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부패는 이미 도래했고, 들풀은 땅 위에 잿더미로 피어올라, 불빛은 환한 등불이 되어 생존자들의 미래를 인도한다.



ㅡㅡ15분 뒤


노안

ㅡㅡ으윽.


상처투성이가 된 청년은 온 힘을 다해 부두의 울타리를 손에 쥐었다.


기나긴 어둠과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온통 침식체 천지였고, 사방으로 포위된 그는 등대 꼭대기에서 바다로 뛰어들어야 했다.


노안

구조체가 되지 않았다면 추락 후 세 번째로 죽어가는 기억을 남겨야 했겠지.


그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수초간 숨을 몰아쉬더니 손에 들고 있던 검 두 자루를 빌려 몸을 일으켜 머리카락의 물방울을 털었다.


노안

안 돼. 아직 쉴 수 없어...


침식과 상처로 기체가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노안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노안

혹사 녀석이 아직 밖에 있으니 분명 다른 사람을 해치려 할 거야.



같은 시각


종이학이 자신의 형태를 변화시켜 혹사의 의자로 돌아왔고, 그의 곁에서 수십 명의 구조체가 모두 행동력을 잃었다.



혹사

너만 남았네,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혹사

솔직히 널 죽일 생각은 없어. 넌 레븐쉬와 달리 그런... 역겹게 만드는 기운은 없거든.


혹사

원한다면 너를 데리고 돌아가 구조체로 만들어 우리의 동반자가 될 수 있어.





[1]

지휘관

(1)(원하지 않아) ← 선택

(2)(듣기 좋은 소리네)



혹사

어째서야?


[2]

지휘관

(1)(원하지 않아)

(2)(듣기 좋은 소리네) ← 선택


지휘관

하지만 나는 아시모프를 더 믿어.




그는 서두르지 않고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변을 경계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지휘관

나의 진정한 동반자는 아직도 M.I.N.D의 연결을 필요로 하거든.


혹사

진정한 동반자라...


혹사

내가 너의 동반자가 될 수는 없는 걸까?


지휘관

네가 과거의 어둠을 버리고 올바른 길로 돌아올 생각이라면, 나도 고려해볼게.


혹사

후후, 그 길은 나도 이미 시도해 봤었어.


혹사

나도 인류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지만 더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지.


지휘관

인류와 공존하고 싶다고?


혹사

맞아. 그런 말은 너에게 있어 믿기 어렵겠지. 다만 그 점 만큼은 믿어주길 바라.


혹사

나는 세상을 사랑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을 사랑하며, 우리 모두가 이 재앙을 헤쳐 나가기를 바라고 있어. 비록 불완전한 형태일지라도….


혹사

이런 생각을 품고 있기에, 나는 승격자 중에서도 특이한 존재로 취급받아.


지휘관

...


그가 말하는 동안 다시 한 번 주변의 철수 루트를 살펴보았는데, 이곳은 가림막도 없는 개활지였고, 운동 능력으로 따지면 인간의 몸뚱이는 구조체만도 못할 것이 분명한데, 더구나 그에게는 그 기괴한 기계 의자가 있었다.


스스로 혼자서 승격자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금은 경거망동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지휘관

(다시 루시아에게 살며시 신호를 보낸다)


혹사

아...'종이학'에 대해 궁금한 게 많지?


혹사는 인간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빙긋 웃었다.


혹사

이것은 그 위에 앉은 사람을 괴롭히거나 죽이는데 쓰이는 '처형의자'야. 착한 아이라면 절대 그녀에게 다가가면 안 돼.


혹사

원래는 장애인을 돌보는 의료용 기계 의자에 불과했지. 하지만 '아빠'들에 의해 개조된 후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 거야.


지휘관

아빠들?


혹사

응, 어렸을 때 나를 키워주신 분들을 얘기하는 거야.


혹사

이런 얘기해도 못 알아듣겠지? 괜찮아. 쉽게 말해, 그녀는 지금 침식된 기계체일 뿐이야.


혹사

너는 그녀를 이해할 필요도 없고,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도 없고, 단지 그녀가 침식체라는 것만 알면 돼.


혹사

아무리 설명해도 그녀는 인간의 눈에 승격자의 무기로 비쳐지기 때문이거든.


지휘관

...


혹사

후회하니? 애초부터 탈주자를 조사하러 오지 않았다면 모두 이렇게 큰 상처를 입지 않았을 텐데.


