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자신 외에는 주지 않고 자기에게 난 것이 아니면 취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녀의 소망을 위하여 자신을 녹이고 개울처럼 맑은 밤을 향해 노래를 부른다."*

*칼릴 지브란 - 사랑에 대하여(On Love)



루시아의 강제 잠입에 힘입어 리브의 의식의 바다에 모인 집합체를 격파하고 그녀와의 원격 링크를 만들었다.


그녀의 미약한 생명과 의식신호를 지킨 뒤 비행 중 구조체들을 보조해 수십 분 동안 이합생명체와 싸웠다.


진형을 이룬 대량의 수송기가 마침내 구름을 뚫고 교회 주위에 내려앉았다.


이런 환경에서 지구로 돌아오려면 여전히 희생과 피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이전 상황보다는 나아졌다.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고농도에 근접한 퍼니싱 오염 구역은 공격받기 쉽지만, 교회 근처의 이합생명체는 이미 많은 구조체들에 의해 흡인되었다.


밀물처럼 솟구치던 이합생명체의 태반이 사라졌고, 점차 구조체에 밀려 점점 패퇴했다.


그러나 이 적홍빛 조수를 대신하여 교회 종탑 꼭대기의 접근을 방해하는 또다른 두 명의 위험인물이 등장했다.


지휘관

미확인 인간형 생명체?!


종탑 근처에서 얼씬거리다가 다시 나타나는 모습으로보아 누구와 싸우고 있는 모양이다.


지휘관

리브 일행인가?


현재 인간형 생명체와 싸울 수 있는 것은 엘리트 소대뿐이며, 더욱이 이는 백야 기체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기도 하다.


목적지를 확인하고 곧바로 군중들이 철수하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외골격의 힘을 빌려도 몸놀림은 정상인에 비해 둔하다.


지휘관

리브...



히포크라테스

우담화...


히포크라테스

리브가 자신의 일기로 돛 없는 종이배를 접는 것은 봤는데, 마지막에 너에게 우담화의 모습으로 줄 줄은 상상도 못했어.


히포크라테스

우담화의 꽃말은... 찰나의 영원함.


히포크라테스

삶은 곧 짧은 순간이지만, 그녀는 이 순간을 영원히 여기에 남겨두었어.


히포크라테스

...그녀는 이미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받아들인거야.




지휘관

이것이 너의 선택이야?



감염체

ㅡㅡ!!


지휘관

(총을 쏘다)




아시모프

리브를 구해 올 가망은 매우 희박해.


아시모프

앞으로 3시간 안에 그녀의 모든 의식조각을 찾아내지 못하면 의식의 바다는 영영 복원될 수 없어.


아시모프

이는 곧 앞으로 새로운 Ω특화 기체가 개발되더라도, 그녀를 기다리는 길은 감염체가 되는 것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휘관

더 빨리 가야 돼!



비앙카

...


비앙카

의장께서 【지휘관 이름】의 판단과 리브를 믿기로 하셨으니 저 역시 열쇠를 드릴 것입니다.


비앙카

군인으로서, 저희는 언젠가 최후의 날을 맞이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비앙카

하지만 전 내심 바라고 있어요…. 누구도 이런 아쉬움 가득한 결말을 맞이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지휘관

리브...



감염체

ㅡㅡ!! ㅡㅡ!!


지휘관

너무 많아...


초조할수록 힘없는 몸뚱이가 더욱 뛰기 힘들어져 흩어진 감염체에 둘러싸인 사이, 예배당의 돌기둥 뒤로 한 소년의 모습이 불쑥 튀어나왔다.



창위

오랜만이야!


그는 재빨리 눈앞의 감염체를 쓰러뜨리고 이쪽을 향해 인사를 했다.


지휘관

창위!



소피아

오랜만.


지휘관

소피아도 여기에 있었어?


창위

그건 중요하지 않고, 지금 놈들이 그 녀석들의 전투를 방해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어.


지휘관

이미 여기에 왔었어?


창위

그래. 우리는 교회 옥상에 있는 리브 덕분에 깨어났고, 그 다음에는 많은 적을 상대해야 했다구.


