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의 번화가 사라지고 햇빛이 비추는 야항선은 다소 한산해 보였다. 행인과 상인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아침 점포를 운영하는 노인은 하품을 하고 흰죽을 쑤고 있는 뚝배기를 유유히 휘젓자 은은한 쌀 향기가 연무에 섞여 타향의 방문객에게 퍼져나갔다.



구조체

예전에 차징팔콘의 카무이 말로는 야항선이 시끌벅적하다고 했는데, 지금보니 전혀 그렇지 않군요.


눈앞의 광경을 보면서 의아한 마음도 있었다. 야항선의 번화는 어둠 속에서만 가장 화려하게 핀다고 하지만 눈앞의 적막함은 어째 엉뚱한 곳에 온 듯한 느낌이다.


포뢰

여러분이 바로 공중정원에서 온 손님이죠?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고, 수행하던 구조체들도 목적 없는 시선을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돌렸다.


소녀는 십수 개의 시선이 쏠리는 동안에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포뢰

좋은 아침, 밥은 먹었어요?


그리고 어리둥절한 인사를 건넸다.


구조체들

?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굳어있었다. 마치 날벌레가 풀에 잘못 들어간 것처럼 모두가 어색함의 스트레스에 사로잡혔다.


그때 문득 기억의 모퉁이에 뭔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출발하기 전에 이 스케줄을 위해 배워 둔 것이었다. 이럴 때 내가 해야 할 일은...



지휘관

먹었어.


구조체들

?


수행중인 공사부대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비록 그들 중 절대 다수가 식사를 하는 습관이 없었음에도 포뢰에게 똑같은 대답을 하였다.


포뢰

후~


포뢰

여러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패하는 이미 배치된 곳에 있으니 포뢰가 여러분을 안내할게요.


포뢰

오늘 여러분들의 안전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소녀는 살짝 몸을 옆으로 비켜 청하는 손짓을 했고, 잔뜩 긴장했던 작은 얼굴도 풀렸다.


포뢰

아, 이 구절은 앞서 말했어야 했는데...


포뢰

구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공중정원 공사부대 여러분.


포뢰

그리고 【지휘관 이름】 지휘관, 오랜만이에요.




노점상1

얼린 번데기 통조림~ 한 캔에 1청부~


노점상2

최강품질보증 무균 산소통! 하나 사면 세개! 하나 사면 세개!


노점상1

그 부서진 산소통으로 들볶지좀 마쇼. 배가 기슭에 닿았는데 누가 그 물건이 필요해서 사겠나?


노점상2

무슨 상관이요? 난 이런 좋은 물건이 정말 팔리지 않을 거라고 믿지 않는데. 최강품질보증 무균 산소통! 하나 사면 세개! 하나 사면 세개!


노점상1

칫, 그렇게 싸게 팔거면 이 냉동 번데기 통조림이랑 교환하지 않겠소?


노점상2

꺼지쇼, 이 통조림 어디다가 십년도 넘게 묵혀 놓았던 것일지도 모르고, 신물 냄새가 내 코끝까지 튀네, 안바꾸고 말고!


노점상1

그럼 세 캔에 두 통씩... 아니 한 통!


노점상2

허허허허, 손님 몇 통이나 필요해?


이쯤 되니 번데기 하나 사먹으려던 생각은 사라졌다. 저 멀리 둘러보니 적잖은 수의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보다 더 먼 곳에서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비록 손님들이 많지 않았고 노점상들의 얼굴에는 밤을 새워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햇빛은 모든 이들의 얼굴에 골고루 내리쬐어 농담과 욕설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왜 자신은 공사현장이 아닌 이곳에 있는지….



포뢰

'비전문가는 현장에 남아 있지 마라, 업무 진행 속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포뢰

그런 이유 때문에 패하에게 쫓겨날 줄 몰랐어요. 아무리 포뢰가 도면이나 공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요.


포뢰

미안해요 지휘관. 패하도 공사 중 혹시 모를 불상사가 생길까 봐 그랬던 것 같아요.


-------------------------------------------------


지휘관

상관없어. ← 선택

공사부대원들도 패하와 같은 말을 했는데...

나야 쉬니 좋지.


포뢰

지휘관이 이해할 줄 알았어요!



지휘관

상관없어. 

공사부대원들도 패하와 같은 말을 했는데... ← 선택

나야 쉬니 좋지.


포뢰

그 사람들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지휘관

상관없어. 

공사부대원들도 패하와 같은 말을 했는데... 