혹사

그 정화부대의 리더의 이름이...비앙카였나? 그녀는 지금쯤 이미 선생님에게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커.


지휘관

나는 그녀의 실력을 믿어.


혹사

...믿어?


혹사

변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계속 발버둥치고 저항해야 하는 거야?


지휘관

물론이다.


혹사

너희들은 늘 그렇듯, 자신의 힘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모두가 퍼니싱 때문에 죽어가는 것을 보지 못하는 거니?


혹사

어쩌면 선별이라는 것을 잔인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이런 식으로 저항을 이어가다가 생존자가 거의 없는 승리를 거두는 것이 과연 선별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혹사

승격자들은 자질 있는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데…. 우리가 없으면 이 사람들조차 구할 수 없잖아.


지휘관

너희들이 없었다면 인류의 승리는 더 빨리 다가왔을 거야.


지휘관

우리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거고.


혹사

...너는 그 누구도 지킬 수 없어.


혹사

너희들은 퍼니싱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고, 현재의 공허함은 너희에게 치명적인 독이지.


혹사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선별된 씨앗뿐이야.


혹사 주변에 있던 퍼니싱 바이러스는 점차 뾰족한 가시로 뭉쳐 자신의 목표에게 향했다.



혹사

인간의 용기, 희망이란... 단지 경화수월의 허상, 나방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불꽃에 불과해.


혹사

그 헛된 희망이 사라지기 전에, 너를 남길 수 있게 해줘,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적조 속에 있는 네가 무수한 조각으로 변해도, 그 모든 조각 속에서 행복한 꿈을 줄게.


그가 손을 올리자 날카로운 바늘들이 손끝의 움직임에 따라 폭우처럼 인류를 향해 내리쳤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그 순간에 천둥번개가 치면서 번갯불이 공중에서 터졌다!



촘촘한 공격 앞에서 상처투성이 몸뚱이가 가로막으며 난공불락의 방패로 변했다.


노안

넌 틀렸어, 혹사.


노안

희망이야말로 허황된 부탁이 아닌, 수많은 희생과 수많은 고통 끝에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혹사

...


혹사

이것이 너의 선택과 답이니?


노안

그래, 네가 몇 번을 물어도 나는 너의 생각에 공감할 수 없어.


노안

나는 추방과 구속으로 가득 찬 심연에 남아 있길 원치 않고, 기쁨 없는 웃음도, 연민으로 장식된 눈물도 원치 않기 때문이야.


노안

난 결코 나의 소원을 포기하지 않아...!


혹사

너는 승격자의 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네 과거 동반자처럼 죽을 뿐, 그 누구도 구할 수 없어.


노안

알고 있어. 비록 보통 사람일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혹사

공중정원은 승격자와 과도한 연관이 있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아. 그들은 널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바라볼 거라고.


노안

알고 있어. 의심받는 것이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보단 낫지.


혹사

그것은 너가 기대했던 에덴동산이 아니야. '영웅'에 대한 향수는 너를 이용당하게 하고 버려지게 할 뿐 아니라, 더 무거운 누명을 쓰게 할 수도 있어.


노안

알고 있어. 이런 일을 이미 겪었지만,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벨라 또한 수송부대가 전투를 벌이기 며칠 전에 우려 섞인 세 가지 질문을 던졌을 때, 안개와 압박 속에 세 차례나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앞길이 가시덤불처럼 펼쳐진 무덤일 수도 있지만, 그는 결코 돌아가지 않는다!


노안

나의 소망,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끝이 없어 보이는 어둠 뒤에 있어.


노안

반드시 역경 속에서 그 꿈을 실현시키기를 바라고 있어!



노안은 손에 든 검을 움켜쥐고 몸을 날려 주저하지 않고 가냘픈 몸뚱이를 찔렀다.


기계의 금속 다리와 쌍검이 세차게 부딪치자 번개가 치며 주변 풀잎까지 파장을 일으켰다.


튕겨낸 반동과 함께 뒤로 나뒹굴면서 공중에서 혹사의 목을 겨누자 상대는 몸을 피하지 않고 맨손으로 그의 무기를 잡았다.


날카로운 칼날이 혹사의 손을 꿰뚫고 붉은색 순환액이 솟구쳤다.


혹사

...너의 결심은 이제 알았어. 네가 가고 싶다면, 어서 가.


