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통한 울부짖음이 가히 노래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정녕 경쾌한 찬양곡이었나?




셀레나, 큰어머니의 조언으로 나는 다시 그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시작했어.

그 후로…. 그럭저럭 잘 되어가고 있어, 나는 당분간 너에게 더 이상 나눌 수 있는 게 없을 거야.

이에 대한 보상으로 첨부파일에는 내가 작업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에 대한 우스갯소리를 첨부했어.

만약 지난 편지가 널 불안하게 했다면, 그 편지에 담긴 작은 농담이 너의 마음을 달래주었으면 해.

만약 너를 조금이나마 웃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야.

나는 널 볼 때마다 자주 미소를 짓지만, 종종 큰어머니나 다른 귀한 사람들 앞에선 어색하게 웃거든.

나조차도 완전히 허울을 벗어던진 너의 진정한 미소를 거의 볼 길이 없었어.

하지만 언젠가 만났을 때, 난 너의 그 미소지은 얼굴을 잊을 수 없었어.


네가 구조체가 되어 고고학 소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오페라 한 편을 복원하는데 도움을 주었지, 그것은 황금시대 예술가의 오페라였어.

그 옛날 오페라를 들은 후, 넌 즉시 나에게 연락했고 이 이야기를 나와 함께 나누고 싶어했잖아.

내가 널 만났을 때, 너의 얼굴에 나타났던 그 환한 웃음은 너의 진정한 웃음일지도 몰라.

넌 그 오페라의 내용을 재현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었어.

이 오페라를 쓴 그 사람이 당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또 어떤 이유로 전쟁터에 나갔는지 상상해 보았어.

만약 네가 그를 만날 수 있다면, 넌 그에게 자신의 감동을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지금 내 귀에는 그 오페라가 흘러나오고 있어. 그것은 예술협회의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어 있어 누구나 언제든지 흐뭇하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야.

그걸 들었을 때, 넌 어떤 그림을 머릿속에 떠올렸을까?

여행 중인 너라면…. 그 오페라를 만날 수 있다면, 넌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알려줘, 셀레나.




보야드

셀레나 양, 셀레나 양?


보야드

이 구역에 들어오면서부터 당신은 오랫동안 서있었습니다. 당신은 무얼 하고 있는 겁니까?



셀레나

아...


상념의 바다에서 고개를 들자 셀레나는 곳곳에 남아 있는 꽃과 유적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도시의 폐허로, 이 지역은 너무나 황폐하다. 이 지역은 황야로서 수많은 문명의 메아리가 남아 있었다.


이곳은 아카디아 대퇴각의 유적지…. 수십일 전 이 지역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그 전투의 핵심 인물은 바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셀레나

저는 고고학 소대의 임무를 수행중입니다. 이 철수 지점의 유적 예술 자료를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셀레나

방금…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대답을 하고 셀레나는 몇 개의 빛깔이 솟아 있는 바닥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수선을 했는지, 자연발생인지, 전쟁에 짓눌린 대지에 금세 다시 꽃이 피어났다.


그중 몇 송이의 꽃은 밟혀 꺾이고 몇 개의 작은 발자국이 나 있다.


셀레나

...그러면서 플로라라는 이름의 어린 소녀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보육구역을 떠난 지 오래됐고, 이 저농도 퍼니싱 구역에서 언제든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셀레나

저는 단지 예술의 종적을 따라 여기까지 찾아왔고, 그 소녀의 종적을 찾는 당신을 만났을 뿐입니다.


그녀는 작은 발자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한 어린 소녀가 어둠을 이고 총총히 이 꽃밭을 뛰어가고 있었다.


보야드

도움은 감사하나, 실종자 수색은 사람 수가 많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저에게 상기시켰습니다.


보야드

실종된 보육구역 주민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 저의 임무이자 전공입니다. 당신은 예술협회의 사람으로서, 표창과 함께 여기까지 오신 분에게 있어 또 다른 임무라 한다면, 제 생각엔...


