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주관적으로 쓰였기에 빠지거나 부족한 내용이 있음을 밝힙니다.


후회물이 과연 어떠한 걸까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한번 해 보았습니다.

아래 내용은 주요 내용만 서술한 거고, 충분히 다르게 생각할 여지도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후회물의 정의는?


후회물을 일괄적으로 정의하기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전개로 흘러가든지 그 안에 '후회' 및 '카타르시스'라는 요소가 있으면 후회물이 되니까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츤데레의 시초라 불리는 '운수좋은 날'도 일종의 후회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후회물이라는 장르 자체가 결말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및 여운을 즐기기 위해서 읽는 글이다 보니,

후회물의 플롯만을 가지고 긴 글, 특히나 소설과 같은 연재글을 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주요 장르로 쓰이기보다는 하나의 속성 내지는 요소로 쓰이는 편이고,

그에 따라서 '이건 후회물이다'라고 단정해서 말하기도 힘듭니다.


일괄적인 공통점을 보자면, '행복했던 삶 - A로 인한 삶의 무너짐 - A가 아니었다면' 의 구조를 하고 있는데,

이 A가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것들이 가능하기에 더더욱 후회물인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껏 봐온 것 중 저 A에 해당하는 요소가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 후회를 만드는 요소


-주인공의 행동

아무래도 이게 가장 대표적인 요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따져보면 이게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후회물도,

결국에는 '~를 해 주었다면, ~하지 말았다면'의 형식으로 마지막 부분이 쓰이기 때문에

어떤 후회물에서도 빠지면 안 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런 게 통용되는 후회물의 플롯에는 

'잘못임을 늦게 알아차린 후회물'이 이 있습니다.

대체로 이런 경우, 본인의 잘못으로 끝나기 때문에 잔잔하고 슬픈 결말을 맞습니다.

타임리프한 '악역영애의 속죄물'같은 것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ex)

"미안해, 회붕아. 내가 잘못했어..."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회붕이의 시신 앞에서

회순이는 자신이 왜 회붕이에게 그렇게 모질게 굴었을까 자책하며

쉼없이 울었다.


-타인의 행동

주인공들의 행동을 의도적으로 방해, 심화하는 타인을 넣어서

후회를 할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NTR'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경우, 후회를 하는 주체는 자신을 후회하게 만든 그 대상을 증오하게 됩니다.

그래서 허무한 복수로 끝을 맺거나, 잘 쳐도 간신히 망가진 삶을 얻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단 NTR뿐만 아니라 주인공들끼리 이어지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납치, 감금, 살해하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이 됩니다.


ex)

이런 짓을 해도 내가 바란 회붕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지만, 그래도...


"회, 회순아... 진정해. 장난, 장난이었어!"

"장난? 너 때문에 회붕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기나 해?"

"호, 혹시 큰일 났어? 미안해, 용서해 줘! 내가 회붕이한테 가서 사과도 할게. 그니까 제발..."

"...사과한다고 했지?"

"응, 물론이야! 꼭 사과할게! 꼭!"

"그러면, 가서 전해줘. 너무 미안하고, 정말 사랑했다고...."

"...뭐?"


푹.

선혈이 낭자하게 흐드러졌다.

모른다. 이 자식은 지옥에 가는지, 그리고 회붕이가 천국에 있을지는.

그래도, 마지막으로 회붕이한테 사과 한 마디는, 사랑한다는 한 마디는 남기고 싶었다.


-의도치 않은 상황

주인공들의 행동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그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생긴 상황에 의해 후회물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오해로 인한 후회물'이 주로 이런 내용입니다.


이러한 경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잘 배치시켜 오해를 가속화해야 하며,

오해가 깨질 경우에, 후회가 일어날 수 있도록 

주체 중 한명을 사망 혹은 그에 준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신에 굳이 주인공들을 나쁜 사람들로 만들 필요가 없기에,

착한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안타까운 사연을 적고 싶을 때 쓰기 좋은 플롯입니다.


ex)

"회붕아, 아니야! 내가 말한 건 그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었단 말이야!"

"정말...? 아직도, 나를 사랑해...?"

"물론이야! 그러니까 가면 안 돼! 제발... 날 두고 가지 마...!"

"다행이야... 그 말을 들을 수 있어서... 그리고, 미안해..."


마지막만큼은 회순이의 얼굴을 잊지 않겠다는 듯 회붕이의 눈이 또렷히 반짝였다.

그리고, 회붕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어? 회붕... 아? 회붕아...!"


비통한 외침이 파도에 떠밀려 사라진다. 쓸쓸히 지는 석양 속에서, 작은 갈매기 하나만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주인공 주변의 세계와 환경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환경을 주어서,

이를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자아내는 방식입니다.

대체로 '병으로 인한 후회물', '제도적 문제로 인한 후회물' 등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는 않지만, 과거 문학에서 많이 사용된 기법이기도 합니다.