혹사

다만 너는 언젠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찾게 될 거야. 결국에는 힘을 구하고 종말로부터 자유를 갈구하겠지.


그는 노안이 들고 있는 검을 쥐고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혹사

날 죽여도 돼, 괜찮아...


혹사

설령 네가 손을 대지 않더라도 나는 곧 죽을 거야.


혹사

그러니까...다음에 나를 만났을 때, 나에게 다시 자기소개 하는 거 읻지 마...그때의 나는 분명...너를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그는 손을 떼고 명치에 닿은 검이 몸을 찌를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혹사

이대로 나를 찢어 놓아도 돼. 난 아직도 아픔을 느낄 수 있지...하지만 항상 되살아나는 사람이라면...그의 목숨도 소중히 여길 필요가 없어...그렇지?


노안

...혹사, 너...


???

그를 데려와라, 종이학.


어둠 속에서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종이학은 재빨리 기계 다리를 펼쳐 혹사를 감싸고 뒤로 물러났다.



노안

누구지?


종이학이 퇴각하는 쪽으로 쏜살같이 돌진했지만 보이지 않는 방어막에 단단히 부딪쳤다.


노안

...아파!


지휘관

(1)(대행자...!)

(2)(괜찮아?) ← 선택


노안

그, 그냥 머리에 부딪혀서 상처가 좀 찢어진 거야...



본 네거트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 저는 당신이 무사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어 기쁩니다.


본 네거트

당신과 따로 행동하는 자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는 않았지요.


본 네거트

걱정하지 마시죠. 제가 보기에 자질 있는 '씨앗'들은 완전히 괴멸되지 않았습니다.


본 네거트

우리의 실험과 놀이는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럼 다음에 만나기를, 다만 그 '다음'은...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들의 모습이 깊은 숲 속으로 사라지자 뒤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루시아는 지원 행렬을 이끌고 달려왔다.



루시아

지휘관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휘관

제때 왔어. 너희들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 대행자가 그냥 떠나지 않았을 거야.


지휘관

나를 따라온 사람들 대부분이 중상을 입었기는 했지만.


루시아

...그 대행자가 따라왔었다니.


지휘관

그리고 혹사도 있었어.


루시아

...!


지휘관

그쪽 상황은 어때?


루시아

정화부대의 부상자들은 저희의 보조하에 안전하게 공중정원으로 복귀했습니다.


지휘관

불행 중 다행이네...


루시아

뒤쪽의 수송기도 곧 도착할 거예요, 저희도 돌아갑시다!


지휘관

그래, 먼저 의식을 잃은 사람부터 탑승장으로 데리고 가.


노안

쿨럭...도움이 되지 않아서 미안해.


루시아

괜찮아요?


노안

침식과 손상이 한계에 달했어...


그는 검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지만 여전히 똑바로 서지 못했다.


노안

조금 긴장이 풀리다보니...내가...


노안

좀...


그는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지휘관

이봐!



여럿이 힘을 합쳐 부상자들을 의료용 격실로 옮기고 수송기를 따라 공중정원으로 돌아오는 여정에 올랐다.


루시아

이번에 탈주자들을 철저히 조사하는 임무는 아직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유리창 옆에 앉아 무거운 표정으로 임무 정보를 정리했다.


루시아

상당수의 탈주자를 찾아냈지만 승격자 쪽에서는 별 다른 진전은 없었습니다.


루시아

일부 정화부대원들은 9번 의료구역의 구조 소식이 애당초 탈주자와 승격자의 유인책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루시아

그들의 목적은 저희를 정화부대와 분리시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지휘관

그때 우리가 구조하러 가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들은 죽었겠지.


지휘관

어디를 가더라도 구할 수 없는 자들은 분명히 있을 거야.


지휘관

현재의 선택은 생존자를 가장 많이 남길 수 있는 선택이었어.


루시아

맞아요, 지휘관님.


격실에 방치된 청년을 보며 루시아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돌렸다.


루시아

이번에 구조한 구조체인가요? 어째 낯이 익은 것 같은데...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지휘관

나도 어디서 본 것 같아.


지휘관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람은 아닐 거야, 그는...


루시아

네, 그는 이미 희생되었겠죠.


지휘관

비앙카는 어떻게 됐지?


루시아

그녀는 다른 사람을 지키려다 중상을 입었고,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루시아는 얼굴을 찌푸렸다.


