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도사리다



21호의 안내를 따라가자, 병원 로비에는 전투 흔적이 남아있었다. 21호의 비정산적인 M.I.N.D를 감지하는데 사용되는 장비가 계속 울리고 있다.


지휘관

-루나가 전에 온 것 같은데...


지휘관

- 그리고 누군가와 충돌한 거 같아.


그 이후에는 테스트 장비로는 더 이상의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지휘관

-아마도 이미 이곳을 떠난 거 같은데.



21호

21호.... 친숙함이 느껴져.


그렇다. 병원에 들어오자, 경찰서에서 느꼈던 감정과 똑같은 친숙함이 느껴졌다.


21호

연결 전에는, 없었어.


지휘관

-나랑 연결하고 나서 느꼈다고?


21호

응...



대답하는 동안에도, 21호는 직감과 무시할 수 없는 친숙함에 이끌려,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그러던 중 섬뜩한 장면이 그대로 자연스레 다시 나타났다. 갑자기 영화 스크린에 발을 들여놓은 듯,

21호 주변에는 흐릿한 흰 그림자가 여러 개 나타났고, 복도에는 흰옷을 입은 유령 같은 사람들이 21호의 몸을 관통했다.


21호

하!


21호는 경계심이 강해져, 털북숭이 짐승처럼 등을 구부리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흐릿한 그림자가 다가오자 21호는 무섭게 코를 골았다.


지휘관

-단지 환상일 뿐이야, 널 해치지 않아.

-여기가 옛날에 병원이었나? (선택)



복도 한가운데에 이상한 소녀가 나타났다. 소녀는 꽃다발을 들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온화한 그림자가 있었다.


???

...이거 아빠의 동료 아저씨가 준거에요!


사진은 선명하지 않았고, 소녀의 옆모습만 흐릿하게 보였다.


소녀의 맞은편에는 몸을 구부리고,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 부드러운 손길이 마치 나에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부드러운 손에서는 소독약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사랑이 가득한 몸짓도 느낄 수 있었다.


21호

....


가슴을 가득 채우는 이 훈훈한 감동이, 21호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방어적인 자세를 잡았던 손마저, 자신도 모르게 내려가 있었다.


???

엄마와 함께 돌아가고 싶어요...


21호

엄마...?



21호는 온화하게 생긴 여성 그림자를 선명하게 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21호가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 음침하고 낙후된 복도에는, 구석구석 의료기기와 의료 기구가 가득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휘관

....


21호

여기....


21호가 잠시 멈추더니, 질문을 하였다.



21호

여기서도 실험이 일어난 거야?


지휘관

-실험이 일어나?


21호

많은 기계들.... 약병, 흰옷을 입은 사람들, 의료 기계들, 실험실 조수들. 여기도 실험을 위한 장소, 아니야?


지휘관

-(경계심이 너무 심해.... 그래서 의사를 실험실 직원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


지휘관

아니야.... 실험실 같은 곳일 수도 있겠지만.



지휘관

여긴 병원이야, 병원은 다른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지.


21호

치료?


지휘관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거지.


21호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21호

실험은 고통을 완화시키는 대신에,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어.



21호

여기는, 실험 없어, 사람들을 치료해. 그리고 연구소와는, 많이 달라, 21호 이해했어.


지휘관

-여기선 더 이상 찾을 정보가 없는 거 같은데.


지휘관

-베라를 만나러 가자.


21호는 복도 끝을 바라봤다. 21호가 방금 느낀 감정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이 21호의 의식을 둘러싸고 있다.


21호

21호 이해했어.



21호는 쿠로노의 직원들과 베라의 현재 좌표를 확인한 후, 여정을 시작했다.


경찰서 입구를 또 한 번 지나가자, 21호가 속도를 줄였다.


21호

달라....


지휘관

-응?


21호

전에 있던, 유리가 깨진 자동차가, 사라졌어.


유심히 둘러본 결과, 창문이 부서진 경찰차는 정말 보이지 않았다.


수색하는 동안, 뒤에서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렸다.



21호

저기서 소리가 나.



21호

여기야...



21호

사라졌어...



21호

해치웠어.



21호

21호, "시선"이 느껴져....



섬뜩한 인형

헤헤헤...헤헤....



21호

저... 인형이 날 따라왔어....



21호

21호, 느껴져.



21호

흐앙!



21호

이게 뭐---



21호의 계속된 공격으로, 이미 완전히 무력화된 감염체들은, 총성 아래에서 희미하게 갈라지는 소리만 낼 수 있었다.


지휘관

-21호....


21호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빔 포는 연달아 공격을 가했다.


지휘관

-21호, 이젠 충분해.



21호는 움직이지 않았고 숨을 헐떡였다. 눈을 살짝 크게 뜨고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21호를 빼내는 것이 필요했다.


지휘관

-뭘 보고 있어?


21호

....



조금 전에 튀어나온 감염된 쉴드 때문에, 21호는 또다시 시각적으로 혼란스러워했다.

 

아니, 시각장애가 아니라, 강렬한 감정적 영향 말이다.



21호는 흐릿한 빛, 빛과 고통이 공격받는 것을 보았다. 21호는 몸에서 인공 심장이 뜯겨나갔을 때의 고통을 느꼈다.


거의 텅 비어있는 빛 속에서, 21호는 어렴풋이 얼굴을 보았고, 그 뒤에는 감염된 무시무시한 장비들이 있었다.



21호

감염체.... 소중한 사람을 죽였어.


21호

잘 보이진 않았지만... 소중했어, 많이 소중한... 대장이었어?


지휘관

-베라는 안전해, 방금 베라의 좌표를 확인했잖아.


21호는 불확실해 보였다. 방금 그 장면에서도, 극도의 공포가 21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21호

그럼 어째서, 지휘관도 봤어?


지휘관

-내가 알아내고 싶은 거야.


지휘관

-누군가도 내가 봤으면 할거고.



이와 같은 반복적인 만남을 통해, 환각이 발생하는 몇 가지의 규칙을 느꼈는데. 도화선이 되는 매체는 비슷한 장소나 물체인 듯했다.


지휘관

-경찰서 밖에 있던 그림자 기억나?


21호

응, 21호는 잊지 않았어.


지휘관

그림자와 마주 보고 있던 도로의 방향으로.


21호

거기로 갈 거야?


지휘관

-응.


그러자 21호는 경찰서로 등을 돌려, 그림자가 사라진 곳에 서서는, 앞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시야가 또 한 번 일그러지더니, 눈앞의 모든 것이 격렬하게 모양을 바꿨다.


눈에 보이는 모든 물건들이 늘어지고 구부러지는 듯했고, 그 순간 세상은 완전한 적막감에 빠졌다,

가속화된 영화 스크린처럼 장면이 바뀌어, 시간을 거슬러 건물들이 솟아오르고, 주위에서 푸르름과 햇빛이 쏟아져 나왔다.



???

기다려 줘....


꿈에서 스며드는 목소리처럼, 멀고 희미하게 간헐적인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

기다려 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다시 돌아온 소녀들이 도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휘관

따라가자!


21호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