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소녀가 말하길, 배우의 노래를 들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고 한다.




셀레나, 네가 이 편지를 받았을 때쯤이면 여정에 지쳐서 걸음을 멈추고 있었을까?

전에 얘기한 것처럼 연극을 시도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힘든 게 사실이야.

이것은 한 사람의 여정이자 수많은 사람들이 발을 내딛는 여정이지만, 밝은 길을 찾기에는 역부족이야.

내가 원하는 정서를 그려내기 위해 '글쓴이'라는 신분에 걸맞는 일까지 해봤는데, 조금…. 웃기더라고.

편지 뒤에 이 우스운 이야기를 첨부할게. 만약 네가 본다면, 널 즐겁게 하기 위해 친구가 나누는 재미있는 농담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이런 농담 뒤에는 내가 처음 작품을 시도할 때 겪게 될 불편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이렇게 비유하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어찌할 줄 모르는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왔어.

하지만 정작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기록을 처음 조회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너의 사진이었어.

그건 바로 네가 《아카디아 대퇴각》 첫 공연을 마쳤을 때 너의 어머니가 찍어준 사진이야.

넌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지금 거울 속의 나보다 조금 더 불안하고 심지어는…. 조급해보였어.

그날 넌 도대체 무엇을 만났고 무엇을 본 거니?

넌 자신의 작품에 대해 불안에 떨었을 텐데…그것은 또 무엇 때문이었을까?

알려줘, 셀레나.





이것은 기록이다.


보고서처럼 공식적인 것도, 일기처럼 사적인 것도 아닌 친구들과 오늘을 이야기할 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나는 이런 편지 같은 형식을 통해 나의 현재 상황을 기록하고 싶다.


나는 184호 보육구역, 아카디아 대퇴각 당시 철수 지점의 근처에 있었다. 고고학 소대의 일원으로서… 아니, 나 자신으로서 이 지역을 답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


이제 예술협회의 답사 임무를 빌어 마침내 나는 이 기회를 얻었고, 대지에 널려 있는 붉은 가지와 덩굴이 물러간 후에 이곳에 올 수 있었다. 답사는 물론 영웅 한 명에게 표창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때까진 그 영웅을 위해 찬가를 읽어주거나, 보육구역 밖 유적들을 뒤지며 몇 년 전 공중정원에 가지 못했던 유물들의 유적을 답사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 뜻밖의 관객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남자 아이 거주민

누나, 누나, 뭐라고 쓰여있는 거야?



셀레나

아, 이거 말이니.


셀레나의 손이 약간 멈칫했고, 펜 끝에서 흘러나온 꽃말이 우연히 마지막 획을 그었다.


셀레나

그냥 일종의 기록이야. 이야기 같은 기록.


여자 아이 거주민

언니, 언니. 방금 전 이야기 빨리 더 해줘. 프로스페로는 어떻게 되었어?


셀레나

응, 좋아. 프로스페로는 나중에ㅡㅡ



그렇다. 나는 지금 이곳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동화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오페라를 이야기하고 있다.


놀랍게도 여기 있는 아이들은 이야기에 대해 모두 스승 없이 스스로 터득하는 것 같았다. 동화든 오페라든 그들은 그것의 감정을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누구나 한 알의 꽃씨처럼 예술적 재능을 품고 있어 어쩌면 흙 속에서 봄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거만해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여기서 들려준 이야기가 그들에게 봄바람을 불어주기를 바랐다.


이 봄바람이 지구 곳곳으로 불어오기를 바라며.



셀레나

...그렇게 해서 프로스페로 공작은* 마법을 돌려주어 원수를 용서하고 고국으로 돌아갔어.

*원문에선 왕이라 적혀있는데 오타로 추정


여자 아이 거주민

음…그런데 좀 이상해.


여자 아이 거주민

왜 프로스페로는 안토니오를 그렇게 쉽게 용서한 거야?


남자 아이 거주민

그래그래, 안토니오는 프로스페로를 괴롭혔잖아. 어떻게 나쁜 놈이 벌을 받지 않는 거야?


셀레나

그건...음...


셀레나

어쩌면 이 공작의 인물 본성에 대해 얘기해야 할지도 몰라… 어, 본성, 그러니까 그가 왜 이야기 속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말야.



