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시간에 걸친 전투가 계속되었고, 여전히 09번 의료구역에는 흩어져 있는 침식체나 이합생명체들이 잇달아 모여들고 있었다.


방어 시설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고 침식체의 잔해가 입구 거리와 골목에 가득 쌓여, 안 그래도 높았던 퍼니싱의 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절망적인 문제는 의료구역 밖 거리에 큰 균열이 생기면서 적조가 사람들의 길을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구조체대원1

뭔가 이상해, 저 녀석들, 이합생명체가 여기저기 습격하는 것과 달리 자신들의 목적지를 알고 있어.


구조체대원2

의료 구역은 어떻지?


릴리안

부상자도 많고, 상황이 좋지 않아…. 퍼니싱 농도가 계속 올라가면 여과탑에도 과부하가 걸리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의료지역에 남아 있는 게 안전해.


릴리안

일찌감치 사람들을 데리고 철수시키든지 아니면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지원을 요청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구조체대원2

안 돼, 철수할 수 없어.


구조체대원2

순찰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바깥의 길은 끊어지고 적조가 들어섰어. 완전히 잠기지 않았지만 우리의 방호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할 거고, 다른 인간들은 말할 것도 없어.


구조체대원3

우리 갇힌 거야?


구조체대원1

점점 이상해지고 있어! 마치 누가 의도라도 한 것처럼! 탤벗! 혹시 네가 승격자를 데려온 거 아니야?


탤벗

그 승격자라면 나를 찾아오겠다고 말했을 뿐이야. 굳이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없잖아?


구조체대원1

물론 파괴하기 위해서지!! 설마 너를 왕좌에 태우러 오면서 아무도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구조체대원2

미안해 릴리안, 우리 저 녀석을 쫓아내는 게 낫겠어!!


릴리안

하지만...! 그 사람 몸에도 침식이 심해. 이러다간 죽을 거야!


구조체대원1

그럼 그가 그렇게 노래부르는 승격자더러 살려내라고 해!


노안

잠깐...


청년은 광장 입구의 마지막 이합생명체를 격파하고 문을 밀며 의료 구역으로 들어갔다.



노안

승격자와 연관이 있는 사람은 나일 수도 있어.



혹사

...?


노안

방금 뭔가가 떠올랐어, 기억을 잃기 전...승격자를 만났던 것 같아.


구조체대원1

또야?


구조체대원2

이봐, 이 사람 침식 흔적도 거의 없어. 아까 우리랑 그렇게 오랫동안 싸웠는데...어쨌든 이대로가면 결국 더 심각해질 거야.


구조체대원3

혹시 역원장치만 보강된 건가?


구조체대원 일동

...



탤벗

너는 침식체를 통제할 수 있나?


노안

모르겠어, 최소한 어떻게 해야 통제할 수 있는지 몰라.


구조체대원1

수격자인거 아냐?


구조체대원2

아니, 그 녀석 몸에 고농도의 퍼니싱 바이러스는 없었잖아.


탤벗

진짜 너가 한 짓이라고??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잖아. 기억을 잃은 승격자가 자신이 승격자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녹아드는 건 마치...



탤벗&노안

만화같은데?


노안

자신이 악마의 과학자라는 것을 잊은 그 가면라이더 얘기하는 거야?


탤벗

어... 아니, 저승사자의 노트를 주운 이야기 말인데, 그도 기억상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었어.


노안

너 의외로 그런 것도 봤었구나...


탤벗

아니, 기억상실증이라며? 만화 내용을 왜 이렇게 똑똑히 기억하는 거야?


구조체대원3

무슨 얘기 하고 있는 거야?!


노안

미안해.


구조체대원3

탤벗, 전에 만났던 승격자가 저 녀석이야?


탤벗

아니, 어두운 곳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뱀 같았어.


탤벗

너는?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나?


노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거대한 뱀은 아닐 거야.


탤벗

그가 너에게 무슨 말을 했지?


노안

...그는 내가 그들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했었고, 나는 그것을 거절했어. 그리고 의식을 잃어버렸어.


탤벗

그가 나에게 한 말도 똑같았어. 설마 사람을 뽑는 기준이 그리 엄격하지 않았던 건가?


블러셔

피해자 절찬모집 중! 아무나 좋으니 빨리 속아 넘어갑시다!


