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조금 전으로 돌아간다.


나나미

어라? 까마귀 소대 휴게실이 이렇게 시끌벅적 해질 때도 있네요!

뭘 하고 있는지 나나미한테도 보여주세요!



그리고 나나미는 보았다.


까마귀 소대 지휘관이 머리에 이상한 설비를 쓰고 있고, 리와 카무이는 말다툼을 하며

리브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지휘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이들의 공통점은 손에 컨트롤러를 쥐고 있다는 것이였다.


나나미는 슬그머니 휴게실에 놓여진 단말기에 손을 얹었다.



나나미

흐으으음, 이렇게 재밌는 걸 하는데 나나미를 부르지 않다니…

흐으으으으으음…그래, 지금이야 말로 나나미의 눈부신 재능을 발휘할 때!

음…이건 분명히 재밌을 거야, 넣어야지? 아, 기왕 넣는거 이것도 넣어볼까?

그리고 모두 같이…엥? 이게 뭐더라? 


뭐 어때, 적당히 넣어도 괜찮겠지!



리브

나나미!


나나미

켁…


지휘관

역시…



방금 전, 게임 내의 이상한 질문 내용은 나나미의 짓이였다.



나나미

아아~들켜버렸네. 이번 기회에 잔뜩 질문해서 재밌는 답변을 듣고 싶었는데, 

리브는 너무 눈치가 빠르다니까?

하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나나미가 아니지!

사실 아까 나나미가 모래 위에 수박이 있는 걸 봤걸랑!

나나미의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인간은 눈에 복면을 쓴 채로 수박을 깨는 이벤트를 했나봐!

바닷가에 놀러가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필수 이벤트!


하지만 나나미는 이 행위에 대한 의미를 잘 모르겠단 말이지…

그래서, 직접 해보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말씀!


좋아~나나미 군단 출격!



리브

수박…? 아, 잠깐! 나나미!



카무이

리브! 지휘관! 어째서 갑자기 게임에서 나간거야!

해변에 갑자기 이상한 것들이 잔뜩 생겼어, 빨리 돌아와줘!


리브

그, 금방 돌아 갈게요! 리 씨, 아직 게임 안에 계신거죠?


네.


리브

저기…지금 제대로 설명할 시간은 없지만…

나나미가 수박을 부수도록 놔두면 안되요! 아, 그게 나나미가 어째서 거기 있냐면…

…아니, 어쨌든 그 수박은…!


저 아이템을 말하는 건가…일단 알겠습니다.


카무이

엥, 지금 무슨 말을 하는겨?


리브

그 수박은 비치 발리볼에서 보상으로 얻은, 매우 중요한 "미션 아이템"이잖아요!


카무이

그래? 그런 얘기 처음 듣네.


…카무이, 스토리 안 읽어 봤습니까?


카무이

잉? 이 게임, 스토리도 있어?



리브, 리


지휘관

수박이 깨지면 어떻게 되는데?


리브

바로 미션 실패에요! 캔슬 할 수도 없다구요!


어찌되었건, 나나미가 미션 아이템을 파괴하지 못하게 하면 되겠군요.


지휘관

리, 부탁할게!



카무이는 지휘관과 리브를 부르러 게임 밖으로 나갔고

지금 모래밭에 있는건 리 뿐이였다. 리브와 지휘관이 다시 로그인 할 때까지 수박의 안전을 확보해야 되는 상황.

리는 심호흡을 한 뒤, 진지한 표정으로 전장에 뛰어 들었다.


다만 전투복이 수영복이고 전장 이래봐야 해변가지만…



중요 미션 아이템을 찾아라!


(수박을 지키면 되기 때문에 수박만 선택하면 됨)
(다른 도구를 선택시 다른 몹들이 나오고, 수박을 선택하기 전까지 맵은 끝나지 않음)


금속의 광택을 띄고 있는 동그란 물체, 리브가 말한 "미션 아이템"인듯 하다.


<정확한 선택! 미션 아이템을 찾는데 성공했다!>

나나미
나나미 등장~!


나나미… 개인 데이터가 마구잡이로 들어왔길래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역시 너였습니까.


당신도 들었겠지만 이 수박은 중요한 미션 아이템, 당신 마음대로 파괴하게 놔둘 순 없습니다.


나나미
그 수박은 나나미가 찾은 거야! 나나미를 막지마!


미친듯이 수박만 보고 달리는 나나미를 패주면 스테이지 종료

----------------------------------------------------------------

리는 수박을 보호하는데 성공하여, 수박을 품에 안은 채 해변을 가로질러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전기톱을 들고 나나미가 리를 뒤쫒고 있었다.


이 아이러니한 광경을 보고 웃지 않을 수가 있나.


리브

리 씨가 정말로 저렇게 열정적으로 수박을 보호해 줄 줄은 몰랐어요.


지휘관

그러게, 좀 꺼릴 줄 알았는데.


리브

그래도, 지금 리 씨는 엄청 즐거워 보이네요.


카무이

리는 알고보면 의외로 이런 면이 있걸랑. 뭔가 하나 시작하면 거기 몰두하는 타입이지.


리브

듣고보니 그러네요. 



리브는 수박을 들고 도망치는 리와 그 뒤를 쫒는 나나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리브

그래도 이런 리 씨를 보는 건 처음이에요. 뭐라고 해야 될까…마치…


지휘관

음, 그러게…



마치 저 나이대 소년이 즐겁게 게임하고 있는 모습 같다고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