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사귀는 사이에 여자가 바람피다가 헤어졌다고 치자.


 1년 정도는 바람남과의 연애와 자기 일에 집중하면서 보내는거임.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전남친 때처럼 싫증이 나서 거친 바람남과 크게 싸우고 헤어지고 나니까

 착하고 배려심 깊은 전남친이 생각나는거임.


 슬쩍 연락도 해보지만 전화번호는 바뀐지 오래고

 전남친과 관계가 있는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면서 전남친이 살고 있는 집 주소를 알아냄.


 걔 너랑 헤어지고 나서 진짜 힘들어했어. 요새는 연락 잘 안해서 모르지만.


 이런 소리 들으면서 미안한 마음 반 기대하는 마음 반으로

 여자가 용서를 받으려고 전남친의 집에 찾아가는데


 전남친이 활짝 웃으면서 문을 열고 반기는 거임.

 상냥하게 자신을 배려하던 예전이 떠오르니까 여자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거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여자가 절절하게 사과하니까 전남친은 멋쩍은 듯이, 당황한 듯이 괜찮다고, 다 용서했다고 말하고

 여자는 이제 울어서 빨개진 눈두덩이를 비비면서 슬쩍 전남친 눈치를 봄.


 수염정리도 잘 못하고 후줄근한 티셔츠에 정리안된 머리카락을 보면서

 여자는 아, 얘도 내 생각을 하면서 힘들었구나. 다시 시작하자고 해보자


 우리, 다시 시작하면


 으아아아아앙!


 당황한 전남친은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아기를 안아드는거지.


 조심스레 안아든 채로 우는 아기를 재우는 전남친

 그 얼굴은 그동안 여자가 너무 그리웠던 상냥한 표정인거지.


 애를 재우고 다시 돌아와서는

 미안, 못들었어. 다시 말해줄래?


 여자는 웬 애냐고, 결혼했냐고, 왜 말 안했냐고.

 온갖 질문을 쏟아내고


 전남친은 너랑 헤어지고 난 뒤 너무 힘들었다. 그때 나를 돌봐준 직장 동료가 있었는데...

...동거를 하게 되었고, 애도 기르고 있다. 곧 결혼할 생각이다.


 그 말을 듣는 여자는 실시간으로 정신이 아득해지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그 모습을 본 착하지만 눈치없는 전남친은 미안해서 그러는 줄 알고


 괜찮아, 우리가 결혼할 사이도 아니었고 나보다 더 좋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너를 완전히 용서했어. 다 털어냈어.


 이쯤되면 차라리 화내주기를 바라게 되는거임.

 왜 바람폈냐고,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화를 냈다면 그만큼 여자의 존재가 전남친에게 컸다는 말이 되지만,


 용서하고 극복한 사람에게 전 여친이란 정신적으로 더욱 성장할 기회를 준 고비일 뿐이지.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의 마음에 이 여자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을까?


 그래서 난 화내고 복수하는 엔딩도 좋지만, 용서하는 엔딩을 더 좋아함.