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은 대다수 사람에게 있어 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조용하고 극도로 추운 지역일 뿐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얻은 얕은 인식은 이곳에 대한 온전하고 정확한 상상을 구축하지 못하게 만든다.


순백의 세계를 직접 밟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비앙카와 함께 남극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과학연구기지의 기숙사는 2인 1실 구성이기 때문에 공간 절약을 위해 비앙카의 동의를 얻고 함께 방을 배정받았다.


임시로 편제된 외부인으로서 탐사대는 자신과 비앙카에게 정규 업무를 배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원들 대부분이 랜턴 베어러호를 복구하기 위해 자리를 비워둔 상황에서 이런 일상의 근간을 유지하는 일손은 턱없이 부족했다.


지정 장소의 기후 데이터 모니터링, 물자를 수송하는 엔지니어 부대를 위한 표지판 설치, 간단한 생태 기록 등…. 기술 수준은 낮지만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게다가 과학 실사 경험이 없는 자신에게 도전적인 임무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구조체 지휘 작전보다 심신을 피로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비앙카

지휘관님, 일어날 시간입니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자고 싶은 자신에게 비앙카는 어쩔 수 없이 몸을 구부리고 이마에 베고 있던 자신의 팔을 살며시 흔들었다.


비앙카

더 이상 지체하면 오늘 아침 식사는 또 차 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지휘관

컨디션 조절을 해야 되는데...


세계에서 평균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대륙으로 잠재적인 고산병과 혹한의 날씨는 초행자를 괴롭게 만든다.


자신의 신체 소질은 우수하지만 짧은 시간에 이곳 생활 리듬에 완전히 적응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비앙카

지휘관님, 처음에 열의를 가지고 탐사대를 돕겠다고 한 것은 본인이지 않으셨습니까?


비앙카

그들은 저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이러한 것들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잘 수행해야 합니다.


비앙카는 굳은 표정으로 말을 마치더니 이내 말투가 누그러졌다.



비앙카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정말로 몸이 불편하다면, 오늘은 실내에서 먼저 쉬세요.


비앙카

저는 원래 계획대로 혼자서 오늘의 탐사 임무를 완수할 것입니다.


지휘관

아니, 곧 일어날게.


어쨌든 경험많은 지휘관이라 자부할 수 있는데 단지 '풍토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흉한 꼴을 보인다면 파오스와 집행부대의 체면을 잃게 만들 것이다.



잽싸게 침대에서 일어나 간단히 세수를 마쳤다. 비앙카가 직접 만든 아침식사를 마친 뒤 그녀와 함께 탐사차량을 타고 오늘의 목적지로 향했다.


지휘관

탐사대의 다른 사람들은 오늘 무엇을 하고 있어?


비앙카

엔지니어 부대의 대부분은 쇄빙선 수리를 진행 중이며, 탐사대의 대부분의 인원들은 운석 채취를 할 예정입니다.


지휘관

운석?


비앙카

네. 남극에는 유성이 자주 출몰하며 이곳의 운석 매장량은 매우 풍부합니다.


비앙카

인류가 아직 성간탐사를 할 능력이 없을 때 남극에서 운석을 채취하는 것은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간단하게 우주 물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비앙카

이곳에서 수십만 년 전 거대 유성 폭발의 입자 활동을 관찰한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비앙카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하지 않을지도 모르나 우주와 가까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임시 활동이긴 하지만 비앙카는 며칠간 계속 공부를 했다. 어느덧 남극에 대한 그녀의 지식량은 자신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 지식 자체에 관심이 있었는지 탐사대조차 그녀가 새로운 것을 흡수하는 속도를 보고 경악했다.


지휘관

외계인이 이곳에 기지를 세웠다는 얘기도 있지 않았었나?


비앙카

사실 남극대륙이 발견됐을 때부터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었습니다.


비앙카

그러나 황금시대 인류는 극지위성으로 남극과 북극의 공간을 스캔했지만 외계 생명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비앙카

그래서 공상과학소설이나 드라마에 머물 수밖에 없는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휘관

만약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지?


비앙카

정말로 만난다면...그럼 '재미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겠네요.


비앙카

외계인을 지구에서 실제로 관측할 수 있다면…. 그건 분명 퍼니싱 바이러스의 폭발처럼 지금까지 세상에 대한 인간의 모든 인식을 뒤집을 것입니다.