보야드는 옆의 돌벽을 가리켰다. 돌벽에 옅은 무늬가 새겨져 있어 예술적 질감을 풍겼다. 그 위에 박힌 명판은 퇴색한 지 오래지만 '아카디아 대퇴각 184번 철수 지점'이라는 글자를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었다.


보야드

이런 것들의 흔적을 찾아 온 거...맞죠? 서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면 됩니다.


셀레나

그 말씀이 옳습니다.


셀레나

그렇다면, 당신은 제가 임무를 수행하면서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허락해 줄 수 있나요?


보야드

?


셀레나는 빙긋 웃으며 보야드가 가리키는 돌벽에 붙어 앞으로 나섰지만 눈빛은 돌벽의 더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셀레나

보세요, 이 돌벽의 결은 대형미술관의 표준장식으로 본관 앞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셀레나

플로라라는 이름의 그 소녀는 이 장식 흔적을 알아보고 미술관으로 달려갔을 겁니다. 그리고 그녀는ㅡㅡ


셀레나는 돌벽 쪽을 가리켰다.


셀레나

이 방향으로 갔겠죠.


보야드

플로라의 딸을 조사해 봤습니까?


셀레나

저는 단지 보육구역 아이들에게 물어봤는데 플로라라는 이름의 어린 소녀가 184번 보육구역에서도 유명한 예술 애호가라고 알려줬어요.


셀레나

그녀는 자신의 꿈, 그녀가 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그림과 메모를 많이 남겼습니다. 분명히 플로라 씨는 그녀에게 많은 가르침을 전해줬을 거예요.


셀레나

그리고 그녀는 '집을 떠나'...퍼니싱 농도가 낮지 않은 이곳에서 보육지역을 무단 이탈해 종적을 감췄습니다.


셀레나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를 향한 어머니의 제한 때문이었습니다.


셀레나

남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플로라 부인은 슬픔 속에 남편의 유작 대부분을 버렸습니다. 딸은 그 유작들을 일일이 주워들었고… 그런 일이 여러 차례 벌어지자 플로라 주니어는 이 시나리오와 단말기를 메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보육구역을 슬그머니 빠져나갔죠.


셀레나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뛰쳐나가며 어떻게 하면 비통에 잠긴 어머니를 구할 수 있을까를 마음속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녀의 목적지는 애매하고 불분명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으로 달려가면 예술을 사랑하던 그녀는 발걸음을 늦추고 유적들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셀레나

어쩌면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상상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셀레나

어쩌면 이곳은 밀, 보리, 호밀, 귀리, 들콩, 완두콩이 번창하던 기름진 밭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앞으로 나서 팔을 가볍게 들어올리고 손바닥을 허리 높이에서 펼쳤다. 마치 그녀가 말한 모든 것이 여기에 있는 것처럼 그녀는 이 작물들을 어루만졌다.


셀레나

양들이 노닐던 푸른 언덕, 이들을 기르는 풀로 가득 찬 평야, 입금화와 갈대가 우거진 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中 아이리스의 대사


보야드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죠.


이내 곧 보야드의 한 마디에 작물과 산전이 모두 사라졌다. 눈앞에는 여전히 황야와 산발적인 꽃밭만이 있을 뿐이다.


셀레나

음...어쩌면 제가 실례를 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야드

...아무쪼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길을 따라 발자국을 측량할 것입니다.



보야드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몇 걸음 앞서 갔는데, 과연 다른 꽃밭에서 그 작은 발자국을 발견했다.


그는 찾아낸 발자국 경로를 따라 주변 지형과 결합해 실종자의 종적을 분석하며 전진했다.


그리고 셀레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셀레나

그러고 보니 보야드 씨, 이 폐허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셀레나

이곳은 예전에 미술관이었고, 이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폐허의 깊숙한 곳에서 셀레나는 멈칫했다. 그녀는 몸 옆의 벌거벗은 벽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셀레나

이것은 별의 하늘을 그린 거대한 그림으로, 이쪽에서 저쪽까지 하나의 벽을 차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화가는 가장 배고프고 추위에 떤 시기에 그것을 그렸지요.


