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하는 사람이 만났을 때, 나는 베풀지 않았다. 베풀 마음이 없었다. 나는 단지 자선가의 자리에서 혐오, 의심, 증오를 주었다.

내가 구걸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나는 자선도 얻지 못하고, 자비심도 얻지 못하리라. 자선가의 자리에 있는 자의 혐오, 의심, 증오만을 얻을 것이다.*


*루쉰 - 『구걸하는 사람』(求乞者) 中




필드

모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야.


방금 일어난 일을 노안이 말하는 것을 들은 필드는 마음속으로 그를 축하했다.


노안

너는?


필드

나는 여기 있는 걸로 충분해.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이 있거든. 너도 돌아와서 나와 함께 이야기 하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줘.


노안

...


필드

안타까운 표정 할 필요 없어, 상황이 바뀔 때까지 이곳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가장 큰 행운이야.


필드

결국 우리 아빠에 관한 일이니까...



레이첼

밴크로프트 말이냐?


레이첼

그의 아이들에게까지 화를 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만, 그 사람은 확실히 문제가 있긴 해.


레이첼은 눈살을 찌푸리며 노안이 신물이 날 정도로 익숙해진 이 말을 꺼냈고 얼마 전에는 이런 말이 그와 그의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로도 쓰였었다.


레이첼

요즘 협력할 무기상을 찾고 있었는데, 어떤 소식이 있을 때마다 우연히도 알게 되더라고.


노안

무기상?


레이첼

그래, 수송부대의 평상시의 무장은 대부분 상층 경비용으로 쓰였던 낡거나 잃어버린 물건들이었지.


레이첼

그것만으로는 운송 도중의 침식체와 강도를 대처하는 데 모두 애를 먹고 있는데, 상층의 경비병에게 대항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어.


레이첼

폭력에 맞설 수단이 없다면 이들의 폭행은 거침없이 이어질 거야.


노안

폭력은 폭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걸까?


레이첼

그래, 지금의 황족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나머지 귀족들은 대부분 오슬란에 의지하고 있는데, 그와 화해를 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야. 그의 눈에는 이익만 있을 뿐, 사람의 목숨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레이첼

바깥 상황은 워낙 심각해 다른 세력에게 아딜레 상업 연맹에 간섭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화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레이첼

그러니...빨리 무기를 준비해야지, 더 이상 끌면 우리만 더 불리할 뿐이지만, 밴크로프트는...


레이첼

참, 네가 지난번에 구해 준 그 아이가 바로 그의 아들이지.


노안

맞아.


레이첼

넌...아니다.


레이첼

너희들은 이미 친구가 되었으니까 나도 너희의 우정에 간섭하고 싶지 않다만, 내가 너에게 한 그 어떤 말도 걔한테 말하지 마.


노안

응, 알았어.


레이첼

이 다음에도 한동안 너와 떨어져 있어야 해, 너는 훈련을 계속 이어나가.


노안

알겠어, 레이첼 대장.


그녀가 성큼성큼 방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노안은 문득 미처 묻지 못한 질문이 생각났다.



노안

...어떻게 추가적으로 무기를 살 수 있는 거야?


퍼니싱 바이러스가 지상에 퍼져나가고, 사람마다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층 경비병에 맞설 수 있는 훌륭한 무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아직 가동 중인 제조공장이나 보육구역 골목길의 중고장터가 있다고 해도 레이첼이 무기를 교환할 물자가 그렇게 많이 있을까.


소년은 친구 곁에 앉아 혼자 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레이첼

다른 사람에게 지원할 물자는 어떻게 얻은 거냐고? 하, 그야 여기서 추가적으로 보수를 받기 때문이잖아.


그는 레이첼이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노안

추가 보수...?



어머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더 많은 사람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범죄자가 되고 그 대가를 치를 거야.


노안

...


노안

설마...그거 때문에?



노안

엄마도 도와주고 있어?


어머니

응, 도와주고 있는데.....수법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문제 삼을 자격은 없어.



노안

...


기억 속에 담긴 말들이 최근 얻은 정보 속에 모호한 해답으로 모여들었다.


ㅡㅡ레이첼이 무기를 교환할 물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엄마가 그런 길에 발을 들인 것이다.


노안

...정말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또 왜 독살되었을까? 그녀가 죽은 후… 레이첼은 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추가 물자를 얻을 수 있었을까?



2개월 뒤.


필드의 아버지는 마침내 긴 연속 수송 임무를 완수하고, 자신의 아이와 노안을 만날 시간이 있었다.



???

...그나저나 후방부대원이라는 바바리 요리사한테 필드를 돌봐달라고 부탁하면서 약간의 물자를 줬는데, 그녀가 방관하고 있었을 줄이야.


