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상자는 045번 도시로 이동했다



어두컴컴한 칸막이 속에서 바네사는 정교한 커피숟가락으로 컵 속의 죽을 휘젓고 있었다. 【지휘관 이름】은 옆 침대에 누워 여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리브

...



바네사

왜? 죽을 커피잔으로 먹는건 네 취향이 아닌가봐?


바네사

나만의 독특한 취미이긴 하지만 이런 환경을 바꿀 수 없을 땐 꽤 유용하거든.


바네사

공중정원이 지원을 끊었다는 것을 너희들은 어느정도는 눈치챘겠지?


리브

어째서?


사람들을 돌보느라 바빴던 리브가 그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바네사

지난번 구조 실패 이후로 다음 구조 시점을 묻거나 전술 개선 방안을 물어볼 때마다 답신을 얼버무리더라고.


바네사

요 며칠 동안 정기적인 연락도 평소대로 되지 않아 내가 먼저 연락을 해도 틀에 박힌 듯한 답변만 들을 뿐이야.


바네사

저쪽 루시아에게 시도해 보라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어.


루시아&리브&

...


바네사

별 거 없어, 희한한 일이 아니라 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잠시 포기했을 뿐이야.


바네사

예전에도 이런 케이스는 적지 않았어. 물론 내가 그 당사자가 된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루시아&리브&

...


바네사

너희들의 이 무심한 모습을 보니, 벌써 결말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나봐?


루시아

이제는 우리 자신에게 의지해야 합니다.


바네사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 구원을 바라는 것은 원래 현실적이지 않아. 설령 내가 작전의 지휘자라 할지라도 무의미한 손실을 멈추는 것은 당연히 현명한 일이지.


바네사

그리고 기쁜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 더 있어.


바네사

좋은 소식은 공중정원이 지원을 끊었지만 위치정보를 얻을 수 있는 내 권한을 끊지 않았다는 것이야.


바네사

나쁜 소식은 미확인 인간형 생명체가 042번 도시에 진입했어.


리브

...


바네사

너희들 어떻게 할 작정이야?


루시아

현재 저희가 거주하는 이 위치는 너무 위험하고 사람도 많아 기습 공격을 받으면 방어든 후퇴든 희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루시아

저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분산시키고 164명을 여러 팀으로 편성하는 것이 훨씬 더 행동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브

최근 며칠동안 합류한 사람들을 포함하면 이미 172명, 그리고 개 한마리가 있어요. 물론 우리와 지휘관을 제외한 수치에요.


루시아

벌써 172명이라고?


분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철수 시간이 더 소모되니까 지금이라도 출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아.


고농도의 퍼니싱 바이러스, 사람들의 식량과 체력 문제, 집단으로 공격해오는 이합생명체, 이 세 가지 문제에 대비해야 해.


루시아

퍼니싱 농도는 방호복으로 대응할 수 있어. 물론 사람마다 하나씩 분배할 수 없는 수량이지만 우리는 나눠서 이동할 수 있어.


루시아

두 번째 문제는 해결이 어렵고, 모두들 움직이는 속도가 느리지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어.


루시아

세 번째는, 우리와 다른 동료가 함께 방호할 수밖에 없어.


리브

그럼 어디로 이동할까요?


루시아

043번과 인접해 있고 안전한 도시는 046번, 044번, 045번 3곳이야.


루시아

045번 도시에 가봤는데 보육구역에 044번 도시에 사람이 많이 들어와서 더 이상 자리가 없었어.


루시아

046번 보육구역은 여과탑이 파손돼 안에 있던 직원들이 대피해서 한동안 비어 있었어.


루시아

지금은 다 고쳤지만 그쪽은 여기서 멀고 이미 도착해서 안에 사는 사람도 있고… 배척하는 분위기도 있어.


루시아

아니 '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아, 위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잃게 되니까. 이들은 모두 무장한 스캐빈저라서 폭력적인 방법으로 외지 사람들을 몰아내고 강탈할 거야.


루시아

044번은 완전히 비어 있지만 여과탑이 제대로 수리되지 않아 도시 가장자리에 이합생명체 잔해가 대거 남아 있어 언제든 규합해 적조로 변할 수 있어.


리브

어느 쪽도 가기엔 마땅해 보이지 않아요.


바네사

너네들은 저 사람들이 편히 살 곳을 찾으려는 거야? 기왕이면 농사짓기 좋은 땅인지도 살펴보지 그래?


그녀는 우아하게 국자의 죽을 삼키며 비웃는 웃음을 터뜨렸다.