셀레나는 부러진 벽에 살짝 손을 대면서 거친 벽면을 손끝으로 쓸어넘겼다. 마치 오래전에 찍어두었던 그림이 이 때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 그녀의 손끝에 닿은 것 같았다.


셀레나

이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셀레나

우리 위의 태양은 수억 년 동안 여기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셀레나

그 별들은 몇 광년 동안이나 격리되어 있다가 이곳에 빛을 던집니다.


셀레나

이 지구는 마치 눈처럼, 어디를 바라보아도 항성들의 그리움의 빛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보야드

음…그러나 항성의 발광은 행성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 표현대로라면 모든 행성은 눈이 되어야 합니다.


셀레나

좋은 지적입니다.


셀레나는 모처럼의 이해자를 만난 듯 웃었다.


셀레나

정정하겠습니다. 우주는 지구의 눈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별과 별의 상호 작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먼 훗날 우리는 또 다른 별의 시선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셀레나

그때가 되면 상호교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비효율적일 수도 있고 기발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편지처럼?


셀레나

어떻게 보십니까? 보야드 씨?


보야드

그림에서 외계 문명까지? 풍부한 상상력은 확실히 오페라 작가들이 지녀야 할 소양이겠지요.


보야드는 몸을 구부린 채 대꾸만 하고 황야를 계속 노려보며 발자국 수색에 몰두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보야드

하지만 외계 문명이 우리와 상당히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점을 바로 잡아야 하겠군요. 정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보전달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말도 서로 통할 수 없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문명은 이미 소멸되었을 때가 될 것이고…. 물론 반대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셀레나

시간 차이가요? 네. 그러면 아쉬울 수도 있겠죠. 그러나 소멸된 문명은 그 흔적도 남게 마련입니다. 다른 쪽의 문명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 흔적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셀레나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한, 이 예술들의 빛은 여전히 우주를 누비고 있는 한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셀레나

저는 그 생명들이 고통과 소멸 속에서도 자신의 삶의 마지막 빛을 발하고 그 흔적을 남길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때 우리는 그 흔적을ㅡㅡ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셀레나

참, 표현,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죠.


셀레나

화필에 호소하든, 글에 호소하든, 다른 기체에 호소하든,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입니다.


셀레나

ㅡㅡ이 그림에서처럼, 굶주림 속에서도 그 화가는 이 별하늘에 대한 향수를 진심으로 표현합니다.


셀레나

이 같은 생각을 타인에게, 나아가 수많은 해가 지난 뒤의 미래까지 전달하기 위해 예술가들은 힘차게 기록을 남깁니다.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라도 기꺼이 희생할 수 있죠.


셀레나

그러고 보면 예술은 식사나 수면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셀레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셀레나는 소망을 담아 옆에 있는 노병을 바라보았다.


보야드

....허.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멸조가 섞인 웃음소리였다.


경멸인가...? 셀레나는 그 대답을 확신하지 못했고, 그 속에서 또 다른 감정도 들었다.


보야드

당신 말대로 전쟁터에서 소멸한 생명들, 자비 없는 싸움에서 인간답지 않게 죽은 생명들이 소위 예술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셀레나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셀레나

음...그저 '예'라고 대답한다면, 그건 너무 오만해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셀레나

하지만…아이에게 목숨을 맡긴 어머니나, 전우에게 말을 전하는 군인이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면 그것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셀레나

하지만 만약 전쟁터에서 예술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답하건대, 그것은 바로 당신ㅡㅡ보야드 씨입니다.


보야드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셀레나

사실 이 관점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연극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셀레나는 두 손을 거두어 배 앞에 들고 조용히 읊조렸다.


셀레나

'상상해 보아라, 자유로운 상상이 그대들의 죽음을 뛰어넘기를.'