노안

바바리 요리사요?


???

맞아, 그 사람은 아사와 친한 요리사야.


???

같이 다니는 걸 자주 봤는데 곧 결혼하지 않으려나...


???

내가 사람을 잘못 믿은 탓이겠지. 아무튼, 내 아들을 구해줘서 고맙구나.


노안

괜찮습니다.


밴크로프트

자기소개를 깜빡 잊었구나, 내 이름은 밴크로프트라고 한단다. 보육구역 근처 제약공장에서 일하다가 침식체의 공격을 받았고 아내도….


필드

아버지, 이 일들을 제가 이미 얘기했어요.


밴크로프트

그랬니? 좋은 친구를 사귄 것 같구나.


필드

네.


노안

아저씨, 사람들이 윗칸의 오슬란과 아는 사이라고 말하고 다니던데요?


밴크로프트

그래, 오슬란의 부하들과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주로 거래 관계일 때가 더 많단다. 우리가 철수했을 당시 망가진 제약 공장에서 시제품을 챙겨 그에게 준 적이 있었지.


노안

그러면 좀 더 일찍 설명을 했어야죠. 여기 계신 분들은 그 사람들에게 대부분 안 좋은 인상을 품고 있어요. 오해가 있었다면ㅡㅡ


밴크로프트

아, 그렇구나...고맙단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아직 하지 못한 말들이 있는 듯 시선을 돌렸다.


노안

아저씨?


밴크로프트

아, 아니다, 주의하마.


노안

그들이 무슨 일을 하도록 도와주면 더욱 안 돼요.


노안은 걱정스러운 듯 레이첼의 말을 떠올렸다.


밴크로프트

그래, 그러마.


중년 남자의 태도는 조금 초조해졌다.


밴크로프트

아참, 내가 앞으로 41번 수송대를 따라가야 할 텐데, 좀 더 필드를 돌봐달라고 부탁해도 될까?


밴크로프트

내가 적당한 휴식 장소만 확보하면, 그 아이를 데려가마.


노안

괜찮아요, 우리는 이미 좋은 친구니까요.


필드

맞아요.


필드

아빠, 요즘 수송 임무는 잘 돼가요?


밴크로프트

...


아이의 물음에 밴크로프트는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필드

왜요? 아빠?


밴크로프트

아무것도 아니다.


필드

아빠, 원래 거짓말을 잘 못 하시잖아요.


필드

비록 제가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는 내드릴 수 있어요. 아빠가 전에 말씀했듯이, 역사상의 많은 발명품들과 어려운 문제들은 모두 아이들이 제공하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잖아요, 맞죠?


노안

...


밴크로프트

그 말이 맞단다.


밴크로프트

이번 길은 순탄하지 않았었어, 운반된 컨테이너는 너무 낡아서 밤중에 습격당했을 때 폭발로 부서져버렸지.


밴크로프트

침식체를 수습한 뒤에 가보니 적잖은 물건들이 없어졌지 뭐니.



어머니

물건을 잃어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왠지 어머니가 오래전 레이첼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밴크로프트

막다른 골목에 몰린 부랑자를 만났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단서를 찾을 수 없었어.


필드

블랙박스는 확인해 보셨나요?


밴크로프트

여기에 그런 건 없단다, 필드. 귀중품을 운반할 때만 사용한다고 들었거든.


필드

만들기 비싸서 그런 걸까요?


밴크로프트

나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지만, 일반 수송로에서 도둑질한 사람의 모습이 기록돼 있다고 해도 그것을 처리하는데 에너지를 쓰기 힘들 거야.


밴크로프트

여기는 제약공장하고 보안규칙이 달라. 그때는 구조체들이 교대로 보초를 섰었지. 전에 그런 사고만 아니었다면...


필드

...


밴크로프트

너희들 바바리 요리사는 봤었니? 그녀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 좀 있거든.


노안

요리사에게 보고요?


밴크로프트

그래, 아사 씨가 줄리의 자리를 이어받게 해 주겠다고 보증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현재 그녀가 수송팀의 일부 임무를 맡고 있지만 요리사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 나도 따라 그렇게 부른단다.


노안

...


노안

아마 아사와 함께 있을 거예요.


밴크로프트

그럼 이따가 다시 오마.


그는 몸을 숙여 자신의 걱정을 필드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밴크로프트

요즘 어떠니? 열은 없니?


필드

열은 없지만 약을 이미 다 먹었어요.


밴크로프트

괜찮단다, 내가 곧 교환하마. 우리 같이 가자꾸나.


노안

...교환?