셀레나

그것에 관해서는…. 내가 직접 해석할 수 없을지도 몰라, 너희들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야.


여자 아이 거주민

어? 왜?


셀레나

음…왜냐하면 이야기에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이야.


셀레나

만약 너희들이 자신의 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격려가 될지도 몰라.


셀레나는 다가오는 아이를 향해 빙긋 웃었다.


셀레나

그럼ㅡㅡ고민하는 동안 노래 하나 들어보지 않을래?


여자 아이 거주민

응! 듣고 싶어!


셀레나

그래, 그래, 그럼 주의깊게 들어보렴.


셀레나가 이 말을 했을 때, 그녀의 시선은 멀리 있는 군중들에게로 향했다.


184번 보육구역은 아카디아 대퇴각이 있던 철수 지점 근처에 있었다. 시간과 전쟁으로 얼룩져도 보육구역에서 멀지 않은 폐도시에서 예술의 흔적은 종종 발견되었다. 그 도시에서 쫓겨난 피난민들도 보육구역에 들어갈 때 대부분 그것의 흔적을 지니고 있었다.


끼니를 때운 뒤 몇 번의 우연한 교류를 계기로 주민들과 군인들은 서로 겪은 이야기나 들리는 소문을 주고받는 데 익숙해졌다. 일전에 아이들이 말하는 바로는 가끔 공중정원의 오페라가 종종 이곳에 방송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인파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도리어 그녀는 저마다의 얼굴에서 슬픔을 목격했다.


그녀가 이곳에 오기 수십일 전, 이곳에서 중간 규모의 전투가 벌어졌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침울한 표정이 그 전투의 잔혹한 여운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어린아이 같은 위안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장가를 선택했다.


노래를 시작할 때 그녀는 어머니가 아기의 요람을 흔드는 것처럼 가볍게 불렀다.


노래에 맞춰 그녀는 아이들의 울타리 너머로 음파가 넘어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살짝 높였다.


선율이 차츰 가라앉을 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주위 사람들에게 들리기에 충분했지만, 그 부드러운 곡조는 모든 아이들의 심신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셀레나

이건...자장가라고 불러.


셀레나

아이들을 달래기 위한 노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달래기 위한 노래이기도 해.


여자 아이 거주민

그럼... 프로스페로도 이런 자장가를 듣고 싶어했을까?


셀레나

글쎄…혹시 프로스페로에게도 자장가가 필요할지도…음, 그에게 어떤 자장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여자 아이 거주민

음…아까처럼 부드러운 노래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남자 아이 거주민

하지만 엄청 많은 모험을 겪었으니까 부드러움 말고도 약간의 칭찬이 필요할지도 몰라...


여자 아이 거주민

모르겠어...


셀레나는 웃으며 아이들이 모여 있던 울타리에서 물러났다. 그들은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토론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드디어 자신이 찾던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셀레나

실례합니다. 당신은 보야드 씨인가요?


보야드

맞습니다.


정비 중 고개를 든 구조체 군인들은 전술장비를 벗었고, 그는 의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셀레나는 그에게 군례를 했다.


셀레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셀레나입니다.


셀레나

보야드 씨, 공중정원 측은 전일 보육구역 184번지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전투를 인지하였습니다. 당신은 이번 전투에서 소대를 이끌고 극히 중요한 새로운 첫 작전을 수행하셨지요.


셀레나

당신의 용감한 행동은 전투에 크게 기여하여 보육구역의 멸망 위기를 모면해 주었고, 생존자들은 당신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공중정원은 당신의 행동에 감사하여, 당신을 공중정원에 초대하여 표창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보야드

크나큰 영광입니다. 차후에 시간을 내서 찾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하고 공식적인 응대에서 그다지 반가운 기색이 없었다. 상대방의 나이로 미루어 보아 그는 아마 이런 표창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야드

다만 표창의 통지문은 통신으로 전달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보낼 줄은 저도 몰랐군요.


보야드

방금 그 노랫소리는...당신만의 생각인가요?