비앙카

다만 탐사대에는 왠지 모르게 이런 전설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 것 같습니다.


비앙카

어쩌면 언젠가 그들이 정말 대단한 것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네요.


불가능하게 들리는 말도 안되는 소리에도 비앙카는 진지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반응했다.


정화부대의 신분을 벗은 뒤 언제나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는 비앙카에 대한 탐사대의 호의가 며칠 만에 '지휘관의 전설'인 자신을 능가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들 중 누구도 그녀에게 자신의 견문을 공유하지 않을 것이다.


약간의 좌절감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은 자신이 보기에 즐거운 발전이다.



비앙카

하지만 오늘 저희는 남극에 존재하는 생물들을 실제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휘관

그것은...


답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튕겨 나왔다.


남극에 사는 생물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이 연상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눈 덮인 해안을 흑백의 유금류가 뒤뚱뒤뚱 걷고 있다.


이따금씩 몸을 숙이고, 짧은 날개를 펴고 얼음 위에서 자유롭게 활주했다.


지휘관

진짜 펭귄이네...


탐사차량이 접근하기도 전에 자신의 손을 유리창에 붙어 천진난만한 이 작은 생물들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비앙카

지휘관님, 왜 그런 눈을 하고 계십니까? 눈이 내리고 있나요?


차에서 내린 비앙카는 카메라를 든 자신의 눈가의 반짝임에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지휘관

아니, 아무것도...


황금시대라면 언제나 볼 수 있었겠지만, 식물 표본까지 온실가스로 폐쇄 재배하는 공중정원에는 동물원 같은 곳이 있을 리 없다.


펭귄에 대한 생물지식은 이제 홀로그램 영상과 이미지 자료를 통해 배울 수 있을 뿐이다.


수백만 년 전 남극에 정착한 원주민들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그야말로 수십 명에 불과한 희귀한 특권이다.


이 밖에도 자신의 마음속에 어쩌면 한 가닥 부러움이 싹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류 문명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곳에만 퍼니싱 바이러스에 의해 침식되지 않은 정토가 남아 있다.


이 펭귄들의 삶은 퍼니싱의 출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재앙"을 직시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권리였다. 이제 인간은 근심 걱정 없는 펭귄에게서만 그것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비앙카

체형으로 보아 이 무리는 남극 펭귄 중 가장 큰 황제 펭귄일 것입니다.


비앙카

요 근래는 황제펭귄의 번식기라 수컷이 알을 품는 동안 암컷은 새로운 수역으로 이동해 먹이를 찾아야 합니다.


비앙카

《남극조약》이 체결된 이후 지켜온 관행처럼 저희는 그들의 활동을 방해할 수 없습니다.


비앙카

그러나 이동하는 전체 과정은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죠.


비앙카

또한 과거 남극대륙의 생태변화를 비교하기 위한 자료로서 상당한 참고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지휘관

그럼 좀 더 가까이 가도 괜찮겠지?


비앙카

아마...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펭귄에겐 육상의 천적이 없고 인간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비앙카

그들의 눈에 저희도 덩치가 큰 동류로 오해받을지 모릅니다.


비앙카

이제 그들의 휴식시간인 것 같으니 조용히 다가갑시다, 지휘관님.


지휘관

내가 카메라를 책임질게.


손짓으로 비앙카와 함께 천천히 펭귄 무리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최적의 촬영 거리에 다다르자 갑자기 발 옆에서 빠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비앙카의 발쪽 장갑이 살얼음을 밟아 깨지는 소리였다. 비앙카의 새 기체는 다양한 환경에서 은밀하게 움직이기 위해 현 공중정원의 최첨단 흡음재를 추가했지만 취약한 얼음은 설계자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발소리를 줄이겠다고 나선 사람이 비앙카 자신이었기에 그녀의 얼굴에는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비앙카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제가 그만...


몇몇 펭귄들은 이쪽의 움직임을 알아차렸지만, 의외로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흔들흔들거리며 이곳으로 다가왔다.


결국 네다섯 마리의 펭귄이 비앙카를 에워싸고 검은 눈동자를 치켜들며 눈앞의 짙푸른 인간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비앙카

지휘관님...이제 어쩌죠?