바네사

지금은 임시로 대피하는 만큼 임시로 대피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 충분해.


바네사

043번 도시에서 인간형 생물체가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파손된 건물을 복구한다.


바네사

그것들이 발을 들여놓지 않은 영역으로 계속 이동해봤자, 세상이 아무리 커도 무한하진 않아.


바네사

너희들의 지휘관이 지금 깨어 있어도 똑같은 게릴라 전술을 구사했을걸?


당신이 【지휘관 이름】을 그렇게나 잘 압니까?


바네사는 숟가락을 놓고 리를 향해 냉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리브

우리 군중들을 잠정적으로 세 팀으로 나누어 대피하는 걸로 하죠.


리브

행동이 자유로운 사람은 방호복을 입고 우리가 계획한 안전경로에 따라 적조가 형성 될 수 있는 전투구역을 우회해 044번 도시로 갑시다.


리브

두 구조체가 사람들을 호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 동안에도 방호복을 벗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043번 도시가 살 수 있게 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죠.


루시아

응, 부상자 중 일부는 물자를 가지고 045번 도시로 가도록 하자. 난 그곳을 수색하던 중 소형 여과장치가 있는 창고를 발견했어. 비록 조건이 열악하지만 간단한 방호 능력이 있는 사람은 버틸 수 있을 거야.


제 3팀은 우리와 지휘관이 마지막 부상자와 바네사, 밤비나타를 데리고 046번 도시로 향하는 걸로 하죠. 그들이 아무리 배제하려 해도 구조체를 상대로 무언가를 할 수 없을 겁니다.


바네사

눈치 빠르네. 그래, 이제서야 수석이 데리고 다니는 사람답네.



바네사

물자 부족과 인간형 생물체의 위협에는 견딜 수 있지만 또 다른 네 가지 복병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어?



루시아

이동 중에 조우한 이합생명체에 대항하려면 구조체가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호위해야 합니다.



리브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는 병환자들은 이동수단이 있어야 떠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외출을 위해 방호복이 필요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방호복 비축물도 1인당 1벌씩 분배할 수 없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046번 도시로 가는 사람들은 방호복이 없을 것입니다.



바네사

맞아. 하지만 마지막 한 가지는, 이 길에서 반드시 희생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야.


바네사

너희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충분히 많은 생존과 잔혹함을 보았으면 좋겠어. 모든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느니같은 환상을 가지고 대열의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았으면 하거든.


무슨 말씀인지?


바네사

보아하니 너희들은 밖에서 구조활동만 하느라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렬의 행동 속도를 못따라가고 있는지 모르나봐. 리브, 네가 대신 말해 줘.


리브

모든 부상자들을 한꺼번에 데려갈 수 없었어요. 부상자들은 행동이 매우 느리고 기존의 교통수단도 모두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에요.


루시아

만약 시간이 늦으면 당신은 일부 사람들을 포기하길 요구하나요?


바네사

그래, 하지만 시간이 촉박할 때만이야. 나도 그 사람들을 이유 없이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 단지 무의미한 구조활동을 피하고 싶을 뿐이거든.


바네사

더구나 이런 일로 너희들과 입씨름하기도 싫어.


루시아&리브&

...


바네사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 아니면 【지휘관 이름】이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아무도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전술을 보여주는 걸 기대하고 있는 거야?


바네사

그게 아니라면 지금 여기서 내 지휘라도 받아야 다수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걸?


바네사

일단 그런 상태에 이르면, 너희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위기에 처한 사람은 누구일까? 밤비나타를 데리고 있는 나야? 힘차게 뛰는 난민들? 아니면 너희들의 의식불명 지휘관인가?


바네사

아니다. 됐어, 어쨌든 【지휘관 이름】이 키운 인형은 '내가 모두를 지켜줄 테니까'라면서 달려들다 죽겠지.


루시아

….알겠습니다. 다음 전술을 계획해 봅시다.


리브

그래도 046번 도시와 045번 도시로 가는 중상자부터 대피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네사

시간이 나면 그들을 먼저 보내야 해. 일단 고통에 지친 사람들을 남기고 건장한 사람들을 먼저 보내버리다간 그 사람들 영원히 남겨질 수도 있겠지.


바네사

보아하니 요 몇 년 동안 인간의 저열함 대해 충분히 학습했나 보구나?


리브

저열함이 아니라 단지 모두들 살고 싶어서 그랬을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비전이 필요하고요.


