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로 급조한 인명 수색 팀은 하층칸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뾰족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노안은 하루가 지난 오전 2시가 돼서야 G열차 객실 54호 화물창의 통풍관 출구에서 필드의 스카프로 보이는 무명실을 발견했다.


G54 화물창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이곳의 cctv가 언제부터였는지 먼지 부스러기때문에 회전축이 걸려서 일부 구간이 찍히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각도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사각지대만 늘렸을 뿐만 아니라 왜소한 아이들이 쉽게 지나치기에 충분했다.


정비대원

공교롭게도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니, 우연의 일치인가?


수송대원

밴크로프트가 맡고 있던 단거리 수송팀이 이제 막 자리를 비운 장소였는데, 따라 나가버린 걸까?


수송대장 세나

레이첼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해 볼게.


그녀는 단말기를 들고 레이첼에게 연락했지만 또다시 부정의 대답을 들었다


수송대원

다른 곳은 다 찾아봤는데 멀쩡하던 사람이 왜 실종된 거지?


일벌부대원

아니면 그 사람들이 돌아오면 다시 물어볼까?



밴크로프트

뭐, 필드가 사라졌다고?!


새벽 6시. 드디어 밴크로프트가 열차로 돌아왔다.


노안

네, 제가 아침에 훈련을 나갔을 때 그대로 있었는데, 밤 10시가 넘어서 돌아왔는데 보이지 않았어요.


노안

혹시 아저씨네랑 따라 나간거 아니었나요?


밴크로프트

그럴 리 없어, 이번 물품은 아주 귀중한 것이라서 모든 경로를 감시하고 있었는데 수송대에서 그 아이는 본 적이 없었어.


노안

혹시...컨테이너 박스에 있지 않을까요?


밴크로프트

컨테이너 박스도 확인해봤어.


노안

언제 확인하셨어요?


밴크로프트

열차가 정차해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역에 도착하기 전에 화물 검사를 한 번 했고, 납품 거점에 도착했을 때 한 번 더 점검했었어.


밴크로프트

...잠깐.


밴크로프트

설마 첫 번째 검사를 한 후에?


밴크로프트

아니야, 중간에도 한 번 긴급 점검을 했었는데.


노안

긴급이요?


밴크로프트

그래, 중간에 침식체의 습격을 받아서 수송차 몇 대가 전복되었거든.


밴크로프트

침식체를 우회하기 위해 물품을 내려놓고 한 바퀴 쭉 돌고 나서 다시 되돌아왔는데, 다시 검사를 하는 동안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어.


노안

이번에 물건을 잃어버리셨나요?


밴크로프트

아니다. 이렇게 값비싼 화물이라면 도둑질하러 오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여겼지만, 그때 습격으로 인해 소량의 손실을 입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어.


밴크로프트

그 아이가 아직도 열차에 숨어 있지 않을까?


수송대원6

하층 객차를 모두 다함께 전부 찾아다녔어, 그가 상층 객차로 간 게 아니라면 찾았어야 해.


노안

네, 통풍관과 지붕을 포함해 모든 장소를 찾아봤어요.


밴크로프트

...같이 찾았다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노안

네,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돕고 있어요.


노안

그런데 결국 이것만 찾았어요.


노안은 그 작은 무명실을 밴크로프트에게 건네주었다.


노안

제가 통풍관 입구에서 이 면실을 찾았지만, 이 실이 필드의 목도리에 달린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밴크로프트는 그 실을 받아 잠시 손에서 어루만지기를 반복한 뒤 코 앞으로 다가가 냄새를 맡았고 점차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밴크로프트

이 질감과 향기… 맞아, 그 아이의 목도리는 원래 아이 엄마의 유품이라 내가 잘못 기억했을 리 없다.


밴크로프트

어디 통풍관 입구에서 찾은 거였니?


노안

G열차 화물칸의 54호 화물창이었어요.


밴크로프트

G54?


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밴크로프트

그 아이는 왜 이번 수송대가 물품을 나르는 장소로 가려고 했던 거지?


노안

...그게...



아사

바로 너, 쓸모없는 아버지때문에 물건을 같이 봐줄려고 했던 게 틀림없다고!


노안

...아사??


밴크로프트

...무슨 소리야?


아사

'이대로라면 결국 쫓겨나게 될 판이라고요'


그는 망설이는 아이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노안

(그건 도저히 필드가 할 수 있는 말 같지 않은데…!)


