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사기에는 도박까지 포함되어 있어 자신의 어머니마저 속일 수 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부상자를 데리고 세 사람은 재빨리 09번 의료 구역으로 달려갔다.



구조체 대원1

뭐지? 이건 누구야?


탤벗

길에서 습격당한 소대를 조우했는데 내가 지나갔을 때는 다른 사람들은 이미 죽어있었어.


이곳의 동정을 본 한가한 난민들도 함께 몰려왔다.



야윈 난민

저도 도와드릴게요.


탤벗

당신이요? 난민이시라면 그냥 가만히 앉아 계세요.


구조체 대원1

그녀는 의료 지역에 오기 전부터 보육 구역의 기술자였어. 그녀에게 길을 내줘.


블러셔

탤벗보다 백 배 더 전문적이다!


탤벗

으...



야윈 기술자

하하, 사람을 먼저 살리는 것의 중요성은 굳이 과장을 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녀의 상태는 어떤가요? 의식의 바다에 이상이라도 있는 건가요?


릴리안

손상된 부위가 너무 많아. 보니까 어떤 것은 꽤 오래된 상처고, 다른 것은 여전히 검사하고 있는 중이야.


야윈 기술자

좋아요. 제가 이 부분을 검사하고 나머지는 당신에게 맡길게요.


릴리안

알았어!


릴리안은 돌아서서 의료 정비 테이블 세트를 끌어당겨 앞에 있는 이름 모를 기술자와 호흡을 맞추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구조체 대원1

뭐, 의료 구역이 예전과 다를 거라곤 생각지도 못하지 않았어?


탤벗

그러게, 이전보다 더 많은 얼굴과 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이전만큼 지저분하지는 않네.


구조체 대원1

열차가 붕괴된 후에 많은 사람들이 뛰쳐나왔는데, 한동안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서 우리는 각 거점을 조직하여 인원을 재배치했었지.


탤벗

...열차...


이 단어를 듣자 그의 말투는 무거워졌다.


구조체 대원1

당시 사건이 너무 갑작스럽게 발생하여 부상자가 많고 보급도 없어 혼란스러웠지.


구조체 대원1

지금은 대부분 인간들의 상처도 아물어 모두와 함께 어울리며 일을 분담할 수 있어...여전히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함께 서로 도우며 지내다 보면 아무래도 좀 나아질 수 있을 거야.


구조체 대원1

참, 너희들은 왜 이쪽으로 온 거지?


탤벗

나와 릴리안이 와서 주둔할 차례였거든.


구조체 대원1

아, 그럼 너희들과 함께 온 그 녀석은?



탤벗은 멀지 않은 곳에 청년을 바라보았고, 어느 순간 그는 의료 지역의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부상당한 어린 소년이 드레싱을 바꾸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고, 탤벗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은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구조체 대원1

이게 너희들의 새 리더야 아니면 대원이야? 인간과 쉽게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탤벗

잘 모르겠고 그냥 도중에 만났어.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릴리안한테 들었어.


구조체 대원1

드디어 너희가 리더 자리를 채울 만한 사람을 찾은 줄 알았는데 말이야.


탤벗

...


탤벗

지금 상부에서 편대를 조정할 틈이 어디 있겠나? 그냥 있는대로 채우느니 차라리 이쪽 사람들의 융통성을 믿겠어.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무기를 닦았다.


구조체 대원1

그런가, 풀리아숲 공원에서의 일이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아직도 상부에서 대응이 잘 되지 않았나 보네.


구조체 대원2

어쩔 수 없어. 너무 많은 이재민들을 수용하느라 그들의 생계를 꾸리는 것만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까 말이야.


야윈 기술자

그래도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죠. 공중과 지상의 왕복 노선을 회복해서 물자와 무기를 보충할 수 있잖아요.


야윈 기술자

자, 기초 검사와 치료를 실시했는데, 그녀의 의식의 바다는 아직도 혼란스러워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입니다.


청년A

...



릴리안

이름이 뭐니?


???

...나...


구조체 대원1

전에 어느 소대에 있었지?


???

...소대...다들...


