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나를 따라하면 안 돼, 알겠니?



추억의 그날은 눈이 많이 내렸다.


끊어진 열차는 포화에 멈춰 설원과 함께 침묵했다.



레이첼의 피가 손에 튀었고, 그것은 따뜻했지만 뜨겁고 고통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노안

...레이첼...대장...


뭇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마치 북을 치는 것 같다.


노안

...어째서...


하늘가의 짙은 먹구름은 영혼의 그림자처럼 점점 더 깊이 가라앉았다.


노안

...


그는 자신의 은사를 죽였고, 후회는 더 이상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심장에는 자신에 대한 증오의 동요만이 남아 있었다.


사랑했던, 증오했던, 열차에 관한 모든 과거와 미래가…. 모두 파괴되었다.


노안

내가 왜...이런 짓을 한 거지?


시야는 점점 어두워지고 추억의 파편들은 무너진 유리처럼 쏟아졌다.


노안

...어째서야...레이첼 대장...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됐을까.


노안

알려줘...



어머니

어째서죠?


열두 살, 초가을 무렵이었다.


어머니는 더위와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모습으로 자신의 작업 칸에 앉아 표정이 보이지 않는 가면을 통해 낯선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상층 경비병

우리는 너에게 최근 장부와 물자의 문제점을 확인해야 한다는 명령을 받았다.


어머니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상층 경비병

애스턴 님 휘하의 친위대 중의 하나지, 이것은 나의 증명서이다.


시커먼 형체의 인간은 자신의 단말기에서 파일 하나를 끌어냈다.


상층 경비병

만약 네가 거절한다면,우리는 강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서류상의 메시지를 지켜보던 어머니는 잠시 침묵하다가 낡은 나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머니

좋습니다. 당신들과 함께 가죠.


노안

...엄마?


어머니

여기에 있으렴, 금방 돌아오마.


그녀는 마치 정말 곧 돌아올 것처럼, 황급히 아이에게 당부했다.



이튿날 오후까지, 어머니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지 못한 소년은 결국 참지 못하고 군중들에게 어머니의 행방을 물었다.


하층 서민1

네 엄마 말이냐? 회계를 조작해서 물자를 횡령한 혐의로 잡혔던데, 하하!


노안

잡혔다고?...그런데 왜 웃는 거예요?


하층 서민1

윗사람을 기만하고 아랫사람을 속였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그런데 웃지 말아야 할 이유가 뭔데?


하층 서민2

아서라 아서, 어린아이야 아무것도 모를 텐데 그런 말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야.


하층 서민1

누가 언제 저 녀석한테 물어봤든?


노안

...


하층 서민3

진작부터 그녀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었어. 증거는 없지만 그 직위는 본래부터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자리잖아. 네가 그녀가 결백하다고 말한들 때려죽어도 믿지 않을 거라고.


하층 서민3

더구나 그녀는 '그 분'의 마누라 아닌가?



일벌부대원 에드

노안...


노안

에드 할아버지, 엄마는...


일벌부대원 에드

에휴...나도 지금 뭐라 할 말이 없구나. 모두들 위에서 이미 증거를 찾아냈다고 하지만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하층 서민4

보나마나 오슬란이겠지! 그녀는 원래부터 오슬란 쪽 사람이었고, 그 주변의 귀족에게 시집갔다가 며칠 못 가 죽었잖아.


하층 서민4

지금 하층 객차의 형편이 이렇게 좋지 않으니, 그녀는 분명히 돌아가려고 머리를 짜내고 있을 거야.


노안

...


노안

에드 할아버지, 어디 있는지 아세요? 제가 엄마를 만나러 가도 될까요?



노인의 안내에 따라 소년은 화물칸이라 불리는, 많은 양의 물건이 쌓여있는 오셀람의 중간 지점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경비병 몇 명의 감시 아래 어둡고 좁은 창고에 앉아 있었는데, 유난히 허약해 보였다.


노안

엄마...?