탤벗

안나가 한 말을 반복하지 마!


구조체대원3

우리 이 문제 있는 두 놈을 모두 쫓아내자!


릴리안

가만, 이래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지금 퍼니싱 농도가 너무 높아서 나가버리면 죽을 수도 있어!


구조체대원4

그게 바로 그들이 초래한 골칫거리라면, 그들을 쫓아낸 것이 뭐가 잘못이겠어?


구조체대원4

지금 통신신호도 끊겨서 구조를 하고 싶어도 호출이 안 되니까, 아예 출처가 불분명한 놈들은 다 쫓아내 버리는 게 나아!!


구조체대원5

쫓아내기만 하면 어떡해? 그들은 승격자와 관련이 있잖아!! 죽여야지!!


릴리안

으...


탤벗

우리를 죽이면 구원받을 수 있는 건가? 만약 승격자가 여기를 주시하고 있다면, 일손이 부족해지면 넌 조만간 죽을 거야!!


구조체대원2

전부 너 때문이야!!


군중들의 격렬한 말다툼을 지켜보던 노안은 심장이 없어진 가슴이 아련하게 아파왔다.


되찾은 기억 속에도 똑같은 일을 겪었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 잘못된 일에 물든 사람들.


'같은 죄'를 짊어지는 무고한 사람들.


그동안 힘없이 무너져내렸던 압박과 공포가 폭발하는 순간...


상대를 무차별적으로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었다.


고통과 시련이 여전히 삶의 터전으로 남아 있는 한 이런 비극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노안은 이미 그 당시 그 힘없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안

...'통제 불능'이 되기 전에 잠시 이런 '이상상태'를 빌려 쓰도록 하자.



노안

내가 너희들이 구조 요청을 하는 것을 도와줄게.


구조체대원2

뭐?!


노안

통신 신호가 끊기고 주변에 적조가 있으니까 내가 나가서 구조를 요청하게 해줘.


탤벗

너는 자신이 승격자인지 아닌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잖아? 면역바이러스가 우연히 생긴 것일지도 모르고 농도가 더 높은 곳에 가 있거나 침식체가 대량으로 덮치면 혼자서는 대처할 수 없어.


노안

무슨 일이든 해봐야 아는 거야. 그리고 내가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너희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잖아.


구조체대원6

우리가 무슨 근거로 너를 믿지?! 도망친다면? 네가 힘을 되찾기 전에 차라리 죽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노안

당신들은 날 죽일 수 있겠지만, 내가 죽으면 당신들도 적조에 포위된 채 죽게 될 거야. 아까 릴리안이 말한 대로 여과탑은 오래가지 못해.


구조체 일동

...


난민 노인

가게 해주게.


뒤편에서 한 늙은 피란민이 걸어나왔는데,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에 노년층 특유의 듬직함이 배어 있었다.


구조체대원2

어째서죠?


난민 노인

그가 만약 도망갈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그가 승격자와 관련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을 걸세.


구조체대원6

그게 탤벗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난민 노인

그럼 탤벗을 여기에 남겨두게, 그럼 탤벗을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오지 않겠나.


구조체대원6

그...그치만...


난민 노인

은밀한 곳에 숨어 있는 적을 걱정하는 마음은 알지만, 아직 그림자도 못 본 놈들 때문에 온 초목을 적으로 여긴다면, 실패하는 건 우리 자신뿐일세.


난민 노인

탤벗과 이 사람 모두 돕고 싶은 마음 뿐, 그들의 본심은 결코 나쁜 게 아니야. 더구나 두 사람은 아직 자네들이 말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고.


난민 노인

지금 사람이 이렇게나 적은데….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 탈출구가 생기겠나?


난민 노인

그를 보내주게, 이 방법밖에 없어.


구조체 일동

...


노안

나를 믿어줘. 내가 승격자든 아니든, 그 힘으로 나쁜 짓을 하지 않을게.


노안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목숨을 끊어서라도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말자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노안

꼭 돌아올게. 구원과 함께 돌아올 거야.


구조체대원6

정말로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는 거야? 승격자와의 연관성때문에 돌아오면 정화부대에게 보내질 거라고.


노안

그럼 그렇게 되기 전에 도와줄게.