창위

그 다음에 루시아가 리브를 도우러 갔고, 리와 크롬은 옥상에 머물렀더라.


창위

그래서 여긴 우리가 맡았지.


창위

그런데 이렇게 서두르는 모습을 보니 시간이 얼마 없나 보네?


지휘관

맞아.


창위

어서 가. 이 교회는 아주 높아서 그 속도로 12층 옥상까지 올라가려면 아직도 많이 남았으니까, 여긴 우리에게 맡기라구!


지휘관

(정말 고마워!)

(그럼 부탁할게!)


창위

천만에, 결국 우리도 리브 덕분에 구원을 받았다니까.


창위

만약 정말 답례하고 싶다면, 나중에 아딜레의 보험 배상 독촉을 기억해!


그는 멋지게 손을 흔들고 몸을 돌려 새로운 전투에 뛰어들었다.



창위&소피아

잘 다녀와!



그와 동시에...


교회 종탑 꼭대기에는 감염에서 깨어난 세 사람이 움직일 수 없는 리브를 보호하며 인간형 생명체와 싸우고 있었다.



루시아

오른쪽이다!



루시아의 경고에 리는 빠르게 뒤로 비켜섰고, 그가 1초 전 서 있던 자리는 남성형 생명체에 의해 커다란 구덩이가 박혔다.


크롬은 펄쩍 뛰어올라 총검에 담긴 얼음탄을 가지고 일제히 아래로 찔렀다.


다음 순간, 인간형 생명체의 움직임이 다시 빨라졌고, 그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천천히 이들 네 명을 훑어보다 몸을 돌려 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바로 이 순간을 기다렸다!


수많은 총알이 이합생명체의 교집합 지점에 빗발치듯 떨어져 이들의 피부에 박혀 2차 폭발을 일으켰다.


명중을 기뻐할 겨를도 없이 여성 인간형 생명체는 팔을 뻗은 채 활에서 네 줄기의 퍼니싱으로 빚어낸 화살을 쏘았다.


크롬!


크롬

확인.


얼음탄은 지면을 강타해 그들 앞에 얼음의 벽을 쌓고 위험한 화살을 막는 데 성공했다.


인간형 생물체가 아직도 얼음벽을 살피고 있는 틈을 타 루시아는 등 뒤에 있는 분사기를 움켜쥐고 오랫동안 쌓여 있던 찰나의 빙화를 공중에서 던졌다.


극도로 차가운 서리가 잠깐의 정체를 초래한 사이, 크롬의 총력전을 위한 기회도 만들었다.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한백의 영역이 발 밑에서 펼쳐졌고, 총검은 인간형 생명체에게 반격의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루시아!


루시아

응!


이들이 얼어붙는 동안 세 사람은 손을 맞잡고 총력전을 펼쳤다.


너희들이 어깨너머로 몰래 배울까봐, 이 허점만큼은 정말 오랫동안 숨기고 있었다!



크롬&리&루시아

ㅡㅡ최후의 일격이다!



얼음서리와 총알이 적에게 조종(弔鐘)을 울렸고, 찬란한 화광을 받으며 인간형 생명체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번엔 어떻게 됐지?


크롬

조심해요.


수많은 이합생명체를 잃어도, 수많은 이들의 긴 포위공격에 약해져도, 이들은 여전히 최후의 발악을 할 능력이 있었다.


루시아

또다시 공기 중의 퍼니싱을 흡수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어.


쳇, 이곳은 여전히 적조가 많이 쌓여있잖아.


크롬

회복할 틈을 주어선 안됩니다.


총검은 그의 말과 함께 적의 몸을 찔렀고, 인간형 생명체는 비명소리를 내며 뒤틀린 팔다리를 실룩거리며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이런 전투가 벌써 11번째인데, 뭔가 해결책이 없을까?


크롬을 엄호하는 데 사용된 에너지 발사체가 발에 닿자마자 인간형 생명체는 에너지 링이 생성되기 전에 측면으로 빠르게 피했다.


