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제대로된 휴일이다. 이때까진 휴일이더라도 잔업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오늘은 추석이라 그런지 일도 없다. 그러니 오늘은 공단에서 쉬어야지. 친척 집에 가봤자 나는 불청객일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 얼굴은 보기 싫으니까. 그런데 내 옆에는 생각치 못한 얼굴이 있다. 한수영. 자신은 친척들이 연락이 안된다는 이유로 나와 같이 공단에 남아있다. 이 자식, 그냥 가기 귀찮은 것 같은데. 그런 걸 말을 하면 귀찮게 굴테니 그냥 냅둬야겠다.
나와 한수영은 조용히 폰을 들었다. 타자치는 소리, 휴대폰 진동 소리, 가끔 울리는 전화를 제외하면 주변은 조용했다. 마치 전세계가 침묵하듯. 그런 기나긴 침묵은 몇 분 동안 계속 되었다. 무언가를 물어봤자 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둘 다 알고있기 때문이다. 예전이었으면 이런 상황을 보고 성좌들이 답답하다며 항의하겠지.
"야, 김독자."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의 나는 잠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금세 정신을 차려 대답을 했다.
"왜 그러냐?"
"내가 재밌는 걸 봤거든? 한번 봐봐."
농담끼가 섞여있는 그녀의 말투에 나는 조금 걱정되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나를 골탕먹이는 일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아 씨, 이럴 때 유중혁이 있어야 더 재밌는데."
그녀는 근처에 있던 볼펜과 자신이 덮고 있던 담요를 들었다. 그리곤 그녀의 손 위에 볼펜을 올리고, 담요를 그것을 덮었다. 이런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담요를 치우고, 볼펜은 가만히 있고 당신의 어이가 사라집니다~ 라고 말하는 그것. 그걸 알고 있음에도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을 했다.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이 재밌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똑같이 그녀의 손은 담요를 향했고, 이내 담요를 위로 들어 올렸다. 손 위에는 볼펜이 있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나는 그녀의 다음 멘트를 듣기 위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내 눈 앞에는 한수영의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 어디선가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눈 앞에 이상한 물체가 나를 향해 날아오거 있었다. 뭐지? 주먹이라기엔 너무 작은데. 그것이 나의 머리를 때리고 나서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한수영은 그녀의 담요로 나의 머리를 때린 것이다. 나는 순간 정신이 나갔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한수영이 이미 도망친 후였다. 이 ■■가. 이래서 유중혁이 있어야 더 재밌다고 한 거였나. 나는 한수영을 뒤쫓기 시작했다. 그녀는 신나는 듯 미친듯이 웃었다.
"그러게 누가 맞으래? 너도 대단하다. 어떻게 매번 걸리지?"
나는 그런 말들을 무시하고 쫓아갔다. 조용했던 공단은 이내 한수영의 웃음과, 나의 발걸음 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고요함이 있던 곳에는 즐거움으로 가득찼고, 분노로 가득찼다.
힘들다
다른 사람들보면 진짜 많이 썼던데 존경한다
독수를 기대했던 놈들아
나에게 로맨스란 없다

있다해도 썸으로 끝낼 거임
연애는 어림도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