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미는 그런 해답도 싫고, 추위도 싫고, 조용한 것도 싫어... 하지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게슈탈트

연역 추론 종료.


다시 눈을 떴을 때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나미는 데이터 공간에 서 있었다.


나나미는 실체가 없는 존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나미

기계 할머니, 이거 다 당신이 만든 거예요?


게슈탈트

'나나미'라는 이름의 개체, 반갑습니다.


나나미

사막에서 저를 여기로 부른 것은... 단지 이것을 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게슈탈트

저는 이미 오랫동안 당신을 관찰해 왔습니다. 기계로서, 당신은 이 별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각성한 기계체이며, 아주 특수한 개체입니다.


게슈탈트

뿐만 아니라 방랑 중에 당신이 그렸던 그림이 일부 다른 기계들의 각성을 일깨우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나나미

나나미는 여행을 한 거지 방랑한 게 아니에요!


게슈탈트

당신이 시정을 원한다면ㅡㅡ 당신의 여행에서 당신은 자신만의 특별함을 보여 주었고, 당신의 영향으로 기계의 각성을 불러 일으켜 퍼니싱이 기승을 부리는 이 별에 불씨가 번져 지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게슈탈트

연산을 거친 결과, 당신은 각성한 기계를 이끄는 역할을 맡아 각성 기계의 우두머리인 기계선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슈탈트

인간이 퍼니싱이라는 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0.031%에 불과하고, 기계의 각성만이 퍼니싱에 대한 유일한 해답입니다.


게슈탈트

만약 당신에게 갑자기 책임을 묻는다면 당신은 반드시 거절할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전에 당신이 각성 기계를 이끌지 않았을 때의 지구의 미래를 보여줬습니다.


나나미

기계 각성, 선현...



나나미

로쿠하치라고 하는 녀석은 여기서 뭐하고 있던 거야?


로쿠하치

나, 찾고있어, 보물, 벽화, 선현의, 인도?


나나미

뭘 찾고 있었어? 그럼 나나미도 같이 찾아줄게~


로쿠하치

우리, 한 때, 여기서, 부터, 보물을, 발굴했어.


나나미

보물, 그 벽화를 보여 주려고 하는 거야?


로쿠하치

아니, 벽화, 는, 선현, 각성, 보물, 은, 황금? 모르겠어...



얼마 전 있었던 대화가 이 익숙한 단어 때문에 다시금 기억에 떠올랐다.


나나미

원래 그 선현이 가리킨 게 나나미였다구요?


게슈탈트

지난 시간 동안 저는 당신의 행동에 간섭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연산에 따르면, 다른 각성 기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선현으로서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나나미

갑자기 나나미에게 이런걸 보여주니까 나나미도 재미난 여행을 포기하게 만들잖...



모든 것이 텅 빈 눈 천지였다.



나나미

...


나나미

...나나미도 알겠어요.


나나미

나나미도 잠깐 당신의 말을 들어볼게요.


게슈탈트

그런 답변을 듣게 되어 몹시 기쁩니다.


나나미

하지만 나나미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나나미가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많은데...


나나미

그러니까 나나미는 여행하면서... 그걸 할 게요!


나나미

그리고... 나나미가 그렇게 한다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는 거죠?


게슈탈트

현재 실시간 데이터로만 연역 추론을 수행할 뿐,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나나미

기계 할머니는 사기꾼이야...!



나나미는 그곳을 탈출했다.


그러나 같은 기계인 나나미는 그런 미래가 실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영원한 겨울의 미래 속 구석구석을 찾아다녔고, 눈 아래 수많은 인류와 구조체의 잔해로 덮인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이미 그 재앙 속에서 사라졌다.


기계들은 미궁에 빠져 선현의 인도 없이 혼돈에 빠지고 인간은 파멸의 길을 걷는다.


저 기계체들은…. 영원히 집에 돌아오지 않을 인류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헤맨다.


아무도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완전히 각성하지 못한 이들은 여전히 프로그램 논리에 따라 설정된 명령어를 반복할 뿐 영원히 이 땅에 묶여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그들의 손을 잡고 그곳에서 빠져 나가자고 말할 수 있다.


나나미

나나미는 그런 해답이 마음에 안 들어...


만약 현재의 미래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그녀는 무엇을 해야만 이 모든 것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인가...?


나나미는 괴로운 채 걸어가며 스스로 생각해보았다.







설마 1장에서 도색맨이 봤다는 선현의 의지가 노노미가 그린 그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