비앙카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몸에 있는 대부분의 장비를 내려놓았기에 자신의 행동이 펭귄을 다치게 할까 걱정할 필요 없었다. 단지 그녀는 동물과의 친밀감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1]

지휘관

(1)왠지 널 '동족'으로 보는 것 같은데? ← 선택

(2)안녕, '비앙카 펭귄'


비앙카

지휘관님, 지금은 다른 사람을 놀릴 때가 아닙니다.



[2]

지휘관

(1)왠지 널 '동족'으로 보는 것 같은데? 

(2)안녕, '비앙카 펭귄' ← 선택



비앙카

다른 사람에게 별명을 붙이는 것은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지휘관님.



비앙카는 자신을 향해 어찌할 줄 모르는 눈빛을 보냈다.




[1]

지휘관

(1)괜찮지 않아? ← 선택

(2)이렇게 하면 더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비앙카

됐습니다...마음대로 하세요.



[2]

지휘관

(1)괜찮지 않아? 

(2)이렇게 하면 더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 선택


비앙카

하...그렇게 생각하세요.




비앙카

하지만, 저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을 줄은 몰랐는데...


지휘관

이것도 동물의 예리한 직관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비앙카

그렇다면 이렇게 제 곁에 있어 준 지휘관님도 펭귄이나 다름없습니다.


비앙카

그러니 당신을 '지휘관 펭귄'이라 부르는게 맞지 않을까요?


...반격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지휘관

참,


지휘관

모처럼의 기회인데 펭귄과 함꼐 단체사진을 찍을까?


비앙카

단체사진이요?


이 카메라는 과학 탐사용이지만 탐사대 소대장이 도중에 찍고 싶은 풍경이나 사물을 만나면 찍어도 상관없다는 말을 자신에게 한 적이 있다.


이런 흥미가 없었다면 그들도 수십 년간 이곳에 주둔하는 동안 외로움을 견디지 못 했을 것이다.


지휘관

한두 장이면 괜찮을 것 같아.


비앙카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에 잠긴 비앙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승낙했다.


비앙카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지휘관님.



그녀는 자신과 펭귄이 동시에 화면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심스레 쪼그려 앉았다.


펭귄들은 신기한 듯 비앙카를 관찰했고 비앙카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손가락을 내밀어 뽀송뽀송한 펭귄의 피부를 만지기 직전, 스스로를 자제하며 손을 억눌렀다.


그런데 그 순간 눈앞에 있던 펭귄이 뾰족한 부리를 벌려 비앙카의 손가락을 물었다.


비앙카의 기체는 펭귄이 문다고 해서 다칠 리 없었고, 펭귄은 돌보다 단단한 것을 물어뜯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당혹감을 표현하는 듯 고개를 살짝 돌렸다.


비앙카

풋...


비앙카도 이 모습을 보고 차마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순간을 포착했다ㅡㅡ


지휘관

비앙카, 카메라 봐봐.


비앙카

네?


그녀가 자신을 올려다보던 순간, 무심코 내뱉는 웃음기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


"찰칵", 과감하게 셔터를 눌렀다.


지휘관

잘 찍혔네.


갑작스러운 자신의 '습격'에 비앙카는 어리둥절했고, 반응을 보였을 때 자신이 이미 찍힌 사진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앙카

지휘관님...보통 '3, 2, 1' 카운트다운을 먼저 세야 하지 않습니까?


지휘관

이렇게 찍어야 이쁘게 나와.


비앙카

카메라를 건네주시죠, 지휘관님.


비앙카는 일어나 웃으며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담긴 정서는 아마 아까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지휘관

지우기엔 너무 아까운데.


비앙카

저도 지울 생각은 없습니다.


비앙카

다만 지휘관님도 펭귄과 사진을 찍고 싶지 않나요?


비앙카

저만 이런 대우를 누리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지휘관

그러고 싶긴 해.


비앙카의 제안에 찬동하여 자신은 비앙카의 손에 카메라를 넘겼고, 약간의 흥분에 체온도 덩달아 올라갔다.


그러나 자신이 펭귄을 향한 첫발을 내딛을 때.


펭귄

께에에엑~께엑~께에에에에엑~


그 녀석들은 비앙카의 곁을 떠나 비틀거리며 무리 속으로 돌아갔다. 심지어 한 마리는 너무 급하게 뛴 나머지 얼음 위에서 넘어지기도 했다.