이름을 알 수 없는 소녀가 횡설수설하며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야윈 기술자

우선 이런 것들은 묻지 마세요. 그녀의 의식은 매우 불안정합니다. 여기에 지휘관도 없으니, 그녀를 좀 더 쉬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야윈 기술자

자, 또 검사하실 분은요?


청년A

저예요, 고맙습니다.


청년은 손에 들고 있던 의료용품을 내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검사대 옆으로 다가가 소녀의 곁에 앉았다.



???

...


구조체 대원2

요즘 의식의 바다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어.


탤벗

자신의 팀 동료가 찢겨나가는 것을 보고있는데 의식의 바다가 멀쩡하면 그게 귀신이지.


구조체 대원3

흠, 이런 환경이 더 지속된다면 이탈자가 계속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오메가 무기는 지금까지도 새로운 소식이 없는데 버티고 있으니 무슨 희망이 있겠어.


구조체 대원4

배반하면 희망이 생기나? 어디로 도망칠 건데, 어디가 안전하고?


구조체 대원5

승격자를 찾아가겠지.


구조체 대원1

이봐...! 그런 말 하지 마!


구조체 대원5

왜, 말하면 안 돼? 의회는 진작에 카무같은 수격자도 받아들였잖아!


구조체 대원5

만약 누군가가 승격자가 돼서 침식체를 통제할 수 있다면 수많은 일들이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 거 아니야!


구조체 대원3

너의 생각은 이해하지만 그 도망자들은 돌아와서 모두를 도우지 않았어.


구조체 대원4

어쩌면 정말 돌아올 수 없을 지도 모르잖아? 자료상으로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들이 말하는 '선별'을 통과했다고.


탤벗

...


탤벗

만약 누군가가 통과했었다면 그런 힘으로 모두를 도울 수 있겠지.


릴리안

승격자는 우리의 적일 뿐이야.


탤벗

그것은 단지 너의 편협한 견해일 뿐이야. 그저 승격자가 될 수 있다면 그 힘은 나 자신이 통제할 수 있을 거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나의 자유야.


탤벗

이 길이 아직 위험하거나 내가 수격자가 될 수밖에 없어도 상관없어. 이 재앙을 바꿀 수만 있다면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일 거야.


구조체 대원4

어째 계획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탤벗

...


구조체 대원4

설마 너...생각 좀 해봐. 다가가기만 해도 침식체가 될 거야. 결국 치우는 건 우리 몫이라고.


탤벗

침식되지 않는다면?



난민 노인

너무 애태우지 말게, 젊은이.


난민 노인

비록 자네들이 말한 그 승격자가 도대체 얼마나 재주가 있는지 모르지만, 퍼니싱이 가져온 재앙이 일어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이 방법이 통했더라면 벌써 구세주가 나타났을 걸세.


난민 노인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하나 하나 천천히 나아가야 할 걸세.


탤벗

당신이 뭘 알아?!

 

그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벽에 한 방 먹였는데, 격렬한 충돌 소리가 주변의 주의를 끌면서 군중들은 점차 조용해졌다.


탤벗

천천히 해? 1초마다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천천히 할 정도로 참 여유 있나 보네?!


릴리안

탤벗...


탤벗

천천히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지? 우리가 무엇을 막을 수 있지? 침식체뿐만 아니라 이합생명체와 적조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퍼니싱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탤벗

우리는 조용히 다른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블러셔

탤벗, 주인! 그녀는 죽었다! 주인이 죽었다!


탤벗

열차가 완전히 붕괴될 줄 알았더라면 나는 그때 분명 안나가 엘리트 소대와 함께 열차에 올라 그 사람들을 호송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거야.


탤벗

하지만 나는 그녀를 막지도, 지켜주지도 못했어...!


청년A

열차...?


구조체 대원1

탤벗! 거기까지만 해!


구조체 대원1

방금 그 말은 정화부대에 신고당해도 할 말 없는 상황이었다고! 그 노인은 나쁜 마음으로 그러신 것도 아닌데, 하물며 그의 말이 옳잖아.


구조체 대원1

이것은 정답이 아니야. 수격자가 할 수 있는 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어.


탤벗

...


구조체 대원1

노인에게 사과해, 너희 두 사람의 그 유치하고 무모한 생각따위 버리라고! 만약 또 이런다면, 진짜로 정화부대에 신고할 거야!


