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5월 3일, 베를린 


사랑하는 마르타에게, 


이 편지를 쓰는 것은 내게 큰 어려움이지만, 지금 이 순간 당신과 나누어야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지. 내가 겪은 일들과 우리 조국을 위한 나의 결단을 이해해 주길 바래. 지금부터 내가 말할 이야기는 당신에게 큰 충격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조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였다고 말할 거야... 


몇 달 전, 모스크바 공방전이 끝나고 우리 제국비이상특무부는 모스크바 근교의 한 폐허에서 오래된 책을 발견했어. 이름을 부를 수도, 적을 수도 없지만 책을 보는 순간 제목이 머리속에 들어왔지, 이 책은 놀랍게도, 고대의 것들과 저 너머의 것들을 부르는 주문과 비밀들을 담고 있는 걸로 밝혀졌어. 


제국비이상특무부 최고조사관으로서 장담컨데, 이 발견은 지난 1917년, 볼셰비키들이 얼음궁전에서 발견한 '로마노프 수호신'과, 페로 제도의 '네로미어 초자연 유적지'의 존재보다 더 놀라운 발견이야. 


우리의 위대하신 총통, 아돌프 히틀러 각하와 그의 충실한 부하 하인리히 힘러 제국지도자께서는 이 책의 힘을 이용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나는 그 명령을 충실히 따랐어. 


베를린으로 돌아온 후, 우리는 비밀리에 의식을 준비했네. 이 의식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신성한 의무였어. 저 멀리 존재하는 존재들을 소환하여 우리의 적들을 무찌르고, 라이히가 세계를 지배하는 데 필요한 힘을 얻는 것 말이야. 나는 그 과정에서 무언가 초자연적인 것을 느꼈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광대한 존재였어. 그 힘을 얻기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불태웠고, 그 대가는 엄청났지만...그럴 가치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네. 


의식이 시작되자,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그 안에서 형언할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났지. 본능적으로, 이 존재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은 그에게 오직 말하는 개미처럼 보일 거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어. 그의 형상(사실, 내가 형상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네.)에는 끝없는 암흑이 담겨 있었어. 


이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었지, 그 존재가 나타날 때, 그 존재는 마치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듯 이상한...덩어리를 던져주더군, 그 존재에게 우리의 요구를 전달했더니 말이야.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할 힘을 필요로 했고. 그 존재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준 거지. 


그 덩어리는 정말 놀라운 물건이었어, 그 덩어리만 있으면 연합국을 압도하는 무기를 만들수 있을 것이고, 대륙 하나를 날릴 수 있는 폭탄도 만들 수 있고, 우리의 육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뒤틀리게끔 해서 하나의...전장의 악몽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었지. 


제국과학국은 덩어리로 해낼 수 있는 병기와 각성제들을 만들어냈고, 제국인종우월성위원회는 유대인 노예들을 '개조'해서 전장의 악몽덩어리들을 양산해냈지. 


덕분에 우리의 군대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어. 우리는 서부와 동부에서 연합군과 빨갱이들을 압도하며 승리를 거두었고, 우리의 병사들은 새로운 생명체들로 거듭났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존재들로. 그들의 힘은 우리를 승리로 이끌었어! 스탈린과 소련은 모든 영토를 포기하고 항복했고, 미국은 워싱턴이 지도에서 사라지자 전쟁에서 완전히 빠졌어, 자유 러시아군은 이제 우랄 서쪽을 제외한 시베리아만을 다스리게 될 거야. 우크라이나. 오스트란트. 서러시아 모두 우리 라이히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아? 



그러나 이 힘을 얻기 위한 대가는 정말로 컸어. 나 또한 그 힘의 영향을 받았고, 내 정신은 점점 더 파괴되고 있는 것 같아.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누군가의 속삭임을 듣고 있어. 그 속삭임은 내 마음을 갉아먹고, 나를 미쳐가게 만들고 있지.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이 우리 조국, 위대한 대독일과 승리를 위한 것임을 믿고 있어. 


사랑하는 마르타, 나는 이 편지를 통해 당신에게 내 결단을 이해시키고 싶어. 나의 모든 행위는 독일과 라이히를 위한 것이었고, 우리 조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다는 말일세. 나는 당신과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말이야. 


