개 사면 550전으로 계산할게요. 시원하죠?


손님

그렇게 많이 사서 어디다 쓰라고, 대대로 가보로 남기기라도 할까봐? 뭐 그래도 당신이 500전으로 판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지.


상인

좋습니다.



상인은 자신의 가게에서 부품 3개를 집어 들었고 어두운 불빛에도 은색 도색이 반짝였다.


마치 이제 막 바른 것 같다.



상인

이것들은 어떻습니까?


손님

잠깐, 이거 설마 이전에 광산을 파는데 사용한 적이 있는 리퍼 부품은 아니겠지?


상인

저도 부품사업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인데, 다시 재활용해서 당신에게 팔겠어요?


손님

그럼 왜 이 부품은 제품 표기란까지 칠해놓은거지?



말이 떨어지자 현장 분위기는 굳어진 듯했다. 상인은 고개를 번쩍 들어 눈앞의 히죽거리는 손님을 쳐다보았다.



상인

보니까 너는 물건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고의로 트집을 잡으러 온거지?


손님

별말씀을, 이 부품이 새것이라면 나한테 꼭 필요한건데.



손님은 말하면서 상인 곁으로 다가갔다.



손님

그럼 이게 새것이 아니면 어쩔거야?


상인

아, 만약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 내가 저걸 쌩으로 삼킬게. 만족해?



???

그럼 저도 하나 주세요.


상인

이 손님 눈썰미가 좀 있.... [삐ㅡㅡ]됐다! 포뢰중이다!


손님

어 그, 글쎄 내 마누라가 애를 낳는 날이라고 하네. 나 먼저 간다!


상인

내 마누라도 곧 얘 볼 시간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포뢰

거기 서!



뒤에서 거세게 몰아치는 소리에 상인은 손에 든 부품을 집어던지고 마치 100m 달리기의 돌진 선수인 양 악착같이 달려갔다.


하지만 이내 손목과 어깨가 뒤쪽으로 당겨졌고, 이어 위에서 아래로 당기는 큰 힘이 느껴졌다.


그는 이 힘에 의해 바닥에 눌려 쓰러졌다.




상인

포뢰님 한번만 봐주세요. 저 아무짓도 안했어요.


포뢰

이 도둑질한 부품만 빼면 그렇겠지.


상인

아이고, 포뢰님 억울합니다. 그건 모두 저와 아딜레의 거래로 얻어진 것이고, 정상적인 경로를 밟은 겁니다.


포뢰

'아니, 장사꾼의 일더러 도둑질이라니, 이게 도둑질이지'


상인

다 들으셨어요?


포뢰

그 사람이 너의 가게에 다가가기 전부터 우리는 근처에 있었어. 이 물건 어디서 훔쳐 왔는지 솔직히 말해.


상인

그, 그, 동구에서요! 이 물건들이 창고에 쌓여서 썩어가는 것 같은데 정비하려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다시 광내고 열내게 하려고 했습니다.


포뢰

동구면... 관련 신고는 못받았는데.



카이사이

포뢰, 나도 도망치는 녀석 하나 잡았다.



포로가 상인들과 교감하는 사이 앞서 달아난 다른 사람이 가면을 쓴 구조체와 함께 다가왔다.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흥정하던 청년이었다.



포뢰

수고하셨어요, 카이사이. 그 사람 신원 확인했나요?


카이사이

이미 했어. 야시장 상인들만 골라다니던 탈주범이다.



카이사이는 핏자국이 말라붙은 비수를 포뢰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카이사이

이건 그가 자주 쓰는 흉기로, 이전에 받은 묘사와 일치한다.


상인

잠깐… 그러니까 제 물건을 사려고 했던게 아니란 말입니까?


포뢰

음, 아마 이 흉기로 당신을 찌르고 물건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 같아.


포뢰

아니, 장물이라고 해야 하나...


포뢰

그래서 그 사람이 다가오니 내가 나선 거야.


상인

개같은 [삐ㅡㅡ], 난 저녀석 도둑놈인걸 진작에 눈치채고 좋은 놈이 아닌 줄 알고 있었지. 흑심을 품어서 내 뒤통수까지 치려하다니, 퉤!


상인

포뢰님 잘 잡으셨습니다!


포뢰

응, 오늘도 뜻밖의 수확이 있을 줄은 몰랐어.


상인

?


포뢰

야시장 흉악범만 쫓던 나와 카이사이가 뜻밖에 너같은 도둑놈까지 잡을 줄 몰랐다니깐.


포뢰

이거야말로 일거양득이네~


상인

....


상인

씨[삐ㅡㅡ], 재수도 없네! 퉤!



상인은 발설할 곳 없는 화를 머금고 의식을 잃은 청년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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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뢰

드디어 또 일을 해결했어요. 이번에도 역시 카이사이의 도움 덕분이에요.


