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오늘부터 근무하게된 낸시 렉싱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


과학 이사회 직속 구조체 연구개발팀에 소속되면서 다들 축하의 말을 보내준다.

공부만 잘할 뿐이었던 나에게 대학 입학 이후부터는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맞선 이야기가 늘었다. " 명문가라고 하는 렉싱턴 집안의 팔방미인의 신부감이다."라며, 아버지 멋대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여자의 행복은 가정을 꾸리며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른다. 이 모든 것은 인류의 승리를 안기기 위해, 출병하는 남자들을 지지하며,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배워왔다. 공중정원에서 일부다처제는 금지지만 남몰래 애첩을 두는 권력자들은 적지 않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버지 조차 배다른 형제를 소개를 안할 뿐 이미 9명째 동생을 만들었다. 아직 첫 해도 지나지 않은 막내 동생은 나와 나이차가 24살이다. 

 공공연한 비밀이라지만 사실 14살이 되기까지 이런 일은 알지도 못했다. 그저 막연히 그런 소문이 도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아버지 없이 살던 나에게 느닷없이 아버지가 나타나면서 나의 성씨였던 그라펠리를 멋대로 렉싱턴으로 바꾸면서 깨달았다. 모든 일은 자고 일어나니 끝나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언제나 가르침을 주었다. "네 아버지는 엄청 훌륭한 사람이란다." 어머니 딴에는 아비없이 자라는 나에게 자격지심을 느끼지말고 자긍심을 느끼라고 말해주는 것을 어리고 어린 기초교육 시절부터 알고 있었지만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달랐다. 어머니는 나를 통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어머니는 렉싱턴 가문에서 비서일을 했던 엘리트라고 했다. 엘리트의 자부심이 있었다. 당시 공중정원 중장을 맡고 있던 할아버님 밑에서 일하면서 그 얼마 못 갈 자부심은 절정에 달했다. 

 할아버님이 어머니에게 아들의 밤상대를 지시했다. 어머니가 어떤 생각으로 그것을 받아드렸는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아버지와 관계를 가지지 않았으면 나는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은 2차 기초교육기간 중에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렉싱턴 가문에 여행가방 하나만 지고 발을 디뎠을 때. 어머니를 대상으로 모든 사람이 술렁이던 그 때 뿐이다. 

 가문 속에서는 우리 모녀가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라고 했다. 할아버님께서 유기 전환로를 통해 마지막 기여를 하게 된 이후, 아버지가 어머니를 찾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좋아했던 걸까? 적어도 어머니는 그렇게 기대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는 어머니의 마음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최하위 계층도 아니고 중위만 되어도 빨래 등 가사일은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로봇이 대신해주는 공중 정원에서 모든 로봇의 사용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렉싱턴 가문에 들어서기 전보다 형편이 어려워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디서 일하려고 했던 어머니에게 뺨을 때린 것은 이미 유명했다. 그릇이 작은 렉싱턴 부인. 부인에게는 이러한 평판 따위보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아직도 스스로를 엘리트라고 믿는 어머니에게는 너무한 처사였다.

 그나마 나에 대한 학비 지원은 렉싱턴에서 이루어졌다. 애초에 매 학사 시험마다 2위를 차지했던 실력을 렉싱턴에서 포기하기엔 아까웠을 것이다. 방탕한 나이차 나는 오빠의 성적은 안봐도 뻔했다. 그들에게 가문의 영광과 권익은 좁은 공중정원에서 생존을 담보하는 수단일 것이다. 그 증거일까, 소수만이 입학 가능한 대학을 졸업한 신부감. 타이틀을 딸 자격이 주어졌다. 대학 입학에 성공했다. 나는 인생 처음으로 아버지와 '대화'를 했다.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지 호기심이란 기대감에 물들었지만 금방 무채색으로 변질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대릴 사위를 맞이 시켜, 가문을 잇게 하려했던 것이 분명하다. 