바네사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바네사

그 두 인간형 생물체는 아직 043번 도시에 도착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리브

북쪽 130km 밖에서 대규모의 이합생명체 신호가 발생했습니다!


바네사

...?


리브

이곳을 향해 중간 속도로 질주 중이고 8시간 뒤 도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네사

얼마나 많지?


리브

약 100마리로 추정됩니다. 우리가 방어할 수 있을까요?


루시아

아니, 리브, 그것들이 무리를 이루었다면 결코 100마리가 아닐거야.


루시아

난 044번 도시에서 그런 이합생물의 광풍을 목격한 적 있어. 네가 탐지한 범위 밖에서는 분명히 더 많이 있을텐데...


루시아

그 숫자의 10배, 심지어는 100배일 수도 있어. 그들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하면 우리는 그 엄청난 물량을 상대로 방어하기 어려워.


바네사는 자조 섞인 냉소를 지으며 커피잔 속 식어버린 미음을 단숨에 비웠다.


바네사

아침 해가 보이지 않을 모양인데 이제 그만 철수하지.


루시아

네, 하지만 예정대로 부상자를 이송해 다른 구조체 대원들이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대피시키고, 빨리 지상에 체류 중인 다른 엘리트 소대에 도움을 요청하길 바랍니다.


바네사

일부 부상자를 차량에 태우고 떠날 수는 있겠지. 결국 너희들의 지휘관도 딱 한 자리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바네사

하지만 그 다음 일은 포기하는 게 낫다고 권하고 싶은데, 차징 팔콘 소대든 케르베로스 소대든 지금 그들의 처지는 우리와 비슷해.


바네사

의사가 있는 거점은 더 많은 생존자가 있지만 부상자 또한 마찬가지. 부상자들은 대열을 더 비대하게 부풀려 이동하기 어렵게 만들지.


바네사

만약 그때 한 명의 부상자도 살아남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귀찮게 되지는 않았을 걸?



리브

그딴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바네사

내가 말했듯이, 도중에 반드시 누군가가 희생될 거야. 설마 그 이합생명체들이 네가 천천히 움직이는걸 가만히 기다려 줄거라고 기대하는 건 아니겠지?


세 사람은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바네사

차량은 몇 대나 남아있어?


그동안 훼손된 다른 보육구역에서 수거한 차량 중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은 3대 입니다.


바네사

너네 지휘관 방호복으로 갈아입혀, 빨리.




준비를 하기 위해 모두들 바네사와 지휘관이 있는 구획을 떠났지만 바깥 풍경은 예상 외였다.


모두들 몇 안 되는 짐을 챙겨놓고 칸막이에서 빠져나오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싸늘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리브

...다들 어디 가는 거예요?



난민 수장

우리는 망각자의 거점으로 갈 작정이다.


리브

망각자의 거점은 이곳에서 멀어 도보로 가는 것은 어림도 없어요.


난민 수장

그래서 평소 당신들이 수색용으로 쓰던 차를 '빌린다'고 했다.


리브

…갑자기 왜 떠나는 거에요?


난민 수장

의사 아가씨, 난 당신들이 뭔가 말할 때마다 머뭇거린 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당신들이 슬그머니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밖에서 떠드는 틈을 타서 귀를 기울였다.


루시아

귀?


난민 수장

공중정원의 지원이 끊겼다고 했지. 저쪽 구조체한테 들었어.


그는 벽 모퉁이에 숨어 있는 구조체를 가리켰다.



구조체 대원

저는 단지 동료들과 이 일을 상의하고 있었는데…뒤에 또 다른 사람들이 듣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난민 수장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알려질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난민 수장

인근 보육구역에서도 사고가 잇따랐고, 공중정원 지원이 끊긴 마당에 괴물 두 명이 041번 도시를 헤매고 있으니 굳이 이곳에 남아 죽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퀴나

대장. 세 대의 차에 모두 시동 걸렸고, 방호복도 빼냈으니 우리 갑시다.



리브

차를 빼지 마세요! 아직 이동할 수 없는 많은 중상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차량으로 그들을 운반해야 해요!


난민5

그럼 우리 전부 걸어갈 수도 없잖아?


난민6

우리가 떠나고 저 부상자들을 당신들과 함께 여기에 눕히는 게 더 나은 거 아니야? 장소도 넓어지고 덜 소란스러워지잖아.


리브

(이합생명체 집단과 인간형 생물체가 이동한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모양이야….)