셀레나

'자유로운 미래에는 사랑과 빛이 함께하기 마련이다.'


셀레나

《영웅의 이별》 제3막, 제6장.


셀레나

다름 아닌 당신의 걸작입니다, 보야드 씨.


셀레나

상상과 죽음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저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셀레나

제가 당신과 이런 설익은 상상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당신의 작품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상상력은 저보다 훨씬 더 훌륭합니다.


보야드는 셀레나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보야드

오늘날까지도 그 작품을 언급하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셀레나

당신이 황금시대에 남긴 작품은 예술협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신은 예술협회 가입을 거부해 왔지만, 당신은 우리 마음속에 존경할 만한 선배입니다.


셀레나는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며 가볍게 인사를 했다.


늙은 오페라 작가는 젊은 후배의 예의를 거부하지 않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야드

고맙지만, 잊어 버리세요. 그것은 거짓된 작품일 뿐입니다.


셀레나

당신이 젊었을 때 세상에 털어놓고 싶었던 모든 것을 결국 전부 전했다고 말하진 않길 바랍니다.


보야드

하...


셀레나는 노병의 쓴웃음을 보았다.


보야드

당신은 감정 전달에 있어 열정적이군요.


셀레나

그것이 바로 예술이 해야 할 일이니까요.


보야드

...그런가.


노병은 침묵을 지켰다.


보야드

...셀레나, 당신은 저와 너무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단지 바라는 것은 플로라의 딸을 찾고,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는 것이었죠.


한참을 우물쭈물 하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화제를 돌리며 셀레나의 이름을 불렀다.


셀레나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당신의 허락을 받기를 원합니다...그녀와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허락 말입니다.



보야드

그렇다면 만약…. 단도직입으로 말하건대, 그의 결말이 당신이 생각한 바와 달랐다면?


보야드

당신은 이곳에서 죽은 병사들을 조사해서 노래를 불러주었죠…. 네, 좋습니다. 전장의 망령들이 당신의 노력에 감사할 것입니다만, 그뿐입니다.


보야드

전장에 나서면 그 기개와 호언장담은 임종의 총알 한 발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보야드

당신은 정말로 그들이 말한 것처럼, 그들이 강건하게 의리를 취한다고 생각합니까?


셀레나

제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면, 알려주시겠습니까...


보야드는 나지막한 읊조림으로 대답했다.


처음에 셀레나는 보야드가 그의 목구멍에서 언어를 조직화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짜내는 것은 선율이었다. 그는 이미 이 이야기를 머릿속에 몇 번이고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다만 누군가 그가 이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을 듣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보야드

시간이 촉박하니, 걸으면서 이야기합시다.


깊고 묵직하게 서서히 피어오르는 베이스 사운드가 마치 연극의 서곡을 장식하는 것 같았다.




전투 개시

이어폰 착용을 권하며, 외부인으로서 이 이야기에 참여하게 됩니다

현장의 음성을 듣고 정보를 얻어 진실을 복원하십시오.





<정보를 듣고 진상을 환원하라>




구조체군인

보고…전선 손실률이 이미 한계치를 초과했습니다! 감염체 집단들이 이곳으로 토벌을 본격화하고 있고, 전선은…전선을 지킬 수 없습니다.


구조체리더

진정해, 신참. 두려워하지 마.

감염체의 집단행동이라니…과거 기록에 따라 감염체군에는 이들을 모을 수 있는 감염발신장치가 존재할 것이다.

이 발신장치를 파괴하면 적어도 포위와 압박은 완화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진 알고 있겠지?


구조체군인

레이더 탐지장치로 감염된 발신장치를 찾아 정밀타살…!


여성구조체

반대합니다. 이런 탐지 행위는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 감염체가 몰릴 수 있습니다.


구조체리더

그러므로 한쪽이 그 발신 감염체를 찾으면 신속히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서 토벌작전을 시행해야 한다.

