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현이 끝내 오지 않은 이상, '톱니바퀴'는 기계의 선택을 대변할 책임이 있다.

논리 사고 회로 검사: 정상 작동

메모리 장치 확인: 이상 없음

감정 시뮬레이션 모듈 상태: 꺼짐

환경 모니터링: 정상 작동

모든 시스템 정상 작동

회의 기록 진행 중

참여 인원 확인: 아르카나, 네빌, 제로, 스푸너, 하카마

아르카나는 교회 로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았는데 빛이 유리를 통해 그녀의 몸 위로 굴절돼 쉽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풍겼다.

기계교회 주요 구성원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하카마와 스푸너가 얻어온 '홍조'에 대한 데이터를 입수했고, 얼마 전부터 기계교회 머리 위를 꾹꾹 누르는 저기압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홀 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고, 광휘의 행진자(光辉行进者)가 침묵을 깼다.

광휘의 행진자

우리는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

광휘의 행진자

적조가 우리 모두를 휩쓸어 버릴 때까지, 아니면 인간이 우리에게 손을 쓸 때까지 이대로 잠자코 기다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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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자: 광휘의 행진자, 코드네임 '전차', 2대 후계자.

감정 시뮬레이션 분석 중

감정 상태: 분노, 초조

네빌

옳소, 새로운 '전차'로서 행동하려는 광휘의 결단을 전적으로 이해하는 바입니다!

홀 반대편 자리에 비스듬히 앉아 있던 남성 기계체는 몸을 일으키며 수다를 떨던 모습에서 씩씩한 모습으로 변해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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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자: 네빌, 코드네임 '마술사', '국왕'과 함께 '방주 계획'의 주요 책임자

기계교회의 보수 및 기술 혁신 업무를 담당

감정 시뮬레이션 분석 중

감정 상태: 정상수치보다 높은 고도의 흥분상태

네빌

광휘의 이 기체를 보십시오, 단단하고 텐션 넘치는 관능적인 라인에 빛과 같은 속도와 혼돈을 뚫을 정도의 거대한 위력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부품 하나하나 나의 손을 거쳐서 교체되었죠.

네빌

그리고 이 무기, 자, 광휘, 모두에게 저의 최신 작품을 보여주세요ㅡㅡ칼날은 마치 맹렬한 불꽃이 하나의 실체로 응집된 것처럼, 마치 별을 보듯이 눈부십니다!

광휘의 행진자가 네빌의 격정적인 해설에 맞춰 손에 든 무기를 적시에 들어보였다.

표제어 검색 중

키워드 업데이트 진행

광휘의 행진자: 관능적인 라인, 빛과 같은 속도, 거대한 위력

새로운 기록 업데이트 완료

제로

히히...좀 늦었지? 설마 네빌이 또 그 작은 장난감을 팔아먹고 있던 거야?

바닥에 놓인 황금시대의 나팔꽃 모양 레코더의 외부 스피커에서 제로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스푸너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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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자: 스푸너, 코드네임 '사신', 주로 기계교회에서 공사 건설 업무 및 외부 정찰 임무를 일부 맡고 있다.

감정 시뮬레이션 분석 중

감정 상태: 유열

제로

계속 기다린다고 선현님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을 테니까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하자!

제로

전차...아, 전임 전차 말이야, 그건 손에 넣었다고 했지?

제로

요컨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구를 사용한다면 저 하늘에 떠있는 정원을 즉시 점령해서 선현님에게 선물할 수 있을 거라고...

제로

내가 전부 생각해 봤는데 말야, 로맨스를 상징하는 장미꽃잎 한복판에 제로가 등장하는 거야! 진심 어린 사랑으로 선현님을 맞이하는 거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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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자: 제로, 코드네임 '연인'

교회 핵심 구성원 중 유일하게 기계선현의 벽화에서 계몽을 얻었고, 이에 따라 교회에 자발적으로 합류하는 기계체를 추적하기에 이르렀음.

주로 기계선현 본인에 대한 일련의 시뮬레이션 추론 연역을 담당한다.

실시간 감정 시뮬레이션 분석 불가

스푸너

...

아르카나

이런...모두들 이토록 힘을 써주시다니, 수고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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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자: 아르카나, 기계교회의 지도자 역할

실시간 감정 시뮬레이션 분석 불가

아르카나

전차, 그 아이의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아르카나

네빌 역시 '방주계획'에 많은 기여를 보탰습니다.

아르카나

하카마와 스푸너가 가져온 데이터는 지구가 직면한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앞으로도 목적 없이 방황하기만 한다면 기계교회가 가진 자원이 점점 줄어들어 결국 인간의 시야에 드러나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아르카나

오직 기계선현만이 여러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아르카나

그러나 제로가 이야기 한 것 중, 한 가지는 옳습니다.

아르카나

ㅡㅡ이는 선현님을 맞이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아르카나

퍼니싱이 보여준 '진화'는 공중정원 내부 상황을 급변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공중정원 방어가 가장 취약할 때이자 기계교회가 문서와 함선 자원을 탈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아르카나

인류는 결국 파멸할 운명이기에, 이 별의 미래를 지배할 새로운 각성 기계로서 그들이 소모할 자원을 더 이상 낭비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때 행동을 개시하면, 선현님도… 저 멀리 하늘의 별에서 나타날 것입니다.

