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는 스미스가 되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호화로운 삶을 제공해준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단 한가지의 조건. 공중정원의 상류층에서도 알아주는 권위있는 자리에 알맞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나는 삶의 목표였고 살아가는 이유였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왔다. 


「아래 있는 자가 아닌, 위에 서는 자가 되어라. 다스려지는 자가 아닌, 다스리는 자가 되어라. 자신의 허점을 철저히 배제하며 남들이 원하는 표정을 지어보여라. "완벽", 그것이 스미스다.」


귀에 딱지가 들어앉도록 들은 이야기. 오직 그것만이 전부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아버지께 나는 오늘도 긍정의 대답을 돌려드렸다.


"네, 스미스씨."


마음 한구석이 쓰라려오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늘 똑같은 표정으로, 늘 똑같은 대답을 돌려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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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져야한다.


'저녀석이야? 스미스씨가 후원한다는 녀석.'


완벽해져야한다.


'진짜 지독하다. 이번 시험도 저녀석이 1등이라며?'


완벽해져야만한다.


'스미스씨는 왜 하필 저런 녀석을 후원하는걸까. 기왕이면 성격도 좀 부드러운 녀석으로 고르시지...'


완벽해져야만하는데...


'집안도 재력도 외모도 성적도 다 혼자 가져갔네. 좋은 집안 녀석은 진짜 편하겠다. 우리가 코피나도록 노력할 때 쟤는 뒷돈만 넣어주면 바로 해결될거 아니야.'


어째서 완벽에 가까워 질 수록...


'우리 부모님이 저녀석 칭찬만하면서 계속 비교하셔. 솔직히 엄청 짜증나. 나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건데, 저녀석때문에 알아봐주시질 않아.'


나는 고립되어 가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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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날이었다.


"○○기수 학생중에 이번 시험을 전부 다 맞은 녀석이 있다더라고."


"진짜? 이번 시험 엄청 어렵게 냈기로 유명했잖아. 그걸 다 맞았다고? 대박이다."


나의 뒷자리에서 저들끼리 속삭이며 떠드는 동기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나 잘들리는데 귓속말하는 의미가 있을까. 나는 최대한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눈앞의 문제지에 집중하였다.


"....너는 그 우등생이랑 우리 기수 스미스녀석이랑 누가 더 공부 잘할 것 같냐?"


그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애초에 그들은 귓속말할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다른 기수에도 너같이, 혹은 너보다 공부잘할지도 모르는 녀석이 있는데 기분이 어떠냐? 같은 질문이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내가 열등감이라도 느끼길 바라는 것일까? 얼굴도 모르는 다른 기수생을?'


헛웃음이 나올뻔했다. 저들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는 대체 어떤 이미지길래 저렇게 뻔한 도발을 거는것일까. 계속해서 나를 노리고 하는 말들이 끊임없이 들려왔으나, 나는 완전히 귀를 닫고 계속해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러자 그들은 내 반응이 재미없었는지 마지막까지 나를 힐끗 쳐다보면서 도서관에서 나갔다.


'처음부터 공부하러 온 것이 아니었던건가.'


타인의 인생에 뭐라 조언을 둘 생각도 위치도 안되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저들의 행동에 쓰이는 시간이 참으로 아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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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스턴 스미스]


나를 호명하는 기계음이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눈 앞의 투영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질문에 답하세요. 과학 이사회의 최신 연구 보고에 따르면 군사가 사용중인.....]


어떠한 높낮이 변화가 없는 기계 목소리가 강의실에 일정히 울려퍼졌다. 게슈탈트에서 파생된 강의 시스템, 파오스의 모든 강의는 이 시스템이 이끌어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관들은 그저 허수아비처럼 눈앞에서 제재를 가할 뿐, 그들은 시스템이 제공한 학생들의 결과만을 보고 우리의 가치를 판단한다.


[두 번째 문제입니다. 지휘관과.....]


[세 번째 문제입니다. 구조체를 이끌고.....]


이어지는 질문들을 나는 머릿속의 지식들로 답변하였다. 이 질문의 만점은 5점, 수석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4점만 받아도 괜찮지만 나는 '스미스'니까 만점을 받아야만한다. 스스로의 점수를 추측하며 답변을 마치는 나였으나, 기계음으로 나오는 목소리는 마치 나를 비웃듯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랭스턴 스미스, 만점 5점 중에 4.721점입니다. 답안에 다소 오차가 있습니다.]


오차? 순간적으로 입밖으로 내뱉을뻔한 말을 참아냈다. 어느 부분에 오차가 있었던 것일까, 두번째 문제의 답변에서 추가설명을 했어야했나? 아니면, 세번째 질문에서 교육자료에 등재된 논문을 언급했어야했나? 수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지배할 때, 나의 동기생들은 고민하는 나와는 반대로 역대최대점수라며 감탄을 하고 있었다. 


"만점과, 차이가 커..."


나의 작은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들릴 일 없이 사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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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시점 지휘관이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서 끄적여본 글 사실 완성하고 올리려했는데 텀을 두고 썼다가 날아가버려서 다시 쓰는중.....

크롬시점 지휘관은 자신과 출발지점은 같지만 다른길을 걸어가는 존재여서 끌리는? 그런거 같음 

사실 출발지점도 다를거 같지만 걍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