나는 이 힘이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고 있네. 우리의 병사들은 이제 단순한 인간이 아야. 그들은 전사들이야. 우리는 이 힘을 통해, 동방과 서방을 정복하고, 우리 아리안 민족이 영원히 번영할 수 있도록 할 거야. 


마르타, 내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너에게 설명하기는 어려워.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것이 옳다고 믿어. 우리의 조국을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나는 이 길을 선택했지. 나는 라이히가 더이상 그 존재에게 먹히는 것을 막기 위해, 의식을 치른 모두와 순교하기로 결정했어, 총통께서는 감사하게도 우리 모두가 마지막 말을 남기게 해 주셨지, 나는 지금 당신과 아이들이 부디 이 힘의 유혹에서 벗어나 위대한 라이히의 아래에서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줘. 


사랑하는 나의 아내 마르타, 그리고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 나는 너희를 영원히 사랑할 거란다. 이 혼란과 공포 속에서도, 너희가 내 마음속에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라.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대독일국은 승리할 것이며, 그 영광은 우리 모두의 것이 될 것이라. 


영원히 너를 사랑할 이. 


하인리히 뮐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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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는 손에 든 편지를 떨리는 손으로 내려놓았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남편 하인리히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날, 마을의 축제에서 함께 춤을 추었던 기억,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의 기쁨과 행복. 모든 것이 선명하게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는 항상 조국에 대한 열정과 충성심이 강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마르타는 남편이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했다는 것을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그 이해는 그녀에게 고통만을 안겨주었다. 


"하인리히, 왜 그랬어..." 


마르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를 말리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집안이 좋아서 결혼했건만, 하는 일마다 전부 실패한 그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고 느꼈을 때? 남들은 전부 군인으로 훈장이라도 받아오는데, 너는 부모도 없는 자식이라 그런 것도 할 줄 몰라서 나와 아이들을 심연으로 몰아넣느냐고, 선전지를 밤새 돌리고, 늦은 그녀의 생일 선물을 준비해온 그에게 폭언을 퍼붓고, 그가 준비한 작은 선물을 아궁이에 던져놓았을 때? 그것도 아니면, 폭언을 듣고는, 그가 마치 무엇인가 사라진 듯 광적으로 일과 조국, 돈과 명예에만 집착하기 시작했을 때? 


그의 복장이 멜빵바지에서 정복으로 바뀌고, 정복에서 특무대 군복으로 바뀌고, 집이 더 커지고, 총통을 만나고, 주변에서 그를 '애국자'라고 칭송하며, 그가 점점 더 어두운 길로 빠져들 때, 그녀는 그를 붙잡고 현실로 돌아오게 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그가 떠나간 뒤에야 비로소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손을 떨며 다시 편지를 집어 들고, 마지막 문장을 반복해 읽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독일은 승리할 것이며, 그 영광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 문장이 그녀의 마음을 찢어 놓았다. 그것이 진정한 영광일 수 있을까? 그들이 얻은 승리가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마르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온 몸이 흔들리고, 고통스러운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내리며 오열했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그 잘못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그녀의 마음은 산산조각났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울었다. 남편을 잃은 슬픔과 그의 잘못된 선택을 막지 못한 죄책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마르타는 남편을, 그리고 그가 꿈꾸었던 미래를 사랑했지만, 이제 그것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곧, 그녀는 고개를 들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인리히,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함께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 






-칙!

-칙!



[-"위대한 총통, 아돌프 히틀러 각하께서는, 오늘 수많은 이들의 피를 씻은 세계대전이 공식적으로 끝났음을 알리었습니다. 현재 라이히가 얻은 광활한 레벤스라움과 기타 점령지에 대한 분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일본제국 대사 또한 축하의 뜻을 전해 왔습니다. 이번 베를린에서 열릴 축하 행사에서는 자유 러시아군 사령관 안드레이 블라소프를 포함한 전우국 지도자들과-"] 




조용한 세계의 종막을 알리는 라디오와 마르타의 울음소리만이, 방에 울려퍼졌다. 



그들은 모를 것이지만, 또 다른 냉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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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물+대체역사물+코즈믹 호러


햐햐! 후순이의 폭언이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들었네! 사실 이미 세상에 비이성적인 존재들이 알려져 있었다는 설정이지만, 그래도 후순이의 폭언만 아니었어도 나름 세계대전은 정상으로 끝났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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