그들은 세 사람의 전투 방식에 익숙해져 난이도가 한층 높아졌다.


루시아

결국 리브뿐인 것 같지만, 리브를 더 이상 전투에 참여시킬 수 없어!


눈보라가 앞으로 나아가는 토네이도로 변해 의식을 잃은 동료 대신 인간형 생명체를 향해 돌진했지만 이들은 다시 몸을 피했다.


루시아

지휘관의 원격 링크 덕분에 리브가 가까스로 의식을 진정시켰어!


루시아

지금 당장 인간형 생명체와 싸우면 리브의 감염만 더욱 심해질 뿐이야!


매서운 바람이 그녀가 땅에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회피하는 인간형 생명체를 향해 끊임없이 뛰어올랐다.



리브가 전투능력이 없을 정도로 소모된 뒤에야 나타난 것일까요?


크롬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루시아

리! 크롬! 다시 한번 손을 잡아봐요! 전술을 다시 바꿔봅시다!


먼저 상대의 행동을 강제해야, 거기에 맞받아칠 수 있어.


크롬

그들은 이미 한백[빙혼]을 학습했을지도 모르니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그럼 왼쪽에 있는 것을 저에게 맡겨요.


한 손으로 총알을 채워넣고, 한백의 지원 범위 밖에 서서 남성 인간형 생명체를 향해 계속 사격을 가했다.


루시아

이런 공격은 빗겨갈 뿐이야!


내 계산 밖에서 벗어날 수 없어.


남성형 생명체는 그의 왼쪽 총기에 격발된 총알을 비켜갔지만, 그 때문에 오른손 총기의 명중 구역으로 정확하게 들어갔다.


리는 매번 반대쪽 총기로 맞힐 수 있는 남성형 생명체의 대피 경로를 정확하게 예단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피해가 절반으로 줄어 효과가 제한적이야.


루시아

우리도 네가 예상한 방향으로 같이 공격하자!


원위치 8시 방향!


쓸데없는 설명 한마디 없이 두 사람은 곧바로 남성 인간형 생명체의 8시 방향으로 돌진하다가 피하는 그것과 충돌했다.


역원극광의 연속된 참격은 천고빙결의 회오리바람과 함께 남성형 생명체를 명중시켰다.


여성 인간형 생명체는 동종들이 함께 공격당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잠시 주위를 맴돌다가 다시 활을 팔에 싣고 다가가면서 사람들을 공격했다.


루시아

크롬!


경고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백의 영역 속에서 생성된 얼음벽이 활의 경로를 다시 끊었다.


다른 한마리도 이제 와야 돼!


루시아

따로 공격하자, 리!


그 녀석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있을게.


크롬

전 왼쪽을 책임지겠습니다.


6시와 8시방향.


루시아는 남성 생명체를, 쿠롬은 여성 생명체를 향해 6시, 8시 방향을 향해 돌진했고 이번에는 숨고 있던 인간형 생명체를 안정적으로 가로막았다.


0시, 10시 방향


9시, 5시 방향. 2시, 8시 방향.


크롬의 한백 영역이 끝나는 순간 세 사람의 에너지도 최대치로 쌓였다.



루시아

12번 째, 최후의 일격이다.


두 생명체가 서로에게 닿는 순간, 특화 기체의 얼음서리가 다시 한 번 총알과 함께 피어났다!


그러나 승리를 기뻐하기도 전에 기체가 얼어붙어 제자리에 멈췄다.



루시아

...그것들은 아직도...


인간형 생명체의 움직임이 다시 한 번 빨라졌고, 이는 곧 전력 공격의 징표지만 세 사람은 얼어붙어 반격할 수 없었다.


크롬

한백을 사용할 바로 이 때만을 기다렸는데…!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수 없었고, 인간형 생물체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공중에서 세 사람을 향해 일격을 가한다!



리브

그만해!!



하얀 빛이 이들의 얼어붙은 지역을 뒤덮었고, 퍼니싱 바이러스로 구성된 몸체는 Ω무기가 구축한 청정 공간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들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고, 순백의 불에 닿아 지체가 짓무르고 있었다.


