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옥상에 나와 커피 한잔을 빤다.


 비록 싸구려 자판기 커피지만 달다구리 하니 나쁘지 않다.


"...왜 왔어, 시리우스."


"고맙단...말을 전하려고..."


"...글쎄. 고마워 할 건 아냐. 그저...내 맘이었으니."


"그래도..."


"그래, 시리우스, 마침 너에게 말할 게 있어."


"예?"


***


 그녀들은 휴게소에서 각자의 말을 하고 있었다.


 전 지휘관의 쓰레기짓, 그 전 지휘관도 좋지는 않았다는 분탕질, 그래도 음침한게 낫다는 의견, 차라리 눈요기라도 했으니 그놈이 더 낫다는 의견.


 그리고 문이 덜컥,열렸다.


"..."


"뭐야. 새 지휘관은 언제 온대?"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냐."


"그러면, 시리우스?"


"전 지휘관이...복직하지 않는데."


"그 새끼 구속됐잖아."


"아니, 그 전."


"...그게 왜?"


"그 사람이...우리를 구해준 사람이야."


"뭔 소리야, 시리우스."


"베히모스, 죽인 게 그 사람이야."


"?!"


"...그건 놀랍네. 나중에 감사를 하면 되겠지."


"..."


 시리우스는 뭔가 입을 달싹거렸지만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나갔다.


***


'난 말야, 시리우스. 같은 피를 흘리는 게 가족이라 들었어.'


'...?'


'그래서, 미친 듯이 피를 뽑았어. 난 외로웠거든.'


'...'


'말로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하여-라고 했지만, 결국 위하던 것은 나 자신이었던 거지.'


 그의 씁쓸한 표정은 곧 가면에 가려졌다.


'그런데, 나중엔 내 피를 준 아이들이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여기에 왔어. 여기라면 나 같은 욕심 많은 까마귀에게도 둥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버렸었나봐.'


'...!'


'아무 말 하지 말고 들어, 시리우스. 아무튼...너무 턱없이 큰 욕심이었던 거지. 나 같은 놈에게는. 가족이라니, 당치도 않아.'


 가면조차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족...나 따위가, 가족? 멋대로 피 좀 줬다고 딸 마냥, 여동생 마냥, 가족인 마냥 생각한 내가 병신이지! 아하,아하하하! 하하하하!'


'그만, 그만해요! 제발!'


'말하지 말라고, 시리우스. 날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줘. 아무튼 말이야, 나는 이제 지쳐버렸어. 멋대로 피 좀 주고 커뮤니케이션이 안됐다고 말야. 이제 지휘관 일은 때려 칠 거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오직 내게 상냥히 대해준 너에게만 하는 말이니.'


'아...아...'


 그가 사랑,했다는 걸 알았다.


 그가 얼마나 사랑해 주는지도.


 하지만, 그가 껴안으려 할 수록 칼날은 더 깊숙히 박혔다.


 그는 가면을 벗고 교류하길 원했지만, 모든 것에 가면을 씌웠다.


 다름 아닌 우리가.


 모든 게 후회된다.


 우리는,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레굴루스와 잘 지내라, 시리우스. 이제 더는 보지 말자.'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주인공 기분은 대충 10여년 만에 찾은 친 딸이 별 희한한 놈과 결혼을 한답시고 절연하고 몰래 결혼에 이혼까지 한 급...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나이 차 많이 나는 동생도 해당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