 명문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가문을 빛내고 아이를 낳는다.  공부는 원래부터 좋아했으니 가문을 빛내는 거 까지는 상관 없었다. 하지만 결혼은 곤란했다. 나는 어머니와 같은 미래를 살지 않을 것이고 렉싱턴 부인과 같은 처사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에게 만큼은 극진했던 렉싱턴 부인은 분명히 아버지를 사랑했다. 아버지의 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사랑해주었다. 그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낸시양. 당신은 렉싱턴 가문의 일원입니다. 가문의 일원이며,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당신은 그 오만한 음악가 집안과는 다릅니다. 구조체가 된다니, 역겹군요.  낸시양 나는 당신이 소중해요. 당신이 구조체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것. 이미 손을 써 두었습니다.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도 당신을 건들지 못하곘지요.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은 인공 피부도 인공 근육도 총기도 병기도 전쟁터도 아닙니다. 살아있는 몸으로 그것들을 다루는 입장이 되세요. 그들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낸시양. 그것이 당신의 행복입니다. "

 렉싱턴 부인은 그야말로 명문가의 레이디였다. 적어도 부인의 생각은 나와는 달랐다. 그녀는 구조체는 그저 구조체이며, 사람은 사람이었다. 부인은 사랑하는 남편의 가문인 렉싱턴 가문의 안주인으로 누구보다 어울렸다. 적어도 어머니보다 어울렸다. 그녀는 그녀의 기준에 따라 공정했으며, 일관적이었다. 철의 여인이나 다름없었다.

 아버지로부터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렉싱턴 부인을 찾아뵈었다. 부인은 올게 왔다고 말했다. 덤덤했다. 무능한 아들도 자신의 아들. 하지만 아들은 자기 자신을 지킬 힘이 없다. 그 생각에 부인은 나에게 부디 렉싱턴 가문을 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길, 선택은 나에게 있다고 하였다.

 어머니에게 이를 전달하자,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추측 컨데 모든 것을 보상 받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두 어머니가 있다. 엘리트로 자부심이 가득하고 도도했던 아른거리는 오래된 기억소의 어머니가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처우와 고된 가사일. 거기에 망가져가는 예쁜 손과 늘어가는 주름. 이를 방지하는 첨단 기기 사용의 불허가. 그에 따른 자존심과 점점 변해가는 자신에 대한 비굴함. 

 "낸시. 고마워. 고마워"

 그저 고맙다고만 말하며, 연신 울기만 하는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주변 어른 들과 달리 할머니라고 해도 믿을 외모로 퇴색해버린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안으니, 어린 시절과 다르게 어머니는 너무 작아졌다. 마르셨다. 피부에 탄력은 없어졌고 향수가 아닌 막연한 체취가 대신했다. 헝크러지겨 흰머리가 듬성한 머리. 찰랑거리며, 풍성했던 머리는 이미 사라졌다. 이때 처음으로 어머니의 변화를 실체감할 수 있었다. 노쇠란 단어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구조체와 인간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해?"

 학년 1위였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가끔 말이지 떠올라. 구조체와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하고"

 말이 없는 그는 나와 공부할 때 만큼은 말이 많아질 때가 있었다.

 "글쎄. 구조체는 기계고 인간은 사람이지? 그 뿐 아니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구조체는 기계지. 인간은 사람이고. 이게 참 재밌단 말이지."

 그 친구가 이어 말하길, "사람은 변해. 공중정원은 인원수 조절 탓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노화를 억제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변화하면서, 성장을 하지. 그러면 구조체는 어떨까? "

 당연한 말이지만 어떻게 보면 비윤리적인 짖긏은 질문에 표정이 찡그려진다.

 "구조체는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성장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그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

 반쯤 엎드린 그가 중얼거리듯 읊는다. 기도문 아니 회고를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어쩌면 우리 인류야말로 구조체에 있어서 퍼니싱일지도 몰라."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의 모든 말은 나에게 출처모를 혐오감을 불러 일으켰다.


왠지 모를 눈물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익숙한 천장. 흘른 눈물을 닦고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단말기를 열었다. 

렉싱턴 부인과의 약속은 금방이었다. 오전 티타임을 함께하자고 연락이 왔다. 공중정원에서 명문가만이 가지고 있는 정원들. 사치중의 사치였다. 렉싱턴 부인은 그 곳에서 우아했다. 조용히 마시고 조용히 내려놓는 티. 

 "낸시양, 어서와요." 목소리 마저 아름답다. 

 자리를 권유 받아 앉자, 안드로이드가 티에 잔을 채워준다. 그것을 마시며 내려놓는다.

 "좋네요. 가르침을 잘 아는 아이는 좋아해요."

 나의 예법을 보는 것은 부인의 인사와도 같았다.

정녕 60대를 바라보는 사람일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부인 오늘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인은 그저 조용히 손을 들어올렸다.
 "가문을 나갈 생각일까요?"

 "네."

 "어머니와 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가문은 당신을 환영해요. 낸시양."

 아무말도 못햇다.

 "낸시양. 내가 당신의 어머니에게 한 처우가 부당하다 생각하나요?"

 "아니요."