리브

....싫어...


그녀는 심하게 파손된 기체를 끌고 종탑의 벽 옆에 기대어 겨우 몸을 일으켰다.


리브

더 이상 동료가 상처입는 건 싫어...!!


백야의 화염은 무기에 이끌려 사람 형상의 생명체가 숨어드는 구역에 계속 떨어졌다.


리브

....으.....윽....


에너지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마지막 흰 빛이 내리기 직전에 얼어붙었던 세 사람은 마침내 행동을 재개해 인간형 생명체를 스스로 고립되게 만들었다.


찬란한 빛이 그들이 있는 곳에 정확히 도착했고, 괴물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여성 생명체는 긴 머리카락의 얇은 막을 펼쳐 날개로 이미 의식을 잃은 남성 생명체를 잡고 하늘로 날아갔다.


리브

...절대 안 나둬!



하얀 새는 상처투성이의 날개를 펴고 붉은 재앙에 맞서기 위해 구름 속으로 달려들었다.


리브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어!


리브

여기서 불타버려! 지구의 희망은 퍼니싱 바이러스의 잿더미 속에서 다시 태어날 거야!!


태양이 이 자리에 떨어지는 것처럼 그녀의 몸에서 후광이 터져나왔다ㅡㅡ!



눈부신 흰 빛이 그 순간 뭇사람의 두 눈을 가렸다.


실명에 가까운 현기증 이후, 연회색 하늘 아래 산산조각이 난 흰 새는 이미 모든 힘을 잃고 구름 사이로 떨어졌다.


...이렇게 하면....끝일까?


그녀는 도대체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갔을까?


리브는 더 이상 찢어진 의식 속에서 자신의 결말을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모든 일을 해냈고, 자신이 지키고 싶은 동료를 보호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소녀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추락을 준비했다.


그러나 날짐승은 땅에서 찢겨지는 대신, 뒤늦은 부드러움에 빠졌다.


리브

....누구세요?


그녀는 자신의 몸이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것을 느꼈다. 그리운 목소리가 귓가에 서글프게 외치는 것 같았고, 눈물에 젖은 꿈 같았다.


리브

...지휘관...님이세요?...


소녀의 생명은 돌이킬 수 없이 사라지고 있었고, 그 외침에 응답하려 해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루시아

지휘관!! 리브...!


리브의 기체 활동 신호는 미약한 대신 높은 감염도를 보였다.


방호복을 사이에 두고 인공 피부에 붙은 바이러스도 인간의 손바닥을 화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휘관

지금 바로 딥 링크를 형성해야 돼.


지휘관

그렇지 않으면 늦을 거야.



루시아

근처에 있는 수송기를 불러서 도와드릴게요! 지휘관은 여기서 리브를 부탁드릴게요!


크롬

저희도 가서 도와드리죠. 최대한 빨리 리브를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네.


지휘관

고마워!


떠나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시모프가 떠나기 전 자신에게 건네준 장비를 재빨리 꺼내 그 자리에 차례로 연결했다.


비록 이 장비들은 그와 히포크라테스 교수가 임시로 준비한 것들이지만 매우 제한된 거리에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의식을 하나로 묶어 깊이 있는 링크를 만드는 데는 더없이 효과적이다.


지휘관

…빨리 깨어나….


지휘관

리브...


공연히 리브의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의 말처럼 이 순간의 딥링크는 그녀의 의식 파편을 안정시킬 뿐 그의 감염도를 떨어뜨릴 수는 없었다.


지휘관

리브...


지휘관

리브!!



리브

...으....


딥링크는 소녀의 의식 파편을 불러들였지만, 의식의 바다에 묻혀 있던 은통을 일깨웠다.


극심한 고통에 소녀는 인간의 품속에서 몸을 떨며 움츠렸다.



리브

...지휘...관...



리브

이건...꿈인가요...


지휘관

아니... 난 여기 있어.


리브

네...


리브

...끝에 당신을 볼수있었어요 ...저의 마지막 소원 ...도 이루어졌습니다...


