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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우울증을 앓아오면서 많이 발악해봤어

중1때 일진한테 어릴때 친부모님이 싸우면서 욕했던게 싫어서 쓸데없는 정의감으로 "욕 좀 그만해달라"고 말해서 학폭도 당하고 집에선 매일 엄마랑 새아빠가 싸우고 학교도 집도 쉴곳이 못 됐었네 


중2때 결국 이혼 하긴했지만 아직도 나한테 들으라는듯이 엄마랑 성관계중에 냈던 신음 소리는 아직도 뇌에 박혀있어


엄마랑 누나는 자연스럽게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겠지

뉴스에서나 일상생활에서 남자에 관한 욕을 많이 했어

소라넷.n번방 같은 뉴스가 나오면 "넌 그런거 했냐"식으로 물어봤고 언제나 남자 냄새 난다,털 날린다등등으로 더럽다는듯이 평가했지 

처음엔 나도 장난으로 넘기고 짜증도 나긴했는데 어느순간 내가 쓰던 이불 냄새를 맡고 충격을 받았어


코로나 시기때 쓰고 있던 마스크에서 냄새가 나는게 자기 입냄새인걸 알고 충격받았던 사람들처럼 나도 이불 냄새를 맡고 적잖이 충격이 있었어

그후로도 난 내가 더럽다고 생각해

지금은 물론 당시의 모두를 이해하고 있어 나 자신을 이해 못할뿐이지


의사소견으로는 어릴때부터 내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으로 친아빠와 새아빠의 쓰레기 같은부분을 반면교사하려 했고 엄마와 누나의 말에 스트레스받아서 성주체성에 장애를 느끼고 있다고 소견을 냈어

기생충에 감염된 기분이야

정신은 남자임을 거부하고 있는데 몸은 남자야

물론 병을 숨기고 연애도 했었지만 내가 느끼는건 사랑이 아니라 부러움이더라ㅎㅎ..

게이 아니다 나 아리사 조아해ㅅㅂ


23살엔 군대 갔다오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곳에서 일하며 살고싶었어

군대 생활하는동안 일본어 공부하고 기계과 나와서 일본 기술비자 받고 회사에서 일했어

처음엔 좋았지 여자친구도 사귀고 친구들도 사귀고 여행도 가고

근데 서서히 지치더라 외노자 생활이라는건 워홀이나 알바처럼 간단하지 않았어 일하고 쉬는 날에는 항상 업무적인 공부나 일본어를 공부해야됐고 여자친구를 만날수록 내 정체성엔 혼란이 왔어

위험한 생각이 계속 나서 바로 여자친구한테 해어지자 하고 바로 귀국했어

지금도 걔를 많이 좋아해 난 너무 불안정했고 마지막에 병 사실을 숨기고 도망가듯이 귀국했지만 사후 세계에서 내가 정상적이라면 그녀랑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싶네.


귀국하고 반도체 회사에 테크니션으로 이직했어 

꽤 중견 회사였고 벌이도 괜찮았어 대신 정신적으로 힘들었어 

교대근무라서 힘든게 아니었어 그냥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어

난 일본에서 일할땐 그냥 외국어라서 내가 말을 못알아 듣는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 예를 들어 "책상 좀 저기 옮겨줘"라고 나한테 명령하면 "난 책상 좀.."까지만 이해 할수 있고 여러번 들어야 이해할수 있었고, 흔히 사람들이 불문율이라하는것에 대한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필요했어

금요일에 중학생때 학교 무단조퇴 얘기랑 "기본적으로 말을 끝까지 이해 할 수 없고 2문장이상의 대화가 되면 앞내용을 자주 까먹는다"

라고 하니 의사가 ADHD 같아보이긴 한다 하더라구

검사해보니 ADHD였네


내가 가진병은 우울증,수면장애,불안장애,경계선 지능장애,성정체성 장애,ADHD야


이번 설에 고향 가서 가족과 내 선택을 존중해줄만한 친구들에게 13년간의 투병얘기를 해봤어

몇몇은 "운동을 해봐라,책을 읽어봐라,내향적 성격을 고쳐라,긍정적으로 생각해라,너가 약해 빠져서 그렇다"등등으로 조언이랑 외로나 장난을 해줬어

마음은 고맙지만 그 무엇도 도움이 되진 않는 말들이야

개인적 견해지만 일시적인 우울감은 공감이나 위로를 받고싶어하지만 우울증은 숨기려하고 자신의 기행에 대해 이해해주기를 원해

행복을 나누면 커지듯이 우울도 나누면 커지거든

난 내가 받았던 고통을 나누기 싫어와서 숨겨왔어 그리고 발버둥쳐보려 했던 내 기행들이 쌓이다가 이번에 한번에 터졌지




결정은 했어

처음엔 올해 12월 11일 내 생일에 떠나려했어 유서에 내 모든 숨겼던 과거와 투병사실을 써놓고.

그래야 가족들이 1년에 한번만 슬퍼해도 될거라 생각했거든

사후세계가 있다면 먼저 가서 퍼니싱이나 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기다리려했어

그치만 가족들한테 투병 사실을 고백해봤고 마음이 바꼈어

 가족들 반응을 보니 1년에 한번만 슬플거 같진 않다고 생각했어


죽는건 두렵지 않아. 다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건 슬퍼. .

돈도 건강도 모든게 허무하고 무의미하다고 느끼면서 살고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떨어지고 싶진않아

 가족들이 내 시체를 보고 내가 고통 받았던 우울을 전염시키는것도 죽는거 보다 싫어


그래서 한번만 더 살아보려구ㅎㅎ..


우울증은 가볍게 볼게 아니야 매일매일이 긴터널 속에서 온몸에 무거운것을 달고 걸어다니는 기분이야

내가 앞으로 가고 있는건지 뒤로 가고있는건지조차 모르겠어

예전에는 자해하는 사람을 이해 못했는데 지금은 이해하고 있어 그냥 배고픔을 느끼듯이 욕구가 피어오르더라ㄷㄷ..

물론 손목에 고무줄 튕기기로 잘참고 있어 아픈건 싫으니까 자해는 안하고싶거든 


음..얘기가 길었네

결국 내가하고싶은 말은 아프면 병원을 갔으면 좋겠고 주변에 우울증 환자로 보이는 친구가 있으면 그냥 조용히 얘기를 들어주고 한번 안아줘

울려는걸 참고 있는 사람한테 "울어?","힘든가보네.."라는 식으로 말해서 끝끝내 울게 만드는거보단 그냥 "아프구나"라 생각만하고 조용히 안아줘


만약 본인이 아픈거면 바로 정신과로 가는걸 추천해

이 병은 세르토닌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야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해도 부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꼬리를 물어 흘러들어오고 긍정적으로 바꿀수가 없어서 병인거야

나처럼 바보같이 오래쌓아두지만 않으면 조기에 처치가 가능하니까 정신과가서 진단 받아봐

갔다가 아니면 다행이고 맞으면 치료하고 좋잖아?


불행에도 등수를 매기는 세상이고 "내가 더 힘들게 살아왔는데~" 라고 왈가왈부 하고싶진 않지만

그래도 나같은 놈도 마지막으로 한번더 발악해보려 하니까 퍼붕이들도 열심히 살아보자!


긴글 읽어줘서 고맙고 이런 우울한 똥글 읽게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