루시아

그 대행자는 여전히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있어요. 방어태세는 그가 자신있는 기술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지휘관

알고 있어.


두 사람은 익숙한 엔진소리에 잠시 침묵했고 격실에서 미세한 기척이 들릴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루시아

깨어났나봐요, 지휘관님.


지휘관

괜찮아?



노안

...괜찮아.


지휘관

현재 침식도가 매우 높아.


노안

알아.


그의 목소리는 피로에 찌들었다.


지휘관

이 경우 휴면은 도리어 의식의 바다에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어.


지휘관

가능한 한 깨어있어.


노안

알았어.


지휘관

자신의 기억은 되찾았어?


노안

그래, 전부 기억났어.


지휘관

그럼 이름이 뭔지 알려줄래?


인간은 다시 한번 처음 만났을 때의 질문을 던졌다.


노안

...이름...


오셀람 호에서 버림받은 뒤 노안은 실명을 숨기고 '슈렉'이란 이름으로 자칭했었다.


그것은 풀릴 수 없는 다툼을 피하거나, 잡다한 소문과 떨쳐낼 수 없는 누명에게서 멀어지기 위해서였다.


실명을 거론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슈렉'이라는 이름이 이미 주변에 널리 알려지자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았었다.


지휘관

왜? 아직도 기억나지 않아?


노안

아니, 기억해.


'슈렉'이 소망과 은폐를 대표하는 것과 달리 '노안'은 상처와 사별의 추억으로 덮여 있다.


고통과 괴로움을 뜻하는 이 호칭은 여전히 일부에서 오해를 받고 있고, 일부에게는 배신과 죄명의 징표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것은 생존자에게 스스로에게서 떠나 영혼을 저버리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고통과 안타까움으로 끊임없이 상기시켜주곤 했다.


이제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이고 앞으로 수많은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둘 중 하나의 결심의 상징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는 반드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노안

노안, 노안이라고 해.


노안

잘 부탁해, 지휘관.


지휘관

나도 잘 부탁해.



10:21 a.m. 과학이사회. 노안이 공중정원에 도착한 지 수일 후.



아시모프

그의 기체에는 확실히 약간의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아시모프

하지만 스스로 통제하고 있거나 통제 불능이 된 것도 아니고, 승격자가 퍼니싱 바이러스를 통해 그와 특별한 연결을 걸은 것입니다.


아시모프

승격자가 그를 개조할 때 그의 기체나 의식의 바다 모듈에 어떤 특수한 연결 기술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모프

이런 기술은 매우 신기합니다. 분명 미래의 기체 연구개발에 새로운 발상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하산

그 말은 그가 승격자도 수격자도 아니라는 건가?


아시모프

틀림없어요. 저는 그가 승격자와의 연결을 통해 통제를 받았기 때문에 그 이상 상태가 나타났었고, 승격자와 멀리 떨어져서 그가 일반적인 구조체로 돌아온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니콜라

당시 '사기꾼'으로 불렸던 승격자답게 '승격자를 떠나게 되면 통제 불능이 된다'는 말도 거짓말이었군.


아시모프

이로 인해 그의 기체나 의식의 바다가 다른 영향을 받았는지, 또 다시 통제불능이 되지 않을지 현 단계에서 완전히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니콜라

그를 실험실에 남겨두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네만.


아시모프

저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는 언제나 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또한 그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입니다.


니콜라

확실한가?


아시모프

그는 기체 교체 없이 실험과 검사를 매번 직접 진행했습니다.


아시모프

강도 높은 스트레스 테스트는 많은 손상을 동반하고 점검 역시 일부 기체를 해체하는 과정이 불가피하죠. 이는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아시모프

만약 협조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진작에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지만, 지금도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습니다.


니콜라

그러면 통제 불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아시모프

네, 본인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후, 저는 그에게 여러 가지 '예방 조치'를 취했습니다.


니콜라

언제쯤이면 이런 위험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지?


아시모프

저에게 시간이 필요합니다. 승격자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았고 관측 샘플이 부족해 해석 속도가 더딘 상태입니다.


니콜라

그가 승격자와 다시 접촉하기만 하면 관측 샘플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인가?


니콜라

흥, 이건 쿠로노 쪽 연구원들이나 할 짓처럼 들리는 군, 그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겠지.


아시모프

도주나 사망의 확률만 높아질 뿐입니다. 철저한 해결이나 기체 교체가 이뤄지기 전까지 승격자와 접촉할 수 있는 그 어떤 임무도 수행하는 것을 결코 권하지 않습니다.


