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처럼 편안한 흔들림이 자신을 깨웠고, 미지근한 바닷바람이 짭짤한 숨결을 머금고 후각을 자극해서 눈을 떠보니 앞이 온통 파랬다.


지구상의 생명은 바다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는데, 하늘도 육지도 생명의 성역이었던 시기에 바다가 치명적인 방사선을 막아 생명이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생명은 수십억 년 동안 바다에서 진화해 왔으며, 우연히도 해안에 몰아치는 밀물이 그녀의 아이를 땅으로 보내 육지 생물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지상에 남아 있는 생물들은 가혹한 시련을 겪고 환경에 적응하여 점차 발전해 갔다.


이들의 후손 중 최고는 육지에 문명을 세웠고, 이 문명은 바다의 오랜 수명 앞에서 갓난아기에 불과했다.


지금도 그녀는 예전처럼 두 팔을 벌려 자신과 나나미의 발 아래 있는 외로운 돛을 보호하고 있다.


배 옆에 기대어 있는 것은 낚싯대 두 개였다.


지휘관

이번에는 낚시야?



나나미

맞아. 그리고 이번에 나나미는 더 이상 빨리 넘어가지 않을 거야.


나나미는 왼쪽에 있는 낚싯대를 집어들고 신이 나서 말했다.


나나미

지휘관, 누가 더 많이 잡는지 한번 겨뤄보자!




(1)

지휘관

(너 부정행위 하는 거 아니지?) ← 선택

(낚시는 인내심이 필요해.)


나나미

에이 설마, 나나미는 페어플레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2)

지휘관

(너 부정행위 하는 거 아니지?) 

(낚시는 인내심이 필요해.) ← 선택


나나미

흥, 지휘관은 나나미를 너무 우습게 여기는구나.



말을 마친 나나미는 이미 미끼가 꿰인 낚싯바늘을 물 속에 던져 넣고 등을 돌려 앉았다.


바닷바람이 그녀의 잿빛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올리고 들쭉날쭉한 반사광이 그녀의 옆얼굴을 비추며 다양한 색의 얇은 베일을 덮어주었다.


나나미의 표정은 진지하고 경건했다. 그것은 전에 볼 수 없었던 표정이었지만, 어렴풋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자신에게 말했다ㅡㅡ


나나미가 크면 아마 저런 모습이겠지.


나나미

지휘관, 아직 시작 안했어?


지휘관

크흠...


지휘관

이제 할 거야.


재빨리 미끼를 꿰어 낚싯바늘을 잡고 힘껏 던졌다ㅡㅡ


낚싯바늘이 작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표는 파도를 따라 출렁였고 그김에 자신도 앉았다.


지휘관

(집중하자.)


눈길은 부표 위에 굳게 고정되어 있고, 어떤 가벼운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다ㅡㅡ



한 가지 일에 시선이 집중되면 시간의 흐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앞의 일이 변하지 않는다면 발산하는 상념은 다른 감각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먼저 후각, 자신의 코끝을 맴돌던 옅은 짠 비린내가 실을 뽑아서 고치를 벗기고, 한 가닥의 촘촘한 실로 쓸어내린다.


그것은 깎은 잔디밭, 갓 말린 이불, 산해진미와 맛좋은 술, 이 모든 황홀한 상념들이었다.


이어서 청각, 잔잔한 물결이 잔잔한 선율을 연주한다.


물의 속삭임은 너무나 부드러우며 과거에서 온 당부 같기도 하고 미래에서 온 부르짖음 같기도 하다.


가까우면서도 머나먼 하늘, 거리감이 애매해지기 시작하고, 고요한 숨소리가 바닷바람에 녹아 아득한 수평선으로 날아간다ㅡㅡ


자신을 끌어들인 것은 촉각이었다. 돛단배의 협소한 공간 때문에 자신과 나나미는 나란히 앉지 않고 서로의 등에 바싹 붙어 앉아있었다.


자신이 가장 선명하게 느낀 것은 상대방의 등쪽 온도가 아니라 머리카락 뭉치였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매우 부드러운 비단처럼, 피부를 뚫고 살과 피를 지나 척추를 부드럽게 감싸며 약간의 간지러움을 선사했다ㅡㅡ


지휘관

(앞쪽으로 조금 자리를 옮기다.)


