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을 쓰고 추방당한 후붕이와 그를 사랑했던 약혼녀 후순이가 있었음


후붕이와 후순이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하기도 전에 관계를 가지고 말았음


그런데 갑자기 후붕이가 누명을 쓰고 추방되는 일이 발생함


워낙 혐의와 증거가 명확해서 후순이와 후붕이의 부모마저 후붕이에게서 등을 돌리고 맒


그러던 중 후순이가 태기를 느끼더니 열 달 뒤 아들인 후돌이를 낳게 됨


이 때문에 후붕이의 부모와 후순이의 부모, 후순이가 모여서 후돌이의 거취를 의논하게 됨


회의 끝에 후돌이가 젖을 뗄 때까지는 후순이가 키우고 그 이후에는 후붕이의 부모가 키우는 걸로 함


시간이 지나서 네다섯 살 정도 자란 후돌이는 엄한 조부모(후붕이의 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었음


아이라면 늦잠을 자도 되겠지만 후돌이는 할아버지에 의해 새벽에 깨어나게 됨


또한 후돌이가 말로 다그쳐도 좋을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도 할머니는 후돌이에게 회초리를 휘둘렀음


후순이는 아주 가끔씩만 후돌이를 찾아와서 짧게 몇 마디 나누고서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감


이 세 명은 후돌이에게 엄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미안해하고 있었음


조부모는 손주가 태어나면 목마도 태워주고 같이 나들이도 나가고 그러고 싶어했음


다만 후돌이가 후붕이의 아들이기 때문에 주변의 눈치를 봐서, 그리고 후붕이처럼 자라지 말라고 엄하게 키우는 거임


게다가 후순이 역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는 소망이 있었지만 하필 후붕이의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조부모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후돌이에게 엄해야 했음


그렇게 후돌이는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서럽게 자라다가 얼마 뒤에 태도가 180도 바뀐 조부모와 엄마를 마주하게 됨


알고 보니 재조사 끝에 후붕이가 무고했다는 게 밝혀진 걸 셋이 알게 된 거임


후돌이는 평소라면 아직 어두울 새벽에 깨어나야 했지만 눈을 뜨고 보니 화창한 대낮이었음


예전이었으면 회초리를 맞았을 잘못을 했는데도 회초리는커녕 아무런 꾸지람도 듣지 못했음


엄마는 하루가 다르게 찾아오더니 며칠 뒤엔 아예 같이 살게 됐음


후돌이는 바뀐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을 살갑게 대하는 조부모와 엄마를 경계하기 시작함


셋은 그간 저지른 잘못이 있으니 죄책감을 갖고서 후돌이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함


그러다가 모종의 사건을 겪고서 후돌이가 죽게 됨


그것도 단번에 즉사하는 게 아니라 병을 앓듯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는 거임


조부모와 후순이는 백방으로 후돌이를 치료할 방법을 찾지만 그 전에 후돌이의 숨이 먼저 끊어짐


뒤늦게 치료법을 알게 됐지만 그때 후돌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됨


후순이는 정신이 나가서 하루 종일 울부짖다가 기절하길 반복하며 살게 됨


후돌이의 할머니는 후돌이의 무덤 앞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미안하다고 사죄함


후돌이의 할아버지는 후붕이에게 누명을 씌운 이들한테 복수를 자행함


후회하고 복수한다 한들 죽은 후돌이가 살아돌아오지 않기에 남겨진 사람들은 평생 고통스러워하며 살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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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소재 조금 변형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