아사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어딜 도둑맞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물상자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


아사

결국, 화물칸에서 기어 나와 보니, 와, 도둑이 놀랍게도 자기 아버지였던 거지!


밴크로프트

이번에는 분실하지 않았어!


아사

네가 그 아이를 물건과 함께 074번의 거점에 남겨두고 그가 거기에 남아 훔치기를 바라는 것일지 누가 알겠어?


밴크로프트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너희들은 이번에 또 먼 길을 우회했고, 나는 급히 출발해서 그 아이를 만날 틈도 없었어!


아사는 비웃었다.


아사

그래, 또 우회했지. 왜, 곧 '거북 면상'을 찾아서 보고할 시간이 된 거야? 고작 이 정도의 정보로 네 아들내미의 약을 바꿔 줄 것 같아?


밴크로프트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밴크로프트

그 아이가 어떻게 G54호 화물창고에 내가 운송할 물건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거야! 설마 네가 아이에게 말한 것은 아니겠지?!


아사

내가 아니라고 말한들 네가 믿을 리 없으니까 차라리 네 아들한테 찾아가서 똑똑히 물어봐. 차에 없다면 분명 그 물건들을 따라 074번 도시의 거점에 남아 있을 테니까.


아사

어쩌면 네가 애초에 그 짐덩이를 버릴 계획이었을지도?


밴크로프트

....난...


밴크로프트는 두 입술을 떨며 몸을 돌려 객차 문을 바라봤다.


열차에 시동이 걸리자 카운트다운 램프가 문설주에 깜빡이고 있고, 이제 곧 074번 도시를 떠나게 된다.



밴크로프트

그 아이를 찾으러 가마.


노안

아저씨...!


밴크로프트

그 아이는 틀림없이 074번 도시에 있어. 거점이거나 수송차가 전복될 때의 차량, 둘 중 하나일 거야.


그는 자신의 방호복을 집어 들고 황급히 차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사

잠깐만, 아직 보수를 받지 못했잖아. 이번에 잃어버린 건 없고, 분할 지불한 분실 벌금을 차감해도 여전히 며칠을 먹고 지낼 음식과 물을 탄 자가 제조주 한 병이 내려질 테니까, 요즘도 날씨가 제법 쌀쌀하니 들고 마시라고.


아사

바바리, 그에게 물건을 줘.


요리사 바바리

받아.


그녀는 식사대 뒤에서 통 하나를 가지고 와서 밴크로프트에게 던졌다.


밴크로프트

고맙네.


노안

아저씨, 언제 돌아오실 거예요?


밴크로프트

아마 오래 걸릴 듯 하구나.


밴크로프트

열차가 하층칸의 사람들을 위해 멈춰설 리도 없고, 내가 필드를 찾아가도 한동안 밖에서 지내다가 열차가 되돌아올 때 다시 올라타야 한단다.


노안

같이 가도 될까요?


밴크로프트

안 돼, 밖은 너무 위험해. 나 혼자 가면 된단다.


밴크로프트

그래도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고, 같이 찾아준 사람들에게도 고마울 따름이란다. 그들이 도와줄 줄이야.


밴크로프트

...내가 애초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는 일어서서 곧 닫힐 차문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소년은 고개를 돌렸고, 무심코 아사가 어머니 자리를 대신한 바바리와 마주보며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후 그는 밴크로프트와 필드의 소식을 어디서든 찾아나섰지만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에서 사라졌다.


노안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혼자 폐부품들을 모았고, 혼자 필드가 남긴 기계 반딧불이를 조립했다.


노안

...이러면 우리 둘이 함께 만든 기념품인 셈이겠지.


훈련에 익숙해지면서 폭우 속을 혼자 걷는 것도 익숙해지고 틈틈이 상대를 찾아내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시련과 고단함이 가득했던 하층 객차에도 수많은 인파 속에 남아 있는 한 가슴의 불길은 추위로 꺼지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 뒤 레이첼의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해 열차를 떠나 수송부대를 따라다니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모두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직도 소식이 없는 그 사람을 찾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세월을 불태우고 있다.


어린 소년은 군중 속에서 자라 사람들의 온화함에 감싸이면서도 복잡한 날카로움으로 연마되었다. 점점 부드러워지고 강인해져서 더 이상 충동이나 고집을 자기방어의 무기로 삼지 않았다.



노안은 수송 도중에 반딧불이가 날아디는 숲을 처음으로 보았다.