나야 쉬니 좋지. ← 선택


소녀는 그런 대답을 들을 줄 몰랐던 듯 눈을 깜박거렸다.

-------------------------------------------------


포뢰

그 틈을 타서 지휘관을 데리고 야향선을 둘러보고, 그동안 옴짝달싹도 못했는데 덕분에 풀어줘서 고마워요.


포뢰

지휘관은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요? 아니면 포뢰에게 코스를 맡길건가요?


-------------------------------------------------


지휘관

어디 추천할만한 곳 있어? ← 선택

그럼 부탁할게. 


포뢰

그렇다면 지금 서구에 가면 둘러볼 곳이 많이 있어요. 오락이랑 음식도 파는 노점이랑 옷과 그림도 파는 점포가 이곳에 몰려 있거든요. 동구쪽은 연극단이 많이 있는데 그런데 홀로그램인지 진짜 사람인지 포뢰는 잘 구분하기 어렵네요.


포뢰

중구는 원래 경매장으로 썼었지만 당연히 이 기능은 폐지됐고 지금은 일부 주민만 수용하고 있어요. 거기는 둘러볼 게 별로 없는데, 지휘관이 과거를 추억한다면 포뢰도 길을 안내할 수 있을 거에요.


포뢰

지휘관은 어딜 먼저 가보고 싶어요?


지휘관

그럼 여길 먼저 둘러보자.




지휘관

어디 추천할만한 곳 있어?

그럼 부탁할게. ← 선택


포뢰

그럼 여기서부터 둘러볼까요. 밤만큼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노점과 가게들도 많거든요.

-------------------------------------------------


포뢰

대추떡을 팔던 할아버지는 아쉽게도 구룡도시 안으로 이사 갔어요. 여기에 있었으면 포뢰는 지휘관에게 꼭 맛보게 하려고 했는데.


지휘관

많은 사람들이 구룡 도시로 이사갔니?


포뢰

네, 접안 후부터요. 야항선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계속해서 구룡도시 안으로 이주했어요. 마침내 안정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대부분 사람들의 바람이지만, 일부는 배에 남아있기도 했죠...


포뢰가 배의 사정을 설명하고 있을 때 귓가에 다소 황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호기심에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봤지만, 물건을 교환하던 노점상은 그때쯤 물건을 다 챙기고 있었다.


그들은 이쪽을 한 번 쳐다보다가 시선이 마주치기 전에 고개를 숙인 채 먼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포뢰

...


포뢰도 어느 순간 말을 멈추고 자신과 함께 두 사람의 가는 길을 바라봤다. 소녀의 눈꼬리는 깃털을 적신 꾀꼬리처럼 살짝 처져 있었다.


지휘관

포뢰?


포뢰

네?


포뢰

미안해요 지휘관, 잠깐 정신을 팔고있었어요.


지휘관

그 두 사람이 신경 쓰이는거니?


포뢰

...네, 사실 그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아직 적지 않아요. 저만 만나면 피하는 걸 보니까 미운털이 박혔나 봐요.


포뢰

아마 용의 아이 신분때문일 거에요. 아무리 변명거리가 많다고 해도 결국 사람들의 눈에는 용의 아이는 가짜 수장의 하수인으로 보였겠죠.


포뢰

지휘관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 포뢰와 말은 안하지만 애써 피하지 않는 가게도 많거든요.


포뢰는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듯 입가를 살짝 휘어 올리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


지휘관

억지로 웃지 않아도 돼. ← 선택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포뢰

음...



지휘관

억지로 웃지 않아도 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 선택


포뢰

지휘관?

-------------------------------------------------


지휘관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면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믿어.


포뢰

....


포뢰

네! 포뢰도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드디어 구룡도시에서도 지존과 녹존이랑 친분이 생긴 사람들이 생겼거든요. 지휘관과 팀원들도 점점 익숙해지고 친해졌죠?


포뢰

그래서 지휘관은...


소녀는 발짓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잔뜩 찌푸린 눈썹을 쓸어올렸다.


포뢰

지휘관도 눈살 찌푸리지 마세요.


포뢰

포뢰는 지휘관을 다른 데 둘러 볼만한 곳으로 데려갈게요. 여기 사람들은 이 제복을 보면 도망가기 바빠요.


포뢰의 말은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고, 조금 둘러보니 목표가 보였다.


포뢰

그 다음에 지휘관을 데리고 포뢰의 단골집 몇 군데를... 어어어어, 지휘관 어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