니콜라

그를 한양소대에 배치한 것은 아무래도 옳은 선택인 것 같네.


하산

한양소대는 이미 재편성을 마무리했나?


니콜라

맞아, 지휘관부터 대원까지 전부 문제가 있으니 마침 그 틈에 휴식을 취하기 좋겠지.


하산

리더는 누구지?


니콜라

팔루마.


하산

어째서 그녀인가?


니콜라

그녀밖에 없어.



니콜라

노안은 리더를 맡을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신뢰할 수 없어 이 직책을 맡길 수 없지.



니콜라

릴리안은 겁이 많고 리더십이 없는 데다, 완전히 '결백하다'고 할 수도 없어.


니콜라

그녀는 심문 중에 자신이 노안이 누구인지 완전히 모른 채 그를 09번 의료 구역으로 데려갔다고 해명했지만 책임을 완전히 면할 수는 없지.


니콜라

다만 지금 일손이 너무 부족해서 무거운 처벌을 내릴 순 없어. 그러니 일단 새 소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네.



니콜라

결국 남은 것은 그 유명한 '도살자' 팔루마뿐이었다.



니콜라

세 사람 모두 쿠로노와 다소 관련성이 있어. 특히 릴리안과 팔루마가 그렇지. 노안이야 이제 막 합류했다지만, 쿠로노는 그의 기체 속의 비밀을 결코 놓치지 않을 거야.


니콜라

그런 '문제아 소대'를 지휘하는 것은 시몬에게는 너무나 큰 임무다.


니콜라

그의 신체는 빈번한 지상 작전을 수행하기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휴식'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 소대원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했지.


하산

한양소대가 재편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네. 더 이상 시몬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서는 안 돼.


니콜라

이것은 본인이 직접 요청한 걸세. 다시는 예전처럼...자신의 대원들이 변절하는 것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하산

...그 의미는 노안을 감시하는 임무를 받아들였다는 건가?


니콜라

노안뿐 아니라 나머지 두 사람도 잠재적 리스크가 있고, 지상의 전황은 갈수록 절박해져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아.


하산

...


하산

그를 감시할 사람들은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니콜라

탈주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해. 노안은 그들이 감시해야 할 대상 중 하나에 불과하지.



아시모프

그것과 관련해서...


아시모프

노안의 기체를 점검할 때, 그 역시 탈주자 이야기를 꺼냈었습니다.



노안

배신을 유도하는 것이 그 대행자의 진정한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안

저는 그가 이것은 성동격서의 계획이라고 말하는 것을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노안

게다가 이 일은 줄곧 혹사 혼자만 책임지고 있어서... 분명 다른 짓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콜라

...


니콜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지상 조사를 수행해야 할 것 같군.


니콜라

그 '혹사'라는 승격자로부터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나?


아시모프

그것도 심문기록에 남아있긴 합니다, 그런데...



아시모프는 노안이 막 과학 이사회에 와서 기체를 점검하던 날을 떠올렸다.


노안

혹사?!


로사

으악!


아시모프

왜 그래?


로사

모모모몰라요...우우...갑자기 제 뒤에 나타나서...으...제가 잘못한 게 있나요?


노안

...당신은...


노안은 이 어린 소녀의 보랏빛 머리와 눈을 보며 2초 동안이나 머뭇거리다가 반응을 보였다.


노안

어, 미안해,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 실례지만, 너는 누구야?


로사

우...저는 로사예요. 아시모프 선생님의 조수죠.


노안

미안해, 로사.


로사

괜찮아요, 괜찮아요.


노안

...


그는 로사를 바라보며 다시 침묵에 잠겼다.


노안

...어째서...



하산

또 뭐가 있었나?


아시모프

별거 아닙니다. 그냥 근거 없는 오해였을 뿐입니다.


로사에게 얽힌 번거로움은 이미 충분히 많기에 아시모프는 이런 대수롭지 않은 일을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헀다.


하산

리의 특화기체는 어떻게 되었나?


아시모프

적응과 제조만 이루어진다면 언제든지 완성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아시모프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기껏해야 제 2의 '백야'가 될 뿐, 핵심 개선 방안은 아직 미흡한 상태입니다.


