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시련으로 성장시킨다면서 용사나 영웅들을 마구 굴리다가 대부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다른 세계의 신이 이걸 보고 가엾게 여겨서 죽은 사람들을 자기 세계에 환생 시켜줌. 원래 세계의 신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불가능 했겠지만 그 정도도 못 이겨내는 인간은 나의 완벽한 세상에 필요 없다면서 동의하는 거지.


그렇게 환생한 이들은 이세계의 신의 인도 아래 예전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아가. 물론 이세계도 완벽한 유토피아는 아니었고 예전처럼 비극적으로 삶을 마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적어도 전생의 세계처럼 부조리한 고통만을 겪다가 무의미하게 끝나는 인생은 아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쌓여 느리지만 확실하게 세상은 발전해나가.


한편 다른 신은 여전히 시련이라는 이름의 학대를 반복하고 있었고, 결국 뭘 해도 나아지지 않는 세상에 그 세계의 모든 존재들이 미래에 대한 열망을 잃어버려.  신을 믿고 무언가를 바라는 것도 더 좋은 내일을 추구하는 마음이 있어야 이루어지는 건데 그게 사라진 거임. 자연재해나 마왕의 침공 같은 신의 시험에도 그저 고통스러워하기만 할 뿐 맞서려 하지 않고, 신의 안배가 아닌 이계의 침략 같은 진짜 위협에도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해. 세계 전체가 죽어가기 시작하는 거지. 당연히 신앙을 잃기 시작한 신 역시 약해지기 시작했고.


다급해진 신은 이리저리 해결책을 찾으려다 우연히 자신이 쓸모 없다 생각한 영혼들을 데려가던 이세계를 다시 보게 되는데, 놀랍게도 처음 이세계의 신이 자신에게 제안을 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것과 비슷하던, 아니 오히려 모자란 부분도 있었던 세상이 지금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었던 거야. 신의 도움 없이도 다른 세상의 침공을 스스로 막아내기도 하고, 극소수지만 승천까지 해서 새로운 신이 되는 인간들도 있었어. 비록 말도 안되게 높은 기준을 갖고 있던 이 뒤틀린 신에게는 여전히 불완전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지만, 초라하게 무너져가는 세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지.


이세계의 인재들을 데려가면 자신의 세상을 다시 번영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신은 원래 내 사람들이었으니 다시 데려가겠다고 이세계의 신에게 요구하지만, 비웃음과 함께 거절당해. 어차피 돌아가봤자 예전처럼 될텐데 무슨 소용이 있겠냐면서 말이야. 결국 두 신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약해진 신을 상대하지만 자신에 대한 권위와 믿음을 높이기 보다는 인간들 스스로 성장하는 걸 지향하던 이계신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해. 그걸 보고 신앙이 고작 그 정도 밖에 안되냐면서 희희낙락하는 신이었지만, 그 순간 나타난 환생자 출신의 승천자들에게 협공 당해 결국 빈 손으로 돌아감. 악신, 역신이라는 온갖 저주를 들으면서 말이야.


그제서야 자신의 방식이 틀렸다는 걸 인지하고 어설프게나마 이세계의 운영 방식을 따라해 보지만 이미 늦어도 한참 늦어서 붕괴하기 시작한 세계는 결국 완전히 소멸해버려. 결국 신앙도, 권능도 전부 무의미해진 신은 신이라면 절대 할 리가 없는, 스스로에 대한 후회와 한탄만을 반복하다 존재 자체가 희미해진 끝에 완전한 무가 되어버리는 결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