수많은 별빛이 땅바닥에 내려앉아 어둠이 깔린 긴 길을 지켜보다가 자신이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의 날카로운 칼날과 이별의 회한은 버려지지 않았고, 설령 그것이 사람들의 따뜻함에 부드러워져도 그것은 피와 살을 거두어 영혼의 뼈대가 됐다.


숲을 떠난 뒤 노안은 가끔 꿈을 꾼다.



꿈속의 필드는 그가 바라던 대로 반딧불이 속에서 웃고 있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미 아버지와 함께 아딜레 상업 연맹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일까?


노안

...


아니면...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라졌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그들의 소식은 없고, 꿈속의 반딧불이는 그의 모습과 함께 어머니가 부르는 자장가와 같았다….


ㅡㅡ어둠이 걷히면 아침해가 뜨는 하늘가에 녹아내릴 것이다.


노안

하지!



혹사

...윽!


긴 회상 속에서 깨어난 노안은 자신이 혹사의 손을 단단히 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용도가 불분명한 의료기기 한 대를 청년에게 연결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노안

혹사? 나 방금...


혹사

방금 갑자기 의식의 바다가 혼란스러워져서 강제로 휴면상태에 들어가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깨어나지도 못해서...


노안

...


노안

(맞아…. '노안'이라는 이름과 이름을 버린 이유가 떠오르자 의식의 바다가 심한 혼란을 겪었고 혼수상태에 빠졌었지.)


혹사

내, 내 손 좀 놔줄래?


노안

아, 미안.


그는 황급히 혹사의 손을 떼고 쑥스러운 듯 머리를 비볐다.


노안

너는 방금 이 기계를 나에게 연결하려고 한 거니?


혹사

의식의 바다를 치료하는 기구야. 아까 그 사람들이 말다툼을 하다가 연결선을 떨어뜨렸는데...다시 연결해 주고 싶어.


노안

...치우고 나니까 바로 깨어난 거야?


혹사

...


노안

잠깐, 말다툼...?


노안은 고개를 들고서야 탤벗이 다른 구조체와 멀지 않은 곳에서 다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구조체대원1

자기가 너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지 좀 마! 여기서 한 발짝만 내디디면 승격자의 하수인이 되버린다고!


구조체대원2

왜 더 이상 모두를 믿지 못하는 건데??


탤벗

소용없잖아!! 우리는 이 재난에 대항할 수 없어!! 오로지 승격자만이 할 수 있다고!!


구조체대원3

또 이런 얘기 하면 바로 정화부대를 불러올 거야!


노안

그들은 어떻게...


혹사

미안해, 나 때문이야...내가 멋대로 강제휴면에 들어가게 만들어서 유지 보수 절차를 밟지 않았어.


혹사

하지만 내 동료도 의식의 바다의 혼돈 증상으로 죽었었고, 순간 조급해진 바람에…. 유지와 점검에 소홀했어.


혹사

다들 네가 깨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나에게 책임을 지우겠다며 사고를 정리해서 보고했지만 거점의 통신은 연결이 되지 않았어.


혹사

최근에... 다른 몇몇 거점이 승격자에게 피격당하기 전에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누가 승격자를 데려온 게 아닌지 걱정이 들어.


탤벗

어째서 정화부대를 부르는 거지, 나는 단지 사람을 구하고 싶을 뿐인데!!


탤벗

내가 만난 그 승격자는 내가 선별을 통과할 자질이 있다며 그가 준 '시련'에서 살아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를 찾아오겠다고 했었어.


탤벗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왜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거야?!


릴리안

아무래도 이 상황을 보고하는 게 좋겠어, 탤벗, 만일 승격자가 09번 의료구역에 진짜로 온다면 여기 있는 사람도 부상자도 모두 위험에 처할 거야.


탤벗

허, 그가 09번 의료구역에 오지 않더라도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어. 위협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언제든지 공격당할 수 있지.


릴리안

탤벗!


탤벗

내가 승격자의 힘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몇몇의 사람들을 기꺼이 희생시킬 수도 있어. 미래에는 더 많은 목숨을 구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구조체대원1

...이 새끼가!


구조체들은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하고 탤벗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주먹은 마치 노안의 얼굴에 박힌 것처럼 격렬한 통증을 불러일으켰다.


...승격자...?




롤랑

환영해, 과거의 '탈주자'신분은 벗어 던져, 너희들이 추구하는 힘, 본 네거트가 곧 도착할 거야.


롤랑

그가 오기 전에 FAQ 정도는 받아줄 수 있어.