그는 자신이 이미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침묵 속에 잠시 머뭇거리던 여러 사람들은 결국 넘을 수 없는 퍼니싱 농도와 노안의 굳은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체대원1

...자, 이 일은 너에게 맡길게. 나머지 우리 셋은 여기에 남아있을 거야.


노안은 군중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탤벗을 향해 돌아섰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금 이 순간에 나눌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웃으며 탤벗과 릴리안, 그리고 혹사와 낯익은 동료 세 명에게 손을 흔들었다.


노안

날 기다려.



전투 개시




노안

의료 구역 밖의 거리에 모두 적조가 나타났어.


노안

이러다간 퍼니싱 바이러스의 농도가 더 높아질 거야.



노안

더 이상 이 침식체와 얽힐 틈이 없어.


노안

가능한 한 빨리 지원을 찾아야 해.



살려줘...살려줘...


왜? 넌 분명히 선별을 통과할 수 있었잖아! 어째서야?


받아들여줘...살려줘...슈렉!



노안

이 붉은 그림자들은 뭐지?


노안

슈렉은...또 누구야?


적조 환영

살아 남은 사람이 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적조 환영

너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보통사람일 뿐이야. 기회를 주고 소중히 여길 자격 없어!


적조 환영

괴물...


노안

사라졌어...도대체 이게 뭐야?


적조 환영

승격자에 의해 감방에 사육된 구조체….


노안

...이 말...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노안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적조가 헛도는 소리인가?



노안

누가 있는 건가? 아니야, 일반 구조체는 적조 근처에 서 있을 수도 없잖아!


노안

하필 이럴 때 침식체가 등장한 건가?



노안

소리가 사라졌다...


노안

안 돼, 시간이 없어. 빨리 여기를 통과해야 돼.



전투 종료




어두운 하늘 아래 붉은 망령과 솟구치는 피와 강물이 지옥의 광경을 이룬다.


그것들은 증오에 찬 말들을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이곳을 황급히 건너려는 청년을 성토했다.



적조 환영

너는 분명히 우리를 구할 수 있었어.


적조 환영

너는 그에게 선별되었지만, 그 책임을 피하고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어.


적조 환영

어째서야? 어째서야? 왜 떠나는 거야?


적조 환영

살려줘, 살려줘, 슈렉...



노안

...그 이름...


청년은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적조의 환영쪽을 바라보았다.


노안

너는...누구지?



???

나는 집행부대의 '탈주자', 승격자의 거점에서 만날 수 있어...다들 마찬가지지만.


노안

왜 탈주한 거지?


???

하아…. 한쪽에서는 생존 가능성이 없는 항쟁, 다른 한쪽에서는 낮은 확률의 살길을 택하고 싶어하는데,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건가?


노안

선별에 실패하면 침식체가 된다고 들었어.


???

아무리 그래도 해봐야하지 않겠어? 참, 이름이 뭐지?


노안

...모두들 나를 슈렉이라고 불러.


???

슈렉? 하하하하, 미안, 왠지 '괴물'과 관련이 있을 법한 이름이네.


???

그러나 승격자에게 감방에서 '사육'당한 구조체로서, 당신을 '괴물'이라고 불러도 이상할 건 없어.


노안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

그럼, 우리 모두 파이팅해서 선별을 통과하자고. '괴물' 씨~


노안

...



???

도대체 선별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은 거야?


???

그건 일종의 동료를 고르는 시험인데, 기억 속에 익힌 대로 예를 들면… 음, 인간 보육구역에서 기술 있는 직원을 뽑는 것과 같아.



노안

떨어진다고 침식체가 되어버리는 시험같은 건 없어.


???

정말 그럴까? 그들은 버려진 채 하루를 연명하는 부랑자로 변해서 부서진 세상을 찾아 약탈하고 남의 물자나 삶의 터전을 훔쳐.


???

그들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약탈당해 죽게 되겠지.


???

걱정 마. 나는 그 누구도 탓하고 싶지 않고...미워하고 싶지도 않아.


???

퍼니싱이 침투한 이 시대는 그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주지 못했고, 모두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행동한 거야.


???

그래서 그들의 아픔을 빨리 끝내고 싶었어.


???

선별을 통해 우리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것이 가장 최선이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또 다른 곳으로 안내해 줄 수 있어.