토벌에 실패하더라도 뒤에 있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여성구조체

반대합니다. 현재 기체 자체 레이더 탐지장치가 훼손돼 정밀 탐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구조체리더

그렇다면 우리의 전술장비에 있는 고정밀 레이더로 작전을 진행하겠다. 보다 더 높은 위치를 확보하도록… 이 부근에 있을 것이다.


여성구조체

좋습니다. 이 작전에 동의하며, 지도 검측을 시작하겠습니다... 네, 찾았습니다. 저들의 좌표가 전송됩니다.


구조체리더

잠깐만요! 신호를 증폭하는 신호 타워가 좌표거리상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그 근처에서 레이더를 키다간 감염체들이 더 빨리 모여 철수할 겨를이 없어질 것입니다.


구조체리더

음, 그 신호탑 근처에서 레이더가 켜지지 않도록 해야 하겠군.


여성구조체

저희가 할 일은 이 작전을 완수하는 것뿐입니다.


구조체리더

좋아, 할 말은 다 한 것 같군. 신병은 너네 소대와 함께, 나는 단독으로 행동한다. 팀 배정 방식에 이견은 없나?


구조체군인

이, 이의 없습니다!


여성구조체

좋습니다. 갑시다.




(영상에도 자막 있음)



구조체군인

출발합니다.




여성구조체

허...끝이 보이지 않군...

윽… 기체 손상률이…. 여기서 쉬어야 할지도 몰라, 신병, 먼저 앞에 나가서 정찰할 수 있어? 내가 그 다음에 따라갈게.


구조체군인

알겠습니다!




여성구조체

젠장! 방심할 줄이야!

신병! 신병! 어서 응답하라!

빌어먹을! 통신기가 고장났어!

지금 당장 레이더를 가동할 수밖에 없겠어.

신병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나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머지는 아저씨 판단에 맡기자. 그 분이라면 이해해 주시겠지.



구조체군인

헉헉...여기서 통신이 가능할 것 같은데...어서 연락돼라.

선배! 선배! 답변 부탁드립니다!

어! 레이더 신호가 왜 저기에 있는 거지?

망할! 선배의 통신기가 고장난건가?

난...난 선배보다 조금 더 빨리 가야 해.

신호탑...거기가 신호도 강하고 범위도 더 넓겠지.

흐아아아아아아!

휴…결국 여기까지 왔다.

발성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얼른 신호탑을 켜고 선배와 통화해야 하는데…

신호탑… 우리쪽은 신호탑을 써야…



구조체리더

빌어먹을...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한여름 밤의 달콤한 꿈이 되기를...



당신은 결코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질문1) 누가 감염된 발신 장치를 파괴했습니까?

질문2) 누가 희생했습니까?


1) 구조체군인

2) 여성구조체

3) 구조체리더

4) 복귀하여 계속 조사하다


모두 잘못 선택

→두 가지 전부 진실이 아니다


하나 맞춤

→하나의 진실을 맞췄다. 조사를 이어가라.


첫 번째 답=구조체리더

두 번째 답=구조체군인

→ 진실은 이와 같다



전투 종료





베이스 소리가 점점 가라앉고 주위에 묻히는 자갈 소리가 들리자 셀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 손을 들어 눈 앞에 있는 노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순간 그녀는 객석에서 연극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부른 이야기도 픽션이 아니다.


그 남자의 저음은 작전보고서의 한 구절을 열렬히 읊조렸어야 했지만, 보야드는 마치 사극의 한 장면을 혼자 부르듯 늙고 변화무쌍한 목소리로 셀레나에게 들려줬다.


그것은 한 병사의 임종 전 이야기였다.


그 극한의 전투에서 한 병사는 감염된 발신자를 베기 위해 광역수색레이더를 작동시켰고, 발신자의 좌표를 찾는 과정에서 감염체도 유인해 그의 위치를 파악당하는 바람에 사망했다.


이는 셀레나가 보고서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야드의 손에 켜진 통신 장치에서 그 병사의 처참한 모습이 없었다면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보야드

저는 플로라가 내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보았고, 저에게 감염체의 위치 정보를 보내왔습니다.