탈주구조체1

롤랑...그 소문은 틀린 것 같지 않군.



??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롤랑

좋아, 넌 돌아가도 돼.


탈주구조체2

이봐, 잠깐, 이 의료실에 실려있는 건...



롤랑

신경 쓰지 마, 그분은 '그'의 특별 초청을 받고 온 귀빈이라 지금 너희들의 처지보다 훨씬 더 안전해.


롤랑

봐, 이미 깨어있잖아.


탈주구조체2

귀빈...?



생각이 난다. 승격자, 탈주한 구조체...

나는 일찌감치 그들을 본 적이 있다.



회언

그를 데리고 갈 건가요?



본 네거트

그래, 우리의 계획이 조금만 더 진전되면 지구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인류는 더 적어질 것이고, 텅 빈 별은 내가 바라던 결말이 아니다.


본 네거트

구조체, 로봇 외에도 여전히 많은 자질을 갖춘 인간들이 피와 살 속에 갇혀 있어 선별 티켓을 얻지 못하고 있다.


본 네거트

쌍둥이는 열차에서 떨어진 그를 붙잡고 새로운 유형의 무기가 그를 침식으로부터 보호했고, 지금 이곳은 그가 있는 210번 도시지.


본 네거트

이런 운명의 우연이야말로 바로 새로운 계획의 출발이 될 수 있다.



그것은 혼수상태와 깨어남이 반복되며 남은 기억이었다.

그는 자신이 중상을 입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순백의 방으로 안내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눈부신 불빛 속에서 그는 상대의 외모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 기괴한 의자는 기억난다.



???

말도 안 돼...많이 다쳤지만 여전히 살아있어...


???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본 네거트

그를 살아나게 해, 만약 네가 관심이 있다면, 너만의 방식으로 그를 우리의 파트너로 만들 수도 있다.


???

...알겠어요.


본 네거트

네가 데려온 테시우는 지금 어떻지?


???

여전히 043번 도시에서 그녀들과 함께 있습니다.



그는 단말기의 화면을 펼쳐 그 안의 모니터링 화면을 꺼냈다.


반쯤 무너진 폐허 가옥에서 장발의 청년은 이전의 지휘관과 동료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간단한 치료와 도움을 주고 있었다.


???

저는 테시우를 계속 지켜볼 거예요...그도 분명히 저에게 돌아올 거고요. 그 소대는 더 이상 그의 집이 아니니까요.


???

당신들이 이번에 온 것은 그를 찾기 위해서인가요?


본 네거트

아니, 너에게 맡겨 놓은 물건을 찾으러 왔다.


???

...'크틸라'의 본체를 써야 되는 건가요?


본 네거트

아니, 아직은 실험 단계다.



다시 기억을 되찾았을 때, 몸뚱이는 이미 낯설어졌다.

ㅡㅡ개조 수술 이후의 일인가?

ㅡㅡ아니...그뿐만이 아닌 것 같다.

기체의 손상은 이 순간의 기억이 사라졌음을 상키시켜주었다.



롤랑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도 실패한 모양이야. 이렇게 탈주한 구조체들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선별을 통과할 수 없어.


롤랑

너는 그가 이렇게 제멋대로 정보를 퍼뜨리고 다니는 걸 내버려 두었지. 공중정원을 놀래키는 것 이외에는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을 거라고.


본 네거트

그 결과가 바로 나의 목적이다.


롤랑

뭐? 성동격서라도 의도한 거야?


본 네거트

그래, 단지 후속작업일 뿐이니 네가 관여할 필요 없다.


롤랑

드디어 해고당한 건가?


본 네거트

아니, 이곳의 일은 그에게 맡기면 충분해.


본 네거트

조만간 너에게 루나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마. 그녀와 관련된 단서를 차치하더라도 나를 위해 계속 일해 줄 수 있겠나?


롤랑

'그'라고?


롤랑은 장난스럽게 몸을 돌려 멀리서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롤랑

내가 듣기로는 당신 밑에 있는 승격자는 드물다고 하던데, 대개 그런건 회언같은 '인턴'이나 나 같은 '임시 대역'일 뿐이지, 그래서 승격자에 대해 뭔가 자기만의 '특별한' 선별 조건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롤랑

그런데 그 아이는 때때로 스스로를 통제하기 힘들어 보이고, 인간이나 선별을 통과하지 못하는 구조체에 집착하고 있어.


롤랑

과거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레븐쉬를 직면했을 때조차...애처로운 자태를 취했었지.