지휘관

그런 말 하지마...


지휘관

우린 곧 다시 돌아갈거야!


리브

...하지만...


그녀는 암담한 웃음을 지으며 목덜미를 가리켰고, 멱살 아래 전자기 펄스 감쇄 고리에 최후의 카운트다운이 표시돼 있었다.


리브

...이미...늦었어요...


지휘관

저건 해제할 수 있어...!


리브

......


손에 쥔 키를 움켜쥐고 그녀의 목덜미에 있는 전자기 펄스 감쇄 고리에 맞췄지만 해제를 누르기 전 기억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히포크라테스

내가 맡은 환자가 깨어난 것을 보니 정말 기쁘지만, 리브를 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해.


히포크라테스

그녀의 후유증은 우리가 계획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고, 살아 있는 것이 그녀에게는 고통이 될지도 몰라.



그녀가 겪게 될 고통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지휘관

....


지휘관

리브…그걸 풀기 전에.


지휘관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지휘관

만약 자신의 미래가 가시덤불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지휘관

그래도 미래로 나아갈 거니?



리브

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리브

...전 이미 알고 있었어요...


리브

살아 남으면 얼마나 많은 고난을 마주할지...


리브

...하지만 지휘관님도 후회하지 않았죠...


지휘관

...나?


리브

네.


리브

지휘관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 것 같나요?


리브

만약 지휘관님이....지구가 수복되는 그 날까지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리브

남은 생애 내내 싸우는데도...


리브

당신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나요?



지휘관

나아갈 수 있어.



지휘관

아무것도 포기할 수 없어.



지휘관

계속 싸워나가야, 그 날을 마주할 수 있을 거야.



리브

...맞아요...


리브는 결연히 웃고 있었다.


죽음의 환각 속에서 직접 겪는 수많은 탄생과 죽음에도, 리브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은통도 더욱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리브

전 이미... 자신의 선택을 했어요.


리브

루시아도, 리 씨도, 크롬 대장도, 그리고 여기 …. 영야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요.


리브

모두 각자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대가가 생명이더라도 그들은…후회하지 않았어요.


리브

그 점은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리브

만약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전 이런 삶을 선택할 거예요.


리브

저는 여전히 택할 거예요... 이 시대를... 모두를 만나는 것을요...


지휘관

....왜...


리브

왜냐하면... 타인의 생명을... 사랑하니까요...


리브

....그리고....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머물렀던 시간도...


리브

제가 사랑하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죽을 거예요...


리브

그리고 여러분의 곁에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고 싶어요....


리브

설령…미래가 얼마나 아프고 괴로운지…안다고 해도...후회하지 않아요…


리브

여러분 곁에 있고 싶어요…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그리고 함께 이루고 싶어요… 우리 모두의 목표를요…


리브

...죽음은, 포기가 아니라 생명에게 자신의 생명을 넘기는 것이니까요...


리브

이것이 저의 답, 저의 선택입니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거예요.


은통과 환각에 찢겨도 소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위장된 웃음이 아니라 끝없는 고통을 연료로 삼아 잿더미에서 피어나는 미소였다.


지휘관

리브, 맹세할게...


지휘관

이 다음 수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지휘관

나 또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지휘관

반드시 널 데려올거야!


리브

네... 전 믿어요.


리브

지휘관님은 여태껏... 절 속일 줄 몰랐었죠...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미래는 가시밭길과 고난으로 가득 차 있어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녀의 말대로.


왜냐하면…아직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휘관

...이것도 나의 답이고, 나의 선택이야.


가녀린 감쇄 고리가 열쇠에 의해 풀리고, 소녀는 마침내 인간의 품속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뒤이어ㅡㅡ


구조 수송기가 드디어 대망의 교회 꼭대기로 돌진했고 초조한 동료들은 재빨리 기내에서 뛰쳐나왔다.


루시아

지휘관ㅡㅡ!


지휘관

응.


루시아

리브는 저한테 맡기시고 어서 빨리 가죠. 다른 수송기들은 아직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지휘관

알았어! 가자!