셀레나

네, 저는 이런 방식이 마음을 달래주는… 가장 상냥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높으신 분들 사이의 수많은 예절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그녀는 이 단순한 예술적 분위기에서 여유를 부리며 자신의 풍부한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셀레나

이런 행위가 전쟁터에 나가 있는 당신들을 무례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습니다…그래서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가 당신들에게도 들려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이 말을 했을 때, 시선은 몸 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녀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애절하고 얕은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의 미간에 드리워진 주름살은 확실히 조금은 옅어진 것 같았다.


셀레나

표창도 오페라도, 전쟁터의 부상자를 치료할 수 없고, 몰려오는 적을 물리칠 수도 없죠…. 그러나 전쟁에서 누군가를 지켜주는 전사가 있다면 평화 속에서 그들을 기억하는 전사가 있어야 합니다.


셀레나

병참병 피로 씨, 척후소대의 브와 씨, 분석관 세리 씨, 그리고 그 이외에 수많은 사람들...


셀레나

그들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그들이 바친 모든 것을 알리기 위해…. 저는 이곳에 파견되었습니다.


셀레나

살아 있는 자들에게 그 빛을 전하고, 그들의 혼령을 위로하게 하는 것…. 그것이 표창의 의미입니다.


보야드

...그렇군요, 잘하셨습니다.


노병은 여전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작에서 셀레나는 약간의 찬사를 읽어냈다.


보야드

당신의 이름이 셀레나, 맞습니까?


보야드

예술협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샛별께서...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군요.


보야드

고맙습니다, 셀레나.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이미 다 들었습니다.


보야드

저는 남은 임무가 있으니 먼저 자리를 비우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셀레나

음...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셀레나

당신은 플로라라는 이름을 가진 분에 대해 확인을 해주셔야 합니다...그는 당신 부대의 일원입니다.


셀레나

그 전투에서 그는 당신을 보조하여 특정 감염체에 대한 처치 임무를 완수했는데, 그때의 행동은 전세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이었지요.


셀레나

저 역시 그 분께서 오페라에 감화되어 군에 입대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서 들었습니다. 같은 예술 애호가로서나, 군인으로서나 저는 그의 헌신에 경의를 표해야 합니다.


셀레나

저는 이 분의 가족을 찾아가서 공중정원에서의 명예로운 인정과 함께 그의 가족과 동료들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혹시 당신이 임무를 수행한 후에, 그의 대장으로서 함께 참가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보야드

상관없습니다. 이 또한 자주 했던 일이니까요.


셀레나

고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플로라 씨의 집이 어디 있는지 알려 주시겠습니까....



남자 아이 거주민

그 저....누나가 플로라를 찾고 있다면 내가 안내할 수 있어.


그 말이 끝나자 셀레나의 손가락은 갑자기 작은 힘에 둘러싸였다.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어린 소년이 그녀의 손가락을 잡고 살며시 잡아당기고 있었다.


남자 아이 거주민

플로라 삼촌 집은 좀 멀리 떨어져 있어. 보야드 아저씨가 바쁘면 내, 내가 대신할 수 있어.


남자 아이 거주민

내가 누나를 데려갈 수 있다면 누나는 이따가 다시 불러줄 수 있어...? 방금 그 노래 말야.


남자 아이 거주민

저, 우리 엄마가 그전에 전투에서 죽었는데… 방금 누나가 불렀던 노래 덕분에 엄마가 불러준 자장가가 생각났어.


남자 아이 거주민

혹시...나중에 들을 수 있게 노래를 녹음해도 돼?


셀레나

…응, 물론 문제없어. 지금 바로 불러줄 수 있단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어른의 마음과 같이 연약하면서도 강인하다.


셀레나는 보야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그의 말대로 그는 또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


남자 아이 거주민

정말? 정말이지? 좋아, 녹음장치를 찾아볼게...


소년은 헐렁한 옷 밑에서 오래된 녹음 장치를 들어냈고, 겉에 설치된 나팔은 녹슨 얼룩으로 나팔꽃처럼 그려져 있었다.


남자 아이 거주민

이건 플로라 아저씨가 직접 만들어 준 거야. 우리 모두 아저씨에게 하나씩 받았어.


남자 아이 거주민

음...녹음은 이렇게 하면 되겠지...