롤랑

내가 보기에 그는 이미 자아를 잃어버리고 빈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아.


롤랑

그런 미치광이를 믿으면서까지 무엇을 바라는 거지?


본 네거트

선별이 끝난 뒤에도 우리와 함께 신세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이 많이 필요하다.


본 네거트

그가 바라는 길은 나와 모순이 없고, 설령 그런 사람들이 선별에 부족한 자들이라도 적조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본 네거트

그에게 있어 그들의 삶의 고통은 적조에 녹아 해소되었고, 꿈 속에서 행복하게 잠들고 있었다.


본 네거트

그래서 그는 진심을 다해 적조 속의 세계를 사랑했고, 그 뒤틀린 조각들을 사랑했으며, 그들의 실제 형태가 어떤 것이든 나는 그의 꿈을 깨울 필요가 없다.


롤랑

너무 오냐오냐하면서 애를 키우면 잘못된 길에 빠질 수 있다고.


본 네거트

그럼, 너는? 내가 너의 행동에 간섭하길 바라나? 아니면 내가 너의 행동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건가?


본 네거트

나에게 있어 네가 나의 승격자가 되길 원치 않는 이상, 이곳에서의 업무와 정보는 거래일 뿐이다.


본 네거트

너는 이미 신세계에 설 자격을 갖췄기 때문에 선별에 간섭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 네가 어디를 가든지 나는 막지 않을 것이다.


롤랑

막지 않는다고 해서, 감시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겠지.


본 네거트

이것은 필요한 행동이다. 너는 아직 나의 파트너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롤랑

하, 파트너가 되지 않았다라...그 '초대 손님'도 아직 파트너가 되지 않아서 고생이 여긴 아니겠구만.



...

그래, 이 상처들은...나는 그를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

왜 대답하기 싫어하는 거지?


노안

나는 결코 너희들의 하수인이 되지 않을 거다.


???

하수인...내가 범죄자라고 생각해?


노안

설마 죄를 뒤집어쓰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은 아니겠지? 너의 모든 행동은 끊임없이 자신의 얼굴에 악당의 분위기를 더해 주는 바람에 하마터면 순수한 검은색 실루엣처럼 내 앞에 나타날 뻔했다고.


???

...모두가 살아남길 바란다면,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야.


노안

그런 의식의 조각들이 너에게도 살아 있는 셈이냐?


???

물론 완전한 부패와 비교할 때 그들은 살아 있는 거나 다름없어.


???

왜 이해할 수 없는 거야? 우리는 비슷한 과거를 가지고 있고 비슷한 회한을 가지고 있으니까 너는 나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잖아.


노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왜 미치광이가 됐는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의 행동을 수긍하는 것은 아니야.


노안

내 기억을 읽어버린 것까지 포함해서 공감할 수 없어.


???

...


???

비록 선생은 내가 너의 생각을 거친 방법으로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진 않지만, 우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는 선생에게 있어서 중요하지 않아.


???

하지만 너의 기억을 보고 난 후, 내가 너에게 흥미를 느꼈다는 건 인정했어.


???

더구나 너는 내 작품이야…. 나의 낙인은, 정상적으로 개조된 구조체들과 달리 '이상' 개체가 되어 어디를 가고 싶어도 그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어.


???

나에게서 떠나면 점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괴물로 변해 수많은 사람들의 사냥 대상이 되어버려.


노안

아직까지 나를 죽이지 않은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겠지?


???

그래, 내가 네 기억에 관심이 없더라도 창작자가 자기 작품에 애정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잖아?


???

...그래서, 그렇게 쉽게 널 망치고 싶지 않아.


희미한 그림자가 한숨을 내쉬며 노안에게 다가왔다.


???

...그런데 이젠 아무래도 말릴 수가 없겠지?


???

미안해, 용서해줘… 그리고 이 모든 걸 잊고 우리 다시 만나서 화해하자.


노안

ㅡㅡ!!


???

아팠어? 미안...말을 안 듣는 아이는 벌을 받아야만 해.


노안

...너...쿨럭쿨럭...



가슴에서 심한 통증이 몰려오자 모든 것이 다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기억은 상처와 함께 혼란 속에서 녹아내리고, 그 순간, 그는 마침내…. 자신이야말로 승격자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기억했다.


노안

내가 정의로운 파트너가 아니라는 각오는 하고 있지만 정작 승격자에게 초청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노안

...이런 일들이 평범한 사람에게 일어났고, 마치 타임슬립 만화의 시작처럼 실감이 나지 않아.