구조체 대원5

...너!


탤벗

미안.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뒤, 성큼성큼 주변의 수군거림을 헤치며 의료 구역에서 떠났다.



릴리안

탤벗!


그가 떠나는 것을 보고 릴리안도 황급히 쫓아갔다.



청년A

어디로 가는 거지?


청년도 두 사람을 따라 나가려다 그를 검사하던 기술자에게 꾹 눌렸다.


야윈 기술자

검사는 마치고 가세요!


구조체 대원1

우리가 따라갈게!


구조체 대원2

가자!



???

...태...탤벗...



난민 노인

...저런.


난민1

서운해하지 마쇼. 그들이 요즘 왔다갔다 하면서 이런 일로 논쟁을 벌이던데, 아무리 지켜봐도 분간이 되지 않지만, 그것이 바로 그때와 똑같은 수법 아니었나?


난민1

거절할 수 없는 호재를 가지고 와서, 마치 불기만 하면 한 잔의 국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남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 말이야.


난민2

하하, 폰지사기같은 거지. 자네 그 '행운상자'[럭키박스] 얘기하는 거지?



청년A

행운상자...?


난민1

그 물건은 단지 폰지사기일 뿐만 아니라 도박까지 포함되어 있어 네가 자신의 어머니까지 속일 수 있게 만들었잖아.


난민3

그 개같은 귀족 나으리가 팔아먹었던 거 아니야? 내가 듣기로는 오슬란의 아이디어라고 들었어. 그들이 말하던 승격자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


난민1

딱히 관계는 없어. 다만 방법이 비슷할 뿐이지...사람을 집어삼킨다고.


난민1

1만분의 1의 확률로 귀족이 기르던 개가 되는 거고, 나머지 9999명은 예외 없이 모두 깨끗이 먹어 치워야 했었지.


청년A

귀족...?


난민2

적어도 구조체의 탈주는 운을 걸고 '승차권'을 뽑을 필요는 없잖아.


난민1

하지만 그들은 목숨을 걸어야 하지.


난민3

그 말은 즉, 이길 수 있다는 건가?


난민1

이대로는 절대로 이기지 못해, 그 때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결국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아무도 살아남을 생각을 할 수 없었지.



청년A

열차...생각났어...


군중들의 토론을 들으며 청년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고, 과거의 기억은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청년A

그 '행운상자'...


청년A

바로 아래층 객차를 부패에 찌들게 한 범인 중 하나였다.


청년A

'행운상자'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은 9살이 되기 전...


청년A

정확히 언제였지...? 너무 오래돼서...생각이 나지 않아.


그때만 해도 상하층 객차의 충돌은 극히 특정 인물 사이에만 있었고, 하층 객차는 그렇게 붐비지 않았고, 대부분의 상층부의 경비병도 예의바른 편이었다.


어머니는 과거 아딜레 상업 연맹이 '아직 혼돈의 끝자락에 있고, 극복하지 못했다'고 했었다.



상층 경비병

오늘 작업실에 쌓여있는 물건들 정리도 다 해놨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산하느라 고생 많았네.


경비병은 선택된 열 명을 데리고 화물칸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대량의 잡화와 수거된 정교한 종이함들이 쌓여 있었다.


하층 주민1

허허, 오늘도 '행운상자'같은 가벼운 일을 하다니, 시원하군요!


상층 경비병

그래, 바로 이 일이 비교적 간단하기도 하고, 또한 작업량에 따른 아웃풋을 고려해 볼 때, 보스께서 우리에게 여력이 있는 아이들을 배정하여 간식비를 벌어도 좋다고 하셨지.


하층 주민1

문제없습니다. 노인들을 데리고 같이 와도 됩니다. 후방부대들의 그런 간단한 일을 제외하고는 그들은 아무런 수입도 없으니까요.


상층 경비병

좋아. 그렇다면 확실히 더 낫지. 너의 의견을 보스에게 전달하마.


상층 경비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

이 '행운상자'를 만들고 상자에 내용물을 담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하층 주민2

맞아, 이 수거한 종이 상자를 다시 접어서 더러운 곳이 있으면 닦아내고, 잡화상자 안의 물건을 한 곳에 넣고, 잘 봉인하면 돼. 무엇이든 한 가지만 담을 수 있어.


