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미는 전쟁 없는 미래를 찾아서 인류의 손에 맡겨줄 거야.



기계교회의 뒷문에도 용광로의 입구가 있었다. 재활용 가능한 대부분의 금속 물체는 분배를 받아 이곳에 쌓아 두고나서 컨베이어 벨트에 의해 공급되어 쇳물으로 녹인 다음 기계성당의 단단한 외피로 다시 주조된다.


하카마, 스푸너와 함께 대책을 논의한 뒤, 소녀는 살금살금 걸어 이곳에 왔다.



나나미

나갈래요? 나나미 시간이 많지 않아요.


나나미

당신은 일부러 파워를 건드렸고 신호는 나나미가 다 받았어요. 난롯가에서 열원을 섞으면 다른 기계의 감시는 피할 수 있지만 나나미의 눈은 피할 수 없거든요.



???

...역시 처음부터 알고 계셨군요...


용광로 옆 금속성 폐기물 더미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검은 옷을 입고 낡은 군용 제식 외골격에 두꺼운 망토를 두르고 얼굴도 가면으로 반쯤 가려져 있었다.


상대방은 아무런 당황도 하지 않은 채 악의가 없다는 듯 손을 번쩍 들었다.


상대방이 정말로 자신의 앞에 섰을 때, 나나미는 더욱 당혹감을 느꼈다.


나나미

당신은... 인간?


맥박이 없고 체온도 낮은 것이 그가 기계의 감지를 피할 수 있었던 주 요인이었다. 그러나 호흡과 생체반응은 상대방에게서 감지되었다.


검은 옷의 사람

그런 셈이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손을 내리자 망토가 움직임에 따라 살짝 흔들렸고, 허리 둘레의 순환 장치와 연결된 배터리가 드러났다ㅡㅡ 그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 같았고 지금은 반기계체가 되어 있었다.


검은 옷의 사람

저는 요새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단신으로 그 많은 화력을 받아도 조금도 상하지 않는 강대한 기계의 지도자, 나나미. 이렇게 설명하는거 맞지?


나나미

그때 나나미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데...그래서...


검은 옷의 사람

화살에 맞은 새는 구부러진 나무만 보아도 놀란다고 하던데, 인간이 기계체에 대해 그 정도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나무랄 것도 없어. 결국 기계가 인간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기계의 수장으로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아?


나나미

난…당신이 믿든 안 믿든 이건 내가 보고 싶은 상황이 아니에요. 당신이 인간측이라면, 혹시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다면...


나나미는 멈칫했다. 그녀는 상황을 바꿀 만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으면 그 메시지를 인간에게 전달해도 소용없고 기계는 전쟁에 나갈 것이고 인간은 결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나미

...나나미는...할 수 없어.


검은 옷의 사람

보아하니 우리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네. 다른 인간들은 너를 두려워하지만, 난 아니야. 결국 넌 형이 얘기했던 그레이 레이븐의 친구였으니까.


나나미

그레이 레이븐?! 그럼 당신도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루시아랑 리브랑 리! 그들은 지금……어디있어요?


검은 옷의 사람은 대답하지 않고 잠시 시간을 들여 소녀를 돌아보며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했다.


검은 옷의 사람

…음, 아는 사이지. 이럴 때는 아무리 신분이라는 것을 꾸며도 별 의미가 없겠네.


상대방은 맞은편 나나미에게 손을 내밀어 이름을 알렸다.



검은 옷의 사람

난 리의 동생, 모리라고 해. 일찍이 【지휘관 이름】과도 인연이 좀 있었어.


나나미는 그 손을 잡았다.


나나미

나나미한테 요즘 얘기 좀 해줄래요?


모리

정말 듣길 원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 【지휘관 이름】은 승진했으니까 이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은 나야. 하하, 원한 대로 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싸우게 된 셈이지….


나나미

그레이 레이븐 모두는... 아직 다 남아있죠?


모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거야?


모리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신형 특화기체의 실험 실패로 특화기체를 교체한 최초의 구조체 리브는 인간형 이합생명체와의 전쟁에서 전사했어.


나나미

리브...백야...