 


세 대의 차량도 여기 172명을 전부 수용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대규모 감염체나 이합생명체를 만났을 때 무엇으로 맞설 겁니까? 인원수요?


군중들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속삭이기 시작했다.


난민 수장

그래서 우리는 지금, 그것들이 아직 모여있지 않은 틈을 타서 가려고 한다.


난민 수장

스캐빈저도 스캐빈저만의 방식이 있으니 이 다음의 일은 우리 자신에게 맡겨라.


리브

그러지 마세요!


리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리브는 수 초를 망설였지만, 당황스러울 수 있는 그 비밀을 알려주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이곳 사람들은 줄곧 알권리를 원했었다. 이런 어려운 고비에서도 모두가 함께 뭉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위험을 모른 채 결정을 내렸다면 이후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리브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리브

제 말을 들어보세요. 저희는 방금 북쪽 밖에서 대규모의 이합생명체 신호가 감지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8시간이 남았고, 인간형 생물체도 041번 도시에서 042번 도시로 이동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부상자를 데리고 이곳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리브

만약 여러분이 지금 차를 몰고 간다면, 이 부상자들은 저희들이 도와도 도보로 이송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투에서 누락이 발생하여 미처 막지 못한 이합생명체가 지하실로 들어오면 그들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라고요!


난민 수장

...


침묵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던 중년의 수장은 수 초 동안 생각을 하고 돌아서서 리브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난민 수장

아가씨, 당신은 우리를 돌봐 주었고, 오랫동안 부상자들을 지켜왔지, 우리는 당신이 한 말을 믿고 싶다.


그는 이 말을 마치자 수초 동안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반대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서야 말을 이었다.


난민 수장

당신이 우리에게 솔직하게 대할 수 있는 이상, 나도 여러 나날동안 모두를 돌봐주던 구조체와 부상자들을 위해 양보하고 싶다.


그의 말은 즉각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현장은 시끄러웠으며, 몇몇 날카로운 목소리의 피난민들이 앞장서서 떠들어댔다.


난민3

그 부상자들을 여기에 남겨! 데려가도 오래 못 산다!


난민8

나 여기서 절대 죽을 수 없어!!


난민8

만약 길을 걸을 수 없다면?!


군중의 항의 속에 침묵을 지키던 이 피난민의 수장을 향해 힘센 몇몇 사람들이 군중을 비집고 그의 앞으로 돌진했다.


난민9

대장...!


난민 수장

왜? 안 다쳤는데, 십여일동안 계속 굶어서 걸을 수가 없나?


난민9

확실히 걸을 수가 없네! 게다가 그녀는 8시간이 남았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저 괴물들을 뛰어넘을 수 있지?! 달려들지 않더라도 바깥에 어슬렁거리는 놈들도 있잖아!


난민 수장

우리는 사람도 많고 무장도 있다. 떠도는 괴물을 만났을 때 그 수가 많지 않으면 함께 달려들어 해결할 수 있다.


난민 수장

...



난민 수장

의사 아가씨, 그의 말도 맞아. 우리가 원래 차를 몰고 가려 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체력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난민 수장

긴급한 상황이라면 이동이 불가능한 이 부상자들과 함께 당신들을 우선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막무가내로 차를 몰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난민 수장

누군가 중간에 쓰러지면 무리 전체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는데 이럴 때 위험에 처하면 우리도 살 수 없다.


루시아

저희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남은 차량을 배정하는데 있어서 한 발씩 물러서서 양보해주실 수 있을까요?


난민 수장

좋다, 그럼 그렇게 하지.


한 발씩 물러서서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많은 사람들의 토론을 압도했다.


난민 수장

세 대의 차 중 가장 작은 차만 떠나보내 짐만 실어 나르고,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부상자를 수용하는 구급차 2대를 배정하겠다.


난민 수장

그러면 우리의 안전도 어느 정도 보장되고 다른 사람의 살길도 끊어지지 않는다.


군중들은 점점 조용해졌지만,여전히 이 결론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민10

그 이합생명체가 오기까지 아직 8시간이 남았는데, 우리는 도보로 전혀 걸을 수 없다니까!


난민 수장

어차피 우리가 세 대를 모두 몰고 간다고 해도 차에 모든 사람을 태울 수 없다. 당신은 스스로 자신이 차에 탈 수 있는 행운아라고 생각하나?


난민10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대장!


난민 수장

조급해 하지 마라, 우리는 아직 더 계획이 필요하다.


난민 수장

당신들은 부상자와 우리를 어디로 보낼 계획이지?