아이의 목소리에 어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엄마

...


노안

왜 이렇게 된 거야?


노안

그 사람들이 말한 게 모두 진짜였어?


어머니

너는 엄마를 믿니?


노안

당연한 거 아니야...


그녀는 가면 뒤에서 잔잔한 웃음소리를 냈다.


어머니

그럼 충분하단다.


노안

충분하다는 게 무슨 뜻이야?


어머니

...


노안

엄마...


노안

어째서야?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거야?


소년은 어머니의 침묵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차가운 가면을 향해 구슬픈 의문을 던졌다.


노안

저 사람들은 엄마가 갇혀있다는 말을 듣고 웃고 있잖아...


노안

그 사람들은 예전에도 그랬고, 나를 볼 때마다 나에게 욕을 해댔지, 그들이 무슨 욕을 하는지 알아?


그가 입을 벌리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은 입 밖에 내지 못했고, 그저 상투적인 단어만 복창했다.


노안

엄마...항상 주변 사람들의 선의를 믿고 서로 도와야 한다고 했지만...


노안

엄마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왜 다들 그런 태도인 거냐고?


어머니

...


어머니

노안, 울지마.


노안

안 울었어...!


어머니

그래, 참아야 해.


어머니

눈물은 가장 쓸모없는 거란다. 그 누구도 구해줄 수 없어.


노안

...


어머니

여기는 왜 왔니?


노안

사람들이 한 말이 사실이야...?


어머니

그래.


노안

정말 그렇게 나쁜 짓들을 했다고?


어머니

그래.


노안

왜?


어머니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란다.


노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어머니

못 알아들어도 괜찮아, 나중에 알게 될 거란다.


어머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더 많은 사람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범죄자가 되고 그 대가를 치를 거야.


어머니

단 하나 안타까운 건…바로 너야.


어머니

노안, 아직 엄마를 믿고 있니?


노안

믿고 싶어...!


어머니

그래,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아직도 나를 믿는다면, 그걸로 충분해.


노안

...엄마는 날 아끼는 거야?


어머니

당연하잖니.


노안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고 왜 내 앞에서 밥을 먹지도 않고 가면을 벗지 않는 거야?


노안

엄마는 내가 책을 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취미도 쓸데없는 거라고 항상 말하잖아.


노안

그 사람들이 엄마를 괴물, 마녀라고 욕할 때…. 난 엄마 얼굴도 모르니까, 그걸 반박할 거리도 없어!


노안

정말 날 아끼는 거 맞아? 엄마...?


노안

나는 엄마한테...짐밖에 되지 않는 거야?


어머니

....


어머니

그렇게 생각해 왔니?


노안

그래.


어머니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니?


노안

몇 번이나 말했지만 엄마는 듣지 않았잖아.


어머니

...


노안

엄마, 언제 돌아올 수 있어?


어머니

...미안해.


노안

...?


어머니가 사과하는 것을 처음 들은 순간이었다. 소년은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


노안

왜 갑자기 사과하는 거야?


그는 어머니의 고집이 자신의 항의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머니

아무것도 아니야, 노안.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어머니

...단지, 어떤 일만큼은 지금이라도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그녀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었다. 한쪽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지 오래고, 오랫동안의 고된 노동으로 엄청난 피로가 쌓여있었으며, 자줏빛이 감도는 양손은 희끗희끗한 손톱을 받쳐주어 더욱 이상하게 보였다.


노안

...


어머니

날 알아볼 수 있겠니?


노안

엄마.


그는 자신과 더없이 닮은 어머니의 외모를 보며 대답 대신 호칭을 불렀다.


어머니

그래, 무섭지 않니?


노안

무섭지 않아…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만 알고 싶어.


어머니

지난 일은 이미 너에게 말할 시간이 없지만, 적어도… 네가 이런 깊은 오해와 자기부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단다.


어머니

이런 상처, 그리고 나의 처지, 모두 내가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어...이러한 실수들 중에는 너에 대한 태도도 포함되어 있었지.


