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 자동문이 열렸고, 안은 칠흑 같은 어두었는데, 까마귀 소대원들은 없는 것 같았다.

지휘관: 혹시 내가 너무 늦게 왔나....

천천히 어둠 속으로 들어가자, 감응하는 실내 조명은 평소와 같이 밝아지지 않았고, 뭔가 이상한 상황을 의식해, 다른 구조체로부터 받은 선물을 내려놓으며, 품속에 있던 호신용 권총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손을 품속에 넣어서 총부리를 더듬을 때, 오늘이 휴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총을 전혀 들지 못한 채, 약간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순간, 휴게실의 불빛이 우렁찬 폭죽 소리와 함께 일제히 밝아졌다.

루시아: 지휘관, 생일 축하합니다~

리브: 생일 축하해요, 저희는 방금 지휘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휘관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 했어요.

손에는 방금 리본과 종이가 발사된 폭죽을 들고 있었는데, 루시아와 리브가 구석에서 뛰어나왔고, 어쨌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리브: 지휘관 놀랐어요?

지휘관: 아니 전혀.

리브: 정말인가요, 그럼 다행이네요~ 하지만 전통적으로 '깜짝 이벤트'는 조금 놀라야 하는데.....

지휘관: 이게 무슨 전통이야.....

그녀들이 방금 '생일 축하한다'는 덕담을 한 것 같은데, 누군가의 생일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지휘관: 오늘 누구 생일이야?

루시아와 리브는 상당히 의외인 듯 보이며, 약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리브: 아.....오늘 지휘관님의 생일이에요.

지휘관: 어.....내 생일......?

루시아: 네, 그래서 오늘 이렇게 모여서 지휘관님 생일을 축하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제서야 평상시 휴게실에 안보이는 장식이 있는거 같았는데, 그녀들이 이를 위해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할 줄은 몰랐다.

단순하지만 평소 다소 단조롭고 차가웠던 라운지에 온기를 불어넣은거 같았다.

지휘관: 다들 고마워......

이게 오늘의 몇 번째 인사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입으로 직접 감사를 주고 싶었다.

리브: 지휘관은 발견하지 못하셨죠. 사실 이 장식들은 리 씨가 다 설치한 거예요~!

루시아: 아무래도 저와 리브의 키는 저렇게 높은 곳에 리본을 붙일 수가 없었으니까, 이 일을 리한테 맡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테리어를 맡은 게 리였다니...도무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였다.

지휘관: 그래서, 리는?

???: 그러니까, 이 리본들은 자연스레 좀 어긋나야 예술적인 느낌이 든다고!

???: 도대체 예술감각이 뭔지…...

휴게실의 안쪽에서 논쟁의 소리가 들려왔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리와....아이라?

아이라: 예술협회의 일원으로서, 나는 절대로 이런 반쪽짜리 장식을 용납할 수 없어!

리: 나는 그 어떤 생일파티의 장식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지만, 만약 나를 도와준다면 번거롭게 하지말고 정확하게 너의 요구를 말해야지, 내가 리본을 들고 이렇게 옮겨 놓으라고 하는게 아니라.....

지휘관: 아이라랑 리 여기 있었구나.

아이라: 오오, 그레이레이븐의 지휘관, 생일파티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리: 이곳은 원래 까마귀 휴게실인데, 네 놈이야말로 손님이지.

지휘관: 그래서 너희들 뭘하고 있는거야?

리: 지휘관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었지만, 별 뾰족한 생각이 없어서 담당자로 아이라한테 맡기려 했는데....

아이라: 정정해 줘, 총 디자이너니까, 당연히 나는 이곳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고 싶어!

지휘관: 그렇게 과장할 필요는 없을텐데....

아이라: 누구나 탄생은 특별하고 기념할 만해, 모두 기념할 만한 가치는 있어―과거의 황금시대에서도 그렇고, 인류가 쇠락한 시대에서도.....더욱 각자 개인의 존재를 명심해야 해.

확실히 아이라의 말대로, 내일 어디로 갈지 모를 때, 오늘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

아이라: 예술협회의 기록에 따르면, 과거에는 다들 이렇게 생일파티를 열어서 가족들과 함께 독보적인 하루를 축하했어.