리브

지금 상태로는 건장한 사람은 남쪽 044번 도시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리브

여과탑도 문제고 사방의 퍼니싱 농도도 높지만 모두가 방호복을 입고 우리가 계획한 대로만 가면 문제 없을 겁니다.


리브

043번 도시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버틴 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난민 수장

044번 도시는 이곳에서 가장 가깝고, 직통 도로도 있어. 배회하는 괴물들의 수도 비교적 적으니 이 방안은 타당하다.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뒤에까지 들려주는 듯했다.


난민 수장

그러나 건강한 사람들이 모두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나머지는 부상자들이 쓸 수 없다.



045번 쪽에는 또 하나의 창고가 있는데 그 안에 소형의 여과장치가 있습니다. 출력이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일반 방호가 있는 사람은 그곳에서 버틸 수 있습니다.


리브

네, 리 씨의 말대로 우리는 일부 부상자들을 045번지의 창고 쪽으로 옮길 계획입니다.


리브

다른 부상자들은 저희와 함께 046호 보육구역에 갈 것이고, 그곳은 여유가 있을 겁니다.


난민 수장

046번…거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미치광이들이라 감염체만큼이나 위험하지만 우리에겐 구조체가 있으니 그들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바네사

그럼 바로 그렇게 합시다.


그녀는 인형처럼 망가진 밤비나타를 데리고 칸막이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던 것 같다.


바네사

어서 서두르세요.


난민 수장

잠깐만, 내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난민 수장

우리가 걸어서 빠져나가면 속도가 느려 044번 도시가 여기서 멀지 않다고 해도 8시간 전까지 043번 도시를 떠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난민 수장

나는 이 소녀가 진심으로 부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그 차들을 남겨두고 싶어한다고 믿고 싶지만, 너는 확실치 않다.


난민 수장

너는 그 구조체의 임시 장관(长官)인가? 원래 장관의 인품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저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그들과 그리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넌...


그는 목구멍에서 냉소를 짜냈다.


난민 수장

나는 너처럼 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저울에 달아 보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너희들은 언제나 자기 이익만 챙길 것이다. 한 달 남짓만 지내도 나는 알 수 있다.


난민 수장

네가 부상자를 따라 우선 철수하고 남은 사람을 버리라고 명령하면 자신의 안전을 100% 확보할 수 있겠지.


바네사

허... 저는 다만 생존자의 수를 극대화하고 싶거든요.


바네사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시간과 물자가 보답에 비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난민 수장

너의 방에도 치료받을 수밖에 없는 '성가신 것'이 누워 있을 텐데.


바네사

사람과 사람의 가치는 모두 동등하지 않죠. 금이 간 보석과 진흙탕에 빠진 보릿대 중 어느 것을 주워들어야 할까요?


난민10

공중정원 '장관'답게 인명의 가치를 따지는 당신들의 얼굴은 당시 대퇴각 때와 똑같구만.


양쪽이 다투는 추세에 리브는 달려들어 뭐라고 말하려다가 뒤로 가로막혔다.



난민 수장

화낼 필요 없다, 로젠트, 이제 '대퇴각'의 주권은 우리에게 있다.


난민 수장

밖에 있는 그 세 대의 차는 나의 사람이 차지했다. 만약 당신이 두 대를 돌려받으려면 우리 것을 들어줘야 한다. 폭력으로 빼앗고 싶다면 총성을 울려라. 그들은 먼저 차를 몰고 철수할 것이고, 그러면 누구에게도 이득이 안 된다.


바네사

말하세요, 당신은 무엇을 원합니까?


난민 수장

우리 사람들과 부상자들을 먼저 철수시키고, 당신과 다른 구조체들은 여기에 남아 후방을 끊도록 하라.


난민 수장

어차피 두 대의 차에도 모두 실을 수 없으니 부상자를 수송한 사람은 다시 돌아올 것이고, 그때도 우리는 그리 멀리 가지 않았을 것이다.


바네사

당신은 그들이 다시 한 번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는 건가요?


난민 수장

물론, 나는 이 어린 소녀의 의사와 그의 동료가 틀림없이 부상자들을 무사히 보내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난민 수장

모두 무사히 물러난 후에 너는 방에서 의식을 잃은 그 장관과 함께 걸어가라.


바네사

저는 이 구조체들을 불러서 당신을 호송하게 하고 동시에 모두를 철수시킬 수 있습니다.