신분을 넘는 사랑, 연인을 살리기 위해 비약을 얻겠다는 사람들의 이야기.

'운수좋은 날'처럼, '운 좋게 값비싼 설렁탕 국물을 샀지만,

그 전에 아내가 죽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같은 플롯이 주로 나오게 됩니다.


그동안의 주인공의 노력과, 노력의 허무함, 그리고 '더 열심히 노력했어야 하는데'와 같은 자책으로

보통은 글이 마무리됩니다. 혹은, 자신과 같은 사람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로

슬픔을 원동력 삼아 일어서는 결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ex)

약을 구해 왔지만, 회붕이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알아차렸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갔다왔더라면,

그것조차 못한다고 한다면, 마지막 순간만큼은 같이 있어주었어야 했지 않았을까.

눈물만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3. 주인공 사이의 관계


후회물은 대체로 연인, 부부 관계를 잡고 쓰는 글이 많지만,

의외로 다양한 주체가 후회물의 대상이 될 수가 있습니다.


친구관계, 연인 관계, 가족 관계, 주종 관계 등등 말입니다.

또한 저런 관계가 꼭 하나만 있다기보다는 복합적으로 섞여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친구 관계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하거나 주종 관계이면서 연인 바로 전단계와 같이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연인 관계 다음에는 부모자식 관계가 가장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오빠동생 관계도 간혹 보이기는 합니다.



4. 후회물의 결말


물론 후회물의 결말은 언제나 '후회'이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후회를 하게 만들 것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용서받지 못한 후회

가장 비참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후회를 하는 대상은 삶의 희망을 거의 잃어버리게 되고

죽거나, 살아도 비참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대상이 가장 끔찍한 결말을 맞는다는 점에서

'잘못임을 뒤늦게 알아차린 후회물'에서 주로 사용되는 결말입니다.


-용서받지 못한 속죄

용서받고자 하는 대상이 사망 등으로 이미 죽어서

더 이상 용서받을 수 없는 경우가 되었을 때의 내용입니다.

이 경우 후회를 하는 대상은 자신을 직접적으로 부정당하지는 않았기에

삶의 희망을 잃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입니다.


그래도 평생을 마음의 짐으로 두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으며,

이후의 삶이 편안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크게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 속죄를 위해 더더욱 삶을 열심히 살 수도 있으므로

사회적으로는 괜찮은 위치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복수의 불길을 태우거나, 짧고 굵게 살 가능성도 분명 존재합니다.


-용서받은 후회

죄책감은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미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을 멋모르고 보냈다는 마음이 남아있기에,

남은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면서도 길게 미련이 남을 겁니다.

분위기를 가볍게 하면서도 아련함과 쓸쓸함을 주는 결말입니다.


-용서받은 속죄

후회물에 있어서 유일한 해피엔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결말은 단편에서는 잘 나오지 않으며, 어떻게든 글을 끌어가야 하는 장편,

혹은 연재글에서 자주 나옵니다.


이 경우 주인공들은 다시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며,

혹은 이전보다 더 좋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5. 후회의 요소가 있는 작품들


사실 후회물을 주 장르로 하는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그에 더해서, 후회 요소가 있는 작품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제가 본 웹소설 중, 후회 요소가 있다고 생각되는 몇몇 작품들을 적어보겠습니다.

(*되어있는 건 후회물 주 장르 작품입니다.)


*비극의 원흉이 되는 최강 외도 라스트보스 여왕은 백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본인, 주변인 후회물, 가장 재미있었음.)


세븐스(부자(父子) 후회요소 있음, 묘사 적음)


라이브 던전 (주변인 후회요소 약간 존재, 애매함)


마계에서 돌아온 열등능력자(주인공, 소꿉친구, 후회요소가 가장 큰 떡밥이라 가끔 등장)


최강 우려먹기 황태자의 암약 제위 분쟁(소꿉친구, 연재중이나 후회묘사 가능성이 높음, 존버중)


이번에 공작가의 따님의 약혼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소문으로는...(주인공, 주변인, 부자관계 후회요소 존재. 전부 짧은 묘사뿐이라 매운맛 부족)


여성향 게임은 엑스트라에게 엄격한 세계입니다.(여동생, 묘사가 짧음.)


*흑발의 비, 나와 미소녀가 드물게 스킬 공유(주변인, 후회묘사 세세함)


*늑대영주의 아가씨(여주, 남주, 제대로 읽어보지 X)


공작 영애의 소양(남동생, 악역영애물, 묘사 적음)


무능으로 불린 나, 4개의 힘을 얻는다(소꿉친구, 분량 적음)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상 후회물을 좋아하지만, 후회물을 주 장르로 쓰면서 길게 적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생각합니다.

혹시 이외에 아는 게 있으시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소설을 적고 있기는 한데, 진척이 조금 늦습니다. 끝까지 다 쓰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