아르카나는 마치 어느 미지의 시공 속에서 이런 광경을 본 듯 지그시 눈을 감고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제로

우와ㅡㅡ! 정말인가요?

아르카나

네빌, 그 호위함선 말입니다만...

광휘의 행진자에게서 모두의 시선이 쏠리자 다시 의자에 주저앉은 네빌은 이 순간 눈꺼풀을 치켜들었다.

네빌

이미 고쳤습니다~

아르카나

모두에게 설명드리세요.

네빌

에이… 이런 일은 '국왕'이 하셔야 되잖아요, 그분이 제일 잘하시더라고요.

네빌

우리는 Eden-1 실험선의 호위함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오래된 구형 모델이지만, 저의 숙달된 솜씨로 완전히 리뉴얼 되었습니다. 감히 공중정원에서 현재 통용되는 기함보다 더 강력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기본적인 전투 기능은 결코 문제가 없는데, 그 위에 최신 기능을 깔아보니까...

아르카나

네빌.

네빌

...알겠습니다. 공중정원의 호위함 시리즈인 만큼 식별코드로 공중정원의 인증을 받을 수 있어 사람이 직접 인식하는 것만 주의하면 일정 기간동안 은폐가 가능합니다.

네빌

구형 호위함인 만큼 지나치게 거대한 규모의 전투수요를 화력에 싣지 못하지만 말이죠.

네빌

그러나 우리의 무기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제로

날 데려가 줘, 나를 보내달라고! 선현님을 뵐 수 있는 기회인데 어떻게 그 자리에 나서지 않을 수 있겠냐고...

광휘의 행진자

이번 임무의 유일한 지정자는 바로 나다.

광휘의 행진자가 가슴을 펴고 팔을 흔들었다.

광휘의 행진자

인류들이 우리에게 손을 쓰기 전에, 우리는 그들을 격추시키면 된다!

네빌은 바로 그것이라는 뜻으로 어깨를 들썩였다.

제로

그, 그 무슨....빌어먹을 빨간 물 하나 때문에 내가 이런 기회를 놓치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네빌

광휘의 행진자에게 광학 카무플라주 방패를 탑재했고, 호위함이 공중정원 모선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인원을 보내 은밀히 침입할 수 있습니다.

스푸너

공중정원에 방화벽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네빌

물론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세상의 어떤 이야기도 믿지 않아도 되지만 네빌만큼은 믿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남성 기계체는 턱을 자랑스럽게 치켜들었다.

네빌

저는 가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중정원의 방화벽이자, 또한 게슈탈트인 것을 속였습니다. 오래 버티지 못하지만, 공중정원에 잠입하려면 단 한순간의 정밀타격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이는 매우 섬세한 작업입니다.

스푸너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스푸너

광휘는 섬세한 걸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만...

아르카나

하카마.

하카마

...

자신이 호명될 줄 몰랐다는 듯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서 있던 하카마는 곧바로 대답했다.

하카마

네.

아르카나

당신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요?

하카마

광휘의 행진자가 관능적인 윤곽을 가지고 있고, 빛과 같은 속도로 혼돈을 뚫을 수 있는 거대한 위력을 지녔고, 교회에서 가장 높은 전투 수치를 가진 회원이라는 사실을 종합해보면 합리적인 안배라는 데 공감합니다만, 동시에….

제로

도대체 쟤한테 뭘 물어보는 거야! 나한테 물어봐! 나 갈래! 공구함에 담아가서라도 데려가서 선현님을 만나게...

제로가 말을 다 마치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선이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옆에서 울부짖으며 빌던 레코드 플레이어가 마침내 조용해졌다.

아르카나는 여전히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하카마를 향해 있다.

데이터 논리 분석 중

ㅡㅡ

논리 분석 완료

하카마

...... 연산력을 동원하여 추론해낸 계획이 현시점에서 기계교회에 가장 적합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카나

아아, 이렇게 말인가요?

아르카나는 교회 홀 안에 있는 다른 이들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아르카나

그러면 침입 임무는 '은둔자'(隐者)에게 맡기겠습니다.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하카마에게도 코드네임이 있지만, '어머니'가 그녀를 '은둔자'라고 부르는 것은 처음 들었다.

아르카나

'지혜와 고독의 상징, 어둠 속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자…'

아르카나

'은둔자'는 반드시 훌륭하게 이 임무를 완수할 것입니다.

스푸너

하카마...

하카마

알겠습니다. '어머니', 이견은 없습니다.

'어머니'가 몸을 일으켜 완전히 훤히 드러난 빛 아래 모든 기계교회 아이들에게 포옹이라도 하려는 듯 두 팔을 가볍게 벌렸다.

아르카나

우리 아이들... 저는 들었습니다. '달'이 울고 '별'이 노래하며 '태양'이 우리 곁으로 오는 것을 말이예요.

아르카나

'세상'은 곧 깊은 잠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 전에 길 잃은 '우자'를 여행길로부터 집으로 돌려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