난민 수장

하지만 나는 너를 믿지 않아. 네가 떠나면 언제든지 그들을 불러낼 수 있어. 그때는 이송되지 않은 부상자와 천천히 걷는 우리가 043번 도시 중 가장 눈에 띄는 표적이 될 것이다.


바네사

당신이 차를 내놓은 후에 그들을 우선해서 저를 데리러 오도록 하면 안될까요?


난민 수장

우리는 너를 지켜보고 그들이 부상자를 운반한 후에 출발하도록 할 것이다.


바네사

…허.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부재중이어도 내 인형이 있으니 언제든지 이곳을 떠날 수 있어요.


난민 수장

너희 둘만으로는 실내에 있는 사람을 도보로 데려가기엔 너무 위험하다.


난민 수장

혹시 이 '금이 간 보석'을 포기할 생각인가?


바네사

...


바네사

좋아요. 여기 남아서 후방을 엄호할테니 당신들은 먼저 철수해요.


리브

바네사...


루시아

정말 그렇게 할 겁니까?


바네사

가서 빨리 돌아와, 내가 너네 지휘관이랑 같이 합장치르는거 보기 싫으면.


바네사

그리고 너… 너는 뭐라고 부르더라?


그녀는 옆에 있는 구조체를 가리키며 손짓했다.



여성구조체

저는 산데카라고 합니다. 지휘관 바네사 양.


바네사

산데카, 네가 가서 그들이 차를 운전하는 것을 도와줘. 가는 길은 아마 깜짝 파티의 연속일 거야. 싸울때는 항상 차를 세워 두고, 너무 빨리 가지 마.


산데카

네.


루시아

우리도 가자, 리브.




루시아

이번 퇴각은 네가 계획하도록 맡길게. 넌 부상자들의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으니까.


리브

네.


리브

중상자를 우선 대피시키고, 경상자중 일부는 일단 이곳에 남겨 둘게요. 들것이 워낙 크기도 하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데려가기 어려워요.


리브는 자신의 의료일지를 펼쳐들고 부상 정보를 재빨리 체크해 보았다. 이 기록이 모두 갱신되지는 않았지만 늘어난 사람과 그들의 상황은 리브의 가슴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리브

8명의 중상자중 장설 양, 카나타 씨, 린지 양은 잠시 머물러야 돼요.


리브

앞의 둘은 의식의 불안정해서 바네사가 그들의 의식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린지 양은 심한 중상을 입어서 혼잡함과 차량의 흔들림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구조체 대원들이 모여 완충 기능이 있는 들것으로 따로 옮겨야 해요.


루시아

지휘관이 썼던 그거?


리브

네, 현재 지휘관의 상태를 고려하면 굳이 거기에 탈 필요는 없어요.


리브

참, 그리고 칼리 어르신은 떠나는걸 허락하실지 모르겠어요.


루시아

암 때문에 단식을 하는 노인 그 분 말하는 거야? 내가 가서 물어볼게.


설령 그 분이 가지 않는다고 해도 큰 공간을 차지해야 하는 4명, 그들만으로도 이미 두 대가 꽉 차버려. 기껏해야 그 어린 소녀만 더 태울 수 있는 정도야.


리브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었다면 잠시 밀집된 공간에 머물게 할 수도 있었을텐데...


루시아

들것 사이에 받침대를 만들어서 들것끼리 서로 최대한 가까이 붙게 해놨어. 물론 억지로 밀어넣은 정도는 아니야.


나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은데 받침대는 나한테 맡겨줘. 하지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최소한으로 눌러도 반듯이 누워 있어야 하는 사람 4명, 그리고 몇 명을 앉혀 놓는 게 최대 한계야.


리브

그럼 부탁할게요, 리 씨.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창고로 걸어갔다.



리브

두 번째 차량...


그녀는 자신의 단말기 위의 기록을 뒤적거리며 새로운 명단을 정리했다.


리브

이들은 반듯이 눕힐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 상처가 있어 서로 겹치지 않게 공간을 분리해야 돼요.


리브

일부라도 좌석 밑에 눕히거나 다리를 다치지 않는 사람의 다리에 앉힌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눌려선 안됩니다.


리브

게다가 저희가 쓰는 차량은 개조되지 않아 과도한 초과 적재량을 감당할 수 없겠죠?


루시아

틀림 없어.


루시아

운송할 사람은 몇 명이나 남아있어?


리브

현재 수송해야 할 부상자가 47명…아니, 며칠 새 합류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62명이 될텐데 두 번째 차는 17명을 태우는 게 한계에요. 첫차에 4명을 태워도 우리는 이번에 21명밖에 데려가지 못합니다.