승격자가 웃으며 지하수로의 저수지를 가리켰고, 붉은 액체가 시체의 절단된 사지를 끊임없이 뒤적거리는 모습이 마치 그것을 씹고 있는 괴수 같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미소 짓던 여성 구조체도 환영으로 변해버린 채 그 안에 있었다. 그녀는 이미 환영으로 변하여 아득하고 지리멸렬한 말로 죽음을 앞둔 기도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적조 환영

살려줘, 살려줘, 슈렉...


노안

...


???

봐, 이 붉은 바다에 녹아든 사람들은 죽지 않고 새로운 생명이 되었어.


???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이해 못 하겠지.


그는 두 손으로 적조를 받쳐들고 노안 앞에 내밀었다.


???

모두의 의식과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고 여기에 저장돼.


???

그들은 서로를 원하고 있고 결핍의 고통에서 회복되고 있어...


???

적조는 '굶주림'의 의식을 먹잇감으로 삼아, '사별'의 파편을 뭉치게 해…. 부정적인 감정을 녹이고 행복으로 봉합하는 거야.


???

그녀는 그들이 모여 분해되는 것을 허락하고, 우리의 조직 하에서 선생이 바라는 '질서 있는' 것이 되거나, 완전히 자유롭게 조합되도록 내버려 두는 '무질서한' 존재가 되게 만들어….


노안

이렇게 남겨진 생명과 의식은 더 이상 그들의 본래 모습이 아니야.


???

완전히 죽어 부패하는 것보다는 나아.


???

노안...아니, 난 '슈렉'이라는 이름이 더 좋아. 괴물은 우리의 동반자처럼 들리거든.


???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사별을 만들어가는 이 시대가 역겨워서 변화를 바라고 있어.


노안

...


???

나는 너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 만약 네가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면, 나는 너에게 얼마간의 시간을 더 줄 수 있어.


???

선생께서 말씀하셨지만… 너의 뜻을 거스르면 네가 '동반자'가 된다 해도 복병이 하나 더 생길 뿐이니까.


???

그래서 나는 너를 '인도'할 뿐 절대 강요하지 않을 거야.


???

아...참, 살아 있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면, 네가 이미 얻은 힘을 시험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노안

이미 얻은 힘?


???

그래...언제 일어난 일인지 궁금하지? 히히...


???

너는 내 작품이야. 손상받지 않은 채 완벽한 자의식을 가진 경우는 매우 드물어.


???

그래서 나는 선생님의 권한을 빌려서 너에게 일종의 '마법'을 심어줬어.


???

네가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퍼니싱 바이러스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고 오히려 힘이 될 거야.


???

너는 적조에 담긴 메시지를 볼 수 있고, 죽은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너가 구하고 싶은 사람을 구하고,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일 수 있어.


노안

아니, 필요 없어.


???

너는 살아있는 그 사람들을 구하고 싶지 않아?


노안

물론 아니야!


???

왜 동의하지 않는 거야?


노안

나는 결코 너희들의 하수인이 되지 않을 거다.



산산조각 난 기억들이 연결돼 안개를 조금이나마 날려보냈다.


노안

그때 나는 거절했지만, 그 후는 어떻게 됐지?


???

나를 떠나면 점점 더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괴물이 되어버려.


노안

아니야, 내가 왜 거절해야 했을까?


노안

내가 승격자의 힘으로 남을 해치지 않는 한 그의 하수인이 될 일은 없어.


노안

통제력을 잃을 위험은 말할 것도 없고...


청년은 다시 길가의 붉은 물결의 환영을 바라보았다.


노안

내가 간과한 게 있었나...?



적조 환영

늦었잖아, 슈렉.


노안

...?


왜곡된 형상이 발버둥치면서 다가오는 소리 속에서 어느 여성이 했던 말을 다시 읽어냈다.


적조 환영

내 책에는… 늘 이런 말이 있었어.


적조 환영

새장 속에서 태어난 새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날갯짓을 하는 기러기는 새장을 증오하며, 인간 역시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야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적조 환영

과거가 없고, 과거를 도피하는 사람은 반드시 미래로 가는 길을 잃게 돼.


노안

...너는 누구야?


적조 환영

기억 안 나? 우리 두 번째로 만나는 거잖아.


노안

...벨...라?


적조 환영

...오랜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