아시모프

저희는 지금 노안의 기체에 있는 특수 연결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오메가 특화 기체에 새로운 발상을 가져다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니콜라

며칠 전의 명령대로 리를 계속 공중정원에 머물게 했었지. 그는 우리에게 얼마 남지 않은 희망이니, 절대로 이런 시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아시모프

노안이 홀로 승격자들의 방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특화기체의 적응력도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니콜라

그는 승격자와 연결돼 불확실성을 안고 있어. 이 점을 완전히 배제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리에게 맡기는 것이 더 온당하다.


하산

보아하니...한동안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루시아와 지휘관만 남아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 같군.


하산

리브가 깨어나긴 했지만...



히포크라테스

자, 오늘 치료는 끝났어.



리브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리고 지휘관님에게도 감사합니다. 보조 치료때문에 매번 이렇게 공중정원에 자주 돌아오셔야 하는데...



[1]

지휘관

(1)(너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 선택

(2)(매번 고맙다는 말 하지 않아도 돼)


리브

물론이에요. 지휘관님은 항상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2]

지휘관

(1)(너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2)(매번 고맙다는 말 하지 않아도 돼)  ← 선택 


리브

음...알겠어요.




히포크라테스

너는 요즘 어때? 전투중에 또 불편한 거 있어?


지휘관

괜찮습니다.


히포크라테스

너가 깨어난 건 정말이지 의학적으로 기적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어.


히포크라테스

얼마 전쯤이 되서야 너의 병실의 감호치료기계가 누군가에 의해 개조되고 회복되어서 바로 그때쯤에 네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지.


히포크라테스

나는 도대체 그게 누구인지, 상대방이 또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어. 그 당시의 기록이 모두 덮어쓰어져 버렸거든.


지휘관

...


히포크라테스

아무튼 또 조사하러 갈게. 하여간 좋은 일을 하고 이름을 남기지 않으면 안 된다니까. 잡히기만 해봐, 그놈더러 병원에 와서 많이 도와달라고 할 거야!


교수는 웃으며 손을 흔들고 돌아서서 병실을 빠져나갔다.


지휘관

리브, 요즘 괜찮아?


리브

네. 교수님과 지휘관님이 치료를 해주신 덕분에 아픈 증세가 많이 가라앉았어요.


지휘관

그럼 다행이야.


리브

루시아에게 들었는데, 지상에서 싸우다가 한 명을 구해냈는데, 지금은 한양소대에 있다고요?


지휘관

(1)(응)

(2)(노안이라고 해)


리브

네, 동반자가 합류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예요.


리브

지휘관님도 그렇고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지 말고 좀 더 주변 사람에게 의지하세요.




[1]

지휘관

(1)(그럴게) ← 선택

(2)(너도)


리브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

지휘관

(1)(그럴게)

(2)(너도) ← 선택


리브

저는 이미 지휘관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의지했고 앞으로도 계속 의지할 거예요.


지휘관

나야 환영이지.




생명의 별을 떠나자 예술협회 근처를 서성이고 있는 낯익은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지휘관

노안?


노안

지휘관, 안녕.


지휘관

여기서 혼자 뭐해?


노안

시몬 지휘관은 내게 필요한 물품을 신청하라고 해서 이곳의 길을 숙지하고 있었어.


노안

지휘관은? 왜 혼자 여기에 있어?


지휘관

지금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로 돌아가던 참이었어.


지휘관

무엇을 신청하러 가는 건데?


노안

준비된 무기, 그리고 도색.


노안

팔루마 리더는 "지금 꼴이 침식체 더미에서 방금 건져낸 것 같다"며 예술협회에 깔끔한 도색 세트를 신청하라고 했어.


지휘관

네가 원하는 것으로 도색하면 돼.


노안

도색으로 어떻게 바뀌는지 본 적이 없어서 기회가 온 김에 꼭 해보고 싶었거든.


노안

하지만 아직 신청 장소를 못 찾아서...


지휘관

내가 안내해 줄게.


노안

괜찮아?


지휘관

물론이지.


노안

그럼 알았어. 고마워.


그는 웃으며 다가왔다.


지휘관

그나저나 요즘 어때?


노안

나쁘지 않아. 시몬 지휘관은 참 따뜻한 사람이야.


노안

다른 사람들도 다...예의 바르고.


노안은 공중정원의 정갈하고 깔끔한 건물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는 혼란스런 흔적이 스쳐지나갔다.


지휘관

...?