카이사이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야. 결국 수장이 사라지고 난 후 원래 뒤에서 일을 처리하던 내가 포뢰중에 들어와 야항선의 치안 유지를 도운 것 또한 용의 아이의 일치된 결정이었으니까.


포뢰

하지만 카이사이는 조풍중에 있는게 더 어울려 보이는걸요.


포뢰

기질만 따지면요.


카이사이

지금 단계에서 조풍은 내가 많은 정보를 접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아.


카이사이

차 마실래?


포뢰

네! 나중에 조풍이랑 직접 얘기하는 건 어떨까요?


포뢰

저도 도와줄게요.


카이사이

아니야. 그 사람도 나름의 고려가 있겠지. 그리고 지금 이것도 나쁘진 않고...


카이사이

자, 뜨거우니까 조심해.


포뢰

후아~ 후아~ 후아... 음~~ 순환액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카이사이

그리고 이것도.


포뢰

용수당이다! 카이사이가 매일 저녁마다 준비하는 과자는 다르네요.


포뢰

그렇지만 구조체는 얼마나 먹더라도 기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 좀 더 준비해도 괜찮겠죠?


카이사이

구조체도 자제할 줄 알아야 돼, 아니면 이것도 치워버릴까?


포뢰

안돼요!


포뢰는 달려들더니 두 팔을 감싸고 과자를 담은 접시를 잘록한 팔굽에 감쌌다. 이때 갑자기 팔뚝의 단말기가 밝아졌다.



포뢰

패하의 문자에요.


카이사이

자리 피해야 되니?


포뢰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 시간에 온 메시지면 별로 중요한 건 아닐 거에요.


포뢰

'공중정원에서 통신 안테나 설치를 돕는 공사 부대가 내일 오전 10시 야항선에 도착할 예정이니, 그 동안 상대측의 안전은 포뢰중이 책임지고...'


포뢰

이렇게 중요한 일을 왜 진작 알리지 않은거야!!



포뢰

'원래 정오에 알려야 했는데 설계도를 그리는 바람에 시간을 잊은 점 사과드립니다...'


포뢰

...패하도 역시 많이 힘든가보네, 불평을 하면 안됐었어!



포뢰는 자신의 뺨을 툭툭 치면서 마치 자신의 소소한 추태를 응징하는 듯 했다.



포뢰

내일 순찰계획을 조정해야 돼요, 동구창고 도난 문의도 있고...


카이사이

이 부분은 내가 다 처리할게, 포뢰는 공중정원 일행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까.


포뢰

하지만...



포뢰는 호의를 거절하려 했지만, 갑자기 앞서 한 대화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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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이

지금 단계에서 조풍은 내가 많은 정보를 접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아.


포뢰

나중에 조풍이랑 직접 얘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카이사이

아니야. 그 사람도 나름의 고려가 있겠지. 그리고 지금 이것도 나쁘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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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뢰

응, 그럼 부탁할게요!


포뢰

그치만 아직 동구는 잘 모르시겠죠. 그쪽은 작은 골목이 많아서 지도만 보면 어질어질거에요. 제가 주의할 점 좀 알려드릴게요.


카이사이

...


카이사이

설명이 길어질 것 같으니까 간식 좀 더 준비해올게.


포뢰

카이사이 만세!! 그럼 차슈, 버블티, 새우만두, 그리고...


카이사이

지금 이 시간에 어울리는 간식은 아닌데...


포뢰

우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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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뢰가 용수당, 차슈, 버블티, 새우만두, 계화병, 대추떡, 쑥경단, 은행위니 등을 뱃속에 집어넣어 햄스터가 되어버리기 10시간 전.


공중정원 13:00




하산

이번 임무의 세부 사항은 모두 명확한가?


지휘관

임무 내용은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지휘관

아무래도 엔지니어 관련 임무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지휘관

저보다는 카레니나가 담당하는 것이 좀 더 적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산

이번 임무는 공중정원과 야항선과의 협력 관계 조성 이외에도 선의의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네.


하산

지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단결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단결시켜야 한다. 자네의 경력을 보면 자네야말로 이 임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네.


지휘관

알겠습니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하산

그렇게 엄숙할 필요 없네. 통신 안테나를 설치하는 일은 공사부대가 전담한다. 휴가 다녀오는 셈 치게.



지휘관

(휴가... 알겠습니다.) ← 선택

(....)


하산

하하, 자네가 영화 모닝스타(신성)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지. 야항선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많다고 하니 이번엔 제대로 즐기게.



지휘관

(휴가... 알겠습니다.)

(....) ← 선택


하산

자네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네. 이번에는 영화 모닝스타(신성)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거라네. 내가 보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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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쳐뜨면서 알게된건데 PM 13:00은 도대체 어느나라 시간 표기법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