지휘관

...


마치 자신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듯했다.


비앙카

후훗....


찰나의 순간,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살짝 가린 채 소리 내어 웃고 있는 비앙카의 반응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자 이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비앙카

유감입니다, 지휘관님. 아무래도 펭귄에게 미움을 받으신 모양입니다.


그녀의 말투는 너무 진지해서, 자신은 심지어 이것이 비웃음인지 위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1]

지휘관

(1)이제 저 녀석들 하나도 안 귀엽게 느껴지는걸. ← 선택

(2)...이럴 줄은 몰랐는데.


비앙카

후후, 지휘관님이 동물에게 화풀이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만.



[2]

지휘관

(1)이제 저 녀석들 하나도 안 귀엽게 느껴지는걸. 

(2)...이럴 줄은 몰랐는데. ← 선택


비앙카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비앙카

지금이라도 서둘러 생태기록에 필요한 사진을 찍읍시다. 임무가 지연되면 곤란합니다.


비앙카

이들의 휴식 시간도 곧 끝날 것입니다.


비앙카와 함께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준비했을 때, 펭귄들은 서서히 모여 큰 그룹으로 재결합하고 다음 목적지로 떠날 준비를 했다.


촬영과 기록은 질서정연하게 마무리했고, 펭귄이 이곳을 떠나려 하자 자신과 비앙카도 장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외톨이의 형체에 눈이 갔다.


펭귄 한 마리가 큰 무리를 떠나 펭귄들의 이동 경로를 벗어나고 느리고 흔들거리는 걸음걸이로 멀리 빙산 군락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되돌아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휘관

저 펭귄은 왜 저럴까?


비앙카

...


비앙카

탐사대원들은 펭귄의 이동기에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해줬습니다.


비앙카

간혹 먹이가 풍부한 빙원의 가장자리로 가지 않고 자신의 서식지로 돌아가지 않는 펭귄도 있지요.


비앙카

그것은 대열에서 벗어나 광활한 남극 내륙을 향해 직진할 것입니다.


비앙카

어쩌면 끝없는 빙원을 뚫고 빙산을 하나하나씩 넘어갈지도 모릅니다.


비앙카

그러나 수천 km의 여정 뒤에 그들을 기다리는 건 굶주림과 죽음뿐입니다.


비앙카

과거에는 이런 펭귄을 서식지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사람이 떠나면 금새 방향을 바꿔 빙산 내륙으로 계속 향했습니다.


지휘관

...왜 그럴까?


비앙카

그것에 대해서는...


비앙카는 고개를 저었다.


비앙카

환경오염, 자기장 혼란, 천적, 새끼의 죽음 탓일 거라고...


비앙카

많은 사람들이 추측했었습니다.


비앙카

하지만 정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왜, 스스로 확실한 죽음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동반자도, 음식도, 휴식도 없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뒷걸음질도 없다.


끝도, 경계도, 종점도 없다.


생존 의지가 동물의 가장 큰 본능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그러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비앙카

저는...그것이 결코 죽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휘관

비앙카?


비앙카

일직선으로 나아갈 수 있기에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비앙카

분명 뭔가를 추구하려는 것이기도 하겠죠.


비앙카

하지만 그것은 무리에 머물면서 다른 펭귄들을 따라간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앙카

그래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비앙카는 손을 들어 시선의 끝에 있는 하얀 산들을 가리켰다.


비앙카

어쩌면...


비앙카

그 끝없는 순백의 뒤에는 어떠한 것이 되었든 보고 싶은 것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앙카

이것이 바로 그들만의 '순교'일 것입니다.


비앙카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저는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휘관

...


비앙카

음...


비앙카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말을 너무 길게 했네요.


비앙카

저는 단지 동물의 행동에 대해 제가 상상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뿐입니다.


비앙카

갑시다, 지휘관님.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비앙카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다음 임무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정리한 장비를 들고 돌아서서 주차장소로 걸어갔다.


자신의 눈빛은 빙산으로 향하던 펭귄에게 잠시 멈췄다.


분명 비틀거리는 자세는 그것이 돌아올 길 없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이 장면을 찍지 않기로 했다.


이어 카메라를 목에 걸었다.


멀어져 가는 그 뒷모습을 쫓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