어머니

...엄마는 항상 내가 생각하는 호의를 남에게 제멋대로 강요해왔어. 언젠가 이해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어머니

이 얼굴이 무서울까 봐, 나 때문에 밖에 있는 사람들이 널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워서, 항상 너를 집에 혼자 두었지만 결국 더 큰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어.


어머니

너의 그림을 찢을 때마다, 네가 그 사람들과 다투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생각했어...


어머니

네가 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내일 먹고 살 걱정 없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그림도 계속 그릴 수 있고, 이런 일로 걱정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어머니

엄마는 너를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게 한 것을 항상 후회하고 있지만, 너를 곁에 둔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단다.


어머니

노안, 너는 굳세고 훌륭한 아이야.


어머니

네가 그림을 계속 그리게 냅두면, 환상 속에 살아서 나아갈 방향을 잃어버리게 될 뿐이라는 엄마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노안

엄마...난...


어머니

어쩌면 내가 좀 더 이성적이고 온화한 방식으로 가르쳐야 했었을지도 모르지만, 넌 그것을 쉽게 설득할 수 없을 정도로 고집스러웠지.


어머니

...그 점은 아마 나에게서 물려받은 것일 거야.


'뭔가를 고집한다'는 특성이 씻을 수 없는 치명적인 결점인 듯, 어머니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어머니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엄마는 줄곧 알고 있었지만, 다만 나 자신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다짐했었지.


어머니

...그렇다면 너도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었어.


노안

어떻게 신경 안 쓸 수가 있어!


어머니

그러면 이제 신경 쓰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해.


노안

...



어머니

노안, 엄마는 그 사람들이 널 어떤 단어로 부르는지 알지만, 괴물이 결코 추함과 불행을 의미하지 않는단다. 그 그늘에서 헤어나올 수 없더라도, 엄마는 네가….


어머니

그래, 《슈렉》처럼 주인공이 되어 행복한 결말을 맺었으면 좋겠어.


노안

...그 책 읽었어?


어머니

엄마도 어렸을 때 이 작품에 푹 빠졌었거든...진작에 알려줬으면 좋았으려나?


노안

지금도 늦지 않았어.


어머니

아니, 너무 늦었단다.


노안

어째서야?


어머니

...어째서일까?


어머니

아마도.. 마침내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실수를 고치려고 애쓸수록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 거야.


어머니

지금은….너나 나나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졌어.


노안

엄마...그런 말 하지 마.


어머니

집에 돌아가렴. 내가 비축해 둔 물자는 침대 밑에 있는 상자 안에 있어. 열쇠는 내 책상 서랍 속에 붙어 있어. 얼마 없으니까 아껴서 레이첼이 돌아올 때까지 버티고 그녀를 찾아.


노안

엄마는?


어머니

엄마는 여기에 머무를 거야.


노안

잘못해서...?


어머니

엄마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니?


잘못했기 때문에...?


소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그렇구나.


노안

모두에게 잘못을 인정해줘, 엄마. 그러면 우리는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어머니

...이미 기회는 없어.


어머니

나는 내 이상향의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어…. 그저 자신의 무능에 타협하고, 그 무능때문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만회할 방법을 찾았을 뿐이었지.


어머니

이렇게만 한다면 만회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단다...


어머니

사람이란...별 볼일 없는 작은 일, 보잘것없는 선택 하나가 엇나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단다.


어머니

'차가 산 앞에 이르면 길이 있기 마련이다', '배가 다리 앞에 가면 길이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은 모두 생존자들의 거짓말이야.


그녀는 멀리서 걸어오는 경비병을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빨리했다.


어머니

생존자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운과 힘뿐 아니라 용기와 지식,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머니

노안, 엄마의 소원은 네가 훌륭히 성장해서 종말의 '생존자'가 되어….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란다.


어머니

그리고...만약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나를 따라하면 안 돼, 알겠니?