나나미는 기억 속에서 연관된 키워드를 포착했다.


모리

그 후 전쟁은 가속되었어. 어디서 불쑥 나타난 기계교회는 퍼니싱보다 인간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었어. 우리의 모든 가용 자원은 '고갈'의 영향을 받거나 기계 군대에 의해 약탈당했지.


모리

지구를 떠나는 것조차 과욕이 되어버렸고…. 기계교회, 그것이 인류에게 하려는 것은 학살이었어.


모리

인류 진영에서 리더가 죽으면 대원이 그 자리를 물려받고; 장교가 죽으면 병사가 이어받아ㅡㅡ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모리

【지휘관 이름】이 더 이상 지휘관이 아닌 이유는 【지휘관 이름】의 상관인 하산, 니콜라가...더 이상 없기 때문이야.


나나미

하, 하산 아저씨...


모리

그것은 한 달여 전의 전투였어. 인류는 가장 큰 바다 요새와 여태까지의 지도자들을 잃어버렸어.


모리

차징 팔콘 소대 전원은 수중 보루로 뛰어들어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머물렀던 병사들을 구하려다 반즈와 그의 품에서 언제 죽었는지 모르는 아기 한 명밖에 돌아오지 않았어.


모리

정화부대의 리더 비앙카는 퍼니싱으로 만든 무기를 쥐어버린 바람에 완전히 '마녀'가 되어버렸어. 결국 퍼니싱에 오염된 깊은 바다에 빠졌지.


모리

【지휘관 이름】과 나는 그 전투의 생존자였어.


모리

하지만 【지휘관 이름】은 감염으로 두 손을 잃었고, 자원이 부족해서 높은 정밀도의 신체 보철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야. 팽팽한 전쟁 속에 2선으로 물러나 전 인류의 지도자로서 계속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어.


모리

손실은 입은 그레이 레이븐은 모든 사람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인간의 불굴의 투쟁의 상징으로서 그 수를 유지했어. 리브의 자리는 반즈가 대신했고, 대부분의 경우 그레이 레이븐은 지휘관 없이 싸움을 이어갔어. 나는 최선을 다해도 작은 도움을 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어.


모리

교체 부품이 부족한 관계로 루시아와 형이 번갈아 출전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레이 레이븐은 여전히 주력부대이자 우리의 에이스야.


모리

지휘관으로서 나는 실패했을지도 몰라. 자신의 생명과 형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으니까.



모리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깃창을 들고 끝까지 쓰러지지 않았던 베라의 모습을... 베라는 거칠게 밀려오는 기계의 광풍을 홀로 막으면서 나에게 '살아라'라고 말했었어.


모리

케르베로스 소대가 막다른 길에 들어섰을 때, 베라는 결국 다른 목숨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어.


모리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벌렸는데, 그 중 절반은 기계로 대체되어있었다.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모리

하지만 나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지금의 나는 행운의 생존자이지만, 형이 내게 남긴 심장조차 지키지 못했잖아.


지금 모리의 가슴에서 뛰고 있는 것은 금속으로 만든 정교한 대체품에 불과했다.


나나미

어떻게... 이럴 수가...


이 미래의 진실은 나나미를 절로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앉아서 얼굴을 두 무릎에 묻고 작은 공처럼 움츠러들었다.


모리

나머지 사람? 아, 다른 사람들도 있지.


모리

예술협회로 말하자면, 공중정원이 함락되었을 때 그들은 황금시대의 잔재를 옮기기 위해 철수를 미루다가 낙하에 실패하여 모두 먼지가 되어버렸어. 그들이 지키던 것과 함께 가루가 되었지.


모리는 담담한 어조로 진술하고 있었다.


모리

북극, 아딜레, 그리고 구룡의 사람들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공중정원과의 연락이 끊겨버렸고, 그 뒤 흩어진 병사들이 우리를 찾아왔지만 아쉽게도 반가운 소식을 하나도 전해주지 못했어.


모리

망각자에도 심하게 감염된 사람들이 몇 명 남아있었는데 와타나베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나나미

...그만해요.