루시아

괜찮아, 우리가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 희망은 있어.


리브

그렇지만 다음 수송에는 이번에 나가지 않은 중상자와 지휘관도 있어요.


루시아

여기서 머뭇거려도 시간만 날릴 뿐이야. 우리가 속히 할 수만 있다면 세 번은 왕복할 수 있어.


리브

네... 우선 모두 불러올게요.


루시아

알았어.


루시아는 지하실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피난민들이 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팡틴

아... 리브 씨...


1차 명단에는 팡틴이라는 이름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녀도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리브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팡틴

호의를 베풀어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남았으면 해요.


그녀는 주위의 붐비는 사람들을 보고 부드럽게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팡틴

제가 차량을 타기엔 너무 붐비거든요. 이 아이의 미래를 지워버려야 하는지 아직 생각하지 못했는데…그러니까, 잠시만 더 '그'와 지내게 해주세요.


팡틴

당신이 간 후에, 여기 부상자도 누군가 돌봐야 합니다. 비록 제 의학 지식은 분명히 당신보다 많지 않지만, 작은 도움도 될 수 있습니다.


팡틴

그 대신 제가 데려온 그 아이를 데려가 주세요. 아이의 등에 난 상처가 아직 심해서 좀 넓은 자리가 필요하니까, 걔를 어른이라고 쳐도 괜찮겠죠?


리브

....네.


팡틴

참, 슈렉 씨가 당신들에게 할 말이 있답니다.



슈렉

으흠.


그는 일부러 가볍게 리브와 인사를 했다.


슈렉

당신들의 차를 따라가게 해주세요. 저는 장소를 차지하지 않고 들것의 그 차의 지붕 위에 앉을거라 적재량을 초과하지 않을 겁니다. 그 외에도 당신이 일반 부상자를 올려보내도 쉽게 떨어질 수도 있겠죠?


리브

차 지붕은 매우 위험한데, 확실한가요?


슈렉

안심하세요. 단단히 붙잡을 수 있어요.


슈렉

당신들이 철수할 곳은 045번 도시의 한 창고죠. 그곳에는 의사가 그들을 돌보나요? 아니면 그곳에 머무르겠다는 건가요?


리브

아니요, 그것도 제가 항상 걱정하고 있던 문제 중 하나입니다.


슈렉

역시 그렇군요. 어쨌든 한 명이라도 남아서 돌봐줘야 하겠죠? 저는 명의라고 할 수 없지만 최근에 약간 배운게 있긴 합니다.


리브

최근에 배웠어요...?


슈렉

네, 친구 한 사람 때문에 의술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슈렉

만약 제가 미덥지 않아 보인다면, 망각자 쪽에 있는 의사를 불러도 좋습니다.


슈렉

그래야만 저는 계속 출발해서 망각자들에게 혈청을 보낼 수 있는데, 설마 그들이 요구를 거부하진....않겠죠?


리브

…좋아요…고맙습니다.


루시아

좋은 방법이야. 우리도 와타나베와 연락해서 그의 힘을 빌어 봐야 해.


루시아

지휘관이 아직 깨어있다면...


그의 인맥을 빌리기 더 편했을거라고?


리는 들것을 막 조립하고 얼굴을 찌푸린 채 세 사람의 뒤에 나타났다.



루시아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공중정원과의 연락은 이미 끊겼어. 이러다간 우리도 망각자의 일원이 될지도 몰라.


고개를 들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던 그녀의 상념은 한순간 추억으로 끌려갔다.


루시아

나는 그들이 이 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해하고, 욕심이나 악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믿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의지해 다음 일을 생각해야 해.


루시아

이것은 이미 나에게 낯선 일이 아니야.


...


슈렉

제가 가서 부상자를 들어내는 것을 도와드릴까요?


그는 세 사람의 말 속에 묵직함을 느끼며 재빨리 손을 흔들고 지하실로 뛰어갔다.


루시아

네. 리브, 칼리 할아버지는 모두와 함께 가지 않는다고 말했어.


리브

...그래요, 알겠어요.



수십 분 뒤 모두의 노력으로 각자 배정된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이 비좁게 기대어 있지만 이로 인해 상처가 찢어지지는 않는다.


루시아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출발하겠습니다.


루시아

길 위의 이합생명체는 제가 방어하고 리브는 부상자의 상태를 주의하며 리와 또 다른 구조체인 산데카가 운전을 맡아주세요.