아시모프

아무래도 리브의 감염도가 임계치 언저리를 넘어섰고, 이런 상태는 위험해.


아시모프

과연 그녀의 의식의 바다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는 너희들이 돌아온 후 다시 한 번 평가해야 해.


지휘관

네.


아시모프

가장 좋은 상황은 역시 그녀를 식암 기체로 다시 교체하는 거야.


지휘관

그녀가 무사히 깨어나기만 한다면요.


아시모프

...


아시모프

돌아와, 이제 시작일 뿐, 감염도를 떨어뜨리든 리브의 의식 파편을 찾든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아시모프

감염 기간이 짧아 만회할 기회가 남아 있는건 다행이다.


아시모프

시간이 길어지면 데이터 난류가 의식의 바다를 송두리째 갈기갈기 찢고 거기에 휘말리게 될거야.


아시모프

정신을 차린 감염구조체들도 본래 의식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점검해야 해.


아시모프

기적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을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승리를 말하기엔 아직 일러.



하산

그러나 우리는 최소 세 가지의 희소식을 얻었다네.


하산

리브에게는 아직 만회할 기회가 있다.


하산

인간형 생명체가 자취를 감추면서 비행하는 이합생명체도 공격성이 다소 약화되었다.


하산

마지막으로.... Ω무기와 특화기체 실험에 성공했고, 인류는 마침내 반격의 힘을 얻게 되었다.


하산

어느 것이나 우리에게는 큰 희소식이라네.


하산

다른 이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루시아

기체 손상은 소피아가 정신을 차린 뒤 유지보수하였고, 현재 63.1%의 손상도를 유지하고 있어 기초 활동에 문제가 없습니다.



저와 크롬 역시 감염은 제거되었지만 기체 손상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하산

구조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의회가 보상하고 사과를 할 것이네.


하산

그러나 그때 우리는 많은 희생을 치렀었고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또한 사실이었네.



크롬

이해했습니다.


하산

그럼, 모두 무사히 돌아오기를.


지휘관

네.


하마터면 서로를 잃을 뻔한 동료들이 다시 모였을 때, 각자의 그림자에는 상처와 대가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언젠가는 우리도 모든 것을 소진하고 피할 수 없는 사별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짦음을 슬퍼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대지로부터 생명을 선물받았고, 또한 생명을 대지에 돌려줄 것입니다.

기억할 수 있다면, 한순간의 피는 것도 영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일곱 개의 '꽃술'에 찔린 종이 우담화처럼.

그녀<//우리>의 짧은 생명이 남긴 기억과 그녀<//우리>의 마음속 일곱 개의 '슬픔'을 견뎌냈습니다.



첫 번째의 이름은 "기쁨과 슬픔"으로, 상흔이자 그것을 메우는 노랫소리<//기쁨>였습니다.

두 번째의 이름은 "자유"로, 버려진 자아가 쫓던 하늘<//족쇄>이었습니다.

세 번째의 이름은 "베풂"으로, 모든 것을 다른 이에게 주는 어머니<//대지>였습니다.

네 번째의 이름은 "배"로, 끝없는 여로이자 짧은 만남<//이별>이었습니다.

다섯 번째의 이름은 "고별"로, 바람과 함께 떠나간 뒤 돌려주는 빗방울<//기억>이었습니다.

여섯 번째의 이름은 "죽음"으로, 대지에 안긴 기억<//생명>이었습니다.

일곱 번째의 이름은 "사랑"으로, 녹아 내리길 염원했던 자신<//비탄>이었습니다.



밤은 이와 같이 길었고, 낮은 아득히 멉니다.

어둠을 타개하기 위해, 그녀<//우리>는 자신을 녹여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선물하였습니다.

설령 이 선택으로 결국 우리가 동이 트기 전에 사라지게 할지라도, 우리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 우리가 바라는 미래에 도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긴 밤의 죽음, 유감의 눈물, 축복과 배웅의 미소가 기꺼이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단지...

그녀<//우리>가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생명<//등불>을 깊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