이와 함께 정비소에서 돌아온 리도 마침 이곳을 지나 예술협회로 향하는 지휘관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


이런 데서 빈둥거리며 돌아다닐 때도 있군.


의구심을 품고 한 번 더 쳐다보니 지휘관 옆에는 또 다른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


그러자 그는 곧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그냥 그 사람과 닮은 구조체일 거야.)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지휘관 옆에서 웃고 떠드는 청년 구조체가 자신이 교체할 도색을 선택했다.


?!



예술협회 직원1

저기.. 염색 효과를 미리 보기 위한 시안인데, 정말로 마음에 드시는 거 맞나요?



노안

이러면 안 되나요?


예술협회 직원1

너무 이상하잖아요!


지휘관

괜찮은 것 같은데.


예술협회 직원1

어떻게 당신까지? 이게 정녕 수석의 심미안입니까??


지휘관

수석의 미의 준칙은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원하는 것'입니다.


예술협회 직원1

으아....당신들...


이 예술협회의 직원은 고통스러워하며 눈을 가렸다.


노안

무지개 빛깔이 어떤 건지 한번 해 봤을 뿐이니까, 저러고 밖에 나가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예술협회 직원1

진짜죠?


노안

아쉽긴 하지만 지금 그냥 바꿀게요...



...저기요.


지휘관

리? 왜 온 거야?


노안

리 씨?


살아있었어?


노안

맞아, 오랜만이야.


지휘관

아는 사이야?


못 알아봤어요? 저 사람 슈렉이잖아요.


지휘관

어?


노안

아...얘기하는 걸 그만 깜빡하고 있었네.


예술협회 직원1

옛날 얘기하기 전에 그 머리 위에 반짝거리는 염색부터 바꿔요!



노안

...하여튼, 그렇게 됐어.


지휘관

(1)(알고 보니 눈에 익었던 게 착각이 아니었어)

(2)(그런 건 진작에 얘기했어야지!)


노안

처음엔 나도 까먹고 있었는데 막상 생각해 보니 다시 말할 기회가 없었어.


승격자에게 개조되었다니, 하여간 그놈의 운도 참...


아니, 만약 오메가 무기를 들고 뛰어내리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중상으로 객차 안에서 죽었을 겁니다. 더욱이 승격자의 손에서 어떻게 도망칠 것인지는 말할 나위도 없고.


노안

이거 칭찬인가?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


아무튼 살아있으면 됐습니다.


지휘관

참, 리는 왜 여기에 왔어?


밖에서 당신이 여기에서 한가롭게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봤어요.


지휘관

신참에게 길을 알려주고 있었어.


자기 지휘관은 따로 있잖아요.


지휘관

시몬은 요즘 바빠.


다른 사람은요?


노안

...그 사람들은...


노안은 허탈하게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


당신이 승격자와 너무 관련이 깊기 때문인가요?


노안

이게 그렇게 많이 퍼졌나?


지휘관

요즘 지상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했어.


지휘관

정보와 관리가 혼란스러운 상태지.


노안

그렇구나...


노안

사람들은 초조할수록 가능한 한 소식을 듣고 싶어하겠지, 때로는 진실을 빗나간 거짓말일지라도 믿을 거고.


노안

괜찮아, 난 이런 일에 경험이 많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


저는 다시 아시모프를 만나러 가야 되니까 하던 일 마저 하세요.


지휘관

(1)(다른 할 말은 없어?) ← 선택

(2)(응)


그렇게 한가로우면 차라리 제대로 된 일을 하세요.


그는 성큼성큼 이곳을 떠났다.



노안

왠지 모르게 리 씨가 당신더러 쉬라고 권하는 것 같아.




[1]

지휘관

(1)(어떻게 알았지?) ← 선택

(2)(눈치챘구나)


노안

눈빛...혹은 말투로?



[2]

지휘관

(1)(어떻게 알았지?)

(2)(눈치챘구나) ← 선택


노안

역시 수석이네.


지휘관

너 이 말 시몬한테 배웠지?


노안

맞아, 틈만 나면 당신 얘기를 꺼내거나 지상 상황을 묻곤 했어.


노안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것 또한 관심의 증명이겠지.



노안은 웃으면서 정규 도색 세트를 골랐다.


노안

이 세트로 신청하겠습니다.


예술협회 직원1

다른 수정 사항은 없나요? 예비 엘리트 소대 멤버도 맞춤 도색 신청권한이 있답니다.