상층 경비병

시간이 다 됐다. 어서 가라.


어머니는 가면을 다시 얼굴에 쓰고 노안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머니

그 자장가 기억나니? 이제… 날이 밝았으니 작별인사를 할 때가 되었구나.


어머니

...안녕, 노안, 안녕...


노안

...!


상층 경비병이 끌어당기는 가운데 소년은 비로소 지금의 '안녕'이 결코 짧은 작별이 아님을 이해했다.


설령 아직도 할 말이 많고, 모르는 일이 많아도 물어볼 기회가 없다.


12년이라는 짧은 인생 동안, 모자였던 두 사람은 거의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또 한 번 화제를 돌리고, 감추고, 질책하며, 그가 이별할 때까지 그녀의 모든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어머니의 과거, 그녀의 목표, 걱정과 미련에 대하여 노안은 한 번도 알 권리를 부여받지 못했지만, 이 순간만은 묻어둔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였다.


노안

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왜 화해할 시간을 남겨주지 않고 가버리는 거야??


노안

싫어! 엄마! 가기 싫어. 아직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많잖아!


어머니

...노안...


상층 경비병

어서 가! 귀찮게 굴지 말고! 들여보내는 것부터 애초에 규정 위반이야!


노안

안 돼!!


그는 몇 초라도 더 물어볼 시간을 벌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무모한 행동은 폭력 이외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상층 경비병

얌전히 굴어!


노안

...우으!


어머니

...미안해...



그는 혼수상태에서 민간인 객차에 내던져졌고 경비병들의 비웃음을 샀다.


이튿날 저녁이 이르러서야 한 수송대원이 찾아와 줄리의 죽음을 알렸다.


의사는 식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들은 바에 의하면 그녀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상한 음식을 섭취했다고 한다. 이것은 하층칸 주민들에게 흔한 일이었다.


ㅡㅡ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는 깊은 슬픔과 함께 범죄자의 아들이라는 죄책감에 소심하게나마 도움을 청했지만, 지난 12년 동안 외롭고 억척스러운 아이를 외면한 사람들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 있는 답도 주지 않았다.



무력감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전에 소년은 다시 그의 서고로 희망을 돌렸다.


단말기에 있는 자료를 찾으며 그는 두시에 그날의 모든 이상한 점을 조회했다.


오랜 노력 끝에 그는 마침내 '아질산염 중독'의 기록을 찾아냈는데, 그중 '청색증'의 증상은 그녀가 죽기 전의 그 자줏빛 손끝과 매우 유사했다.


노안

중독 때문이었을까?


소년은 확신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애스턴의 친위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군중들이 예상한 답을 알아냈다.


ㅡㅡ줄리는 일부 귀족과 수송대원과 손잡고 많은 물자를 착복했다.


그녀는 심문하는 동안 사망하였고, 이 물자들은 끝내 소재를 알 수 없었으며, 다른 수색된 수송대 일당들도 각종 기이한 방식으로 실종되었고, 단서는 이렇게 사라져버려 사건은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저마다 혹독한 대가를 치렀지만 유독 그녀와 공모한 귀족들은 무사했다.


주모자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만, 상층 칸은 여전히 깊은 웅덩이와 같아서 이런 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괴롭고 기나긴 한 달이 지나갔다.


최대한 검소하게 아꼈음에도 어머니는 떠난 지 보름 만에 몇 안 되는 비축식량을 다 먹어버렸고, 그는 집이라고 불리는 칸막이 침대를 떠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군중 속에는 여전히 '상층과 결탁'한 노안의 어머니를 진심으로 증오하고, 따라서 그녀의 혈통과 이어진 아이를 멸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다행히도 모두가 외면하던 것은 아니었고, 어머니를 믿거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나섰다.


ㅡㅡ'그녀가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예전에 나를 도와줬었어…그렇지 않았다면 난 죽었을 거다'.


