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타락한 성좌가 되었습니다.]

죽을 각오를 끝냈다. 베이고 불타고 부숴질 각오를 끝냈다.
그럼에도 손이 떨렸다. 소름이 돋을 정도의 마기가 온 몸을 감싸안았다.
뼈도, 근육도, 지방도, 피부도.
심장조차 마기에 녹는 느낌이였다.
괴로운 수준이였다.
몸이 불타며 찢기는 느낌이였다.
나는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마기를 걷어내고 검은 석벽에 내 모습을 비췄다.
예상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거구 대신 조금 커진 키와 탄탄한 육체가 있었고
검게 빛나는 뿔대신 단단하고 뾰족한 송곳니가 자라났고
거대한 날개 대신 하얗게 물든 머리카락이 빛났다.
그 모습을 인지하자 시스템이 내 상태를 알려주었다.

[당신은 '뱀파이어 로드'의 힘을 계승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많은 정보들이 떠올랐다.
나는 능숙하게 마기를 뿜어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내 피를 빼내어 분신을 만들었다.
한수영의 분신과 비슷한 원리였다.
잃게 될 기억을 떠올리며 피를 빼낸다.
그것으로 분신은 만들어진다.
나는 '김독자컴퍼니에게 죽는다'를 제외한 모든 기억을 분신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내 모습을 한 분신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분신을 소형화 시켜 숨게 했다.
마기가 걷히고 말했다.

"다들 일어나세요."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쥐고 말했다.

"마왕을 상대하는 법, 다들 기억하고 계시잖아요."

숨을 내뱉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를 시작해봅시다."


*


한수영에게 베였다.
이길영과 신유승의 합작에게 불탔다.
이현성에게 뭉개졌다.
우리엘을 설득해 정희원에게 베이고 찔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아아아아!!"

유중혁이 내 심장을 꿰뚫었다.
심장이 경련하듯 움츠렸다.
그러면서 계속 칼날에 찢어졌다.
꽤나 엿같은 기분이였다.
그리고 의식은 흩어졌다.
다시 깨어났을때는 모두가 하나같이 눈물을 흘렸다.
정희원은 내 이름을 읊조렸다.
유중혁은 이미 죽어버린 내 시체를 붙잡고 괴성을 질렀다.
한수영은 떨리는 손으로 단검을 집어넣었다.
신유승은 이길영에게 안겨 울었고 이길영은 그런 그녀를 달래며 본인도 울었다.
유상아는 주저앉아 얼굴을 가린 채 울었다.
이현성은 부숴진 벽을 주먹으로 부쉈다.
이지혜는 눈물을 똑똑 흘리면서도 유중혁을 말렸다.
공필두는 어금니를 갈며 벽에 기대 앉았다.
나, 살면서 이렇게 사랑받은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시간이 다 된 몸은 사라졌다.
파스스하며 유중혁의 손에서 떠나갔다.
그러자 유중혁은 결심한듯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김독자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마라."

나는 얼른 그의 주머니에 올라탔다.
아무도 나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


일행들에게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지 일주일째.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첫 번째로 '뱀파이어 로드'는 피로 살아간다.
피를 섭취하지 못하면 죽는다.
두 번째로 산 사람의 피를 섭취하면 그 사람의 생존 여부와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이 두개뿐이다.
시체에서 피를 먹은 나는 일행들이 지내는 텐트로 향했다.
지금 시간이면 이미 잘 시간이다.
그렇기에 소인화를 풀고 다녀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잊고 있던게 있었다.

"김독자?"

한수영, 그녀는 밤샘이 익숙하다.
오히려 자는게 더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걸 잊었던 나는 그녀에게 들키고 말았다.

"김독자 맞지!"

그녀가 나를 쫒아왔다.
전인화도, 소인화도 현재 체력이 남아나질 않아 쓸 수 없었다.
그렇기에 따라잡히고 말았다.


*


"그래서, 피를 안 먹으면 죽는다?"

나는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수영이 단검을 들고 말했다.

"우릴 속인 대가는 치뤄야겠지?"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한수영이 조용하게 말했다.

"눈 떠."

눈을 살짝 떴다.
그러자 한수영이 단검에 본인의 손가락을 그었다.
그러자 피가 났다.

"먹어."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하는 내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기운이 있어야 벌을 받든 하지."

의미는 알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춤하는 이유는 내가 조절 못 할 것 같았다.
주저하는 내게 한수영이 강압적으로 말했다.

"안 먹으면 유중혁에게 데려갈거야."

그에게 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눈에 선했다.
그가 나를 죽이려 들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정희원을 만나 죽을 위협에 쳐할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럼 먹을게."

혀를 내밀어 밖으로 나오는 피를 핥았다.
그러자 한수영이 몸을 떨었다.
피의 맛이 났다.
철분의 맛이 났다.
그럼에도 맛있었다.
이미 다 죽은 피를 먹다가 산 피를 먹으니 좋아 죽을 것 같았다.
나는 다 먹은 손가락에서 입을 떼고 말했다.

"한번만 물어도 될까?"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이자 한수영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세게 물면 그 자리에서 유중혁 부른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어께를 보였다.
나는 굶주린 맹수처럼 그녀의 목덜미를 물고 피를 빨았다.
신선한 피를 마셨더니 몸이 살아나는 느낌이였다.
그러다가 입을 떼자 한수영이 어께를 잡고 말했다.

"존■ 쎄게 무네."

그러자 시선이 달라졌다.
한수영의 심장 부위가 붉게 보였다.
나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털었고 다시 눈을 뜨니 원래대로 보였다.

"유중혁에게 말 안 할거지?"

그러자 '한밤중의 밀회'가 활성화 되었다.

[김독자 살아있어]

그녀를 노려봤다.
그러자 한수영이 옷을 고쳐입고 말했다.

"인생은 실전이야."

도망치려는 나를 유중혁이 붙잡고 말했다.

"죽이겠다."

다음 날, 나는 정희원에 의해 의자에 묶인 채 3일을 지냈다.
한수영이 피를 최소한이라도 주는 덕에 살아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