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오랜 전쟁터를 거친 지휘관이라 해도 이 순간만큼은 예상을 뛰어넘는 처지에 놓였다.


자신은 지금 좁은 감방, 그래, 감방에 있다. 바로 앞에 있는 철제 난간과 방 안의 몇몇 가구들, 침대, 싱크대, 변기 때문에 한없이 비좁게 느껴진다.


그리고 얼굴에 생체 공학 피부가 너덜너덜하게 붙어있는 기계체는 감방 밖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무기질의 눈 속은 텅 비어 있었고, 문 앞에는 기계체 잔해 두 개가 쓰러져 있었다.


수감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감염체와 얼굴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견고한 도어락은 무기를 사용해도 파괴할 수 없었고, 감염체의 공격 또한 문에 피해를 줄 수 없었기에 최소한 갑자기 들이닥쳐 자신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한숨을 쉬며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들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지휘관

(사격)


총알이 기계체의 머리를 관통했고, 기계체는 작동을 멈추고 철문에 붙어 고꾸라졌다.


곧장 앞으로 나가 좁은 난간 틈을 뚫고 허리를 만져보니 손끝에 금속테가 걸려 차갑고 딱딱한 촉감이 전해졌다. 그리고는 자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휘관

찾았다...!


마침내 세 번째 순찰을 나온 교도관의 몸에서 감방의 열쇠를 꺼내들었고, 이내 손을 뻗어 난간을 돌아 열쇠 구멍에 열쇠를 들이댔다.


다섯 번째 자루를 시험해 보았을 때, 자신을 가두었던 철문이 마침내 소리내어 열렸다.


짧은 감방체험이 끝나고, 그 다음 문제는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하는 것인데, 왜 자신은 오랫동안 버려진 감옥에 혼자 있었던 걸까...



처음에는 간단한 조사 임무였지만, 절차에 따라 주변을 순찰한 뒤, 자신은 교도소 정문을 찾았다.


두꺼운 철문이 활짝 열려 있어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독자적인 에너지 공급으로 일부 시설이 가동되고 있다.


이곳은 이미 대퇴각 당시 퍼니싱 바이러스에 함락되면서 대부분의 죄수는 폭동 속에 탈출해 감옥에서 일하는 생체 공학 기계만 남아 있었다.


탐지 결과 이 지역에는 상당한 양의 감염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에서 수복 중인 보육구역에게 있어 이 감옥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위험한 폭탄이었다.


교도소 내 자체 통신 차단이 토벌 임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또 다른 협동작전 소대와 함께 건물 외곽에 통신시설을 설치하고 자신은 감염되지 않은 지역에서 활동하며 교도소 상황을 탐색했다.


갑작스런 폭발음이 건물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질 때까지 순탄하게 임무가 진행됐고,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열려 있던 감옥문으로 달려갔다.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건물 내 경보를 알리는 빨간불이 일시에 켜졌다.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미처 자신의 오른팔을 반응하기도 전에 무언가에 채였다.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경비형 기계 하나가 문 뒤 그늘 속에 서 있었다.


???

-죄수 확인-통제 완료. 다음 지시를 기다리십시오.




(1)

지휘관

(애써 피하다) ← 선택

(손을 뻗어 총을 뽑다.)


오른팔이 꽉 끼어서 헤어나지 못했다.



(2)

지휘관

(애써 피하다) 

(손을 뻗어 총을 뽑다.) ← 선택


손을 뻗어 허리춤에서 총을 빼냈지만 움직임을 눈치챈 기계에 의해 다른 한쪽 팔이 잡혔다.





???

경고합니다. 죄수가 명백한 적대행위를 저지를시, 다음번에는 강제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경비형 기계의 머리 표시등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어깨에서 피어오른 무기가 자신의 머리를 겨누었다.


이 기계의 다음 동작을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은 좀 조심하는 것이 좋다.


???

별도의 지령을 받지 못함-이에 따라-규정에 의거, 죄수를 C-04호 감방으로 이동시키겠습니다.


경비형 기계가 무기로 자신을 전진시키고 교도소 현관문이 비상벨 소리와 함께 서서히 닫혔다.


지휘관

(큰일났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빠져나오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로봇이 곧바로 무기를 들어 경고해 기습을 단념했다.


자신은 이렇게 감방으로 '호송'되었다.



'호송'을 당하며 걸어온 기억으로 교도관 사무실 자리를 재빨리 찾았다.


다행히 자신이 있는 지역의 바이러스 농도가 낮아 감염 징후는 보이지 않았고, 교도관으로부터 열쇠와 인증칩을 건네받은 후, 이들은 자신에 대한 적개심을 상실했다.


교도관 사무실은 엉망진창이라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시간과 먼지는 긴급 대피가 이루어지던 이 방의 그 순간을 남겨두었다.


한 바퀴 둘러보니 낡은 신문지로 뒤덮인 탁자 위에 낡은 제어 시스템과 통신장비가 보였다.


지휘관

(시험해보자)


시스템의 화면은 자신의 터치와 함께 밝아졌다.


이 교도소는 어떤 이유로 비상계엄이 발동돼 외부로 통하는 모든 문이 닫힌 것을 통제시스템을 통해 확인됐으며, 내부에서 문을 열려면 종합통제실에서 별도의 지령을 사용하고 이에 대응하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옆의 통신장비를 살펴보니 교도소 내부로 통신범위가 제한돼 있었다.


외곽에 통신시설을 깔아놓은 소대에게 신호가 갈지 알 수 없지만 지금 폐쇄된 환경에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장비를 조작해 구조요청 신호를 보냈다.


응답을 기다리며 교도관실 전체를 탐색했고, 교도소 평면도를 찾아냈으니 적어도 무익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응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표시등이 켜졌다.




롤랑

...


은발의 청년은 통신시설 앞에 흥미진진하게 서서 끊임없이 번쩍이는 신호를 주시하고 있다.


롤랑

이거 참 재밌겠는데.


롤랑

이곳에 나 말고 다른 손님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롤랑

어떤 불운아가 나와 함께 갇혀있을까?


신호등이 계속 깜박거리다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반복되는 모습은 떠도는 배에 버둥거리며 켜져있는 외로운 불을 보는 듯했다.


롤랑

그리고 막무가내로 구원을 청하는 것도 아니고, 이 구조신호를 보내는 사람은…. 아직은 냉정해 보이는군.


자신의 모노드라마인 줄 알았지만 갑자기 또 다른 자의식을 가진 배우가 등장한 것이다.


롤랑

이렇게 재미있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지?


그는 신호에 응답하는 버튼 위에 손을 얹었다.







롤랑오빠 헤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