???

네, 고마워요.


하층 주민3

정말 이렇게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와서 같이 할 줄은 몰랐어.


하층 주민2

별 문제는 없어. 이 일은 간단하니까 보급품을 벌기 딱 좋지.


조그만 소년이 종이 상자를 들고 잡동사니가 가득 찬 상자 안을 기웃거리며 들여다보았는데, 안에는 허름한 부속품, 각종 약품, 낡은 일용품이 가득 들어 있었다.


별 쓸모가 없는 물건 외에도 반짝이는 카드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금속상자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어서 더욱 눈에 띄었다.


???

아저씨, 이 카드는 뭐예요?


하층 주민1

'행운카드'야.


???

행운카드?


하층 주민1

그래, 개수가 많지 않아서 운수가 좋아야 구입한 상자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행운카드라고 하는 거지.


하층 주민1

언젠가 누군가 산 '행운상자'에서 '행운카드'를 찾았다면 그는 이것을 들고 열차에 올라 모두와 함께 살 수 있을 거야.


???

왜 행운카드를 써야 모두와 함께 살 수 있는 거예요?


하층 주민2

하하, 차 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행복하기 때문에 상황이 어떤지 알 턱이 없겠지.


???

알고 있어요. 하지만 왜 카드가 있어야 차에 오를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층 주민1

열차의 장소는 한정되어있어서, 그들은 '승차권'이 있어야 비로소 승차할 수 있어. 너 승차권이 뭔지 아니?


소년은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층 주민1

바깥은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난민 거점이나 의료 구역, 보육 구역, 이런 곳들은 다들 일할 수 있는 사람들, 기술적 재능이 있고, 연령이 적당한 사람들만 수용하지.


하층 주민1

설령 어려운 사람을 구제한다고 해도 오랫동안 버틸 수 없어. 물자는 한정되어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밥만 축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데려가고 싶은 사람들은 아무도 없단다.


하층 주민1

그래서,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장소일수록 직원을 받아들일 때, 기술 시험이 더욱 엄격해지지.


하층 주민1

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은 가족을 데리고 살 수 있지만, 여전히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거나 통과하지 못한 주변 가족 구성원들이 매우 많아.


하층 주민1

그들이 꼭 정말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먼 길을 걸어서 일거리의 기회를 찾으려고 하는데, 가는 길이 또 너무 위험하거든.


???

그래서 열차를 통해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는 거예요?


하층 주민1

맞아. 게다가 열차도 줄곧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으니까, 물론 기술 시험을 거쳐야 하겠지만 말이다.


하층 주민1

수송 부대, 정비 부대, 후방 부대, 혹은 상층 객차의 경비와 봉사 인원을 막론하고, 그들은 모두 기술과 신체적 자질 심사에 합격한 인재만을 받아들여.


???

만약 어디를 가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하층 주민1

그럼 기술력이 필요없는 육체노동밖에 할 수 없는데 지금 이런 사람들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야.


하층 주민1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잠시 일손이 부족한 거고, 쓸만큼 썼으면 더 이상 필요 가치가 없어. 그래서 그 사람들도 그런 일시적인 필요때문에 평상시에 밥만 축내는 사람들을 키우는 것을 꺼려하지.


하층 주민1

우리가 이렇게 승차권을 상자에 넣음으로써 운이 좋은 사람이 그것을 사면 시험을 면제받고 열차에 탈 수 있고, 안주할 수 있는 장소로 데려가거나, 유동적으로 주변을 지원하는 새로운 소대에서 모두 함께 일할 수 있게 돼.


하층 주민1

상층부는 물자의 일부를 더 받을 수 있고, 하층부는 추가적인 조력자를 더 받을 수 있으며, 주변에서 지원이 필요한 장소도 해결할 수 있지. 상자를 만드는 일 역시 노인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면 그것을 통해 모두 물자를 받을 수 있단다.


???

...음...


하층 주민2

너무 기쁘지 않니!


그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의 앞날에 대해 행복을 드러냈다.



ㅡㅡ그 이후.