리브: 음......까마득한 어릴 적 생일은 제 일년 중에 가장 기쁜 날이에요.

지난 시간이 리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같았고, 얼굴에는 약간의 미소를 띄었지만, 여전히 가슴이 벅차오른거 같아보였다.

리브: 가족들이 함께 모여 따뜻하고 어둑어둑한 밤빛 아래에서 엄마가 반나절 전에 준비했던 고소한 파이의 달콤함도―당시의 맛은, 비록 구조체로 변한 후에도 저는 더없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리브: 그러나 미각이 바뀌었는지 지금의 저는 그 맛의 파이를 다시 만들고 싶었지만, 도저히 만들 수가 없었고….그렇지 않았다면 지휘관도 맛볼 수 있었을텐데.

리브: 대신 지휘관과 여러분을 위해 특별한 케이크를 준비했으니, 여러분이 좋아하시길 바래요.

지휘관: 기대가 된다.

리: 만약 리브가 케이크를 준비한 것을 알았다면, 모리 그놈은 아마 매우 기뻐했을텐데.

리브: 의외로 모리 씨도 단 것을 좋아하나봐요?

리: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모리가 생일 케이크에 대해 궁금하다고 생각한거 뿐이야.

리: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그다지 넉넉하지 못한데,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생일에 대해 정확히 기억해서, 생일 때 각자 알아서 준비한 작은 선물을 상대방에게 줬어요.

리는 평행선처럼 꼿꼿한 리본을 붙이면서, 지난 일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었다.

리브: 생각해보니 리 씨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걸 거의 못 들었네요....

지휘관: 확실히, 지휘관인 나도 잘 알지 못했어.

리: ...자 됐습니다, 제 일은 그렇게 확실하게 알 필요가 없어요, 오늘의 주인공은 지휘관이죠.

루시아: 제 생일날,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들은 항상 저를 위해 떠들썩한 생일 파티를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루시아: 오늘처럼 가족과 친구와 함께 모일 것이고, 저도 지휘관처럼 많은 선물을 받을겁니다.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고, 한쪽에 놓여 있는 많은 선물을 보았다. 그것은 그레이레이븐 휴게실로 가는 길에 받은 선물이었다.

루시아: 매번 제가 그 선물들을 볼 때마다 저는 제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느끼는데, 이렇게 많은 가족들의 축복 속에서 태어나고…..

루시아: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결심했고―항상 버티면서 싸워나갔습니다.

루시아는 점점 주먹을 불끈 쥐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 이제 저의 싸움을 응원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지휘관.....모두 다 저의 중요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지휘관: 너희들도 나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야.

루시아의 말처럼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단지 까마귀가 된 지휘관, 공중정원의 지휘관, 모두의 '가족'이 되어서 조금도 후회가 없었다.

그래도―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게 있는데....

지휘관: 너희들은 도대체 내 생일을 어떻게 알았던거야?

내 기억에 의하면, 생일에 관한 정보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적이 없었고, 어떤 자료를 작성한 적이 없었다―심지어 자신도 이 날짜를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루시아와 리브는 사실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듯 망설이다가 결국 리가 입을 열었다.

리: 흠, 말하자면 베라 그놈 덕분인데....

리: 오늘날, 지휘관 당신이 정례적인 보고에 참가하러 갔을 때, 저희는 케르베로스 소대가 무슨 수로 '기밀 문서'를 입수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루시아: 베라....그건 지휘관의 인적사항이니, 제대로 된 입수 경로를 밝힐 수 없다면 돌려주세요.

그레이레이븐 소대 세 명이 베라를 막았지만, 옆에 똑같이 케르베로스 소대인 다른 두 명의 구조체가 있었고, 베라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으며 루시아의 질문에 답했다.

베라: 정말 웃겨, 내 손에 그 지휘관과 관련된 어떤 기밀도 없는데, 너희 둘, 봤어?

21호: 21호, 못 봤어.

녹티: 허, 자기 물건이 잘못 새는 것을 보고 우리한테 트집 잡는거야?

리: 루시아, 쓸데없이 지껄이지 마, 정상적인 교섭은 이 여자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어.

리의 손이 품에 들어가 총을 꺼낼려는 동작을 보고 녹티와 21호는 신속하게 전투준비상태에 들어갔다.

