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어나!]

그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싱그러운 아침 햇살,
부드럽고 폭신한 침대,
두텁지만 가벼운 이불,
그리고 찰랑이는 검은 머리카락.
머리카락?

"무슨 일이야, 비유···에엑?!"

내 침대에 어떤 여자가 누워있었다.
그 여자도 나를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했다.
솔직히 나는 꽤나 미녀가 누워있었기에 놀란거지만.
난 어젯밤에 뭔가 미친짓을 했는지 생각해보았다.
분명 밀린 일을 끝내고 돌아와 바로 잤다.
그럼 이 여자는 누구일까.
비유를 아는걸 보면 일반인은 아니다.
침입자라기엔 날 보고 너무 놀라한다.
그 모든 생각을 2초내에 끝내고 말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


"그니까, 이쪽도 김독자, 저쪽도 김독자?"

이야기를 들은 한수영이 팔짱을 끼더니 나와 김독자를 번갈아보았다.
내가 그녀를 김독자라고 인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 모든걸 알고 있었다.
내가 언제 어떻게 무엇을 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몸에 흉터도 나와 같았다.
심지어는 설화도 동일했다.
성좌명도 같았다.
본체와 아바타 사이였던 두 한수영도, 아예 동일인물이던 여러 회차의 유중혁도 가진 설화나 몸의 흉터는 다 달랐다.
그런데 저 김독자와 나는 성별을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했다.

한수영이 그걸 듣고도 차분하게 우리 둘을 천천히 보더니 말했다.

"뭐, 문제는 없을 것 같지 않아?"

""뭐?""

나와 김독자가 동시에 말했다.
이런부분에서 그녀가 김독자란걸 새삼 다시 느낀다.

"왜? 어차피 둘이 다르잖아? 살아온건 똑같아도."

우리 둘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수영이 들고 있던 머그컵을 내려놓고 눈가를 만졌다.
그리고 금방 그녀의 몸이 둥실 뜨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햇갈릴테니 여자 김독자가 이름좀 바꾸자."
"왜 내가 바꾸는거야?"
"그야 이 세계의 김독자는 남자니까."

그러자 불만을 표했던 김독자가 어느정도 수긍한 눈치였다.

허리 끝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큰 눈을,
수평으로 다물어진 입을,
날카로운 콧대를,
반들거리고 하얀 피부를 보고 있자니 정말 내가 맞나 싶다.
살짝 강아지상 같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입을 다시 열었다.

"이름은 뭐로 할건데?"

그러자 한수영이 커피를 다시 마셨다.

"김작가로 할까?"
"구려."
"알아."

이름짓기는 나중으로 미룬 채 한수영이 돌아갔다.
비유도 시스템이 무슨 짓을 한건지 확인하기 위해 한수영을 따라갔다.
덩그러니 남은 우리는 분명 자신임에도 서로를 어색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