필드

응, 내 약은 상층칸에 있는 의사들만 가지고 있어서 그 사람들을 찾아서 교환해야 해.


노안

아직 약으로 교환할 물자가 있는 건가요?


밴크로프트

할머니의 팔찌가 아직 남아있거든... 석 달 안에 새로 돈을 모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필드

...아빠...


밴크로프트

걱정하지 마렴, 너마저 없어지면 아빠 혼자서 무슨 낙으로 살겠니.


필드

오늘은 얼마나 있을 거예요?


밴크로프트

이제 곧 가야 한단다. 밤에 또 새로운 임무가 있어.


밴크로프트는 필드를 안아들고 노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밴크로프트

다시 한 번 너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구나, 우리는 이제 가마, 잘 가렴.


필드

이따 봐, 노안.


노안

...이따 보자.



수송대장 신야

아무래도 필드와 떨어져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


노안이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세나가 그에게 시킨 허드렛일을 집어들자, 신야가 의자 하나를 끌고 그 앞에 앉았다.


수송대장 신야

그의 아버지가 여러가지 사건을 저질렀어. 그 두 사람 모두 골칫거리지.


노안

분실해서?


수송대장 신야

그뿐만이 아니야. 그는 줄곧 상층 사람들과 연관이 되어있다.


노안

...


수송대장 세나

신야, 마침 앉아있는 김에 빈둥빈둥 이야기만 하지 말고 털실 뜯어내는 것좀 도와주라.


그녀는 노안과 함께 그 중 아직 멀쩡한 실을 뜯어 다시 매듭짓고 뭉치라는 뜻으로 찢어진 니트를 신야에게 던져줬다.


수송대장 신야

...


그는 뭔가 반박하려다 결국 그 니트를 받아 노안과 함께 털실을 뜯었다.


수송대장 신야

그놈에게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 그 녀석 때문에 우리 쪽에서 여러 사람이 잡혔다고.


수송대장 신야

중대한 위반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레이첼에게 알리지 않고 제보한 것은 누구였을까?


수송대장 세나

밴크로프트뿐만 아니라 상층 귀족들은 수송부대가 무엇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눈치챘고, 이제는 우리끼리 먼저 싸우기를 바라면서 사석에서 작은 '포상'을 주선했지.


수송대장 신야

뭐? 그냥 평소처럼 위반사항을 보고하는 것 아니었나.


수송대장 세나

하지만 결과는 평소와 달랐어.


세나는 눈짓으로 열차의 깊숙한 곳을 가리켰다. 한 경비병은 서민의 머리카락을 잡고 공업칸 쪽으로 끌고가고 있었고 다른 경비병은 그의 모든 비축물을 압수하고 있었다.


수송대장 세나

달콤함을 위해서라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


노안

...


수송대장 신야

잠깐, 너 표정을 보아하니 설마 또 달려들 셈은 아니겠지, 이 토끼새끼같은 놈아.


이상한 일이 잦아진 지 오래지만 노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할 수 없었다.


노안

레이첼 대장이 가지 말라고 했었어.


화가 난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계속 손에 들고 있는 니트를 뜯었다.


수송대장 신야

확실히 가지 않는 게 좋아. 단지 물건을 잃어버렸거나 공업칸에서 일을 그르쳐서 잡힌 경우일 수도 있다. 진작부터 그랬어야 했어, 그렇지 않았다면 일벌부대 사람들은 하루 종일 보수도 받지 못하고 허탕만 치고 있었을 테니까.


수송대원 웨이란

에휴, 지금이야 가만히 있지만 며칠 후에 그 녀석들이 네 머리통을 조사하게 된다면 너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걸.


옆 테이블의 웨이란은 이쪽의 토론을 듣고 밥그릇을 들고 돌아섰다.


수송대장 신야

나는 책잡힐 일이 없어서 한 점 부끄러울 게 없다.


수송대원 웨이란

레이첼의 무기 이송을 도와주지 않았어? 수송부대의 핵심 요원들이 하고 있는 일은 모두 금지된 명령이잖아! 더구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도 적지 않고 말이야.


수송대원 웨이란

다른 건 그렇다고 쳐, 상층 경비병에게 정보를 빼돌리면 그 녀석들이 거두어들인 비축물은 남몰래 제보자에게 분배하겠지.


수송대원 웨이란

설령 네 손이 깨끗하다고 하더라도 배가 고프고 절박한 사람은 있을거 아냐. 그까짓 것을 위해 더러운 물을 너에게 끼얹을 수도 있다고.


수송대장 신야

...


수송대장 세나

밥그릇좀 그만 들고 있어라, 그러고 있으면 밥이 뚝딱 나오든? 같이 털실이나 벗겨 줘.