 빠른 대답에 부인은 놀란 것처럼 물었다.

 "어째서죠?"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 같아요. 어머니가 어떤 생각으로 아버지 사이에서 저를 낳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부인. 저는 저고 어머니는 어머니에요. 만약 저라면 할아버님의 권유를 받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부인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정적이었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부인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나를 동정하나요?"

 "네."

 "당돌하군요."

 부인은 웃으면서 티를 들엇다. 젊고 탄탄한 입술에 다가가는 티. 그 모습은 누가보아도 60대는 아니었다.

 "부인께서는 구조체를 싫어하시나요?"

 티를 내려놓으며, "싫어한다기 보단 관심이 없습니다. 인간을 따라하고 스스로 판단할 분인 기계입니다. 당사자도 아니고 하물며, 동일인물이라고 보기 힘들겠지요. 구분은 필요한 법입니다. 낸시양."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부인."

부인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부인께서는 젊으십니다."

 "아부인가요? 저는 이제 60대입니다. 앞으로 20년 뒤면 유기전환로에 들어갈지 말지 선택할 날이 오지요. 물론 저는 들어갈 생각입니다만."

 "어째서죠?"

 "아무리 기술이 개발했어도 내부의 노화는 막지 못하지요. 80세까지 살면 공중정원은 나를 소비만 하는 결점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처분 대상이지요. 노화 억제 기술에 접근 권한이 모드 막힐 것이고 이는 렉싱턴 가문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체감되지 않지만 10년만 지나도 소화능력이 떨어진다니 무섭군요. 아파서 먹을 것을 먹지 못하고 걷고 싶어도 걷지 못하다니. 저에게는 상상하기 싫은 결과네요."

 "부인. 저희 어머니께서는 이미 그러한 상황이십니다. 부인보다 4살은 어린 어머니입니다. 노화 치료를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손톱색은 바라고 있습니다. 부인, 다시 말씀드리지만 부인께서는 젊고 저의 어머니께서는 늙으셨서요."

부인은 심기가 좋지 않아보였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낸시양?"

 "예전에 친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들었습니다. 구조체와 인간의 결정적인 차이가 무엇이냐고."

 "재밌네요. 뭐라고 하던가요."

 "아마 구조체는 기계이기에 변화가 없지만 인간은 생물이기에 변화가 있고 이것이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고."

 부인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미 황금시대부터 생존해있는 구조체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 과학 이사회와 만날 수 있었거든요. 그들로부터 들었으니 확실하곘지요."

 "황금시대로부터 생존하고 있다니,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적어도 외형이나 모든 것이 바뀌지 않은 채 평생을 살다니.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백소로대에 있다고 합니다."

 "어머. 백소로대면"

 "네. 바네사 중위가 운영하는 소대입니다."

 "그립군요. 그 가문도 우리 렉싱턴과 오랜 인연이지요."

기분 전환의 대화도 잠깐이었다. 정적이 이어졌다.

 "부인. 저는 렉싱턴 가문을 나오려 합니다."

 "어디로 갈 생각이죠? 공중정원입니다. 좁은 세계에요."

 "얼마 전 과학 이사회로부터 같이 일하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부인의 표정이 험해진다. 부인은 과학 이사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남동생을 혐오스러운 구조체로 만들고 편지마저 받으니, 부인에게는 참을 수 없었다.

 "썪어빠진 놈들과 한통속이 될 생각인가요?"

 "아니요. 저는 그저 사람과 구조체의 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무슨 말이죠?"

 "부인 제게 사고 이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알고 있습니다. 모를리가 없죠. 그 끔찍한 사건 덕분에 남편이 당신 모녀를 찾은 것이니까."

 "아버지는 저의 치료비를 대가로 어머니와 저를 가문에 와 달라 거래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학업 성취도가 높다고."

 "애아빠가 그러던가요?"
 "네."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그 사람은 가문에 오는 것을 거절했어도 당신을 위해서 기꺼이 의료비를 지원하려고 했어요. 이미 자금은 움직이고 있었고요.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니까."

그녀는 자세를 고쳐 앉아, 나를 관통하는 단호한 눈빛으로 관철했다. 하지만 그 눈에는 분명히 렉싱턴 부인만의 다정함이 있었다.

 "낸시양.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의 아버지. 나의 남편은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던 간에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해줄 사람이에요. 낸시양. 아버지를 슬프게 하지 말길 바랍니다."

"부인. 저는 부인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아버지와 어떻게 대할지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저는 절반은 구조체이니까요."

