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

시든 나무를 넘어 죽은 집, 하얀 십자가가 박힌 무명의 무덤을 넘어, 무덤가에 유일하게 눈에 띄지 않는 하얀 데이지 한 송이가 흔들리며 바람을 몰고 갔지만, 바람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수송기 몇 대가 굉음을 내며 앞 공터에 멈춰 섰다. 칠흑 같은 제복을 입은 구조체들이, 규격을 알 수 없는 무기를 들고, 수송기에서 내려 협공 대형으로 케로베루스 분대를 마주했다.


21호와 녹티 둘의 몸은 경계를 했지만, 베라만이 어떠한 긴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베라는 그저 경멸하듯 쿠로노가 이끄는 구조대를 바라보았다.



쿠로노 구조체

너희들의 임무는 끝났다, 즉시 무기를 내리고 투항하라, 여기서부턴 우리가 맡겠다.


그 목소리는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차갑고 딱딱하다.


베라는 이미 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녹티를 제지했으며, 거들먹거리면서 상대를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



베라

우리한테 그딴 식으로 지껄이지 마, 우린 너희들의 경비견이 아니야.


상대방은 무시한 채, 차갑게 말을 이어 나갔다.


쿠로노 구조체

다음으로, 이 작전에 대한 너희들의 세부 사항은 극비로 분류될 것이고, 너희들도 곧 마주할 ...


무미건조한 쿠로노의 반복되는 명령을 굳이 듣지 않았으며, 베라는 뒤에 있는 대원들을 살피며 눈을 가늘게 뜨고는, 무슨 말을 하려는듯했다.


하지만---


베라의 표정이 잠시 미묘하게 바뀌었고, 입가에 나온 미소는 마침내 경멸의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베라

좋아, 알아들었어.


복종은 결코 베라에게 일반적이지 않았다. 21호는 이를 예리하게 알고 있었지만, 묻지 않았고, 녹티 조차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화가 났던 녹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이따금씩 사이가 틀어졌던 세 사람의 암묵적인 이해가, 이 순간 마침내 작용했다.


검은색의 구조체와 검은 옷을 입은 직원들이 수송기에서 나왔으며, 격납 벨트, 제염 구역, 추적 연구실, 임시 거처가 설치되었다.



그들은 루나를 수색 임무 종료를 발표했고, "루나 수색"이라는 임무는 사라져 버렸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그곳을 포위하고는 본 네거트의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이 세 구조체들은 쿠로노의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새로운 적'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받았다.


21호는 그녀 뒤의 저택을 힐끗 돌아보았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결국 지난 일이겠지만,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베라의 첫 번째 임무 보고 사이에, 21호는 홀로 나무에 왔다.



21호

가는 거야.....?


지휘관

-연결을 끊을 거냐는 뜻이야?


21호

응.


지휘관

-데이터 테스트를 하고 있어.


지휘관

-하지만 곧 그렇게 되겠지.


21호

에.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수송기에서 계속 내려와 원격 연결을 위해 노드 장치를 이동시켰다. 베라와 녹티는 옆에 서서는 인간 작업자와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이곳을 넘어, 조금 더 멀리 곳의, 신비한 베일이 사라지고, 루나가 살던 저택은 달빛 아래에서,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고 평온해 보였다.



21호

책임, 지휘관은 날 책임져야 하는 거야?



(플레이어)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될 거라고 장담해.


(플레이어)

이 이후에는, 내가 최선을 다해, 21호의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21호

21호... 이해했어.



지휘관

-21호가 전에 말했던 혼란에 대해서... (선택)

-(침묵한다.)


21호

응?


21호는 내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빠르게 반응했다.



21호

그건 나중에, 그 두 소녀에게 무슨 일이 얼어났을까?


루시아

루나!!


시아

루나! 돌아가!


루나

언니를 지켜줄 수 있어, 언니를 지켜주고 싶어---



21호

이런 종류의 감정은 너무 이상해, 21호는 이해 못 하겠어.


21호

하지만.... 방금, (플레이어)가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을 때, 처음으로....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


지휘관

-지켜주고 싶었어?



21호

이게 다른 사람의 감정인지, 21호의 감정인지? 알 수가 없어.


휘관

-누굴 지켜주고 싶었던 거야?



21호

대장....


21호

그리고 녹티도, 죽으면 안 돼.


지휘관

-그건 21호의 감정이야.


21호

하지만 21호는 언제나 감정 없이 지냈는걸.



21호

21호는 흉내만 낼 수 있어, 만들지는 못해, 21호는 부서진 채로 태어났어.


지휘관

-그건 몸이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


지휘관

-그게 바로 21호의 인간적인 면이지, 자연스럽게 오는 감정들 말이야.


21호

인간....의 면?


지휘관

-인간적인 면....


지휘관

-21호도 루시아와 루나랑 똑같아.



21호

결국, 어떻게 됐어?


21호가 또다시 질문을 했다.


지휘관

-그 둘은....


그 두 명은 결국 그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또한 더 큰 퍼니싱 광란에서 살아남았고, 그 둘을 갈라놓은 운명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그 둘의 삶은 오늘날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이게 21호가 알고 싶어 했던 대답일까?


지휘관

-그 둘은 자신들의 집을 되찾았어.



21호

집....


21호는 눈을 감고는 M.I.N.D 안에서 상상을 했다. 두 소녀가 퍼니싱이 없는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며, 저택으로 되돌아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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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감동적인 장면인데, 쿵쾅이들 때문에 분위기 다 망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