소년은 녹음 장치에서 키 하나를 찾아서 눌렀다. 셀레나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녹음 장치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녹음 안내음이 아니라 일련의 아리아였다.


남자 아이 거주민

아, 망했어...이건 아저씨가 전에 녹음한 노래야. 아으, 이거 어떻게 끄는 거야...


소년은 정신없이 녹음 장치를 만지작거렸다. 셀레나는 다급해진 그의 팔을 살짝 눌렀다.


셀레나

아니...다시 들려줄래?


셀레나는 눈을 내리깔고 한동안 그 녹음 장치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셀레나가 이 오페라를 감상하는 줄 알고 잠시 침묵한 후 목소리를 낮추었다.


남자 아이 거주민

플로라 아저씨는… 이 오페라를 아주 좋아했어. 아저씨는 바로 이 오페라 때문에 전쟁터에 나갔다고 해.


그는 마치 셀레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남자 아이 거주민

나도 이 오페라를 좋아하는데…. 보육구역 밖에서 괴물들과 싸우고 있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얘기했던… 전쟁터에 나온 이유를 생각하게 만들어.


남자 아이 거주민

엄마는 도대체 왜 희생되었는지……엄마는 전쟁터에 나가기 전, 어떤 생각을 했는지……그 노래를 들으니까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기도 하고…….


남자 아이 거주민

그건...정말로 대단해.


셀레나

음...그래...?


셀레나는 짧게 대답하고는 아리아로 시선을 돌렸다.


화려하고 현란한 아리아의 구절이었고, 감성적인 노랫소리는 포효하고 구슬피 우는 듯했다. 죽음이라는 이름의 끈에 두 가지 감정이 얽힌 것은 어떤 사망자에 대한 애도였다.


아리아는 수백 번을 돌아 마침내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황급히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남자 아이 거주민

보야드 아저씨?


임무를 수행하러 갔던 노병이 언제 다시 셀레나 뒤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보야드

꼬마야...너희 아버지가 널 찾고 있단다. 네가 가서 정리해주려무나...너희 어머니의 유품 말이다.


남자 아이 거주민

아....맞다, 금방 갈게.


남자 아이 거주민

그럼 누나…나 이따가 다시 찾아올게, 괜찮지?


셀레나

응...그래, 괜찮아...


소년은 녹음 장치를 걷어치우고 황급히 떠났다.


셀레나는 그가 떠난 쪽을 바라보았지만 눈길은 그의 뒷모습ㅡㅡ그리고 그녀의 앞에 있는 그 어떤 것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다.



셀레나

보야드 씨,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보야드

...물어보세요.


셀레나

방금 그 소년이 틀어놓은 노래를 들었어요. 그것은 어떤 오페라의 아리아였는데...


셀레나

그 소년은 플로라 씨가 바로 이 오페라를 듣고 전쟁터에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셀레나

이 오페라, 저는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제목은 《아카디아 대퇴각》이죠.


셀레나

그건...제가 만들었습니다.


보야드

...염려할 필요 없습니다. 그의 희생을 막지 못한 것은 저의 잘못입니다.


노병의 목소리는 잠겨있었지만, 말투는 온화했다.


보야드

당신은 자신의 재능에 대해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당신의 작품은 대단히 감동적이고 충격적이었으며, 당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전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원한 것을 이룬 겁니다.


셀레나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비바람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신념과 사랑 뒤에 숨은 의미를 찾아냈다고 생각했고, 그 의미란 바람과 비를 막아주는 배로 삼아 미래에 닥칠 비바람의 바다를 건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바람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것에서 온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녀가 기념했던 사람 중 한 명은 그녀의 노래에 의해 전쟁터로 이끌려갔다.


아이의 말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하자 그녀는 다시 한 번 페르디난드와 안토니오나처럼 폭풍우에 떨며 흔들렸다.



셀레나

...실례지만, 플로라라는 이름의 그 소녀는 어디에 있습니까?


비바람은 여전했지만 셀레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셀레나

그녀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갑작스런 물음에 노병은 난처해 보였다.


보야드

그녀는...지금 여기에 없습니다.


보야드

제가 방금 받은 임무에 의하면, 그녀는 어젯밤에 집을 나갔다고 합니다. 저는 마침 그녀를 찾으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