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모든 것이 가벼워졌고, 몸은 무중력 상태인 것마냥 어디로 떨어질지 가늠할 수 없었다.


물 흐르듯 움직이는 데이터화된 네모난 덩어리가 공중에서 빠르게 변하고 재구성되고, 지상과 벽…. 모든 것이 만들어진다.



두 발이 다시 땅 위에 평온하게 내려앉았을 때 세상은 순식간에 재구성되고 있었다.


지휘관

(...)

(이것이... 의식의 바다 재구성?)


이곳은 땅속 깊은 곳이다. 거대한 골짜기, 차가운 강철로 이루어진 지하도시.


지휘관

(이곳은 우리가 싸웠던 곳이야)

(루나는?)



'거기'에서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기억 속의 길을 따라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길을 가다가 길가에 버려진 무기를 발견했는데…. 그 싸움에서 자신이 떨어뜨렸던 권총이었다.


지휘관

(줍는다)


길 끝에서 눈에 익은 하얀 체형과 또 다른… 낯익은 뒷모습이 있었다.



루나

...가브리엘?



가브리엘

루나 양, 당신에 대한 저의 불경함을 부디 용서해주길.


가브리엘

약속드립니다, 루나 양. 이제 저는 승격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기필코 해야 할 책무를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루나는 심연 꼭대기에 서 있고, 그와 대립하고 있는 가브리엘은 기계로 이루어진 거대한 양 날개를 벌리고 있었는데 지옥에서 기어 나온 타천사처럼 보였다.


그런 거대한 그림자 속에서 루나의 몸은 지나치게 왜소해 보였다.


가브리엘

그것은... 바로 순수하지 않은 대행자를 제거하는 것.


루나

내가 보여준 힘만으로 너에게 명령을 내리기엔 역부족이었나...


가브리엘

아직도 깨닫지 못하셨군요. 당신의 마음에는 이미 오래된 허점이 있었습니다. 감정, 그것이 바로 당신의 약점입니다.


가브리엘은 손을 들어 앙상한 강철 손가락 사이로 쥐고 있던 인간의 심장을 보여줬다. 심장은 너무나 연약해보였고, 가브리엘의 손가락 사이에서 힘없이 뛰고 있었다.


루나

아니야...!


가브리엘

당신의 언니가 승격자가 된 이래, 당신의 대행자로서의 힘은 계속 약해지고 있습니다...


가브리엘

당신은 이미 대행자로 불릴 자격이 없어…. 우리의 숙원을 이끌어 줄 자격이 없어!


가브리엘의 손이 점점 조여지면서 그 속에서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섬뜩한 광경이었다.



루나

우으... 이제 그만해...


고통스러워 보이는 루나의 신음과 함께 공간 전체가 마치 상태 불량한 방송기기에 접속한 것처럼 잔뜩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고, 공기 중에 은은한 파문이 일었다. 자신까지 포함해서 불타는 듯한 작열감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지휘관

(그녀의 정서가 모든 의식의 바다 공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가브리엘을 막아야 돼.)


가브리엘

...


총알 하나가 가브리엘의 가슴 오른쪽에 명중했다. 그곳은 인간의 심장이 있는 곳이지만 가브리엘의 급소는 분명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마치 자갈 하나가 거인의 발가락을 때린 것처럼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가브리엘은 고개를 돌려 총을 들고 서 있는 인간을 보았다.


가브리엘

...


지휘관

(...)

(그만해, 너의 종잡을 수 없는 짓거리도 여기서 끝이야!)


가브리엘

넌 누구냐.


지휘관

(나는 공중정원의 지휘관이다.)

(너야말로 누구냐.)


루나

....


가브리엘

내가 이 사태를 수습하고 나면…. 다시 너를 처리하마.


지휘관

(누가 처리하는 건지 착각하지 마.)

(네가 무엇을 하고 싶든...)


지휘관

지금, 나는 여기서 나가야 한다.


지휘관

그리고 나는 '그녀'가 필요해.


루나

...