보야드

그리고, 통신이 두절되었지요.


통신 장치의 화면에는 좌표의 방위 데이터가 떨어져 있었고, 그 뒤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련에 왜곡된 데이터가 나타났다. 병사가 통신의 좌표를 호출한 후, 감염되었다는 정보의 격렬한 흐름에 나머지 목소리가 노이즈로 씻겨나간 것 같았다.


보야드

방금 그 표정을 보고, 그가 마지막 죽을 때까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있습니까?


보야드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모습일 것입니다.


보야드

그의 눈물샘은 아마 한 여울로 부서져 온 땅의 순환액 속에 섞여 들었을 것입니다. 후회와 고통이 그 웅덩이에 녹을 수 있다면 이러한 감정은 아마도 물에서 결정이 되어 응어리졌을 것입니다.


보야드

통신이 두절되었을 때 그의 표정이 이 단말기에 박힌 채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보낸 좌표를 받을 때까지 말입니다.


보야드

맞습니다. 표현은 곧 예술이지요. 그가 목숨을 걸고 표현한 것은 오직 회한뿐이었습니다.


보야드

참으로 감동적이군요. 이 예술작품은 저로 하여금 회한에 들게 합니다.


보야드

뜨거운 가슴으로 전쟁터에 나갔다가 이런 최후를 맞이한 놈들을 몇 번이나 봐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보야드

그들의 죽기 전의 얼굴도, 죽기 전의 울부짖음도 이토록 서로 닮아 마치 하나같이 되풀이되는 연극 같았습니다.


보야드

이런 연극으로부터, 어떻게 나 자신을 뉘우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보야드는 침통한 눈으로 셀레나를 바라보았다.


보야드

아니, 더 일찍 후회했어야 합니다. 저의 연극이 좀 더 성숙하게 쓰여졌더라면...



그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그것은 너무 아득한 가능성일 뿐이기 때문이다.


살며시, 셀레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보야드의 가벼운 웃음을 다시 떠올렸다.


경멸뿐만이 아닌 뼈저린...무력감이 있었다.


경멸보다 훨씬 더 무겁게 그녀의 가슴을 짓누르는 웃음이었다.


아니, 그 웃음은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그 밖의 무게는 그녀 자신으로부터 나왔다.


플로라의 딸을 찾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듣고 싶은 답을 미리 정해 놓았었고, 그녀는 그 군인의 완벽한 모습을 가슴속에 여러 번 엮었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사고를 타인에게, 이상적인 정신을 자신이 만든 조각상에 마음대로 가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 무거운 오만과 소망이 그녀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어 그녀는 다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마치 그는 눈앞의 노병처럼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오랜 시간을 전진해왔다. 같은 소망에 직면한 그는 무기력했다.



셀레나

...그녀를 만나야 합니다.


마침내 셀레나는 입을 열었다.


셀레나

그 플로라의 아이, 그녀를 만나러 가야 합니다.





인게임 전투 스토리가 조금 장황해서 설명하자면


구조체리더(보야드), 구조체신병(아빠 플로라), 여성구조체가 감염체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감염체를 유도하는 감염된 발신장치를 파괴할 작전을 세움


팀을 나워 보야드는 단독으로, 플로라는 여성구조체와 함께 각각 감염된 발신장치를 찾으러 나감


여성구조체는 손상도가 심해 잠시 쉬면서 플로라를 정찰보냈는데 하필 주변에 감염체가 있는데다 통신기까지 고장나서 작전 속행을 위해 사전 계획과 달리 레이더를 킴


그걸로 플로라는 발신장치의 위치를 찾아내고 신호타워를 통해 보야드에게 보냈지만 레이더 신호때문에 감염체들에게 광역 어그로가 끌려서 포위당해 죽음


뒤늦게 보야드가 발신장치를 부쉈지만 이미 플로라는 죽은 후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