노안

네, 모두 똑같았으면 좋겠네요.


예술협회 직원1

ok~


노안

감사합니다.


노안

이제 가자, 지휘관.


노안

확실히 쉬러 가는 게 맞아. 시몬 지휘관은 당신이 임무에서 돌아왔고 곧 새로운 곳으로 임무를 수행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었어.


노안

내가 당신을 그레이 레이븐 소대 휴게실로 데려가 줄게. 마침 나도 한양소대 대기실로 돌아가려던 참이었거든.


지휘관

좋아, 가자.



지휘관

(1)(노안)

(2)(슈렉)


노안

응? 왜?


지휘관

후회해?


노안

공중정원에 온 걸 후회하냐고 묻는 거야?


지휘관

맞아.


노안

후회하지 않아.


지휘관

하지만 네가 이곳에 온 이후로...


지휘관

그게...


노안

심문받고 감시받고 소외되고… 그 연구에도 참여해야 돼서?


지휘관

...


노안

당신이 나에게 공중정원을 오라고 했을 때 이런 결과를 생각해 본 적 없었어?


지휘관

(1)(...생각했었어) ← 선택

(2)(미안, 그때 승격자의 추적에만 정신이 팔려있었어)


노안

나도 약속할 때 생각해봤어.


노안

혹사도 내게 거듭 경고했는데 그때 당신도 들었겠지.


지휘관

(1)(어...)

(2)(미안해)


노안

나는 정확히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 거야.


지휘관

매우 힘든 결정이 될 거야.

    

노안

그렇다면 힘들지 않은 일이라는 게 있을까?


노안

평화로운 시절의 이야기라도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어.


노안

당신은, '영웅'이잖아?


노안

이 길이 홀가분할거라고 생각했어?


지휘관

...당연히 아니지.


노안

그럼 자신이 힘든 일을 겪게 되어서 후회해?


지휘관

(1)(후회하지 않아)

(2)(나는 더 많은 사람을 보호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뿐이야)


노안

고통을 견딜 수 없어서 도망치고 싶고, 포기하고 싶어?


지휘관

(1)(아닐 거야)

(2)(어쩌면 그럴지도)


노안

나도 마찬가지야.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야.


노안

비록 구조체가 되었지만 마음 속은 인간의 것이니까.


노안

그 아픔은 내가 신경 쓰는 사람과 일, 그리고 보고 싶은 미래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노안

그러니까, 우리의 답은 똑같을 수밖에 없지.


노안

아무리 많은 슬픔이 찾아와도 앞으로 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야.


노안

고통이란 내가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에 찾아오는 거니까, 더 이상 고통을 느끼기 싫어 내 소원을 버리느니 차라리 그 아쉬움과 고통을 안고 살 거야.


지휘관

알겠어.


노안

참, 아직 미처 못한 말이 있어.



노안

그때 나를 이끌어줘서 고마워.


지휘관

(1)(단지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2)(내 초대에 응해줘서 고마워)


그는 입꼬리를 치켜들고 갈림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노안

이 앞이 한양소대 대기실이야.


지휘관

그래, 나도 이만 가볼게.


노안

안녕, 지휘관.


지휘관

안녕.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자신의 평범함을 잘 알지만, 앞으로 이 평범한 몸으로 수많은 난관에 맞설 것이며, 청년의 발걸음 역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을 것이다.



평범한 생명은 들풀과 같다.

뿌리깊지 않고, 꽃잎이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이슬로 말미암아 물을 마시고, 썩은 송장의 피와 고기를 빨아들여, 저마다 그것의 생존을 취한다.

살았을 때는 짓밟히고, 잘려나가, 마침내 죽어서 썩어버린다.

그러나, 들풀의 평범함과 썩음을 미워하지 말라.

이 썩는 것은 영혼을 불태운 후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 등불에 태연함을 느끼며, 기뻐하라.

그들의 영혼이 설원을 녹이도록 크게 웃으며, 노래하라.

묵묵히 순종하고 묵묵히 소멸하기보다 그들은 차라리 다 타버린 죽음과 부패를 바란다.

그<//생존자>는 뭇사람이 남긴 부패<//반딧불이> 속을 전진한다.

언젠가는 그<//생존자>도 이 반딧불이<//뭇사람의 마음>의 안내를 받으며 죽음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것은 들풀의 선택이다.


부패가 찾아왔을 때, 당신은 여전히 그의 미소를 보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