???

나에게서 떠나면 점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괴물로 변해버려.


노안

적어도 난 아직 통제력을 잃지는 않았는데...


노안

그 다음은? 다시 보자고 했는데 혹시 근처에 잠복해 있는 건가?


노안이 생각하다 고개를 들자 모두들 패닉에 빠진 가운데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노안

...?


구조체대원1

대량의 침식체가 접근하고 있다!!


구조체대원2

얼마나 남았어??


구조체대원3

몇백 미터밖에 안 남았는데, 보초 담당자는 어디에 있지??


구조체대원4

***, 사람들은?


구조체대원5

경보도 안 울렸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릴리안

...설마 진짜....


탤벗

승격자...드디어 그가 온 건가?


구조체대원1

드디어?! 이 미친놈아!! 의료 구역에는 아직 부상자가 많다고!!


노안

승격자...?!


탤벗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나도 싸우게 해줘!


노안

너희들과 함께 할게!


그는 성큼성큼 의료 구역을 걸어 나왔다.



전투 개시




노안

끝난건가?


릴리안

아니, 여전히 침식체의 활동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릴리안

정찰 드론도 작동을 멈췄는데…어떻게 된 일이지?


노안

내가 가서 다시 작동시켜 볼게.



노안

이러면...괜찮겠지.


노안

보니까 누군가에 의해 그냥 꺼진 것 같아. 문제는 없어.



시스템 경보 : 전방 2시 방향에서 퍼니싱 바이러스의 존재를 탐지!


탤벗

역시 침식체들이 아직 있었군, 그런데 왜 다 여기에 모여 있는 거지?



시스템경보 : 전방에서 다량의 이합생명체 및 침식체의 집결 발견!


탤벗

저 녀석들이 오고있어!


구조체

왜 이렇게 많아?! 이건 우리가 대응 못해. 방어 장치를 작동시켜!


노안

내가 도와줄게.


탤벗

그럼 네게 맡기마, 나는 먼저 가서 다른 사람들과 그놈들을 막고 있을게!



방어시스템 : 사용 권한이 없습니다. 비상시동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단서1

파손된 《데일리 모닝 포스트》 :

최근 퍼니싱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에 소금이 효과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소금값을 부풀리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속아 소금을 대량으로 사재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퍼니싱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그 어떤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출처가 불분명한 처방전을 믿지 마시고 2차 피해를 피하십시오. 현 단계에서는 안전구역에 남아 로봇을 멀리하고 과학을 믿는 것만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단서2

파손된 《종합 중요 뉴스》 :

천사 초등학교의 비극은 몇 번이나 반복될 것인가?

075번 도시에 위치한 유서 깊은 자선 기숙 초등학교인 천사초등학교는 집 없는 수많은 아이들을 키우며 성장시킨 터전이었고, 퍼니싱 바이러스가 터지자 교장이 자발적으로 학생들을 조직해 학교 지하의 방공호로 철수시켜 가장 위급한 곳에 중요 자원을 내주었다.

그의 선의는 보답을 받지 못했고, 로봇의 공격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방공호에 갇힌 교사와 학생들이 끊임없이 구조를 외쳐도 텅 빈 도시는 응답을 하지 못했다.

구조소로 향하는 길목에 영원히 갇혀버린 이들의 비극은 몇 번이나 되풀이될 것인가.



단서3

파손된 《도시신문 속보》 :

011번 도시에 있는 제9 정신병원은 10월 31까지 방역시설과 의료장비를 보강할 계획입니다. 제9 정신병원은 11월부터 09번 의료구역으로 이름을 바꾸고 퍼니싱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주로 받을 예정입니다.

원내 기존 환자는 이송이 완료되었고 향후 더 이상 정신질환자 진료를 받지 않을 예정이오니, 불편을 드린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구조체

큰 도움이 되겠군. 지금 바로 방어장치 구역으로 철수한다!



릴리안

아니, 이거 품질이 왜 이렇게 구린 거야!



릴리안

모두 조심해!



탤벗

당분간은 안전해.


구조체

잠깐, 퍼니싱 농도가 이렇게 높은데 이 녀석은 왜 침식 흔적이 하나도 없는 거지?


노안

...나?



탤벗

지진인가?


릴리안

아니야, 이건 적조가 땅속에서 솟아나는 징조야!


구조체

적조다! 퍼니싱 농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릴리안

빨리 의료 구역으로 철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