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미간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그가 시동을 걸자 낡은 앰뷸런스가 위압적인 소리를 내면서 계기판 옆 스피커에서 날카로운 경보음이 흘러나왔다.



...


리의 미간에 드리워진 초조함은 갈수록 짙어졌고, 그는 스피커를 비틀어 소음을 내고 있는 경보기의 선로를 정확하게 끊었다.


출발합니다.



전투 개시




루시아

여기는 루시아, 근처에 떠도는 이합생명체가 다가오고 있다!


적재량을 초과한 차량은 주행속도가 매우 느려 따돌리기 어려워.


루시아

가능한 한 경로 위의 적들을 모두 정리할게. 너희들은 서둘러 전진해!


리브

안전을 위해 길에서 적을 만나면 잠시 차를 세워 방어에 전념할게요.


리브

하지만 차량 자체가 낡아 부상자들은 대부분 이동을 못하는데….


루시아

나도 알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할게.



전방의 적을 격멸하고, 도로를 정리하라



적의 기습, 차량을 보호하여 이 거리를 통과하라.



리브

앞차 오른쪽에 이합생명체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루시아!



리브

뒷차가 이합생명체에게 따라잡혔습니다!



리브

루시아! 전에 봤던 유인입니다...

...그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리브

전방의 적대 세력은 이미 소멸되었지만, 후방에...


루시아

너희들은 먼저 전진해, 내가 후방에서 적을 막고 있을게.



후방에서 적이 엄습해온다! 모든 적을 막아 제거하라.



루시아

전투 종료, 그 쪽은 어때?


리브

경상자가 약간 있지만 제가 맡을게요.


루시아

알았어, 지금 바로 합류할게.



전투 종료



045번 도시, 서부 폐기창고, 3.41a.m.


043번 보육구역을 빠져나와 각종 도로가 끊기거나 붕괴되고 감염체와 이합생물이 습격하는 사고들을 넘어 5시간 반 만에 045번 도시의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슈렉

와타나베 쪽도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의사를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이쪽이 여의치 않으면 난민도 수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단말기 고마워요.


슈렉은 교신을 끊고 리의 단말기를 돌려주었다.


당신은 분명 망각자들에게 연락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아까까지 망각자를 불러오겠다고 하셨죠.


슈렉

수단이 있었잖아요.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리를 가리켰다.


슈렉

인간과 인간은 서로 의지해야 이 세상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것만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열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더욱 열린 방식으로 말이죠.


그는 정색하고 있는 리에게 손짓을 했다.


슈렉

이런 따스한 명언 한 마디 정도는 백 개 더 외워서 들려줄 수 있어요.


...


저는 단지 당신이 꼭 다시 입을 열어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결국 지금 뜻밖의 일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만약 우리가 여기에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생각이었죠?


슈렉

에이 설마요.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루시아

괜찮아, 리. 누구의 단말기를 사용했든 결과가 좋으면 문제없어.


루시아

리브, 그쪽은 어때?


리브

저는 여기 사람들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었어요. 가는 도중 차량의 흔들림으로 인해 생긴 상처들도 다시 봉합됐어요.


리브

슈렉 씨의 책에 함부로 글을 써서 죄송하지만...


그녀는 부상자 병력과 주의사항이 가득 적힌 《마음이 따스해지는 글 모음집》을 슈렉에게 돌려줬다.


슈렉

괜찮아요. 책은 지식을 기록하는 물건이죠. 그 글도 이미 가치가 있어요.



리브

그리고... 아카네.


리브

똑같은 토끼인형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아카네

괜찮아... 리브 언니... 괜찮아...


리브

내가 길에서 아주 작은 것을 만들었는데 043번 도시보육구역으로 돌아가면 꼭 다시 만들어 줄게?


아카네

우와! 고마워!


리브

응, 우리는 다른 부상자를 데리러 갑시다.


루시아

너 자신의 상황은 아직 이야기 안했잖아?


리브

어? 다리라면... 괜찮아요.


루시아

다리에서 순환액이 배어나오잖아.


리브

이미 고정해놔서 움직일 수 있어요.


루시아

버틸 수 없다면 나에게 말해 줘. 널 업고 갈게.


리브

네... 고마워요, 루시아.


리브

참, 그 망각자의 의사는 언제 오나요?


슈렉

아마 하루 뒤에 올겁니다. 좀 멀리서 오거든요.


리브

그럼…여기 부상자는 당신에게 맡길게요. 저는 사람들을 따라 돌아가서 다음 수송을 준비해야돼요.


슈렉

알겠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