세나는 웨이란에게도 재활용된 허름한 니트 하나를 던져줬다.


수송대원 웨이란

에그머니나, 이걸 뜯고 싶지 않아서 밥그릇을 들고 있던 건데 들켜버렸구만.


그는 불평하면서 그릇을 내려놓고 신야, 노안과 함께 털실 제거 대열에 합류했다.


수송대장 신야

이 사람들이 항상 상층에 소식을 알리는 것은 무슨 의도일까?


수송대원 웨이란

눈앞의 이익만 노린다면, 기나긴 항쟁보다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더욱 진실되게 다가오겠지.


수송대원 웨이란

밴크로프트 같은 사람은 정말 많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무슨 일이든 해내고, 차마 친아버지라고 불릴 자격도 없을 만큼 부패해버려.


수송대원 웨이란

예전에 그 사람의 아들을 본 적이 있었어. 그 녀석은 생기넘치고 똑똑해서 아빠랑 닮은 점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었지.


노안

??


수송대장 세나

노안은 처음왔을 때보다 훨씬 나아졌잖아, 하하하. 지금은 분명 착한 아이야.


세나는 노안의 어깨를 두드리며 온몸을 떨며 웃었다.


수송대장 세나

사람은 모두 변해, 특히 어린아이는 더욱 그렇고.


수송대장 신야

흥, 근묵자흑이다.


수송대원 웨이란

그래서 저 녀석이 너랑 따라다니는 거야?


수송대장 세나

어디든지 따라온다니까, 요즘에는 나랑 같이 밥먹고 다니지만.


수송대장 세나

여러 사람이랑 같이 밥먹는 건 별로 나쁠 것도 없지,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식견도 넓어지는 게 혼자서 틀어박혀있는 것보단 나아.


수송대원 웨이란

그나저나 방금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수송대장 신야

밴크로프트는 무슨 짓이든 기꺼이 할 거라고 했었지.


수송대원 웨이란

오 그래, 그처럼 궁지에 몰린 사람이라면 그릇된 방법으로 은밀히 정보를 전해야만 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수송대원 웨이란

그런 사람에겐 원래 뒤를 생각할 겨를도 없어, 하층칸이 이대로 계속되다가는 하늘이 무너져도 아무도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될 걸.


수송대원 웨이란

그러니까, 잘못의 원인은 상층의 귀족이냐,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냐, 아니면 굶어죽게 만드는 환경이냐는 거지?


수송대장 세나

셋 다 엮여있을 거야.


수송대장 신야

...


수송대장 신야

하지만 내가 여전히 하고싶은 말은, 노안, 필드네 집에서 떨어져 있어라. 그의 아버지는 분명 선행을 베푸는 인물은 아니야.


노안

...


노안

당신들도 예전에 이런 식으로 우리 엄마와 나를 이야기했었잖아.


수송대원 웨이란

...임마, 그건 다 너를 위해서였어!


노안

...나를...위해서?


노안은 필드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 잠시나마 몸을 의탁할 자리를 갖게 되었다.


이제 와서 그 '몸을 위탁할 자리'때문에 그를 떠나는 것은 노안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노안

방금 전에 필드와 그의 아버지가 다르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를 데리고 멀리하라고 하잖아.


수송대장 신야

네가 왜 그 녀석을 감싸려고 하는지 모르겠군.


노안

왜냐하면 걔는 내 친구이기 때문이야. 그리고...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었고.


노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의심과 증오로 대하다 어느 날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수송대장 세나

나도 오히려 그 말에 더욱 공감이 가. 네가 어린 나이에 이런 깨달음을 얻을 줄이야. 보아하니 책을 읽는 게 그래도 좋은 점이 있긴 하나보네.


수송대원 웨이란

쳇, 그럼 그 사람도 좀 도와주지 그러냐??


수송대원 웨이란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연루될까 봐 겁이 나 죽겠는데, 지금 넌 레이첼과 가까이 있지만 그 녀석의 아버지가는 굶주리다 미쳐버리면 아무나 물어뜯을 수 있는 개라고.


수송대원 웨이란

너희들 줄리의 일을 잊은 건 아니겠지?


노안

무슨...?


수송대원 웨이란

잘 들어 봐,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말 좀 똑바로 들어!


노안

웨이란 삼촌, 엄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 거야?


수송대원 웨이란

어?


결론부터 대략적인 추측이 있었지만, 노안은 끝까지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했고, 범인의 동기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노안

엄마는 도대체...


수송대원 웨이란

그그그, 난 몰라, 모른다고.


웨이란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반쯤 뜯은 니트를 책상 위에 놓고 그릇을 든 채 후다닥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