모리

네가 말하라고 했는데, 이젠 듣기 싫어진 거야? 그래서 소감은 어때? 우스워? 아니면 죄책감이 들어?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 비극을 말해야 한다면 3일 밤낮을 쉬지 않고 말해줄 수 있어.


모리의 말투는 서술이나 반문에도 전혀 기복이 없어 마치 이런 일들이 그의 곁이 아닌 먼 저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나미

....그만하면 됐어요.


나나미는 고개를 번쩍 들었고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나나미

그렇게 밑밥을 많이 깔아놓는 거 보니까 나나미가 기계교회를 '배신'하지 않고 인류의 생존에 대한 희망을 숨겨버릴까 걱정해서 이렇게 준비를 많이 한거죠?


모리

...


나나미

모리가 나나미를 찾아온 것도 구해줄 사람이 있어서였겠죠?


모리

...


나나미

당신은 말하지 않았지만 나나미는 그것을 느낄 수 있어요. 형을 몇 번이나 계속 이야기하는데, 리를 구하고 가족을 구하고 싶은 거죠?


모리

...


기계교회의 원흉인 모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리는 상대방의 감정을 북받치게 만들어 자신의 조건을 들어줄 가능성을 키울 속셈이었다.


나나미는 잠시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나미

…나나미는 아직 '톱니바퀴'의 구체적인 배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요.


나나미

만약 인류의 마지막 거점이 '레프트하임'이라는 곳에 있다면, 도망치세요.


나나미

제로는 내일 인류에 대한 최후의 공격을 계획하고 있어요. 나나미는 가능한 한 '톱니바퀴'를 끌고 다니면서 시간을 벌 생각이에요.


나나미는 하카마에게 받은 기계교회 소속의 발신기를 상대방에게 건네주었다.


나나미

이걸 요새로 가져가지 마세요. 기계교회에서 추적당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나미는 이를 통해 '톱니바퀴'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어요.


나나미

그것이 도움이 되길 바랄게요.


의외로 모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차가운 금속 손끝이 그의 손아귀를 스치며 낮은 온도차를 남겼다.


그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고, 용광로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빛이 그의 얼굴을 살짝 비췄다.


모리

이제 갈 시간이야.


나나미

이번에 실패해도... 나나미는 다시 올 수 있어요.


모리

다시 온다니...


모리는 낮게 웃으며 그의 눈은 후드의 그림자에서 불을 끌어내고, 아래 눈꺼풀이 약간 움츠러들었는데, 그가 미소짓고 있다는 뜻이며 매우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그것이었다.


나나미

할 수 있어요! 나나미는 전쟁 없는 미래를 찾아 인류의 손에 맡길 거예요!


눈물을 훔치던 소녀의 말투가 다시 단호해졌다.


나나미

나나미는 친구들이 당신이 말하는 그런 결말을 당하도록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


모리

...좋아.



모리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그 세상에서는 형을 지켜주길 부탁할게.


모리

이 세상의 형은 내가 지킬 수밖에 없어.


나나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모리는 이미 추운 밤의 어둠을 향해 걸어갔고, 어둠은 그의 뒷모습을 파묻었다.



ㅡㅡ기계 선현은 자신을 위한 환영식을 준비하길 원해, '톱니바퀴'의 전군이 모여서 열병식에 참가할 것을 요구한다.


ㅡㅡ선현은 거창한 궁전이나 아름다운 장식이 진정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ㅡㅡ그녀는 '톱니바퀴'의 지도자가 끝까지 그녀와 동행하여 그들의 충성심과 사랑을 그녀의 눈으로 목격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명령어들은 기계들 사이에서 전달되었고, 이 갑작스런 배치는 선현의 돌발적이고 제멋대로인 기발한 발상에 기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단시간에 이보다 더 약삭빠른 계책을 생각해 낼 수 없었던 나나미는 이 거대한 집회로 전쟁터에 나가지 못할 만큼 기계가 충분히 모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것이 교회군대에 의한 인류의 유린을 막을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남은 인류가 현재의 거점을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 다음엔 우회할 여지가 있다.