"낸시양. 굳이 말할 필요 없습니다."

부인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꿈에서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부인. 저의 반신은 구조체 기술로 살고 있습니다. 그 폭발 사건으로 얻은 몸으로 저는 살고 있습니다. 성적 2위. 대학입학. 뒤에서는 구조체니까 가능한 거 아니냐는 험담을 듣는 것도 쓸데 없이 잘 들리는 이 귀로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낸시양."

 "저는 구조체와 사람의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반만 남은 자궁도 아이를 임신할 수 있을 지 없을지 모른다고 했어요. 인공 자궁을 추천하더라구요. 하지만 이것도 정상적으로 될지 모른다고. "

 부인은 손을 올렸다. 

 "얼마전 정기검사 한 내용 가져다줘. 서둘러."

  "부인. 저는 그저 알고 싶습니다. 구조체는 정말로 변할 수 없을지. 구조체는 생명의 잉태를 할 수 없습니다. 구조체가 된 이들은 평생토록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가 될 수 없다고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교류를 통해 그들이 변화할 수 있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그들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부인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괴고 엎드렸다. 부인이 할 행동이 아니었다.


그때 문이 두들기는 소리가 야외 정원 전체에 퍼졌다.
"부인 말씀하신, 검사 기록지입니다."

 "들어와요."

 부인의 허가에 안드로이드 비서들은 문을 열어주었을 것이다. 조용히 열리는 사치스러운 목재 문은 방문자를 환영한다.

 비서로 일하는 클리프. 나의 옛 연인. 아마 내가 렉싱턴 가문에 남는다면 나는 그를 남편으로 맞이했겠지. 하지만 내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그가 부인에게 서류 몇 장을 넘겨주며, 설명한다.

 "이 서류에는 의사의 최종적인 견해가 있습니다. 에덴 최고 수준의 자문입니다. 이 이상의 결론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해당 서류를 받아 읽는다.

 "세상에. 낸시양."

 "부인 저는 부인을 존경합니다. 부인에게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잠깐만요. 낸시양. 진정합시다. 클리프. 이 일은 남편은 알고 있나요?"

 "암이라는 것은 정확히 3일전에 알려졌습니다. 일이 빠브신 주인은 알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인께 알려드리지 않은 이유는 아가씨의 요청으로 잠시 생각하시겠다며 비밀로 해달라하셨고 정확히 오늘까지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

" 세상에."

"저는 그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내일 가문을 떠나려합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부인도 일어났다. 양손을 든 부인의 모습은 마치 갑작스러운 사정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낸시양. 안돼요. 우선 진정합시다. 진행하고 있는 항암제 투약을 해보고 그 결과를 볼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보죠. 혹시 알까요. 결과가 좋을 수 있잖아요. 요즘은 부작용이 없습니다. 노화 억제 기술도 발전했잖아요. 거기에는 암 치료도"

"부인."

나는 조용히 고개를 졌다. 그리고 부인은 그 자리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렉싱턴 부인!"

 클리프가 렉싱턴 부인을 받아주며 천천히 자리에 앉혔다.


나는 그것을 뒤로 한 채 걸어 나왔다. 모든 것을 뒤로하는 기분이었다. 안드로이드들이 문을 열어주고 나는 그것을 지나쳐왔다.

통과의례는 끝났다.


몇 일 뒤 집을 나왔다.

생각보다 준비가 오래걸렸다. 10년을 넘게 산 집이다. 물건도 많았다.


부인의 마중은 없었고 어머니는 앓아 누으셨다.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도 없었다. 

연인이던 클리프만이 많은 짐을 옮기는데 도와주었다. 그 또한 아무말이 없었다.


 과학 이사회 소속이 되는 것은 불만 없었으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아야 할까.

그저, 집을 나올 때,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마냥 섬망을 보는 노파가 되어버린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선택이니까.


구조체는 변할 수 없다.

생명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한다.

 신은 그것만큼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의 성장은 한계가 있고

그들은 성장하지 않는다.           



노화 억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나이 70세까지는 노화 작용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 노화를 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바꿔 말하면 그들은 그들의 고난을 겪을 기회 하나를 뺏긴 것과 다름 없다.

이 경우에 만약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구조체와 같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어쩌면 그들은 우리 인간에게 작용 받아서 성장할 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그것이 사실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집을 나오기 전

 과학 이사회에 소속 절차를 밟으면서 전자 서류에 하고 싶은 일을 적으라고 적혀 있었다.

가장 먼저 백로소대를 찾자.

그것을 떠올리며, 글을 적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