대화를 나누면서 루나 쪽으로 다가서며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며 구조체를 뒤로 제지했다.


지휘관

그러니까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


가브리엘

...좋군, 아주 좋아.


가브리엘

거짓 '대행자'와 약하고 추악하고 저급한 인간의 조합이라...


지휘관

...루나.


루나

...


루나는 눈을 부릅 뜨고 있었다. 아직 이런 '악몽'에 반응하지 않은 듯했다.


지휘관

(가브리엘에 대한 너의 인식은 아주 명료해.)

(너의 부하는 모두 이런 식이야?)


루나

무슨...


지휘관

(탄환을 장전한다)


이윽고 다시 가브리엘 쪽을 향해 수 발의 총격을 가했지만 가브리엘의 몸뚱이에 한 발도 명중시키지 못했다.


가브리엘

풋... 연기는 충분히 잘 봤다, 인간. 이렇게 무의미하게 나의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이제 지치는군.


가브리엘

루나 양, 이런 저열한 인간에게 보호받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신가요?


가브리엘

하지만 괜찮습니다… 바로 끝내드리죠…. 이렇게...


가브리엘의 이어지는 말은 엄청난 충돌음에 묻혀 버렸다. 아까의 목표는 가브리엘이 아닌 그의 뒤쪽에 부서진 건물에 매달려 있는 위태로운 철판이었다.


루나

뭣...


철판에 눌린 가브리엘은 발을 헛디뎌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틈에 멍하니 서 있는 구조체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지휘관

그 정도의 충격으로는 가브리엘을 오랫동안 붙잡아 둘 순 없어.



루나

그만해... 어서 놔...!


겨우 십여 미터 밖으로 뛰쳐나오자 반응한 루나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


루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대방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면서 몸을 왼쪽으로 돌린 뒤 루나의 팔꿈치를 그녀의 등에 대어 구부리게 한 다음 구조체를 금나술(체포술)의 표준에 따라 구조체를 제압했다.


지휘관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을 전제로 할 거야.


루나

...!


루나

이렇게 하면 나를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해?


지휘관

해명부터 먼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루나

이거 놔, 이 굴욕적인 포즈를 취하게 만들었으면서...!


지휘관

(...)

(손을 떼다)


루나를 옥죄던 손을 놓았지만 상대를 향해 똑바로 겨누던 총구를 놓지 않았다.


루나

...이건 내가 물어볼 말이니까 네가 설명을 해주는게 좋겠어.



루나는 약간 제정신을 찾은 것 같다. 총으로 관자놀이를 가리켰지만 루나는 그것에 무관심했고 평소의 침착한 표정을 되찾았다.


지휘관

(아까는 왜 이렇게 냉정하지 못한거야...) ← 선택

(이하 내 질문에 대답해.)


루나

...뭐?


지휘관

...아니, 내 질문에 대답만 해주면 돼.


루나

...묻고 싶은 게 뭐야?


지휘관

넌 이것이 자신의 의식의 바다 속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루나

내... 의식의 바다?


루나

의식의 바다...


루나

나... 자신의...


루나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가브리엘이 날 배신했으니 내가 직접 가서 그를 벌해야겠어.


루나

네가 하는 게 아니라.


지휘관

(그녀는 현재 장면에서 있었던 일만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보아하니 그녀는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다.)


의식의 바다의 주인 루나의 정서는 의식의 바다 공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루나의 안위와 자신의 의식 안위가 강제로 묶여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루나

나도 한 가지 궁금한게 있어.


지휘관

(뭐지?)

(너에게 대답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어.)


루나

너는... 내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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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아니. ← 선택

...맞아.


루나

…그럼 왜 여기에 나타난거야...?


지휘관

나는 잠시 이곳에 갇혔을 뿐이야.


루나

그럼 아까는 왜 그랬어?


지휘관

여기서 나가야 되니까.


루나

...그런가.







지휘관

...아니. 

...맞아. ← 선택


루나

그래서 너도...