고개를 저으며 부표에 다시 주의를 집중했지만, 뒤에서 예상치 못한 약간의 충돌이 일어났다ㅡㅡ



등 뒤에 있는 인간에게 큰 소리를 쳤지만 집중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으면 모르겠지만 파도와 함께 위아래로 떠 있는 부표를 바라보는 것은 확실히 평소보다 강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평소보다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이 더 빨리 들었고, 빨리감기 버튼을 눌러야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상대방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ㅡㅡ


'경험의 많고 적음이 추억의 무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추억이지만 필요한 것은 저장소에 쌓여 있는 차가운 데이터가 아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 속에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자신의 의식 속에 완전히 새겨두고 싶은 것이다.


약간 들뜬 마음을 억눌렀다.


바닷바람의 맛은 언제나 변함없이 짜고 비린내가 난다.


파도 소리는 단조롭고 재미없어서 가능하다면 해일의 격렬함과 변화무쌍함이 차라리 입맛에 더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등뒤에서 들려오는 촉각은ㅡㅡ


인공 피부보다 부드러운 근육이 등을 가볍게 눌렀고, 상대방은 편안한 상태에 있는 것 같았다.


머리카락과 옷을 사이에 두고도 영원히 꺾이지 않을 것 같은 그 척추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맥보의 강력한 계산력에 의해 상대의 체온이 정밀하게 시뮬레이션되었다.


자신과 달리 인간의 체온은 기계처럼 출력의 변화로 차갑고 더워지지 않는다.


항상 일정한 범위 내에서 유지된다. 센서는 현재 36.567℃라고 자신에게 말해준다.


싸울 때의 기체 온도보다 한 단계 낮은 온도일지라도 이 온도는 자신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자신도 긴장을 풀고 편하게 상대방의 등에 기대려고 했는데...


돌연히 상대방이 조금 뒤로 물러나더니 완전히 준비가 안된 자신이 살짝 뒤로 넘어졌다ㅡㅡ


 


지휘관

나나미?


나나미

어머, 지휘관 무슨 일이야!


등뒤에 있던 나나미는 깜짝 놀란 듯 총알처럼 박차고 일어났다가 앉았다.


지휘관

너 잠든 거 아니야?


나나미

으...


지휘관

낚시는 정말 큰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


이전에 정신이 산만했던 것을 떠올리면 자신도 나나미와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나나미

그게 아니야...


지휘관

그럼?


나나미

아무것도 아니야!


나나미

지금 해가 저물어 가는데 지휘관은 잡은 거 있어?


지휘관

아무것도 없는데...


나나미

나나미는 아무것도 못 잡았는데 그럼 무승부로 할래?


지휘관

시간이 좀 더 있으니 계속하자.


나나미

좋아, 낚시꾼은 결코 수확이 없어서는 안되니까!




나나미

졌어...


소망은 아름다우나 현실은 잔혹하다. 오후의 끈기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자신과 나나미의 물통은 여전히 텅 비어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거꾸로 비추고 있었다.


지휘관

이제 뭐 할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이번 체험은 끝난 셈이다.


나나미

음...


나나미는 눈을 감고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낚싯대를 버리고 자신의 등에 기대어 어깨에 머리를 베고 기지개를 켰다.


나나미

아몰랑~ 그냥 이러고 있자!


지휘관

이러고 있으면 되는 거야?


나나미

응, 나나미는 벌써 흐뭇해!


나나미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것도 낚지 못한 것뿐이야.


마치 그녀의 소원을 들은 듯 처음부터 끝까지 꿈쩍도 않던 부표가 갑자기 움직였다.


나나미

어, 지휘관 쪽에서 물고기가 걸려들었구나.


지휘관

(낚싯대를 잡아당기다)


훅을 들어 올리는 과정이 의외로 가벼워 과연 물고기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있더라도 이 물고기는 아주 작을것이다.


하지만 이내 심각한 오판임을 스스로 깨닫게 됐다.


'작은 섬' 하나가 바닷물을 비집고 해수면에서 올라왔다.


낚싯바늘을 물고 있는 물고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던 것이었다.



고래

므어어~~


걸려든 것은 고래 한 마리였다!


나나미

아, 나나미 방금 생각났는데, 이 바다에 방류된 물고기가 이렇게 컸던 것 같았어!


지휘관

이런 걸 도대체 누가 낚아!


아니, 구조체의 완력으로도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나미는 시합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걸까?


고래

므어어~~


범선은 쉽게 뒤집혔고, 미처 돛대를 잡지 못한 자신도 나나미와 함께 바닷물에 빠졌다.







아이 풋풋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