행운상자는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하층 객차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다른 거점에서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은 예상보다 많았고, 그들이 열차에 타기 전에 했던 일도 대부분 열차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맞지 않았다.


그들의 생존 작업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상층칸에 거주하는 귀족들은 전문적으로 '일벌'이라는 부대를 조직하여 일정한 직업이 없는 모든 사람들을 수용하였다.


'일벌 부대'는 전문적으로 각종 잡무의 외주 업무를 인계받아 때로는 보육 구역의 재건, 때로는 농경 개간을 돕기도 하고, 때로는 폐허로 막힌 도로를 청소하여 수송대의 일을 지원하기도 하며, 때로는 임시 용병 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모두 공업용 객차에 남아 있거나, 각종 공장에 가서 더 이상 안전하게 돌아가지 않는 기계 대신 조잡한 잡일을 하였다.


ㅡㅡ여기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예상한 바와 같은 전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록 '거친 허드렛일'이라고 하더라도, 그리 순조로운 일은 아니었다.


일벌 부대는 아무런 심사도 없었고, 아무런 기술 검사도 없이 급속히 팽창한 후, 무리들 속에 약간의…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섞여 들어가게 되었다.



수송대원1

어제 보육 구역에서 빈정거림을 들었어.


수송대원2

'일벌'때문에?


수송대원1

그래, 어떤 사람이 모두와 함께 거점에 논을 개간해 주었는데, 결국 보수를 받고 다 받자마자 바로 밭에서 큰 소리로 울며 힘들어서 못살겠다고 울부짖었다더군.


수송대원2

하하, 하나도 이상하지 않네. 너도 생각해 봐, 요즘 같은 때에 행운상자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수송대원2

나이가 너무 어린 사람들은 태어날 때 학교가 사라져서 기술을 별로 배우지 못했겠지.


수송대원2

나이가 너무 많은 사람들은 또한 이전에 대부분 예술 창작, 공연, 게임 개발처럼 평화로운 시절에서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었겠지.


수송대원2

직업을 차별하는 건 아니야. 보육구역에서도 그런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


수송대원2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지금까지 일거리를 찾지 못했는데도 부랑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얘기하는 거야.


수송대원2

네가 이 사람들에게 막노동을 시켜서 지금까지 큰일이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야. 몇 명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정도쯤이야 지극히 정상이지.


수송대원1

정상이라고? 하, 확실히 일리는 있다만, 이게 맞는 거야? 아직 아딜레 상업 연맹의 신뢰에 먹칠까지는 하지 않은 거겠지.


수송대원1

이런 별의 별 난잡한 일들이 많아진 뒤에 결국 우리 수송부대까지 고생하게 될 텐데, 지금 보육구역에서 몇몇 사람들이 아딜레 상업 연맹을 보는데, 그게 어느 부대 쪽 사람이든 간에 하나같이 낯빛이 좋지 않았는걸.


수송대원2

그냥 참아. 출근도장만 찍으면 그만이지. 차 안에 누워 베개 밑에 숨겨놓은 빵을 훔치는 사람도 있다고.


수송대원3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밖에 있는 거점에서 감히 '일벌'의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나 보네.


수송대원4

그쪽에서도 누군가는 번거로운 막일을 해야 하지만 그게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데리고 있으면 성가실 뿐이니까, 열차가 주위를 돌때마다 거점쪽에서 마침 그들을 태워서 주변을 돕게 하는 거지.


수송대원3

위층 사람들이야 지들끼리 먹고 살 방법이 있는 거겠지! 지금 하층 사람들은 갈수록 수가 늘어나고 있고, 생활 장소는 갈수록 줄어들고, 행운상자로 벌어들인 물자는 우리는 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상자를 만들라고 시키다니!



???

...


그 말에 소년은 무의식적으로 손에 쥐고 접고 있던 상자를 내려놓았다.



【ㅡㅡ】, 계속 하자꾸나. 오늘 이 정도에서 다 마무리하지 못하면 경비병들이 우리의 보수를 깎을 거란다.


???

하지만...힐 아주머니, 이 상자는...



상층 경비병

불평하지 마, 상부에서 말하길, 이 행운상자가 전부 팔려도 상자 안에는 그리 많은 '승차권'이 들어있지 않아. 탑승하는 인원 수가 적어지면 자연스레 점차 나아질 거다.