하카마와 스푸너 또한 나나미의 요청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위엄을 자랑하는 기갑은 왕관을 쓴 소녀를 태우고 광장 중앙의 큰길을 천천히 누비고 있었고, 도로 양쪽에는 선현에게 충성하는 '톱니바퀴' 강철 군단이 정렬해 있었다.


기계들은 원초적인 순례의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엎드려 가슴까지 차가운 눈밭에 바짝 붙어서, 나나미가 걸어오고 태양이 지평선으로 내려앉는 방향으로 팔을 뻗었다.


마치 '인간의 숭배'처럼.


큼지막한 광장 속에서 나나미는 자신이 여전히 서 있는 유일한 존재임을 발견했다.


수평선의 해는 더 이상 가라앉지 않은 채 흔들리고 있었고 그 너머의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며 온 세상의 구름이 모여들었다.


칠흑같은 하늘 아래, 땅에 엎드린 기계체들이 마치 콧소리처럼 낮게 읊조리며 이내 퍼져나가 대지를 뒤덮었고, 소리는 어떤 리듬에 맞춰지는 것 같았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단어는 하나뿐이었다:


'선현 어르신.'


이러한 장엄하고 기이한 광경은 불현듯 나나미로 하여금 일종의 신념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그녀는 망연히 사방을 둘러보다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나미

이게 다야?



제로

전부 모였습니다. 혹시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하룻밤 사이에 그것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어요.


나나미

...그렇구나... 정말 대단해.


제로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새빨간 기계소녀의 흥분한 눈이 빛나고 있다.


제로

왜냐하면 선현님께서 임시로 요청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거든요. 그 대신 제가 당신에게 '깜짝' 선물을 준비했답니다!


제로가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튕기자 수많은 비행기계들이 어둠 속에서 스크린을 내려 레프트하임의 폐허를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여러 대의 거대 공격형 기계가 터널과 벙커를 뚫고 요새로 진입하여 자폭에 가까운 방식으로 인류의 방어 건물과 총구를 강타하여 요란한 포화 아래 순식간에 무서운 감염체로 변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기계들에 의해 주변으로 끌려나와 바깥을 떠돌던 감염체 무리를 유인하여 떼를 지어 인간의 방어선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광장 주변에는 컬러풀한 불꽃놀이가 휘몰아치며 대승의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비행 기계가 투명한 붉은 다이아몬드 한 개를 제로의 손에 건네주었다. 제로는 경건하게 받들고 그것을 구경했다.


제로

음…누군가 이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이건 '로맨스'를 만드는 방식이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요.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이런 의식을 준비하는 게 어울리겠네요~


제로

이 붉은 다이아몬드에 관해 설명하자면, 당신은 앞서 그 인간과의 대화에서 몇몇 사람들을 언급하셨던데, 보아하니 그들은 당신에게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제로는 시를 낭송하는 듯한 괴상한 말투로 그 보석을 나나미 앞에 헌정하듯 내밀었다.



제로

그래서, 그들도 선현님의 곁에서 영원히 머물 수 있게 해드렸어요.


나나미의 손이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보석에 닿자, 갑자기 작은 소리로 훌쩍였다.


전기톱의 사슬은 격노하듯 번쩍 치켜올라 도살자의 머리 위에 닿을 뻔 했지만, 힘없이 회전을 멈췄다.


나나미

미안해...



제로

선현님... 왜그러세요? 이건... '기쁨'인가요? 아니면 '슬픔'? 선물은 마음에 드세요? 아니면... 제가 뭘 잘못했나요?


제로

저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좀 더,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요. 이것은… '사랑'이 아닙니까?


기계는 항상 '사랑'과 다른 감정에 광적으로 집착했지만, 선현의 눈물만큼은 완전히 읽어낼 수 없었다. 그녀의 논리에 순간적으로 혼란이 발생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많은 것을 하자. 마치 '종이를 만들고, 더 많은 종이를 만드는 것'처럼.


나나미는 더 이상 분노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뻗어 제로의 뺨을 살짝 만졌다.


나나미

...미안해, 나나미가 늦어버렸어...


나나미

인간도, 너희들도, 나나미는 더 이상 구할 수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