녹티: 뭐야, 싸우고 싶은 건가! 이몸이 얼마든지 싸워주지!

21호: '그를 때리지 마!'

그러나 품에서 꺼낸 것은 권총이 아니라 통신 단말기였다.

리: 이런 일로 그놈한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하지만 모리 그놈은 어쨌든 당신들의 지휘관인 셈이니까.

리: 나는 그놈을 잘 알고있으니까, 말썽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그는 틀림없이 너희들한테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할꺼야.

베라는 눈을 크게 뜨고 약간 놀란 것 같았으나, 그러나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베라: 해보던지, 지금 네가 지금 이렇게 매끄러워질 줄은 몰랐어...하지만, 더 웃긴 것은 네가 이 자료를 내가 누구의 손에서 얻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거야.

베라의 웃음이 점점 없어지더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베라: 근데 확실히, 이건 나한테도 아무런 가치가 없는데...

리브: 이왕 이렇게 됐으니까, 그냥 돌려주는게....

루시아: 만약 네가 자료를 제출한다면, 우리는 네가 어떻게 얻었는지 따지지도 않을 것이야.

베라는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떠올린 듯, 희롱하는 웃음을 띄었다.

베라: 나는 정당한 경로로 얻은 자료를 교환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어....아무런 조건도 없이 줄 순 없잖아?

리: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조건을 말해.

베라: 너희들이 나를 도와 작은일 하나 하면 좋겠는데, 아주 간단하지?

말하면서, 베라는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리쪽으로 건네줬는데, 위쪽은 이미 개봉된 것이 분명했다.

루시아: 너 안에 있는 거 본건.....

베라: 당연하지, '그놈' 이 무슨 가치가 높은 기밀 정보라고 하던데, 결국 나한테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어.

리가 안에 있는 물건을 좀 살펴보라는 뜻을 냈고, 베라가 속임수를 쓸까봐 방지하는거 같았다.

루시아: 이건....날짜?

리브: 이건 지휘관의 생년월일....지휘관의 생일이에요! 그것도 바로 오늘! !

베라는 손가락 두 개를 쳐서 그레이레이븐 소대의 세 사람한테 주의를 주더니, 자신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은걸 알렸다.

베라: 내가 너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건 바로 지휘관을 잘 아는 구조체를 찾아, 그의 생일 파티를 열어 주는 거지.

리는 베라의 말을 이해 못한 듯,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리: 이거 뿐이야.....?

베라: 맞아, 그렇지 않으면……내가 누군가를 암살하라는 그런 명령을 내릴 것 같아? 안심해, 그런 일은 나 혼자 할 수 있으니까.

베라는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분노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베라: '그놈'이 감히 나를 속이다니.....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이득을 못보게 취하면 나를 바보로 보지 않겠지.

베라: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이용해 이 정보를 모든 구조체에 알려주게 해서, 이 '기밀 정보'를 가치가 없는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고, 그 망나니로 하여금 자신의 우둔함을 후회하게 만들꺼야.

하지만 리의 눈빛은 의심으로 가득차 있었고, 그의 인식속에 베라는 결코 쉽게 손에 쥔 물건을 내줄리가 없었다.

리: 너는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기에 생일이나 축하하는 시시한일을 할리가 없잖아.

21호: 생일은 시시한일이 아니야!

줄곧 옆에서 말이 없던 21호가 자신의 말를 중단시켰고, 화가 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21호: 생일, 그건 인간이 세상에서 태어난 날....이 날을 축하하는건 인간한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21호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참아내는거 같았다.

21호: 이건 그레이레이븐 지휘관이 가르쳐준 21호의 지식입니다. 지휘관도 좋아할텐데…..생일파티.

베라는 21호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흥미진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베라: 괜찮아, 리는 너 때문에 말문이 막혔으니까.

리: ......

21호: 21호, 언변이 뛰어나, 녹티보다 10배 정도 똑똑해.

녹티: 너 개소리 지껄이지마! 싸우면 되는걸 왜 상대랑 대화를 많이 하는건데? 그건 쓸데없는 일이야.

베라는 그레이레이븐쪽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손사래를 치며 그들을 보냈다.

베라: 너희들은 왜 아직도 가만히 있는건데, 오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