ㅡㅡ'이걸 가지고 가. 얼마 안 남았지만, 난 여기 이만큼밖에 안 남았는데, 어쨌든 일단 오늘은 견뎌야지…'


ㅡㅡ'노안 형아, 엄마가 이거 주라고 했으니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저번에도 날 지켜줬잖아.'


그는 긴급 임무에 동참해 열차를 떠난 레이첼이 돌아올 때까지 군중이 꼬박꼬박 모은 식량으로 버텼다.



노안

...


그날 레이첼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듬직한 여성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고, 손톱이 찢어져도 손을 놓지 않았다.


레이첼이 도대체 무엇이 어머니에게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묻고 싶었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느끼는 비통함은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노안

...레이첼 이모...



레이첼

미안해...긴급 임무만 아니었다면...내가 줄리를 지켜줄 수 있었을텐데...


레이첼

...너무 늦어버렸어.


그녀는 자신의 상처투성이 주먹을 노려보았다.


레이첼

오늘부터 너는 내 제자야.


레이첼

내가 너를 훈련시켜서 나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거야.


레이첼

반드사 살아남아, 노안!


레이첼

모두를 억압에서 해방시키자! 그런 다음 모든 희생자들을 직접 위로해주는 거야!! 그들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어!!


레이첼은 가냘픈 소년의 어깨를 움켜쥐다가 양손으로 쇄골을 부술 뻔했다.


레이첼

이 고통스러운 나날이 40년, 50년 또는 그보다 더 오래 계속되더라도, 너도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 의미를 품고 있는지 그때도 깨닫지 못한 채 노안은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안

응! 이모와 함께 모두를 압제로부터 반드시 해방시키고, 희생자들을 위로할 거야!!


ㅡㅡ하지만.



쉴 새 없이 연습을 거듭해도….


레이첼

오늘부터 우리는 차 지붕으로 옮겨서 훈련을 한다. 이미 너에게 천천히 신체적인 자질을 향상시킬 시간이 없어. 너는 기교로 실전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해.


노안

응!



한 치의 게으름 없이 매진했지만, 그는 눈치챘다...


레이첼

반응이 너무 느리잖아! 노안!


레이첼

한 번 더!



...어머니의 말씀대로 자신은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피와 땀 속에서 느릿느릿 전진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처럼, 지름길은 없었다.


레이첼

모두에게 짐이 되고 싶은 거냐?! 노안!!


레이첼

줄리는 죽었어. 만약 네가 멈춰선다면, 내일 굶어 죽을거다!


노안

알고 있어.


레이첼

그럼 좀 더 빨리! 자신의 무능함을 넘어서!


노안

응.


레이첼

그 다음에 나는 수송대와 임무를 수행하러 갈 거야. 너는 반드시 내가 정한 기준을 내가 떠나는 달 안에 달성해야 해.


노안

응, 레이첼 대장!


레이첼

정말 할 수 있겠어?


노안

물론이야!



우레와 바람이 뒤엉켜 마지막 한 가닥 환상을 찢어버리자 그는 더 이상 내면의 아픔을 억누르지 못한 채 절망적인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노안

아아아아아아아ㅡ!!


그는 너무나 무력한 손을 수도 없이 증오했지만, 그것을 빨리 바꿀 방법을 찾지 못했다.



노안

모두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노안

난...


이내 그의 울부짖음은 다시 힘없이 묻히고 소년은 두 눈을 감고 얼마 남지 않은 체력을 보존했다.



어머니

미안해...난 이미 기회가 없어. 난 내 자신의 이상향에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어...단지 내 무능에 타협만 했을 뿐이야.



노안

엄마...


어머니는 성장이란 이런 것이니 보통 사람은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원치않는 회한으로 가득 찬 이 마음이 어떻게 자신의 무능과 쉽게 타협할 수 있을까?


소년을 움직이는 것이 긍정적이고 상향적인 감정은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작은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노안

...나는 반드시...내가 원하는 모습으로...살아가겠어.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