루나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손가락을 내밀어 이쪽을 건드려 진위를 확인하려는 듯 말했다.


지휘관

(피한다.) ← 선택

(가만히 있는다.)


루나는 즉각 행동을 멈추었다.



지휘관

(피한다.) 

(가만히 있는다.) ← 선택


루나는 손끝이 얼굴에 닿을 즈음 이를 멈췄다.



루나

...왜 이런 이상한 사람이 꿈에서 나타난거지.


지휘관

(...)

(저기, 아까 내가 널 구한 것 같은데?)


루나

그럼 아까는 왜 그런거야?


지휘관

네가 '꿈속'에서 깨어나게 하려고.


루나

이제 알겠어... 넌 꿈을 먹는 맥(꿈을 먹는 전설 속 동물)*이구나.


지휘관

(...)

(뭐라고?)


루나는 이상하게 진지해 보였다.


루나

'맥'이라는 생물이 있는데, 내가 악몽을 꿀 때 꿈속에 들어가 악몽을 삼켜버리고 다시는 악몽을 꾸지 않게 해준대. 언니가 나한테 이야기해줬어.


...루시아가 어렸을 때 루나에게 이런 이야기도 해줬었나?


지휘관

(...나는 '맥'이 아니지만, 꽤 비슷해.)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루나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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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너는 날 꿈에서 깨워줄 수 있는거야?


루나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난… 깨어나지 못해…


지휘관

(난 알고 있어.)

(널 도와줄 수 있어.)


루나

...하지만 널 믿을 수 없어.


지휘관

(...)

(총을 내려놓는다.)


들고 있던 총을 내려놓았다.


거의 총을 내려놓는 순간 루나는 이쪽을 향해 한 손을 드는 익숙한 동작을 취했다. 그것이 현실이라면 공간을 찢을 수 있는 놀라운 에너지를 뿜어내 앞에 있는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엔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공격의 몸짓만 하고 있었다.



루나

너는 내 꿈속에서 나를 죽이려는 다른 괴물들과 꼭 같을 거야, 그렇지?


루나

난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아. 꿈속에서도 언제나 경계하지. 널 실망시켜버렸네.


루나

만약 내가 널 죽이지 않는다면 너는 날 죽일 거야. 악몽 속의 모든 것이 그렇게 작동한다고, 난 알고있어.


지휘관

...내가 여길 떠나기 전에.


지휘관

너는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어.


지휘관

나와 함께 행동할 수도 있어.


루나

...왜 나를 믿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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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아무튼 나도 너를 처음 믿어보는 건 아니야. ← 선택

왜냐하면 넌 나에게 위협읻 될 수 없거든.


루나

너 후회할 거야.


지휘관

(그럴지도.)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






지휘관

아무튼 나도 너를 처음 믿어보는 건 아니야. 

왜냐하면 넌 나에게 위협읻 될 수 없거든. ← 선택


루나

너...!


지휘관

만약 네가 공격할 수 있다면...


지휘관

가브리엘을 현혹시킨 내 총알은 아까부터 필요가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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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어처구니 없는 놈.


그럼에도 루나는 팔을 내렸다.


지휘관

(낯설지 않은 평가야.)

(그럼 너의 선택은?)


루나

나의 선택은...


눈 앞의 루나는 이 말을 끝내지 못하고 사방의 풍경이 모든 것이 처음 일어났을 때처럼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루나의 입술은 아직 다물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깨진 퍼즐처럼 벗겨진 네모난 곳을 뚫지 못했다.


공간 안에 있던 두 사람의 형상이 바닥에서 둥둥 떠 올랐다. 데이터화된 소용돌이가 이 모든 것을 휩쓸었다.


지휘관

(기다려 줘.)

(너를 찾을 거야.)



루나가 이 말을 들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과거 승격자의 수장은 데이터의 홍수가 모든 시야를 덮어 시야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이곳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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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 https://ko.wikipedia.org/wiki/%EB%B0%94%EC%BF%A0_(%EC%9A%94%EA%B4%B4)



루나 기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