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감독 장재현의 신작 <파묘>.


묘 하나 잘못 건드리면서 온갖 난리 굿을 치는 내용의 영화.


올해 한국 영화 중에서는 첫 기대작이었고 그만큼 현재 꽤 대단한 흥행성적을 기록중이다.


오컬트 장르를 뚝심있게 파는 감독의 작품답게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나 연출, 톤은 훌륭하다.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압박감을 부여하는 맛이 꽤 좋다. 


영화는 진행되다보면 항상 어떤 변곡점이 있기 마련인데, 대개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그 버스를 갈아타게 되지만 이 영화는 누군 탈 수 있고 누군 탈 수 없는 영화가 된다.


나는 못 타고 외벽에 달라붙었다.


다루는 재료가 꽤 많아서 호러적인 연출로 영화를 채우지는 않는다. 중반까지는 익숙한 호러 문법을 익숙한 호러 연출로 풀어내면서 대부분의 관객들을 몰입시키는데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장르적인 장면들을 짧게짧게 이어가면서 빠르게 한 가지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이어서 다른 이야기를 진행시키려고 한다. 이 이후의 이야기가 문제다. 통상의 호러 영화와는 다른 결을 갖는다.

'음산한 분위기'에 집중해서 다소 공포를 조장하는 전반과는 다르게 '음산한 소재'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고 봉합하려 한다.


재료들은 흥미롭다. 그 혼합과 결합도 흥미롭다. 하지만 그것들을 위한 빌드업이 미진하거나, 오히려 먼저 상황이 제시되고 이후에 내레이션으로 장면을 뒷받침하기도 하면서 나는 이야기의 맥을 다시 붙잡지 못했다. 중반에 한 번 튕겨나온 뒤로는 제대로 몰입할 수가 없었다.


튕겨나온다는 건 영화를 보면서 기대하는 바와 달라서 그런건데, 내게 이 영화의 전반과 후반은 다른 영화였다. 뭐랄까, 시즌이 너무 많아져서 무게추가 옮겨 간 장편 드라마처럼.


재미있게 보긴 했음. 한국의 장르물이란 것 자체가 흥미로운 거고, 한국의 오컬트라는 것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그냥 내게는 아쉬운 게 좀 있는 정도였음. 온전히 영화의 전이를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끝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리고 다음주에는 듄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