수송대원1

쳇, 어디 주둥이만 살아가지곤 씨알도 없는 소리를 내뱉기는.


상층 경비병

너는 내가 하루 종일 이따위 번거로운 일을 처리하길 원한다고 생각하는 거냐?! 우리는 이 *같은 일벌을 위해 가정부처럼 지내고 있다고!


상층 경비병

하층칸의 후방 부대는 바빠서 미처 손이 미치지 못하는데, 귀족 나리는 또 남을 욕할 줄만 알고, 일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모두 달려와 나만 찾고 있어!! 양쪽에서 화풀이만 듣는다고!!


수송대원1

그럼 진작에 귀족 양반에게 그 미친 생각을 거두라고 했어야지!


그는 분노로 입술을 깨물은 뒤, 몸을 돌려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일벌부대원1

....


상층 경비병

뭘 봐!! 빨리 상자나 만들어!! 효율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에게 보수따위 없어!!


일벌부대원2

하지만 너무 많아요...


상층 경비병

하? 이제 상자 만드는 것도 불평하는 거야? 너희들은 온종일 불평하는 것 외에 또 무엇을 할 건데? 이렇게 쉬운 일에 너가 뽑힌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설마 용병이 되어서 죽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일벌부대원1

...


【ㅡㅡ】, 그 사람들은 보지 마렴. 우리도 빨리 하자꾸나.


???

...네.


이따금씩 벌어지는 말다툼, 일에 쌓인 불만, 풀 곳 없는 스트레스...


소년은 사람들 사이에서 모순이 슬그머니 발효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가 열한 살이 되던 해까지 이런 갈등은 이미 독한 술을 빚어내기에 이르렀고, 과거에 한량들을 수용하던 하층 식당차마저도 피할 수 없었다.


어른들은 몸 둘 곳 없는 불안과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해 몇 안 되는 음식을 반반씩 나눠 직접 만든 술과 궐련 담배를 교환해야 했다.


그리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아이들도 참기 힘든 술과 담배 냄새 속에서 삼키기 힘든 점심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여자아이

...또 콩비지찌개야? 맛없어, 【ㅡㅡ】 오빠, 손에 든 거 뭐야?


???

너와 마찬가지야. 우리 엄마가 사탕을 하나 주긴 했지만.


여자아이

...좋겠다.


어린 소녀는 너무 슬퍼서 거의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녀는 콧물을 들어마시고 소년을 보더니, 또 옆에 있던 남성을 보았다.


여자아이

마이크 삼촌...


일벌부대원 마이크

왜? 나 불러서 뭐하게? 남의 어머니 손에 기름기[뇌물]가 너무 많이 묻어있어서 차마 닦아내기 쉽지 않아서 그래?


일벌부대원 에드

차마 못들은 척 할 수 없네만, 줄리는 훌륭한 사람이야!


일벌부대원 마이크

훌륭하다고요? 경비병들이 사적으로 얼마나 챙겨줬는지 모르겠지만, 저 아들놈을 보쇼, 원할 때마다 행운상자 같은 심부름을 할 수 있다고요.


???

고작 겨우 요 몇년 사이에 합쳐서 세 번밖에 안했어!


소년은 자신이 들고 있던 사탕을 어린 소녀 앞에 놓았다.


???

이 사탕도 오늘 내 생일이라서 받은 거야...


여자아이

...우.


일벌부대원 마이크

받아. 아무튼 그 녀석 집에는 설탕이 많으니까.


일벌부대원 에드

남의 물건을 가지고 왜 이렇게 당연하게 여기는 거지? 조카딸에게 이런 걸로 본보기가 되고 싶은 겐가?


???

...


식탁 위의 분위기는 점차 무거워졌고, 그와 한 테이블에 모여 식사를 하던 노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일벌부대원 에드

줄리는? 아직도 너랑 같이 밥 먹지 않니? 네가 항상 밖에 있어서 정말 안심했단다...



일벌부대원3

너 들었어? 이번 달에 또 몇 명이 죽었대.


옆집 식탁에서 눈길을 끄는 소리가 들려오자 노인은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본 뒤 더 이상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일벌부대원4

아니, 어떻게 된 일이래??


일벌부대원3

L열차 칸에서 한 여동생이 저혈당으로 죽었어...


일벌부대원4

저혈당? 산 채로 굶어 죽었다는 소리야?


일벌부대원3

그리고 두 명이 재건축을 하러 갔을 때, 폐허 단지 안에 담벼락이 쓰러졌고, 그들이 마침 그 아래에 서있었대.


일벌부대원4

그래서 배상받았어?


일벌부대원3

돈은 받았는데 한 명은 가족도 없는데다 경비병들에게 빼앗겼고, 한 명은 아이만 있는데 갈취당했어. 월급으로 쳐서 주겠다고 했지만... 누가 알겠어?


일벌부대원5

저 짐승같은 경비병...지금은 법률로 단속할 수도 없으니까 사람이 죽어도 아랑곳하지 않을 거야...!


일벌부대원5

가끔 보면 그 녀석들이 고의로 그러는 것 같아! 만약 사람이 죽어도 그놈들이 돈을 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몇 사람 더 희생시킬 거라고!


일벌부대원6

네가 만약 두렵다면, 수송대 사람들을 따라가서 미리 상층부의 경비병에게 물건을 좀 찔러줘봐...그들이 이익을 본다면, 너를 위험한 곳에 보내지 않을 테니까.


일벌부대원들은 옆 테이블의 수송부대를 곁눈질로 힐끗 쳐다보더니 점차 표정이 일그러졌다.


일벌부대원3

**, 밥은 또 왜 이렇게 잘 쳐먹는 건지.


일벌부대원4

하하, 잘 먹는 편도 아니야. 내가 막 차에 탔을때 그들은 더 잘 먹었거든.


일벌부대원3

처음에는 그들의 음식과 숙박 조건을 홍보하면서, 차에 탄다고 해서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했는데...누가 알았겠어...


일벌부대원5

이 사기꾼들...! 조만간 그 녀석들을 모두 붙잡을 거야!


수송대원1

네? 뭐라고요? 행운상자는 우리가 팔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문제가 있으면 윗층에 가서 항의해 보라고!


일벌부대원3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때려죽어도 안 믿어!!



레이첼

떠들지 마!!


여기에 기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의 보살핌을 받은 적이 있다. 아직 하층칸에만 있으면 수송 부대든 일벌 부대든 모두 그녀에게 대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모두의 영웅이며, 가장 확고한 지도자이자 안정적인 물자 공급처로, 잠시 품귀 현상을 빚더라도 며칠 지나면 항상 방법을 강구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


ㅡㅡ그녀는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리길래 물자가 이토록 부족한 순간에도 보급품을 찾을 수 있던 걸까?


소년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 보았고, 레이첼에게 물어봤을 때 "이곳에서 별도의 추가 보수를 받는다."라는, 자신의 나이대에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수송대원2

요즘 이대로 가다가는 방법이 없습니다. 레이첼 대장.


레이첼

알고 있어, 나도 여러 번 말했지만, 우리가 행운상자를 거부해도 상층부는 따로 협력처를 찾을 것이고 우리의 처지는 조금도 변하지 않을 거야.


레이첼

이전에도 파업과 항의를 했지만...열차는 결국 그들의 텃밭이고, 하루라도 귀족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생각도 해선 안 돼.


일벌부대원3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레이첼

...모두 나를 믿는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일벌부대원 일동

...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비슷한 불행을 겪어왔다. 어떤 사람은 행운상자를 구입하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물자를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머무를 곳을 바꾸기 위해 럭키박스를 팔았고, 어떤 사람은 안전하게 보급받기 위해 상자를 만들었다.


'행운상자'는 사람들의 몸 위에 있는 거대한 바위 같아서, 그것을 건드린 사람을 구렁텅이로 끌어들이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보다 더 좋은 탈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열차를 떠나 황폐한 대지, 끝없는 방랑, 약탈과 부랑만이 남았을 때 그들은 또 누구를 증오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침묵하는 무리들은 '믿는다'거나 '믿지 않는다'는 답을 얻지 못하고 개체나 집단이 폭발하는 그날까지 침묵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드럽게 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